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10. 굴레의 계산기(3) (10/69)



〈 10화 〉10. 굴레의 계산기(3)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고 있었던 알림들이 눈 앞에 떠오르는 순간.

"....어....?"

멍청한 소리가 입 밖에서 절로 흘러 나왔고.

“꺄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하이톤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눈을 굴려보니,  괴물이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미친듯이 떨고 있었다.

쿵!

그와 동시에  구속하고 있던 힘이 순식간에 풀리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정상이 아닌 몸이 강하게 땅에 떨어지자 온 몸에서 느껴지는 격통.

끔찍한 고통이 온 몸을 내달렸지만 나는 그 고통마저도 삼키며 눈을 고정시켰다.

저 괴물이, 비명을 내지르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기에.

 괴물이 고통을 겪을 거라곤 생각조차 해보지 못 했기에.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저러는 거지?'

“끼에엑?”

나에게다가오던 고블린도 당황하며 멈춰 섰다.
갑자기 바닥에 떨어진 나와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보며 양쪽을 두리번거리는 그 모습을 힐끗 본 순간.

[‘세상 끝에 핀 월하향’의 격이 매우 높습니다.]
[사역할 수 없습니다.]
[‘세상 끝에  월하향’  굴레에 고삐를 연결합니다.]
[고삐의 주인을 소환사로 지정합니다.]

새로운 알림들이 재차 눈 앞에 떠올랐다.

“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새로운 알림이 떠오르자 한층 더 크게 비명을 내지르는 그녀.

쿵!

격렬하게 몸을 떨던 그녀가 결국, 앉아있던 옥좌에서 균형을 잃고 굴러 떨어졌다.

땅에 떨어져서도 꿈틀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속에 차올랐던 절망적인 감정들이 밀려드는 쾌감에 조금씩 덧씌워졌다.
그리고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질척한 악의.

“하, 하하…….”

핏물로 범벅이 된 입 사이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메마른 웃음이 흘러나왔다.

'더, 제발. 더, 더!'

마음속으로 그녀가 더욱 고통받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굴러 떨어져서 꿈틀거리는 그 순간에도그녀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던 계산기가 환하게 빛을 발했다.

"꺄아악! 아아아악! 아아악!"

계속해서 이어지던 그녀의 비명은 계산기가 빛이 나자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계산기의 빛에 대항하듯 불길한 핏빛이 그녀의  주변에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벌레 같은 새끼가아아아악!"

핏빛이 그녀 주변에서 요동치며 계산기의 빛을 감쌌고 그녀가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감히...감히 네까짓게 나를....!"

위협적으로 넘실거리는 핏빛 기운이 나를 향해 뻗어져 나오려는 순간.

계산기에서 빛이 폭발했다.

"아아아아아악!"

조금씩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가 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을 내뱉으며 땅에 쓰러졌다.

사아악!

나에게 뿜어져 오던 핏빛은 그녀가 쓰러지면서 앞 쪽에 땅으로 쏟아졌고.

콰아아아앙!

그 빛은 굉음과 함께 핏빛 꽃으로 가득 차 있던 내 앞 쪽의 땅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내며 소멸했다.

'미....친.....'

깊이를 전혀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사라진 땅.

저럼 정신 나간 광경을 만들어버릴 수 있는 힘이 나에게 향해졌다는 생각에 저절로 소름이 돋았다.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려 계속해서 빛이 터져 나오는 계산기와 그 빛에 대항하듯 꿈틀거리는 핏빛을 보니 온갖 생각이 나를 찾아왔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녀는 엄청난 고통을겪고 있는 듯.
 몸을 경련하며 땅을 헤집어 그 여파로 주변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표독스럽게한마디씩 말하는 그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겨우 이딴 것 때문에 다시 그런 꼴로 돌아갈  같아아아아악!!!!!!!!!!”

울부짖듯 외친 그녀가 이내 주문과도 같은 말들을 힘겹게 중얼거리기시작했다.

"ɣâǜф℥₯ʐʡقܒ......, ޢऴਇଦஶฦ........"

주문에 맞춰  격렬히 움직이는 핏빛.
그에 맞서 싸우는 계산기의 빛.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는 두 기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ŃƱġĢŒɱˤΤςϢϠдѠص٣ځᝢᝥឣឱ!"

그녀가 중얼거림을 끝내며 크게 소리치자 핏빛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째애애앵!

귓가에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땅과 하늘. 아니, 이 공간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 꼴을 겪게 될 바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전부 죽여줄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는 그녀.

세상은 더욱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손에 들린 계산기의 빛도  환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노예가  것 같아? 내 모든 걸었어! 다시는! 다시는 그런 꼴로 돌아가지 않아아아아악! 카학! 꺄하하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발광하는 계산기의 불빛. 불빛에 맞서던 핏빛이 터져나오고 사라져 이제는 숨쉬기조차 버거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
분명히  큰 고통이 그녀에게 찾아온  보였지만 고통에도 아랑곳 않고 미친 듯이 웃으며 말하는 괴물의 모습.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던 가운데 나와 그녀를 보며 눈치를 살피던 고블린이 결연하게 칼을 다시 쥐어 잡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고블린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친.....’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할  있을까.

그런 대담함과침착성을 갖춘 고블린이었으니 저 괴물이 눈여겨봤었을 것이리라.

어쩌면.... 고블린 부락에서 가장 강한 고블린은  고블린일지도 몰랐다.

만일 저 고블린이 괴물을 죽이고  진동이 멈추게 된다면 이곳에서의 최후의 승자는 저 고블린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알림이  앞에 떠올랐다.

[‘세상 끝에 핀 월하향’의 저항으로 인하여 새로운 계산 결과를도출합니다.]
[격렬한 저항에 폭주한 ‘굴레의 계산기’가 자신의 격을 희생합니다.]
[‘세상 끝에 핀 월하향’과 소환사의 굴레를 잇습니다.]

{‘굴레의 계산기’의 격의희생으로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소환사가 굴레의 앞에 위치합니다.]

마지막 알림을 끝으로 투명한 줄이 계산기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뿜어져 나오는 줄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가 정색하며 또다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ᎃᚖᚘᜂᜒᚴᛂᛦᝣᠦᢀᦣᦱᬓᬐṤṁᑠ!!"

그녀가 필사적으로 주문을 끝내며 핏빛이 다시 꿈틀거렸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계산기에서 뿜어져 나온 줄이 그녀의 핏빛을 유유히 통과했다.
그리고  줄이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녀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안 돼! 이런! 이런 말도 안되는! 이런 일이 가능할리가 없어!"

그녀가 발작하듯 주문을 외고, 손으로 떼어 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줄을 방해하려는 듯 했지만 그녀에게 닿았던 줄이 이번에는 내게로 뻗어져  닿자마자 천천히 그녀와 나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촤라라라라락!

 깜짝 할 사이에 그녀와 내 온 몸이 줄에 둘러쌓이자 그녀의 손안에 있던 굴레의 계산기가 폭발했다.

*

“꺄아아악!”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소리가 공기를 찢어버리며 울려 퍼졌다.

고통에 가득 차 울부짖는 그 비명소리는다시 정신을 잃어버린 나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강제로 떠져 버린 눈을 돌려 비명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내 옆에서 한 여자가 핏빛 단검을 손에 쥐고 칼날을 내 쪽으로 향한 채 몸을 미친듯이 떨고 있었다

"아으으윽! 이, 씨이바알...!"

고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떻게든 칼날을 내 몸에 닿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녀였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욕설을 내뱉으며 칼을 멀리 던져 버렸다.

“하, 하하....”

의미 모를 웃음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를 보며 무수한생각이 나를 감쌌지만 내 머릿속을 강렬하게 관통하는 한 생각.

‘분명 고문 때문에 몸이 정상이 아니었는데....?’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을 맨 정신으로 끊임없이 느껴야 했던 나였기에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아해하며 다시 한번 생각을 떠올려보니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하나씩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그래, 계산기가 뭔가를 하는 것 같았는데...... ’

생각을 다시 차분하게 집중하자 마지막 계산기가 폭발하던 부분까지 전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  썅년이!’

생각이 전부 정리되자 내 마음속에 있던 그녀를 향한 질척한 악의가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감정.

나는 내게 솟구치는 이 감정이 내가 느껴왔던 그 어느 감정보다 충실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내 몸 속에 차오르는 분노가 저절로 내 몸을 움직였고 아무렇지 않게 허탈한 웃음을흘리고 있는 그녀에게 한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러자내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그녀가 내 손이 닿자마자 웃음기를 완전히 지우고 나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 매서운 눈빛에 순간 움찔했다.

내가  한번도 경험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입에 담을 없을 만큼 참혹한 고문들을 영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시간동안 받은 내 정신이 내 몸에 깊게 각인된 공포와 고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젠장....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악의가 나를 뒤덮는 지금에도 아직까지 그 절망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새겨진 것이었다.

결국 내 손에서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나를 노려보고 있던 그녀의 입가에 비웃음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 고작 그 정도 밖에 안 되면서 내 몸에 손을 대?”

조롱이 가득 섞인 그녀의 말에 절망에 사그라들던 분노가 다시 거세게 타오르며 공포를 집어 삼켰다.

내 마음속에 새겨진 걸 다 지워내버리겠다는  악의가 거세게 몰아쳤다.

나는 조금씩 힘이 풀어지던 내 손에 힘을 강하게 주며 몸을 일으키며 그녀를 바닥으로 쓰러트리며  위에 올라탔다.

남은 내 한 손마저 그녀의 목으로 가져가 강하게 힘을 줄 때마저도 입가에 비웃음을 지우지 않던 그녀가 내게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다.

“정말 너가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고작 이런 짓거리로?”

그녀의 비웃음 섞인 그 말은 단순히 나를 조롱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결코, 무슨 짓을 해서도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말하는 듯한 그녀의 어조.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이 하늘에서 인간을 비웃는 듯한그녀의 그 태도가 내 마음을 다시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다.

그런 내 심정을 알아차렸다는 듯 나를 비웃는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손에 힘을 줄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뜻과는 다르게   힘을 다해서 죽일 기세로 그녀의 목을 졸랐지만 그녀는 여전히 싸늘한 비웃음을 지을 뿐.

내 손에는 분명 그녀의 감촉이 느껴졌지만 아무리 힘을 줘 봐도 그녀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런 씨발!”

결국 그녀의 그 눈빛과 웃음을 받을수록 내 마음의 초조함이 들기 시작했고 나는 손에 힘을 풀고 그녀의 위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아하하하하하!”

그녀는 일어나는 나를 보며 경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비웃었고 나는 그녀의 웃음을 애써 무시하며 내가 원하는 것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칼날이 땅속에 꽂혀 있는 핏빛 단검.

그 단검은 나를 유혹하듯 칼날을 빛내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혹에 응해 단검을 뽑아드려는 순간.

“너가  단검을 사용할 수 있을  같아?”

아직도 누워 있는 그녀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잇는 그녀.

“겨우 그 정도 정신력으로? 꿈 깨. 그냥 포기하는게 좋을걸?”

“닥쳐!”

다시 한번 더 나를 도발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거세게 단검을 뽑아들었고 단검이 검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릿속을 강타하는 수많은 집념들.

‘피, 피를 먹고 싶다.’

‘나에게 검붉은, 신선한, 맛있는 피를 먹여다오.’

‘그 달콤한, 황홀한, 아름다운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너의 앞에 어떤 것이라도 베어주겠다.’

끔찍하고 음울한 음성으로 속삭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

단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듣는 순간 나는 내 몸을 강하게 사로잡는 갈망을 느꼈다.

분노와 갈증에 휩싸여 나는 빠르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고 그녀를 향해 강하게 칼날을 내질렀다.

그러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어떠한 피도 볼  없었다.

칼날은 그녀의 피부 앞에서 무언가에 막혀서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피를  수 없음에 분노한 나는 수십 차례나 그녀를 향해 칼날을 내질렀지만 절대로 그녀의 무언가를 뚫을 수 없었고 나는 점점 피를 보고 싶다는 갈망이 심해져 갔다.

‘뜨겁게 흐르는 붉은 피는 어디 있는 거냐?’

‘왜 나에게 피를 먹여주지 않지?’

‘나를 사용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피를 내놓아라!’

‘설령,그것이 너 자신의 피일지라도!’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강하게 피를 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고 그녀를 찌르는  멈추고  손으로 칼을 가져갔다.

“하, 하하! 이렇게 자멸하는구나. 그래, 겨우 한낱 너 같은 벌레 따위에게 내가 발목을 잡힐 리가 없지. 다시 돌아가서 충격을 최소화할 방법이나 찾아봐야겠어.”

그녀가 뭐라 말하는  했지만 나에게는 이제  이상 그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홀린 듯 칼날을  손에 가져가 깊게 배어내자.

푸슛!

피가 솟구침과 함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크윽!”

“꺄악!”

두 곳에서.

칼날이 살을 베어내는 고통에 신음을 내었지만 나는 내 고통보다는 뒤이어 들려오는 비명에 정신이 들었다.

“말도... 안 돼....”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쳐다보는 그녀.

그녀의 왼손에는 나와 똑같이 칼에 베인 상처가 생겨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이런 상처마저 공유하는 거라고...?”

그녀가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그녀의 손을 쳐다보았고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어 당황하는  순간.

그녀가 빠르게 일어나 내 손에서 칼을 잡아 챘다.

“이런 멍청한 새끼가....!”

너무나 빠른 그녀의 움직임에 단검이 손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나도 모르게 칼을 내 목에 들이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상처에서 뿜어 나와 내 온 몸을 적시고 있는 내 피도.

“윽!”

벌써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피를 흘렸는지 강한 현기증이 나 신음을 흘렸다.

“읏! 내가 이딴 새끼 때문에 이런 꼴을 겪어야 한다니....!”

그녀도 나처럼 신음을 흘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피가 흐르는 내 손과 그녀의 손을 겹쳤고 순식간에 내 상처가 아물며 통증이 사라져 갔다.

“씨발!”

그리고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욕설을 내뱉는 그녀.

“아아아아악!”

하늘을 향해서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지른 그녀의 주위는 곧 폭발할 것만 같은 핏빛 기운들이 꽉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내리며 나를 찢어 죽여버리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인해 당황스러웠지만 그녀가 지금 보이는 태도, 그리고 아까 전 상황으로 인해 조금씩 무언가가 이해될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내가 너를 직접적으로 어떻게 하는건 힘들겠지. 너는 나랑 차원이 다른 무언가 같으니까. 그런데 지금 내 머릿속에 기가 막히는 생각이 하나 떠오르고 있단 말이야?”

“뭐?”

“이게 통한다면 꽤 재밌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되려나?”

그리고 나는  손을 들어 뺨 근처에 들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그만해!”

그녀의 발악하는 외침을 들으며 나는 확신했다.

“싫어. 이 씨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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