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0화 (350/360)

#350 앞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곳

일본 내전에 조선이 개입하는 걸 용납해야 하는가.

막스의 위험한 계획을 쇼군과 번주들에게 알려야 하는가.

갈등하는 아이즈 번주에게 막스가 말하길.

- 조선의 움직임에 침소봉대하지 마시지요. 어차피 류큐 왕국은 독립국. 일본 내전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사쓰마번은 류큐 왕국과 어떤 조약도 맺지 않았다.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내가 바라는 건 아이즈 번주께서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일본입니다. 나라가 반으로 쪼개지는 한이 있어도, 왕실을 장악한 조슈번과 이미 힘이 빠져버린 쇼군 밑에서 아이즈번의 미래를 찾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스스로 쟁취해서 백성과 일족의 미래를 도모하는 게 번주의 역할입니다.

달콤함을 가장한 뱀의 속삭임.

이를 알면서도 아이즈 번주는 막스의 말을 쉽게 떨쳐내기 힘들었다. 오히려 강력한 주술에 걸린 듯 머릿속 깊숙이 각인 되었다.

이날 에도성으로 돌아간 아이즈 번주는 막스의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

막스는 철갑선과 콜로라도호를 이끌고 조선으로 향했다. 배에는 발켄버그 대사도 함께였다.

강화해협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서자 강변에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손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간혹 철갑선이 신기한지 한참을 따라오는 자들도 있었다.

발켄버그는 흥미로운 얼굴로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일본과 조선은 생각보다 아주 다르군요.”

“나라는 가까워도 옷차림과 외모, 심지어 생활방식과 사고방식도 전부 다릅니다.”

조선 수군의 인도하에 배들을 나루터에서 조금 떨어진 수심 깊은 곳에 세워두고, 막스와 발켄버그, 세 명의 대원은 작은 보트를 이용해 육지에 발을 내디뎠다.

수십 명의 인파가 이들을 환영했는데, 조선 사절단의 일원이었던 박규수와 오경석도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무탈하셨는지요."

막스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발켄버그 주일 대사도 소개해주었다. 아직 대사가 파견되지 않아 중국과 일본 대사가 조선을 아우르고 있었다.

막스는 박규수와 함께 대원군이 있는 창경궁으로 향했다.

흥미로운 건 가는 길에 마주친 양반들이다.

막스 일행을 훑어보며 자기들끼리 수군덕거렸는데, 조선을 강제 개항시킨 원흉이 이번엔 또 대원군과 무슨 작당을 벌일까 봐 얼굴엔 근심과 우려, 분노 등이 담겨 있었다.

"돌이라도 던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평온하군요."

"누가 감히 돌을 던지겠습니까.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젠 이 씨 왕족의 핏줄이지 않습니까.'

박규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쇠한 나이임에도 눈에 담긴 총기는 예전보다 더욱 반짝거렸다.

*

"다른 건 제쳐두고, 일단 자네의 능력에 내 여러 번 탄복했네."

흥선대원군이 가장 놀란 건 수개월 전 발견된 운산 금광. 미국에서 온 광물 탐사 엔지니어들이 조선에 온 지 한 달 만에 얻어낸 성과였다.

"물어보니, 자네가 그 지역을 콕 짚어주었다더군. 금맥이라도 꿰뚫어 보는 겐가?"

"그럴 능력이 있었으면 땅만 보고 다녔겠지요."

흥선대원군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운산 광산의 발견으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사실 조선에 금광이 많다는 건 일찍이 왕들께서도 알고 계신 사실이었지. 그런데 일부러 채굴을 안 했네. 이유가 뭔지 아나?"

"청나라 조공 때문이겠죠."

흥선대원군이 탄성을 터트리며 새삼스럽게 막스를 쳐다봤다.

"자네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군."

"하나하나 따져보면 추론할 수 있는 일이지요."

"흠. 그런 능력은 아무나 갖고 있지는 않네."

"뭐, 제 자랑은 아닙니다만. 광산 채굴권을 요구한 것도 청나라 조공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이 아닌 미국 기업에 채굴권이 있으면 조공할 필요가 없으니까."

과거 조선은 명나라에 매년 황금 150냥, 백은 700냥을 공물로 바쳐야 했다.

부담이 컸던 조선은 금광을 폐광시키고, 더는 금이 나지 않는다고 끈질기게 주장했다.

이후 연산군이 흥청망청 국고를 거덜 내는 바람에 은을 채굴하긴 했지만, 중국에 알려질까 싶어 그마저도 중단하고 광산을 폐쇄해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 운산 광산을 발견한 소식이 청나라 귀에 흘러 들어갔다.

"반응이 어떻던가요?"

"미국 기업이 채굴권을 갖고 있다고 하니 더는 요구하지 않더군."

"생각보다 쉽게 포기했군요."

"...... 생각보다 쉽진 않았네."

막스는 흥선대원군의 반응에서 한 가지를 추측할 수 있었다.

"혹시, 나를 왕가의 핏줄로 소문낸 것과 연관이 있습니까?"

"왜 그 소문을 내가 냈다고 생각하나?"

"다른 사람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더군요."

흥선대원군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자넨 상대하기가 까다로워. 이 자리를 빌려 자네를 이용한 것에 심심한 사과를 하는 바네."

흥선대원군은 이내 씁쓸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몇 가지 목적이 있었네. 청나라와 주변국들의 간섭을 무마시키려는 것과 양반과 유생들의 반발을 줄이고자 함이었지. 미국 총사령관이 왕가의 핏줄이면 파격적인 혜택도 큰 문젯거리는 아니거든."

"결과가 좋다면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사과는 취소하겠네."

막스가 헛웃음을 내뱉자, 다시금 흥선대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모종의 결심을 내린 듯,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이왕 운산 광산이 밝혀진 이상, 다른 곳의 채굴권도 넘겨주겠네."

"탐사할 필요가 없는 장소겠군요."

흥선대원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적으로 폐쇄한 광산들이 한두 곳이 아니네. 그곳에 매장된 광물의 양이 상당할 거야."

"영국과 러시아는 어떻습니까?"

"하루가 멀다고 채굴권을 요구하고 있네."

하지만 그들은 채굴된 금과 은을 자국으로 가져가고, 조선에는 몇 푼 안 되는 세금만 낼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 땅에서 나온 금과 은을 재투자해 조선의 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자네 방식대로 말일세."

이는 사절단의 방문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심이자 막스의 의도와도 일치했다. 현재 막스가 조선에서 벌이는 일들의 핵심 자금은 조선에서 나온 금과 은이었다.

결국, 막스를 이씨 왕가 혈통으로 둔갑시킨 건 조선과 더욱 깊은 관계로 묶어두려는 흥선대원군의 속셈이었다.

"물론 자네 욕심이 크다한들, 왕권 따위엔 관심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한 일이네."

흥선대원군이 떠보듯 말을 던졌다. 다른 마음은 품지 말라는 경고를 에둘러서 한 것이었다.

막스가 대답이 없자, 대원군은 확답을 요구하듯 말을 이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네. 자넨 조선이 아니라 차라리 미국의 왕이 어울려."

"최고의 칭찬이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라와 백성 걱정으로 잠을 설칠 정도로 왕의 자질은 타고나질 못했습니다."

막스의 말속에 뼈가 담겼다.

자리에만 연연하는 왕은 자격이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흥선대원군이 그 말을 곱씹으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일본에 인도할 철갑선을 왜 조선에 가져온 건가."

"그동안 연구 좀 하라고요. 이렇게 제가 조선을 생각합니다. 물론 백성을 끔찍하게 생각하시는 왕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요."

"험험. 그 말은 그만함세."

흥선대원군은 화제를 돌리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가장 중요한 유구국(류큐 왕국)에 관한 이야기다.

청나라 입장에선 조선이나 유구국이나 둘 다 조공을 바치는 국가. 조선이 유구국에 욕심을 내는 순간 청나라가 개입할 건 빤한 일이었다.

"솔직히 황당한 전략이네. 이 상황에서 유구국에 병사를 주둔시키라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지금이라 가능한 겁니다. 영국과 전쟁하느라 쑥대밭이 된 청나라는 점점 쇠퇴하고 있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서양에 대적할 무기지요. 그런데 그걸 사려면 결국 필요한 건 돈입니다."

막스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운산광산의 금과 은을 조공으로 보내십시오."

"한번 시작하면 앞으로도 계속 보내야 할 텐데, 유구국이 그만한 가치가 있나?"

"부국강병이란 어느 나라에도 휘둘리지 않는 힘을 갖는 겁니다. 서양에는 분노하면서, 정작 조공을 바치는 청나라엔 왜 분노하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조공을 바치려고요?"

"......"

유학이 심어놓은 폐단은 생각보다 골이 깊다.

남의 나라 사람인 공자의 말에 목숨을 거는 지 막스는 당최 이해할 수 없지만, 시대의 문제지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했다.

"청나라에 보낼 공물을 금은으로 채우고 비위를 맞춰주면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유학에 찌든 양반들의 반발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고, 류큐의 일을 무마시킬 수 있다.

"크게 보십시오. 일본의 내전이 길어질수록 유리한 건 조선입니다."

흥선대원군은 머리를 굴려 계산해보았다.

양반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고, 임진왜란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백성들은 일본의 내란에 끼어든 자신을 지지할 것이다.

여기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의 간섭을 막을 수 있나?"

"유구국을 점령하는 게 아니라 보호하는 겁니다. 외세가 딴지를 걸라 해도 명분이 없지요. 당장 해야 할 일은 유구국 국왕에게 왕이 친서를 보내는 겁니다."

결국 흥선대원군은 막스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대화가 끝나자마자 흥선대원군은 왕과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구국의 보호를 천명했다.

"왜구들이 전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해적들의 통제가 힘든 실정이오. 해서 유구국에 노략질이 끊이질 않으니 머지않아 해적들은 조선 땅에도 만행을 저지를 것이 분명하오."

왜구의 일에 절대 간섭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흥선대원군은 이를 묵살하고 수군통제사가 30척의 배를 준비하도록 명하였다.

올해로 16살이 된 왕은 대원군의 섭정을 지켜본 뒤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방향을 틀어 왕비를 찾아갔다.

"주상전하 납시오!"

갑작스러운 방문에 왕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여흥 민씨 민자영을 대신해 간택된 안동 김씨 유학 김우근의 딸이었다.

"중요한 회의가 있다 들었는데, 피곤하시지는 않으신지요."

"내 힘들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정사를 돌보시는 아버지의 옥체가 더 염려될 뿐이지요."

왕비는 아무런 대꾸가 없지만 왕은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다.

"섭섭한 마음까지는 아니나, 오늘 같은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엔 내가 참석해야 했소. 대체 미리견 총사령관을 만나는 걸 왜 막으시는 건지 아버지의 속을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내 어찌 답답하지 않겠소."

"듣기로는 미리견 총사령관의 심계가 무서우리만치 깊다 들었습니다. 행여 농간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왕비도 아버지와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구려. 그자의 심계에 넘어갈 정도로 우둔하다면, 이 곤룡포를 입을 자격이 없다는 말이 아니겠소."

"절대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은 아니옵니다."

왕비는 다급히 자신의 실언을 정정했다.

"전하께선 능히 그자의 심계를 꿰뚫어 보시고도 남음이지요. 다만 음모와 암투가 휑휑한 자리인데다, 행여 미리견 총사령관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까 염려하신 게 아닐까 싶어 드린 말씀이옵니다."

"보면 왕비께선 나보다 아버지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는 것 같소."

"...... 제 소중한 지아비를 낳아주신 부모님인데, 어찌 소홀히 여기겠습니까. 단지 그뿐입니다."

"말씀을 참 예쁘게도 하시는구려."

왕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상황은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진땀을 흘린 왕비는 흥선대원군의 말을 떠올렸다.

- 전하께서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섭섭한 마음을 토로한다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일 게요. 왕비께선 기꺼이 반기실 일이니, 그때가 오면 반드시 내게 알려 부자간의 골이 생기지 않게 해주길 바라오.

조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집안싸움으로 말아먹어서야 되겠는가.

막스의 경고와 조언이 있어서인지, 흥선대원군은 어린 왕과 왕비와의 관계에 심혈을 기울였다. 각별히 주의하고 조심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왕비가 왕의 심경 변화를 은밀히 흥선대원군에게 알려주니, 대원군은 티 나지 않게 막스와 왕의 만남을 준비했다.

*

"지금 미리견 총사령관을 독대하라 하셨습니까?"

왕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대원군에게 물었다.

"현재 조선의 굵직한 일과 관련된 자인데, 전하께서 만나지 않으면 누가 만나겠습니까. 그동안 그자가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절반의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나머지 절반은 둘 사이에 오갈 밀담을 경계하는 마음이랄까. 자리를 마련한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감이 있었다..

조선의 수군이 류큐 왕국으로 향할 채비를 하는 동안, 막스는 창경궁에서 왕을 알현했다.

딱히 원하진 않았지만, 흥선대원군의 요청을 마지못해 들어준 것이었다.

"짐의 백성이 미리견 총사령관까지 올랐다 하여,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선민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막스는 적당히 예를 갖추어 대화에 임했다.

어차피 막스는 이날의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왕의 관심은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처럼, 서양 문물과 조선 밖의 세상에 쏠려 있었으니까.

적당한 선에서 대화를 끝내려 할 때. 왕이 물었다.

"박규수가 말하길 미국에 거짓 황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놀라운 건 황제를 사칭한 자를 총사령관께서는 벌하기는커녕, 사절단에게 소개해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안 가더군요."

"반역하려고 황제를 사칭한 게 아니니까요."

"허나, 국가의 왕을 사칭하고 왕과 관료들을 비판하면 응당 벌을 받아야지 않습니까?"

막스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왕의 권위는 그렇게 해서 지켜지지 않습니다. 미국은 오히려 노턴 1세가 백성들에게 왜 인기가 있는지를 타산지석 삼아 나라를 이끄는 게 유익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과연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이날 대화를 마친 왕은 대원군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심계가 깊다기보다, 눈이 참 맑아 보이더군요."

"?"

"무섭기는커녕, 예의가 바르고 제게 많은 정보를 친절하게도 알려주더군요."

"그러셨군요."

'그건 너를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아서 그런 게다.'

흥선대원군은 속내를 감춘 채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막스를 상대하기에 왕은 여전히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다.

왕을 만난 다음 날.

막스는 콜로라도호와 조선의 수군 오백과 목함선 일곱 척을 끌고 류큐 왕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조선에서 보내온 왕의 친서를 두고, 류큐 왕국의 쇼타이 국왕은 대신들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지금껏 교류도 없던 조선을 어찌 믿는단 말입니까."

"일본 내란이 끝나면 사쓰마번이 반드시 보복을 할 것입니다. 당장 해안가에 주둔하고 있는 사쓰마 병력은 또 어떻게 할 겁니까? 부디 결정을 거두어 주십시오!"

2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신들도 두 분류로 나뉘었다.

방금 말한 이들은 친 사쓰마번 인물들로 조선의 상륙을 결사반대했다. 반면, 애국심이 강한 대신들은 이 기회에 사쓰마번에서 벗어나려 했다.

"청과의 관계 때문이라도, 조선은 절대 우리를 공격하지 못합니다!"

"내전에 휩싸인 지금이야말로 사쓰마번과 단절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

청과 사쓰마번에 바칠 조공만으로도 왕국이 휘청거릴 정도다. 과거엔 중계무역으로 재미를 봤지만, 일본이 청나라와 서양에 항구를 개방하면서 류큐를 거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양측의 팽팽한 의견은 서로를 향한 욕설로까지 이어졌다.

이를 냉랭하게 바라본 쇼타이 국왕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대신들은 조선의 사신을 영접할 준비를 하라. 이번 기회에 우리 류큐는 사쓰마번과 관계를 단절한다."

친 사쓰마번의 대신들이 통곡하지만, 쇼 타이 왕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틀 뒤.

류큐 북부 해안에 콜로라도호와 조선의 배가 나타났다.

막스와 대원들은 쇼타이 왕국의 지시로 아무런 저항 없이 육지에 상륙할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곳이다."

막스는 애초에 일본 본토에서 전투를 벌일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적들은 알아서 찾아올 터.

그 판을 깔아두기 위해, 막스는 육지에 상륙하자마자 대원들을 이끌고 다른 해안가에 있는 사쓰마번 주둔군을 공격했다.

목적은 사쓰마번의 선박.

그 배를 가지고 조슈번의 북쪽.

'대마도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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