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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사람들과 소환당했습니다-26화 (26/155)

26화

※ 본 소설에 등장하는 단체나 기관, 종교, 사건 등은 모두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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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그녀는 터져 나오는 숨을 다급히 집어삼켰다. 가슴 언저리에서 으음. 하는 낮은 목소리가 울리자 귓불이 화르르 뜨거워졌다.

설마 깨어 있었던 건가?

“그대… 잠버릇이 험해서… 더 자…….”

야닉이 잠에서 깨지 않은 잠긴 목소리로 뜨문뜨문 중얼거리고는 금방 고른 숨을 내쉬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못 들었을 리 없는데도 그것이 자장가처럼 느껴지는지 오히려 품으로 파고드는 모습에 한 주임은 일순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의 뒤척임은 어떤 음흉한 의도도, 의뭉스러운 속내도 없는 안락함 그 자체였다.

포근한 베개를 안고 있는 듯 편안한 얼굴을 보자니 다 큰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불쾌감은커녕 커다란 안정감이 빠듯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단단하고 따뜻한 팔 안에 있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공간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

그녀는 구석에서 찔끔 솟아오른 용기를 가지고 살며시 야닉의 머리카락을 지분거렸다.

살짝 잡아 보았다가 톡톡 건드리다가 은근슬쩍 강아지 만지듯 쓸어 보기도 했다. 미세하게 움찔하는 반응이 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귀여운 것도 같다.

혼자 사는 처지에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충족감이 차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대로 그가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벼락같은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다이어울프다!”

천막 안에서 잠들었던 모든 이가 날카로운 고함에 번개처럼 깨어나 밖으로 튀어 나갔다.

동시에 몸을 일으킨 야닉이 당황한 기색도 없이 곧장 한 주임에게 막사 안에 있으라 당부하고는,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머리맡에 세워둔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난데없이 벌어진 일에 한 주임은 얼떨떨하게 앉아 있다가 허겁지겁 일어났다.

막사 밖으로 나온 야닉은 어둠에 둘러싸인 야영지 주위를 매섭게 둘러보았다.

불침번을 서던 기사들이 잠이 들어 불씨를 모두 꺼뜨린 모양이었다. 둥그렇게 세워진 텐트 주위로 짐승의 붉은 눈들이 새까만 풍경 속에서 안광을 내며 번쩍번쩍 빛났다.

마법사들이 그 즉시 불꽃을 만들어 주위를 밝혔다. 기사들이 조심스럽게 검을 뽑아 드는 소리와 늑대들이 위협적으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폭포수 사이를 불안하게 감돌았다.

“제기랄, 번도 제대로 못 서는 기사들이라니.”

날카로운 시선을 짐승에게 고정하며 스캄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다, 다이어울프들에게 등을 보이지 마라! 놈들의 털과 가죽은 두껍고 질기니 가능하면 베지 말고 찔러 넣어야 한다!”

거스 경이 마물 도감에서 읽었던 기억을 더듬거리며 당부하자 기사들은 두 손으로 검을 꽉 감싸 쥐었다.

이한율이 언제든 발사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 양손에 이글거리는 불덩어리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단장님, 먼저 쏠까요?”

“놈들은 잽싸서 날아오는 걸 피하는 덴 선수예요. 자칫하면 천막에 옮겨붙을 수 있으니 시야만 확보해 주세요.”

포라킨은 지팡이 위로 최대한 넓게 불빛을 만들어 내며 야영지 주변을 계속해서 밝혀 나갔다.

어둠 속에서 최적의 시야를 가지는 마수들이라 가능한 한 밝게 만드는 것이 유리했다. 그들을 둘러싼 곳이 환해지자 근처에 있던 놈들의 머릿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먹을 게 어지간히도 없었나 보군.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을 덮칠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스캄이 허리춤에 있던 곤봉 형태의 메이스를 단단히 그러쥐었다.

다이어울프들은 누군가 등을 보이거나 빈틈이 생길 때까지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한껏 자세를 낮춘 채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긴장감 서린 대치가 한동안 이어질 무렵, 천막 안에 있던 염 부장이 일렁이는 짐승의 커다란 그림자를 보고 겁에 질려 밖으로 슬슬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부장님, 일어서세요!”

포라킨의 외침과 동시에 검은 물체가 바람처럼 위로 솟구쳐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야영지는 달려드는 짐승무리와 뒤엉켰다.

다이어울프는 일반 늑대보다 세배는 커다란 덩치로 지체 없이 달려들었고, 벌어진 입을 검으로 간신히 막고 있던 기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올 정도로 무지막지한 힘으로 눌러 내렸다.

차마 투구도 쓰지 못한 기사의 얼굴에 마수의 침이 툭툭 떨어지자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 살려 줘!”

그가 고개를 돌려 도움을 요청하다가 하랑과 눈이 딱 마주쳤다.

하랑은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아까 천막 안에서 야닉과 이방인들을 모욕하던 놈들 중 하나였다.

도와줄까 말까. 확연하게 망설임을 비추고 있는 얼굴에 기사는 오싹한 소름마저 돋았다.

후텁한 입김이 기사의 코앞에 다다를 때쯤 다이어울프의 허리가 거세게 꺾이며 옆으로 날아갔다. 용병의 드센 발길질에 나가떨어진 마수가 바닥을 구르며 낑낑거리자 다른 기사가 얼른 배에 검을 찔러 넣었다.

기사는 야인의 커다란 손을 잡고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려 안간힘을 썼다.

저를 외면한 하랑에게 부득 이를 갈았지만, 하랑은 이미 날랜 몸놀림으로 다른 짐승의 몸에 올라타 머리에 검을 꽂아 넣고 있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수준에 기사는 손으로 얼굴에 묻은 체액을 거칠게 쓸어내리며 몸을 돌렸다.

야닉은 적당히 막사 쪽으로 달려드는 놈들의 입 안을 검으로 찔러 넣으며 용병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야인 넷이서 사방을 막아 장승처럼 버티고 서서 몸통만큼 커다란 양날 도끼와 검으로 다이어울프들을 쳐내는 걸 본 그가 느릿한 뒷걸음질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그렇지.’

어느새 가죽 보호대를 쓰고 롱소드를 들고 있는 한 주임을 보자 허탈한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누구를 의지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건가, 이 여자는.

“다쳤어요?”

상체에 조금 튄 마수의 피를 보고 얼른 침대에서 모포를 끌고 와 분주하게 찍어 대는 손을 그가 가만히 잡아 내렸다.

“내 피가 아니야. 이 녀석들의 피에는 화상을 입지 않아, 괜찮아.”

한 주임이 안도의 숨을 내쉬던 것도 잠시, 용병의 둔기에 얻어맞은 갈색 털의 다이어울프 한 마리가 조금 열려 있던 막사를 거칠게 흔들어 대며 입구로 쿵! 떨어졌다.

내던지는 방향을 실수한 용병이 달려와 잡을 새도 없이 늑대는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야닉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크게 입을 벌린 짐승의 목구멍 안으로 푸른 불꽃 덩어리를 처박아 넣었다. 둔기에 맞은 것도 아닌데 마수는 짧은 단말마와 함께 구석으로 날아가 매다 꽂혔다.

치이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려 있던 주둥이 안에서 한 김의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뒤이어 탄내가 가득 뿜어져 나왔다.

“죄송하우, 대장.”

“조심해야지.”

용병이 멋쩍게 웃으며 배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다이어울프의 뒷다리를 잡아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그가 황제에게 숨기고 있는 힘.

한 주임은 다른 마법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화염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 하마터면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조금 전까지 제 품에서 아이처럼 잠들어 있던 모습이 꿈이었나 싶었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강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두려움인지 경외심인지 모를 박동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조금 주춤거렸다.

“괜찮아?”

짐승을 보고 놀랐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봄바람 같은 얼굴로 다정하게도 물었다.

“…괜찮아요.”

“밖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으니 추스르고 나와. 더 몰려오기 전에 출발해야겠어.”

천막을 걷으며 성큼 밖으로 나가는 야닉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보던 한 주임은 곧장 정신을 차리고 짐을 꾸렸다.

산 너머에서 희끄무레하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다행히 큰 사상자 없이 전투를 마친 귀환대는 곧장 산을 넘기 시작했다.

포치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너비의 거친 산길을 그들은 마차를 들어 올리며 이동했다. 넓은 곳에서는 끌다가, 또 진창에 빠진 바퀴를 들다가 하면서, 넝마가 된 마차들 안에 짐들을 욱여넣고 걸어서 고개를 넘었다.

다이어울프 덕에 예상보다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날이 저물기 전에 마지막 마을인 그랑드콜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랑드콜은 이전에 들렸던 몰튼 백작의 영내에 속했지만 두 영지 사이에 있는 마물들이 가득한 산 때문인지 거의 내팽개쳐지다시피 한 마을이었다.

몰튼 백작은 자신의 봉토를 수호하는 의무조차 다하지 않고 있었다.

두 영지 사이에 있는 마물들은 그가 기사단을 꾸려 토벌을 하고 길을 내어 관리해야 하는 것이었으나, 그는 영지 사정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자신의 성에 틀어박혀 농노들의 피고름이나 쥐어짜고 있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관리할 만큼의 세수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백작은 현재의 그랑드콜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귀환대는 지친 걸음으로 통나무들이 겹겹이 둘러싸인 높은 목책 앞에 다다랐다.

나무 위 높다란 망루에 올라서 있던 사병이 귀환대의 행렬을 보고 낡은 올리판트를 불자 거대한 문이 묵직하게 열렸다.

거스 경이 통행료를 내며 초소 병사에게 물었다.

“신분 확인은 안 하는가?”

병사는 거슬거슬한 턱수염을 쓱쓱 문지르며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

“이방인분들이 오신다는 기별을 받기도 했고, 또 이 날씨에 강을 건너 산을 넘어오는 무모한 여행자들이 어딨답니까.”

그는 ‘멍청한 여행자들’이라는 표현을 쓰려다 고위기사의 표식이 새겨진 서코트 브로치를 보고 말을 순화시켰지만, 거스 경은 충분히 불경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역시 지쳐 있던 탓에 무례함을 지적하기보다는 부하들에게 서둘러 휴식을 주는 선택지를 골랐다.

한 주임은 시가지로 들어서자 펼쳐진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좌우로 내둘렀다.

허물어질 것 같은 오두막들과 진흙집 사이로 음울한 낯빛의 영지민들이 가득했던 전 마을과는 달리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선 생기가 흘러넘쳤다.

낡긴 했어도 제대로 보수가 되어 있는 목조 집들과 그 사이로 띄엄띄엄 회반죽을 바른 석조건물이 보란 듯이 늘어서 있었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골목엔 문을 연 상점들이 즐비했고, 등이나 허리춤에 무기를 메고 있는 용병들이 영지민만큼이나 많이 활보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황실 문장인 독수리가 수놓아진 기사들의 서코트 자락과 황금으로 장식된 마차들을 힐끔거리다가 어정쩡하게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재촉했다.

“황자님께서 오셨는데 머리도 조아리지 않고….”

거스 경이 이번에는 못 참겠다는 듯 나서려 하자 야닉이 그의 팔을 가볍게 저지했다.

“그냥 조용히 가지.”

거스 경은 미적거리며 물러났다. 뼛속까지 귀족인 그는 야닉이 존경스러운 주군은 아닐지언정 황족인 그에게 엎드려 예를 표하지 않는 평민들이 심히 마뜩잖았다.

그와는 반대로 다른 기사들은 코웃음을 치며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있는 황자를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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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다 로맨스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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