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08. 굴레의 계산기
정다운이 소환을 하기 전.
다른 세계.
수많은 보석들로 장식된 핏빛 옥좌에 너무나 아름다운 한 존재가 고고하게 앉아 있었다.
마치 여신과도 같은 그 존재,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에게만 보이는 무언가를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이 세계의 제왕이자 절대적인 지배자이며, 이제는 신조차 그녀를 두려워해 현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초월적인 그녀였으나.
그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쉬지 않았다.
아직, 그녀가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기에.
마왕인 아버지와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
그녀는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 했다.
아버지의 자식들을 비롯한 마족들에게서 멸시와 모욕을, 마족들을 혐오하는 인간과 같은 다른 종족에게서 공격을.
이 세계는 그녀에게 한 순간도 호의적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개같은 세상을 그녀의 빛나는 재능으로 아득바득 기어오르며 살았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던 그녀는 어느새 정점에 올라있었다.
......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채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살아온 그녀.
그녀는 몽마의 피를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절과 목숨만은 지켜냈다.
허나, 그것들과 비교해도 덜하지 않은 수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던 그녀.
이제는 그녀의 가슴 속에서만 살아 숨쉬는, 이제는 너무나 오래 지나버려 다시 되찾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그녀는 복수를 다짐했다.
초월자의 격을 가지고도 더 높은 격, 더 많은 힘을 위해 살아가던 그녀에게.
그 날, 이변이 발생했다.
"응?"
여느 때와 같이 그녀가 관측 가능한 세계들을 살피던 그녀는 세계들 사이의 아주 작은 틈새에서 강렬한 빛을 발견했다.
"말도 안 돼. 저런 곳에서 저렇게 강력한 힘이 나타난다고?"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하던 그녀였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은 채 새로운 이변을 탄생시켰다.
"소환 술식? 젠장, 나만 이걸 본 게 아닐텐데 저기서 소환이라고?"
갑자기 나타났던 소환 술식은 또 갑자기 흔들리며 그녀가 충분히 간섭할 수 있게 변했다.
수많은 계산과 생각들이 한순간에 그녀의 머리를 통과했지만 그곳의 힘은 너무나 찬란했다.
"..... 분신을 보내는 것도 안 될 것 같네. 씨발, 뭐 내가 했던 일들 중에 쉬운 게 있었나?"
결단을 내린 그녀는 순식간에 분신을 만들어 내더니 자신처럼 이곳을 관측할 수 있었던 다른 존재가 끼어들기 전에 소환술식의 간섭을 시작했다.
*
강렬한 통증이 나를 강타함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눈앞이 흐려졌고 어떻게든 시야를 확보하려고 눈을 깜박여 보니 내 눈 앞에 떠올라 있는 알림들을 볼 수 있었다.
[굴레를 가진 존재는 보호받습니다!]
[‘굴종’에 저항합니다.]
['굴레의 계산기'가 작동합니다.]
[계산중.......]
‘.....뭐?’
갑작스럽게 나타난 알림들은 전부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나를 당황하게 만든 건 '굴종'에 저항한다는 알림.
너무나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알림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추가적으로 알림들이 더 떠올랐다.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 과정을 제시합니다.]
[(스킬이 적용된 듯 행동할 것.)]
‘이 아이템은 이런 알림까지 띄울 수 있던 거였어? 그럼 대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내가 온갖 지랄을 다 해가며 무슨 아이템인지 알고자 했을 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던 아이템이 이제 와서는 알림까지 띄우며 나에게 풀이 과정이랍시고 행동을 요구하는걸 보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빠르게 접어야 했다.
지금은 내 심정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템이 떠올린 알림들이 더 문제였으니.
'스킬...? 저 여자가 나한테 스킬을 쓴건가? 그런데 나한테 적용이 안됐다고? 그럼 이게 스킬을 막아 줬다는 이야긴데..... 잠깐. 적용된 듯 행동하라는 거면 저 여자에게 굴종한 듯 행동하라는거야? 내가 소환한 소환수한테 굴종해야 한다고? 뭔 소환하는 게 전부 다 이따위야!'
말도 안되는 알림의 내용에 반발심이 차올랐지만 내 눈에 어느새 허리를 숙였던 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단지 몸을 일으키는 그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너무나 매혹적인 그녀를 홀린 듯 눈으로 좇던 나는 이상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아까와 동일인물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표정이 순식간에 완전히 바뀐 것이었다.
처음 봤을 때 띄고 있던 매혹적인 웃음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미소를 띄고 있을 때 너무나 매혹적이고 색정적으로 느껴졌던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 날카로운 모습에 생각나는 알림들.
[EX급 ‘세상 끝에 핀 월하향’ 이 소환되었습니다!]
[소환사와 소환수의 ‘격’의 차이로 소환수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분명 맨 처음에 아이템을 얻었을 때와 똑같아. 나를 죽이려는 고블린을 한 순간에 목숨까지 바치려는 광신도로 바꾸는 아이템인데..... 이거랑 똑같이 정보를 알 수 없다면 저 여자는 얼마나 강한거야?'
[소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소환수와 소환사의 ‘격’의 차이가 있습니다.]
{주의! 비정상적인 소환입니다!}
{경고! 정식으로 계약된 소환수가 아닙니다! 신변에 주의하십시오!}
그리고 그 전에 떠올랐던 알림들의 내용도 심상치 않았다.
결국 차오르려는 반발심을 되삼키며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을 때.
더없이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녀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악취가 너무 심하네.”
살짝 얼굴을 찌푸린 그녀가 손을 가볍게 흔들자.
순식간에 하늘 위로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떠올랐다.
'미친!'
내가 사역했던 고블린의 기습적인 일격을 막아내고 내 고블린과 싸우느라 상처투성이가 된, 나를 죽음의 코앞까지 몰아넣은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고블린과 그 주변에서 나를 죽이려던 고블린들, 마지막으로 내가 보지 못했던 수많은 고블린들까지.
무엇보다 그중에는 내가 지금껏 봐왔던 일반적인 고블린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괴한 모자를 쓰고 로브같은 옷을 걸친 고블린과 전신에 갑옷을 두른 덩치가 큰 고블린까지.
심지어는 아까 죽었던 내 사역마 고블린과 내가 죽였던 고블린의 시체들도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모든 고블린들은 시체를 제외하면 하나도 빠짐없이 미친듯이 괴로워하며 사지를 버둥거리고 있었다.
지금 저 여자는 손짓 한 번으로 이곳의,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고블린들을 저 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호오, 별난 게 한 마리 있네?”
얼굴을 찌푸리고 벌레들을 보듯 하늘을 쳐다보던 그녀의 눈에 살짝 이채가 감돌았다.
그러자 어느새 상처투성이의 고블린이 하늘에서 사라져 순식간에 내 옆에 나타났다.
쿵.
땅에 강하게 부딪히며 몸을 버둥거리던 그 놈은 이내 기절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나머지는 다 쓰레기고."
싸늘한 말과 함께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온 그녀.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도 않는 그녀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모든 고블린들의 몸이 순식간에 짓이겨지며 한 줌의 핏물로 변해 버렸다.
눈앞에 멀쩡히 있었던 수많은 고블린들이 한순간에 모기가 터져버리듯 한줌의 핏물로 변해버리는 미친 광경.
그 광경은 너무나 기괴하고 충격적이며 공포스러웠다.
‘씨발.... ’
속에서 저절로 치밀어오르는 욕지거리.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듯 새빨간 피가 마구 뿌려져 있던 하늘에서 변화가 생겼다.
고블린들이 있던 자리에 남아있던 핏물이 순식간에 타오르며 안개로 변하기 시작했고 점점 짙은 핏빛 안개가 들판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저절로 구역질이 나오는 짙은 혈향 속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만들어낸 그녀는 아직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들어.”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그녀였지만 여전히 기분이 안 좋은 듯 안개로 가득 찬 들판을 향해 손을 한번 휘저었다.
그러자 들판을 가득 메웠던 풀들이 한순간에 시들어 버리더니 가루처럼 부서지며 땅속으로 사라졌고 그 자리에 핏빛 안개가 점차 내려 앉더니 피처럼 새빨간 꽃들이 온 들판에 피어났다.
이런 미친 광경을 보게 된 나는 더 이상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살짝 올린 그녀가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까닥이며 명령했다.
“일어나.”
사람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듯, 그녀에게서 처음 나에게 말할 때 사용하던 사근사근한 말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리도록 냉랭하게 변한 말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올 뿐.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과정을 제시합니다.]
[반드시 지시에 따를 것, 이행하지 못했을 시 매우 심각한 부작용 발생.]
그러나 나를 더욱 빡치게 하는 건 내가 곧바로 그녀의 명령에 따르지 않자 눈 앞에 떠오르는 알림들이었다.
‘이런 씨발!’
대체 이 망할 돌덩이는 누구한테 소환된건지.
나에게 계속 엿같은 행동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방금 전 넘어졌을 때 다리를 심하게 다쳐 고블린들이 코앞까지 쫓아 왔을 때도 아무렇지 않던 돌덩이.
다리를 다쳐서 도망칠 수도 없던 나에게 이 망할 돌덩이가 부작용이 있다고 협박하며 지금 나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었다.
분노가 다시 한번 끓어 올랐지만 아까 전 고블린을 광신도로 만들어버린 아이템의 효과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충고를 받아들였다.
'씨발! 씨발! 씨이발!'
아니, 사실은 무엇보다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괴물에게서 발생할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어떤 것일지 상상하기조차도 싫었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욕설을 내뱉으며 아이템의 알림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끔찍한 고통에 비명이 몇 번이나 새어나오려 하고 몸은 몇 번이나 쓰러질 것 같았지만, 내 정신을 도려내는 듯한 시리도록 차가운 그녀의 눈빛에 어떻게든 참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나자.
“손에 들고 있는 걸 바쳐.”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과정을 제시합니다.]
[‘굴레의 계산기'를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바칠 것.]
'뭐? 방금 일어났는데 이번엔 무릎을 꿇으라고? 씨발, 지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미치겠는데 뭔 개소리야! 해결해주기는커녕 이제 알아서 갖다 바치라고?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순식간에 말을 바꾸어 말도 안되는 방법을 제시하는 계산기의 풀이를 보며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지시를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을 가득 메운 짙은 안개에서 풍기는 혈향이 이번에도 나의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들었다.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무릎을 꿇어 그녀에게 ’굴레의 계산기’를 두 손으로 바쳤다.
그녀가 내 손에 놓인 계산기를 받아 들었고 아이템을 쥐면서 손이 내 손을 살짝 스친 순간.
아까 그녀가 내 볼을 만질 때 느껴졌던 화끈거림이 맞닿은 부위에서 느껴졌고 이런 상황임에도 다시 성욕이 치밀어 올랐다.
’저런 괴물한테 꼴리는 게 말이 되냐. 제발 정신 차려라. 정다운 이 미친 새끼야!‘
나에게 계산기를 받아든 그녀는 한참을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흐!”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작게 웃음을 흘린 그녀는.
“아하하하하하하!”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내가 얼마나 더 완벽해질 수 있을까! 아아아!"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얼굴을 찌푸리거나 무표정이었던 그녀가 지금은 희열에 가득찬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건지 끝 부분에서는 쾌락에 찬 신음마저 흘리는 그녀.
한참을 미친 듯이 웃던 그녀는 하늘을 보며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광소를 멈추고 웃음을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대단한 물건일 줄은 몰랐는데……. 여기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네? 그런데...."
그녀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너. ‘굴종’한 상태가 아니구나?”
그녀의 그 한마디에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과정을 제시합니다.]
[당황하지 말 것.]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과정을 제시합니다.]
[당황하지 말 것!]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과정을 제시합니다!!!!!]
[당황하지 말 것!!!!!!]
위이이이이잉!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과정을 제시합니다!!!!!!!!!!!!!!!!!!!!!!!!!!!!!!!}
[당황하지 말 것!!!!!!!!!!!!!!!!!!!!!]
미친듯이 올라오는 알림 창.
나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알림창의 내용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화끈거리듯 타오르며 차오르는 색욕.
나는 필사적으로 차오르는 욕망을 무시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뚝하고 멈추었다.
{‘굴레의 계산기’가 풀이과정을 제시합니다!!!!!!!!!!!!!!!!!!!!!!!!!!!!!!!}
[당장 자위를 할 것!!!!!!!!!!!!!!!!!!!!!]
그러나 나는 더 이상은 그 알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단 한마디.
그리고 손길의 멈춤.
오직 그것만을 나에게 하였을 뿐인데 그녀의 손길이 멎는 순간 미칠 것 같은 '공포'가 내 숨통을 졸랐다.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실된, 순수한 '공포'라는 감정은 내 몸을 미친 듯이 떨리게 만들었다.
수많은 공포를 느껴봤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심연의 구렁텅이에 추락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단 한번도 마주하지 못 하고, 상상하지도 못 했던 괴물이 눈 앞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생명의 공포를 초월해 내 안의 본질적인 무언가를 압박하는 이 감정을 초월한 '공포'.
나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욕망도 느끼지 못하고, 아니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고 몸을 떨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신기하네. 아무것도 없는 너가 어떻게 내 ‘굴종’이 안 걸릴 수가 있었지? 이것 때문일까, 아니면 너가 특이한걸까? 이걸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 것 같긴 한데 말이야?”
그녀는 싱긋 웃은 뒤 내 머리를 계속해서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또 내가 하는 말은 다 들었단 말이지? 힘에 가려져 자세히 보질 못해서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 내가. 너, 따위 한테? 후후.”
아까와의 차가운 말투와는 달리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거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녀의 말투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더니 손을 한번 휘저었고 그에 맞춰서 그녀의 뒤편에 화려한 옥좌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는 옥좌에 가서 앉아 있었다.
그곳에 앉아 다리를 꼬고 웃음을 다시 터트리는 그녀.
“하하하하! 정말 재밌어. 저렇게 하찮은 벌레가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부터, 저런 벌레가 나를 속이려고 까지 했다니. 이것만 얻어가는게 아니라 재밌는 일들도 많이 생기네?”
그녀가 옥좌의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손에 턱을 괴며 나에게 말했다.
"이렇게 하찮은 벌레가 감히 나한테 이딴 짓을 하는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꽤 신선하네. 내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