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13. 쾌락의 공유
"하!"
그녀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우고 비웃으며 내게 말했다.
"설마 지금 겨우 거기서 나온 것 가지고 지금 이렇게 나대는 거니?"
"왜? 나 같은 하찮은 벌레가 너 정도나 되는 존재의 마법을 이긴건데 좀 그러면 안 되나? 누구는 내가 그렇게 하는 걸 보고 경악하는 것 같던데?"
내가 그녀를 놀리듯 말하자 그녀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
"거기서 나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너 같은 벌레가 감히 내가 주는 기회를 걷어차버렸다는 것 뿐이야! 그곳에서 너가 가진 힘들? 내 도움 없이도 너가평생 다시 쓸 수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말대로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내 능력들은 지금 이곳에서는 꽉 막힌 것처럼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마 그곳에서의 몸과 지금의 몸은 완전히 다른 몸이기에 그런 것 같았다.
"나도 당연히 알고 있지. 그래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이제 뭘 어떻게 하려고?"
"아까 제대로 못 끝냈던 게 있잖아?"
내가 고문들을 다시 떠올리려고 하자 그녀가 비웃었다.
"멍청하긴. 그렇게 너가 겪은 경험들을 계속 나한테 보내봤자 겨우 그따위 것들 때문에 내가 뭐 달라질 것 같아?"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나는 그 이후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꺄아..으읏."
갑작스럽게 전해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려던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며 참아냈다.
저번처럼 땅에 주저앉지 않고 꼿꼿이 서 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천천히 내가 겪었던 고문들을 그녀에게 보냈다.
온몸이 난도질당하고 신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곳이 한 군데도 존재하지 못 했던 그 끔찍한 고문.
그 고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이 들어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만 아까 전의 영향인지 처음 그녀에게 이 감정을 보냈을때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확실히.. 아까보다 더 수월해진 건 같아.'
그녀가 보내버렸던 그곳에서 능력을 사용했던 기억이 내 안에 있는 '굴레의 계산기'의 사용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비록 그곳의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이상한 일들을 경험해볼 일이 전혀 없었던 내가 잠시뿐이나마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그것이 내게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긴 시간동안 받았던 고문의 기억을 전부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신음을 꾹 참는 듯 눈을 질끈 감고 피가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고 온 몸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직까지 떨고 있는 그녀를 봤을 때 분명 그녀에게 제대로 전부 전해졌을테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쓰러지지도, 신음을 내지도 않았다.
'와... 저 고문을 받으면서 저렇게 할 수가 있다고...?'
그녀에 대한 내 감정을 뒤로하고서 그녀가 지금 보여주는 인내심은 경이로웠다.
수월하게 경험을 전달하면서 분명 내가 느꼈던 고통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그녀에게 전해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참아낼 수 있다니...
약간은 질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가 힙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는 그녀.
"고작..... 이게 끝이야?"
그녀의 그러한 태도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정말 궁금해서 그녀에게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아무렇지도 않다고? 정말로?"
그녀가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서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그녀의 젖어있던 온 몸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고 남은 피를 혀로 한번 햝고 완전히 깨끗해진 처음의모습으로 돌아온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 내가 이 위치까지 편하게 올라온 줄 알아? 겨우 이까짓 고문 정도야 수백, 수천번도 더 겪을 수 있어."
"하지만 처음엔..."
"그때는 너무 오랜만에 겪는 고통이라 당황한데다 하찮은 너가 느끼는걸 그대로 겪었으니까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
그녀가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이게 끝?"
솔직하게, 나는 그녀의 말에 당황했다.
분명히 지금 내 가슴속에는 그녀를 향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녀를 향한 분노를 표현하고 복수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가 내게 했던 모든 고문들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모든 걸 되돌려 줬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했던, 혹은 원하는 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 끔찍한 고문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내는 그녀의 모습에 압도된 나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예의 그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내게 물었다.
"대답 안할거야? 이게 끝이냐니까?"
너무도 거만하게 묻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지만....
'뭐라고?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그녀가 내게 했던 일들.
끔찍한 고문을 내게 가한 것.
그 경험을 이미 그대로 그녀에게 전부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걸 전부 겪으면서 자신의 힘으로 버텨냈을 뿐.
'정말 이게 끝이라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차올랐던 분노가 조금씩 사라지며 미칠듯한 자괴감과 무력감이 나를 감싸기 시자했다.
"후.. 진짜 이게 끝인가보네? 그럼 이제 뭐할거야? 응? 어떻게 할 거냐고."
그녀는 물약을 다시 손에 쥐며 말했다.
"그럼 이제 내가 말해도 될까? 내가 줄 수 있는 건 아까랑 똑같아. 이걸 먹고 내 밑으로 들어와서 굴레를 끊을 건지, 아니면."
그렇게 말한 그녀가 손을 다시 한번 휘젓자 내 주변을 감싸는 벽이 생겼다.
"거기서 그냥 평생을 살면서 있을 건지. 너의 그 잘난 '기억'들을 보내면서 말이야. 어떻게 할래?"
그녀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 같았다.
"솔직히 그걸 다 받아주고 아까랑 똑같은 제안을 하는 내가 너무 자비로운 것 같지 않아?"
그녀의 말이 계속될수록 나는 무력감 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저 말에 따라야 한다고? 그럼 지금 상황에서 우리 가족들은?"
몰릴 대로 몰린 지금 상황에서의 최선의 선택은 그녀의 말에 따라야 하는 것이었지만 그녀를 만나기 전에 겪었던 일들에 대한 걱정이 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때.
그녀가 만든 내 주위를 둘러싸던 벽들이 허물어지기시작했다.
"...어?"
"이게 무슨!"
나와 그녀는 둘 다 당황했고 그녀는 핏빛 기운을 끌어올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저런 괴물 같은 여자의 마법을 파훼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곳에 있는 고블린과 같은 별거 아닌 존재는 아닐 것이기에 긴장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녀가 중얼거렸다.
"설마... 이것도 해를 끼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녀의 말은 누군가가 나타나는 것보다 더 놀라운 말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이것도 내게 해를 끼친다고 판단이 되어 벽이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내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무력감에 휩싸여 있던 내 마음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 굴레라는 거 정말 짜증나네?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냥 받들어 모시라고?"
그녀가 짜증내며 끌어올린 핏빛 기운을 땅을 향해 쏘았다.
쾅!
그러자 굉음과 함께 핏빛 기운이 쏘아진 곳에 아까와 같이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진짜아아악! 개 같네! 씨바아아알!"
격렬하게 욕설을 내뱉으며 화를 내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렇게 분노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단지 고문을 똑같이 겪게 한 것만으로 그녀가 내 것을 뺏기 위해 한 행동, 나에게 보인 경멸, 그리고....
끝까지 내게 사과하지 않고 자신이 위에 서 있다는 그녀의 오만함.
고문을 떠올리기 위해, 그리고 그녀에게 홀려서 잊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자 들끓던 분노는 차갑게 가라앉아 내 정신을 더 냉정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 나의 상황과 그녀를 위한 최고의 복수가 무엇인지격렬하게 화를 내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엿 먹어라! 개좆같은 신 새끼들!"
길길이 날뛰는 그녀가 분노에 차 내게 다시 소리쳤다.
"말해! 대체 뭘 해야 이 개같은 굴레를 끊을건지! 시간 끌지 말고!"
"아까도 말하지 않았어? 너를 갖을 수 있으면 끊겠다고."
"이...이... 버러지 같은 새끼! 개소리 좀 그만 해!"
"개소리일지 아닐지 한 번 두고 보자고."
나는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녀에게 어떤 경험을 보냈다.
"내가 너 같은 새끼랑 그렇게 되는 건 세계가 수천 번을 멸망해도 그럴 일은 없을... 하으읏!"
내게 분노를 거세게 토해내던 그녀가 교성을 내질렀다.
"너... 너.. 도대체 이게 무슨... 흐윽!"
그리고 이제는 고개를 숙이면서 다리를 살짝 오므렸다.
"어때? 꽤 괜찮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지금 그녀에게 보낸 경험들은 모두 그녀가 방금 전 나를 보냈던 그곳에서 겪은 일들이었다.
수많은 미녀와 섹스했던 그 쾌락을.
전부 그녀에게 보내고 있었다.
"흐으읏! 아으읏!"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갑작스럽게 찾아온 쾌락에 신음을 흘려댔다.
나는 천천히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며 격렬했던 정사의 기억을 차분히 하나씩 그녀에게 보냈다.
세번째 섹스 쯤 됬을 때.
신음을 흘리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이제 이걸로 바꿨나 보네? 그런데 어떡해? 이것도 아무 소용 없는 것 같은데?"
그녀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지만 고개를 쳐들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반응은 내가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또 지겹게 이딴 것들만 반복하면서....하아아아앙!"
격렬한 신음을 내뱉는 그녀.
신음을 내뱉은 뒤 잠시 헐떡이던 그녀가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체 무슨 짓을....?"
"역시 이것도 되는 건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고함을 지르는 그녀를 향해 다시 한번 똑같은 기억을 보내주었다.
"하으으으읏!"
다시 한번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
그녀를 향해 비밀을 말해 주었다.
"아까 벽을 없앤 게 내 능력이라는 걸 듣고 한번 해봤는데 잘 되네? 이번에도 덕분에 알 수 있었어. 내가 겪은 쾌감을 두배로 겪는 건 어떤 느낌이야?"
내가 겪은 경험들의 강도를 조정해서 보내주는 것.
처음에는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계산기가 내 자유를 억압하는 벽만으로도 내게 해가 된다고 판단하며 꽤 넓은 범위에서 내가 그녀의 우위에있다는 것과 그녀가 내 정신을 보내 놓았던 그곳에서 알 수 있었던 마법적 경험으로 이 방법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멋지게 성공한 것이었다.
그녀가 대답이 없자 나는 그대로 계속해서 그녀에게 내 쾌감의 배가 된 기억들을 보내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신음을 흘리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내 기억들을 받고만 있었다.
'와... 이것도 버티는 거야?'
이것마저 버티려 드는 그녀의 모습에 쾌감만 전해주다 순간 고문의 고통을 두 배로 해서 보내주었다.
"꺄으...윽..."
그러나 그녀는 이번에도 흘리려던 신음을 꾹 참아내었다.
"...와..."
그녀의 질릴 것만 같은정신력에 나도 감탄사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어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볼까?"
그러나 감탄은 그저 감탄일 뿐.
나도 여기서 그냥 끝낼 생각은 없었다.
다시 한번 쾌락을 기억해낸 나는 3배로 올려서 보내려 했다.
하지만 2배로 보냈을 때는 수월하게 보내지던 기억이 좀 더 정신력을 써야만 보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흐으으으읏!"
그녀가 이번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지만 단 한번의 신음 소리만 냈을 뿐.
계속해서 쾌락의 경험을 보냈지만 더 이상은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느낌을 바꾸어 그녀에게 보냈지만 그녀는 이번엔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하...."
철옹성 같은 정신력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느낌을 바꿔 이번엔 단번에 5배의 감각을 보내려 했다.
"윽!"
그러자 고약한 두통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녀에게 경험을 확실하게 보내는 순간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찾아왔지만.
그녀또한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앙!"
그녀가 지금까지 중 가장 긴 교성을 내뱉으며 드디어 자리에 주저앉은 것이다.
고개를 숙이면서도 꿋꿋하게 두 다리로 서있던 그녀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 앉았다.
그리고그녀에게서는 짧은 신음성이 연달아 들려왔다.
"하읏! 흐읏! 아읏!"
몸을 움찔거리며 신음을 내뱉는 그녀를 보며 이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리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몸을 움찔거리며 신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고통으로 바꿔서 보내보자 이번에는 두통과 함께 나에게도 그녀에게 보내려는 고통이 일부 느껴졌다.
"아아아아아악!"
신음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고통을 보냈다.
"꺄으으윽!"
그녀는 한 차례 크게 고통어린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크게 떨면서 조용히 그 고통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도 그녀의 입에서는 절대 내가 원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후...."
이렇게까지 해서 그녀가 버티는 이상 나도 위험을 감수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버티지 못하는 건 한번에 높은 배수를 뛰어 올랐을 때.
결국 그녀를 함락시키기 위해서는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배수를 채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결국 나는 쾌락의 기억을 살려 10배의 감각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5배에서 두통이 찾아왔었는데 이번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녀에게 보냈지만.
"허어어억!"
"아흐으으으으읏!"
그녀에게 강렬한 오르가즘이 찾아온 듯 주저 앉아 있던 그녀가 완전히 땅에 쓰러지며 신음을 냈지만 나 또한 신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도 그 쾌락의 일부가 순식간에 들이닥친 것이다.
아까 전에 일어서서 그녀를 관찰하던 나 또한 아랫도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척수를 관통하는 듯한 강렬한 쾌감은 순식간에 내 좆을 부풀게 만들었고 바로 사정할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내었다.
'이것도 버틴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