소설리스트

345화 (345/360)

#345 나중에 크면 꼭 같이 가자

일본 원정 인원이 120명으로 늘어났다.

혹한기는 죽어도 싫다는 대원들의 요구 때문이었는데, 혹한기를 알래스카로 갈지도 모른다는 괴담이 퍼진 이유도 있었다.

원정 명단을 작성하던 비서 칸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샌프란시스코에 가기 위해선 무기와 탄약을 싣는 마차와 대원들이 타고 갈 말이 필요하다.

편도에 가까운 일정이라 막스는 역마차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막스가 요구한 말은 120마리였다.

“애초에 120명을 데려갈 생각이었습니까?”

“그냥 넘어가자.”

*

준투 요새 서쪽.

SFBC 훈련장은 로키산맥으로 입산하는 초입에 있다.

이곳에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아침 구보가 일상이었는데. 오늘 훈련장을 장악한 건 웃통 깐 선배 SFBC 대원들이었다.

“멋있는 SFBC! 많고 많지만!”

“목소리 봐라! 후배들 보기 부끄럽지 않나!”

대원들의 시선이 한쪽을 향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달리고 있는 아이들은 백인, 조선, 일본,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인디언이 뒤섞여 있었다.

대원들은 사나운 눈초리로 아이들을 쏘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바로 내그아아아! 싸나아아이!”

“멋진 SFBC!!!”

“목소리 좋고!”

선두에 선 막스는 대원들과 함께 연병장을 돌고. 피치는 그들 틈에 끼어 얇은 티만 걸친 채 동료들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오래 쉬었어!’

피치 성격상 승부욕도 만만치 않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렸다.

사실 연방 보안관으로서 그동안 느슨하게 생활했던 대원들에게도 피치만큼 구보가 힘들었다. 어제 먹은 게 올라올 정도로 턱 밑까지 숨을 헥헥거렸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막스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 예전과 같은 체력을 보인 보스는 역시 괴물이었다.

“대체 몇 바퀴를 도는 거야.”

핑커톤 신입 탐정들은 질린 얼굴로 대원들을 바라봤다.

“근데도 줄을 칼같이 맞추고 달리고 있어.”

“완전 기계구만, 기계야.”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자극을 받으며 구보에 적극적이었다. 그들이 흘리는 땀은 선배들을 닮고 싶은 열정과 투지였다.

훈련소 식당.

며칠 사이 갑자기 늘어난 인원 때문에 식당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저마다 금속 철판을 들고 줄을 서고. 차례가 오면 수프와 고기, 야채, 그리고 쌀밥이 배급되었다. 페루에서 공수해온 쌀은 얇고 길쭉하여 밥알은 날아다녔다.

한쪽 구석에서 밥을 먹던 오동패가 고유지에게 속삭이듯 말을 건넸다. 영어로.

"너 그거 알아? SFBC 일본으로 원정 가는 거."

"어제 같이 들었잖아, 인마."

"그랬냐. 근데 일본 갈 때, 조선도 들릴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왜 우리도 데려갈까 봐?"

오동패가 밥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우린 아직 갈 때가 아니지. 아저씨들도 안 가는데, 우리가 가서 뭘 할 수 있겠어."

이들에게 아저씨는 임술민란에 가담했던 유정석, 이장열, 이공윤을 말한다. 하지만 그들도 이번 원정에서는 제외되었다.

고유지가 수프를 홀짝인 뒤 말했다.

"만약 우리가 간다면, 목적은 하나야."

"뭐?"

"조선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거."

"헉! 절대 안 돼! 난 평생 여기서 살 거라고!"

"그럼 닥치고 훈련이나 잘 받아."

아이들에게 훈련이란 기초 체력을 기르는 수준이다. 평일 낮에는 학교에서 철학, 수학, 영어, 역사, 과학을 배우고 있었다.

오동패가 조용히 밥을 먹는 일본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근데 쟤들은 지들 나라가 전쟁 중인데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그러는 넌? 조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있어?"

"...... 없지."

오동패는 숟가락에 밥과 고기를 얹어 한입에 집어넣었다.

조선이 어떻게 되든, 알게 뭐냐.

‘하긴 이제 우리나라는 조선도 일본도 아니지.’

배고픔을 잊게 해준 미국에서 조선의 기억은 흐릿해져만 갔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한 일본 아이가 조셉 헤코에게 물었다.

"일본으로 돌아간다면서요?"

"소문 참 빠르구나. 근데 돌아간다는 표현은 맞지 않아. 일이 있어서 가는 것뿐이니까."

"막부와 일왕이 싸운다고 들었는데, 진짜에요?"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단다. 갔다 와서 자세히 말해주마."

일본 아이들에게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한 호기심 정도랄까. 그들에게 조국은 상처뿐인 기억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헤코! SFBC 1층 회의실로 가봐.”

아이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든 조셉 헤코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SFBC 본부는 요새 남쪽 게이트 옆 4층 건물.

조셉 헤코가 1층 회의실 문을 열자 열 명의 대원들이 미리 와 있었다.

이번 원정에선 분대장급이지만 사실상 남북전쟁으로치면 하나같이 연대장급이었다.

“앉아 봐, 헤코. 가기 전에 일본 지리를 알고 가면 좋잖아?”

테이블에는 큼지막한 일본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앞으로 일본에 도착할 때까지 지겹도록 보게 될 지도였다.

준투 요새 동쪽의 대장간.

규모는 공장 수준이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대장간으로 부르고 있었다.

“언제 떠난다고 했지?”

대장간을 둘러보던 막스에게 제임스 헤리스가 물었다.

“사흘 뒤요.”

“무기와 탄약을 싣고 캘리포니아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네. 어떻게 운송할 건지 계획은 세워둔 거지?”

“웰스 파고와 계약을 했습니다. 오버랜드 스테이지 컴파니가 그쪽에 매각되었더라고요.”

포니 익스프레스를 정점으로 역마차 서비스는 쇠퇴하고, 회사들은 흡수 병합되길 반복했다.

막스는 포니 익스프레스를 헐값에 사들였으나 캔자스-콜로라도 철도가 개통되면서 사업은 접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에 웰스 파고가 상표를 팔라고 몇 번을 제안했지만, 막스는 단칼에 거절했다.

‘포니 익스프레스’ 브랜드를 내걸고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웰스 파고에서 마차와 말들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오늘쯤 도착할 테니 내일 실을 수 있겠죠.”

“그럼 미리 창고 쪽으로 물건을 쌓아 두어야겠군.”

그날 저녁.

수십 대의 마차와 말들이 준투 요새로 진입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나이든 마부가 모자와 몸을 툴툴 털며 마차에 내려섰다. 그리곤 막스의 비서 칸토에게 서류를 건넸다.

“주변에 있는 마차는 싹 다 긁어 왔수다. 요청한 게 맞는지 확인해 보쇼.”

서비스 내역은 마차 20대와 말 120필을 콜로라도 준투에서 샌프란시스코 항만까지 사용하기로 내용이었다.

“근데 진짜 샷건 메신저들 없이 가는 거요? 이 정도 규모로 행단을 꾸리면 인디언하고 강도들이 득달같이 달라붙을 텐데.”

안 그래도 오는 도중에 몇 번이나 달려드는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빈 마차라 다행이지. 물건들이라도 실렸으면 벌써 총에 맞아 뒈졌을 거요. 우리 같은 마부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샷건 메신저들을 고용하는 게 상식인 거요.”

마부와 샷건 메신저는 역마차 서비스의 세트 상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마부의 목숨과 물건을 지켜야 할 샷건 메신저가 빠져 있으니 마부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이었다.

입을 삐죽 내민 마부들에게 칸토는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

“샷건 메신저는 걱정하지 말고, 여러분들은 마차 운전만 신경 쓰면 됩니다. 가는 도중에 병만 안 걸리면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칸토는 직원들과 함께 마차와 말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렇게 한참 집중해서 일하던 중, 칸토의 뒤로 그림자가 은밀하게 접근했다.

칸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러다 뒤지는 수가 있다.”

“하, 새끼. 일 언제 끝나냐?”

어둠 속에서 산초가 얼굴을 쓰윽 내밀었다.

둘은 어릴 적부터 텍사스 남부에서 함께 자란 친구였다.

“30분이면 끝나. 왜, 한잔 마시게?”

“모처럼 왔는데, 마셔야지.”

“흠. 수잔이 허락 안 할 텐데.”

“에라이 새끼야. 그러면서 살고 싶냐?”

“하여간 솔로 새끼들이 꼭 그런 말 하더라.”

혀를 끌끌 차던 칸토가 뭔가 생각난 듯 손가락을 튕겼다.

“참, 수잔이 너한테 여자 소개해준다고 했었다.”

“오오! 진짜야? 누구?”

“준투 남쪽에 사는 아이리쉬인데, 엄청 미인이래.”

“오오오! 그래서? 언제 만날 수 있는 거야?”

“너 일본 간다며. 그래서 다른 사람 소개해줬지.”

“...... 야이, 개새끼야!!!”

칸토가 냅다 도망가고 산초가 뒤를 쫓아갔다.

준투 요새 부근의 막스 바.

이름 때문에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막스가 주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술집이었다.

주인은 놀랍게도 지니와 로티 문이라는 자매들로 남북전쟁 당시 연방의 첩보원으로 활약한 비방디에르였다.

술집은 피아노 연주자의 경쾌한 곡이 흥을 돋우고, 담배와 알코올, 싸구려 화장품이 뒤섞인 냄새로 가득했다.

“넌 친구도 아니야 새끼야. 내가 아일랜드 여자 좋아하는 걸 알고 일부러 그런 거지?”

“아니라니까. 진짜 소개해주려고 했어.”

“그럼 내일이라도 해주던가!”

“이미 기차 떠났다니까 그러네.”

산초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 여자는 피치였다. 물론 막스와의 관계를 알고 빨리 접긴 했지만.

“아무튼, 그때부터 이상하게 아일랜드 여인만 보면 끌리더라고.”

“근데, 연방 보안관이었을 때 여자 안 만나고 뭐 했냐. 시간 많았잖아.”

“남부 여자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내 신분 알면, 자다가 총 쏠걸?”

“하긴, SFBC나 셔먼 장군이나.”

칸토와 산초가 위스키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 술집 안으로 20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섰다.

날카로운 눈매로 내부를 훑어보던 그는 이내 빈 테이블로 앉아 위스키를 주문했다.

매춘부가 다가가자 남자가 꺼지라며 손을 저었다. 여인은 입을 삐죽 내밀며 다른 자리로 돌아갔다.

그걸 본 산초가 다른 의미에서 화를 냈다.

“사람 차별하나. 여긴 왜 안 오는데!?”

“병신아. 내가 결혼한 걸 아는데 오겠냐?”

“니가 그렇게 유명해?”

“당연하지. 막스 보스 보좌관으로 나름 유명하거든.”

산초가 혀를 차며 위스키를 들이켰다.

그런데 이때 주변 테이블에서 흥미로운 주제가 흘러나왔다.

“세븐 스트롱에 한 자리가 비었다는 건 알지? 두고 봐,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할 테니까.”

“웃기시네. 그 자리는 나 마트 더간이 차지한다.”

SFBC 신입들인 모양이다.

그들의 대화에 산초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저 새끼들, 이글 파이브로 바뀐지가 언젠데 아직도 세븐 스트롱 타령이야.”

“이글 파이브···? 그거 나도 처음 듣는데. 니들끼리 만든 거냐?”

“막스와 피치가 결혼한 순간 정해진 운명이었지.”

“콜린도 결혼했다며. 보스보다 더 빨리 했다던데.”

“어, 그래서 내가 이글 파이브에서 제명한다고 했어.”

“그랬더니?”

“······ 이글 파이브가 뭐냐더라.”

칸토가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탁!

“세븐 스트롱의 빈자리는 내가 갖는다.”

방금 술집에 들어선 남자였다.

순간 피아노 연주자가 움찔하며 손가락을 멈추고, 피아노 소리가 끊기자 술집 안에 적막함이 흘렀다.

남자의 얼굴을 노려본 SFBC 신입들이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전에 SFBC 지원부터 하는 게 순서야, 친구.”

“그렇지 않아도 내일 할 생각이다.”

“지원한다고 다 되겠냐?”

“너희들이 됐으면 나도 되겠지.”

남자는 위스키를 입에 털어놓으며 신입들을 노려봤다. 이때.

드르르륵.

더간이 몸을 일으켰다.

“시비를 걸 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너한테 지지 않을 자신은 있지.”

“마트 더간이다.”

“펫 데스몬드.”

펫 데스몬드는 마트 더간처럼 훗날 열두 명의 과소평가된 총잡이 중 하나.

몇 년 전까지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캐나다의 페니언 브라더후드(Fenian Brotherhood)라는 혁명 그룹에 가담했던 자였다.

하지만 캐나다 국경에서 미국 군인들에게 붙잡혀 포로가 되고. 석방된 뒤로는 캔자스 철도 건설의 인부로 일하고, 공사가 끝나자 콜로라도 광산을 배회하며 일자리를 찾던 중이었다.

원 역사에서 펫 데스몬드는 싸움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고 총과 칼을 잘 사용해, 콜로라도 키트 카슨의 보안관이 된 자였다.

마트 더간과 펫 데스몬드의 충돌.

살기가 짙어지고, 둘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릴 때.

“어이, 애송이들. 여기서 총 뽑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더간이 고개를 돌려 끼어든 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산초 리나레스?’

더간이 멈칫한 반면, 펫 데스몬드는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그는 산초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히스패닉 새끼가 낄 자리가 아니다.”

탄식을 내뱉은 산초가 팔짱을 끼며 더간을 쳐다봤다.

“총 없이 싸워라.”

“...... 그건 괜찮은 겁니까?”

산초가 고개를 끄덕이자, 더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펫 데스몬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밖으로 나와.”

“좋을 데로.”

무료하고 따분했던 손님들이 벽을 세우고, 이내 막스 바 앞에서 결투가 벌어졌다.

더간과 데스몬드는 구부정한 자세로 양손을 치켜들었다. 복싱과 같은 자세였다.

“이기는 사람은 이글 파이브 후보에 이름을 올려 주···.”

산초의 말이 듣기 싫은 듯, 둘은 서로에게 주먹을 뻗었다.

퍽!

퍽!

묵직한 주먹을 주고받고, 난타전으로 힘을 뺀 뒤엔 서로 넘어트리기 위해 엉겨 붙었다.

이마저도 쉽지 않자, 급기야 둘은 칼을 빼 들었다.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지만, 명예를 걸고 결투를 벌인 순간 목숨은 다음 문제였다.

이 시대의 흔한 싸움이었다.

‘지면 개망신이다.’

정식 SFBC가 되기도 전에 패배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닐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더간은 이를 악물고 결투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시비를 건 펫 데스몬드 역시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닫고 있었다.

‘하필 이딴 놈이 걸렸어.’

펫 데스몬드가 시비를 건 이유가 있는데. SFBC에 지원하기 전에 나름 커리어를 쌓으려 했다.

술집에서 대원과 싸움이 붙고, 실력을 보여주면 자신을 알아서 데려갈 거라 여겼다.

‘계획이 살짝 어긋나긴 했지만, 결과는 변함없다.’

데스몬드는 더간의 옆구리를 노리기로 했다.

상대를 죽였다간, 되려 SFBC에 쫓기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있으니 말이다.

대치 중이던 데스몬드가 거리를 좁혀 더간의 배를 노렸다. 더간 역시 칼을 높이 들어 상대의 어깨를 노렸다.

그렇게 서로에게 칼을 찌르려는 때였다.

누군가 끼어들어 더간의 손을 움켜잡고, 발로는 데스몬드의 팔을 후려쳤다.

‘산초 리나레스···?

산초의 악력에 놀란 더간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마치 바위 사이에 손이 낀 기분이었다.

반면 펫 데스몬드는 갑자기 끼어든 산초를 노려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부터 자꾸 끼어드네.”

데스몬드가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산초의 발이 얼굴을 후려쳤다.

빠각!

쿵.

“적당히 해, 새끼들아.”

산초는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칸토와 함께 현장을 벗어났다.

“하여간 요즘 애들은 거칠다니까.”

“우리 땐 더했지.”

“오늘 일은 보스한테 말 안 할거지?”

“나 보좌관이야, 인마.”

“이건 업무 외 시간이었잖아!”

“어차피 보스는 신경도 안 쓸텐데 뭘.”

“그건 그렇지.”

산초와 칸토가 사라지고 얼마 뒤.

잠깐 정신을 잃었던 펫 데스몬드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옆에 멀뚱히 서 있는 더간을 쳐다보며 물었다.

“방금 그 새끼 누구였냐?”

“산초 리나레스.”

“그게 누군데?”

“모르면 용감하다더니, 무식한 새끼였네.”

“성질 돋우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 해.”

다시 싸울까. 하지만 더간은 고개를 절레 저으며 산초가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네가 되고 싶다던 세븐 스트롱 중 한 명이다, 새끼야.”

“.... 그럼 그 산초란 놈만 이기면 된다는 소리군.”

“되겠냐?”

이건 그냥 병신인가. 더간은 데스몬드의 뒤통수를 후려치던 걸 간신히 참았다.

*

“아빠 잘 다녀오세요, 해야지.”

쌍둥이들이 어눌한 말로 옹알거리며 손을 흔든다. 막스는 둘을 꼭 끌어 앉으며 속삭였다.

“나중에 크면 아빠랑 꼭 같이 가자, 우리 귀염둥이들.”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쌍둥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막스는 피치와 키스하고, 눈에 밟히는 가족을 뒤로하고 대원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얼마 뒤.

스카프를 두른 백여 명이 넘는 무장한 SFBC 대원들과 수십 대의 마차가 콜로라도 준투 요새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걸 지켜보는 구경꾼들도 수백 명에 달했다.

그중엔 더간과 펫 데스몬드도 있었다.

한편, 샷건 메신저를 요청했던 마부들의 불만은 쏙 들어가고, 얼굴은 여유롭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SFBC 대원들과 가는 거면, 진작 말을 해줬어야지.’

마부들은 어느 때보다 안전한 여행길이 될 거라 확신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