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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26. 내가 마법만 뛰어날 것 같아? (26/69)



〈 26화 〉26. 내가 마법만 뛰어날 것 같아?

“오! 알림에서도 작명이 성공했다고 뜨는데? 이렇게 알림까지 뜰 정도면 확실히 월하라고 불러도 괜찮은 거 아냐?”

”진짜……. 별게  뜨네.“

그녀는 애써 불만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좋아, 그럼 이제 월하라고 불러도 되는거지? 알림창 내용들이 전부 이름을 부여 받았다고 증명 해주는데."


“.... 그 알림창도 너무 믿지 않는  좋아.”


“지금 괜히 쑥스러워서 말 돌리려는 게 아니라?”

“멍청아! 그 ’목소리‘가 들리고 알림이 뜨기 시작한 건데 알림창을 곧이 곧대로 전부 믿고 있다가 뒤통수 맞으면 어떻게 할래?”

“너도 지금 이런 창들을 가지고 있는  아니었어?”

“뭐? 당연히 없지.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한거 아니야?”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너도 당연히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자신의 정보를 수치화해서 알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야.”


“잠깐, 그럼 이 시스템에서 ‘굴레의 계산기’마저도 소환이 될 정도인데 그럼 ‘목소리’는 이런 아이템들을 소환해서 나한테 줄 정도로 대단한 존재란 건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이야기하자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답했다.

“아마…. 아닐 거야. ‘목소리’는 지금 이 알림들 같은 창을 현실에서 띄울 수 있는거지, 너가 가지고 있는 힘은 훨씬 고위 신격의 힘을 허락받아서 사용하는 걸테니. '굴레의 계산기’ 같은 운명을 다룰 수 있는 물건은 왠만한 ‘신격’들마저도 따를 수밖에 없는 거대한 힘이라 그런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누군가에게 아무런 제약없이 줄 수 있는 존재는 엄청난 고위의 신격 뿐일거야.  ‘목소리’가 그런 존재였다면 전지에 가까울텐데 지금까지 행동들을 보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까."

그녀가 들려왔던 목소리를 한번 떠올리는 듯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목소리’를 들었을 때 죽일  있겠다는 생각을 절대 못 했겠지. ‘목소리’는 분명 신격을 가진 존재이긴 했지만 절대 이런 아이템까지 취급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야. 물론....... 이런 물건을 소환하는 너도 말이 안된다는 거고.”

“만일 ‘목소리’가 너가 생각한만큼 위대한 존재인데 우리를 농락하고 있을 뿐이라면?”

“그럼 정말 골치 아프고 힘들어지겠지?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거니까. 그런데 그럼 '목소리'를 죽이는 걸 포기할거야?”

“아니.”

“그럼 됐어. 지금은 우리가 할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야.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시작하면 끝이 없어. 너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 생각들은 잊어. 혹시 알아? 이런 걸 다 알면서도 즐기는 변태 같은 신이라면 우리가 노력하는걸 보고 귀엽다고 오래 살려둘지? 그런 놈이라면 방심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자고. 그리고.”


그녀가 나를 가르키며 말했다.

“너의  말도 안 되는 소환으로 그런 존재가 가지고 있는걸 전부 소환하면 내가 그런 존재와 같은 격이 될 수도 있는거니까. 지금 우리를 죽이지 않고 있는걸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자. 그런 존재가 아니라면 훨씬 쉬울테고.”

“왠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데…?”


“대단한 거 맞아. 운명을 다루는 물체라니. 나조차도 존재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한번도 없고 그런 걸 소환 가능하다고 생각조차 못 했으니까. 그래도 우쭐대지는 마. 만약 ‘목소리’가 시스템을 부여할 권리가 주어진 거라면 너가 언제 시스템을 박탈당해서 소환능력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그녀의 말에 돌아오기 전 했던 걱정이 다시 떠올랐다.

“뭐, 그래도 소환술은 꼭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가능은 해. 나도 소환술은 할  있고.  만약 편리하게 소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라지더라도 너가 소환하는데는 문제 없을거야. 하지만 그때의 소환이 지금과 똑같으리란 보장이 없어. 그러니 너가 다른 방법으로 소환이 가능한지, 그때도 너가 대단한 것들을 소환하는지 확인도 해봐야겠지. 절대 지금의 시스템의 편리함에 너무 의존해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안되는거야. 알겠어?”

“이제 그렇게 자세하게  걱정까지 해주는 거야? 맹세를 새로 받은 보답이 있는 걸?”


“....... 그래."

화를  거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 그녀는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에는 너 생각뿐이야……. 그러니까 너도 내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줘….”

갑자기 내 목을 끌어당겨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다시 한번 성욕이 차올랐다.


“젠장. 뭐야 이건. 다시 시작하자고?”

“아하하하~ 왜? 이 정도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표현할  있는 정도 아니야?”

“그래. 그런데... 솔직히 너가 하니까 파괴력이 장난 아니네.”


“정말? 고맙긴 한데 너무 그런 눈길로 쳐다보지는 말아줄래? 나 진짜 한계라서 정말 미쳐버릴 수도 있어. 이제 슬슬 빼주지 않을래?”


“후......”

완전히 달아올라었기에 정말 아쉬웠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하나는 더 받아냈으니까.’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는 그녀와의 관계에서 이득을 본 부분이 분명히 있었으므로 그거에 만족하고 있을  그녀가 표정을 굳히며 내게 말했다.


“으음.... 그리고 이제 여기서 빠져나갈  있을  같은데?”

“뭐?”


“점점 공간이 불안정해지는  느껴져. 씨발, 내 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는 힘이 회복되자마자 나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나 보네. 아무리 운명이라고 해도 놀아난  같아서 기분 진짜 더럽네.”

“그럼 지금 상황 파악도 어느정도 가능한건가?”


“아니..... 그건 이 공간에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무슨 상황이 닥칠 지 모르니 준비해둬야지.”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서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는 것만으로 몸에 묻어있는 격렬한 섹스의 흔적들을 말끔히 지웠고 순식간에 원래 그녀가 입고 있던 고풍스러운 드레스 차림이 되었다.

“나도 좀 깨끗하게 해주면 안 될까? 그냥 옷을 입기엔 좀 찝찝한데….”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눈을 찌푸리면서도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겨 주었다.

“큰 마법을 쓰느라 남은 마력이 별로 없어. 공간을 빠져나갈 때 마력도 써야 할테고. 방금 전 어느정도 회복했다고 해도 이 정도 마력의 소모라면 제대로 쉬면서 다시 회복해야 하니까 마법은 최대한  쓸거야."

“이 정도 마법도 문제가 되는 거야? 그 대단한 월하가?”

“읏…. 아무 때나 그렇게 부르지 마! 이 공간에서 나가게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최대한 조심해야 하는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가지라고 말한 거라고.”


“알겠어. 아 근데 여기 키스 마크는 안 지워주게?”

“그걸 내가 왜 지워?  것이라는 뜻인데?”

“아니. 이거 눈에 너무 띄는데….”

그녀가 강하게 남긴 키스 마크는 너무나 선명하게 그녀의 입술 모양이 빨갛게 남아 있었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부위에 위치해 있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훗, 아마 우리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안 지워질 거야.”

“......뭐? 언제까지? 야?! 야!!”

그녀는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주문을 외웠고 그에 맞춰 조금씩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둬.”


그녀의 말이 끝나자 동시에 우리에게 씌워지는 핏빛 보호막.

“아니! 잠…!”


이제는 확연하게 흔들리던 그녀의 침실이 한순간에 유리처럼 깨져 나갔고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한  눈을 감았다.



*


“뭐해?”


또다시 정신을 잃을 거란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번엔 정신을 잃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처음 그녀를 봤던 들판에 그녀와 함께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월하가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내 말 하나도 안 듣지? 응? 내가 마음의 준비 하라고 했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눈을 쳐 감고 있어?”

“공간이 깨져 나가길래 정신을 잃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니가 약해서 그런 거잖아! 정신 똑바로 차려. 우리가 한 일들이나 해야 할 일들은 ‘신격’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야. 그런 존재들이 어떤 일을   있는지 겪어 봤으면서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자각이 없어?”

화내면서 경고를 하는 그녀의 말을 듣자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고 아까 전 그녀와 섹스를 하면서 풀어졌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그래. 내가 너무 안일했네. 뭔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데  다음에 너랑 하고나니까 마음이 너무 풀어졌어. 그럼 제대로 마법은 적용된거고 조부모님은 살아 계신건가?”

그녀가  말을 듣는 중간에 살짝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 같았지만 순식간에 그 표정을 지우고 내게 답했다.

“그래. 마법은 성공했어. 방금 우리가 있었던 곳은 시공간의 틈새인 것 같으니까 조부모님들도 지금은 살아 계실거야. 분명  전에는 너가 나갔을 때가 되어서야 시간의 거의 다 됐었지? 지금은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이니까 문제 없을 거야.”

“아! 다행…. 잠깐. 그래도 이상해. 너랑 하는게 아무리 좋았어도 왜 그 중요한 생각을 안에선 할 수가 없었지?”

“.... 약 때문에.”


“뭐?”


“멈춰있는 시공간인걸 눈치채서 너를 좀 더 흥분시키려고 사용한 거야.  힘을 회복시켜야 하기도 했고. 너가  상황에서 바로 아무 걱정 없이 나랑 하기엔 어려웠을테니까.”

“아! 혹시  시가?”


“.... 그래.”

“글쎄? 월하가 그렇게 유혹하는데 약 없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같은데?”

“..... 씨발. 그 이름 같은거 함부로 부르지 좀 마.”

아까 전 그녀에게 당했던  그대로 돌려줬더니 그녀는  생각보다도 더 반응이 재밌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음을 흘리자 그녀의 귀가 조금 빨개졌지만.

“그래서! 그럼. 고블린들을 다 죽이면 되는  맞지?”

그녀는 얼른 대화주제를 돌리려는  내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그녀를 더 놀리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기에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대로 전부 다 죽여봐야 저번이랑 똑같은 상황이 될 텐데? 그에 대해 대비는 하고 가야 하지 않겠어?”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천천히 생각에 빠졌다.

'목소리’가 타이머를 준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있으면서 시간이 다 되자마자 바로 전부 죽여버린다고? 그럼 유예도 하지 말고 그냥 바로 죽였으면 됐을 텐데. 그런 시스템까지 갖춰놓고 타이머를 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혹시 여기서도 타이머를 볼 수가 있나?'

[20:36:24]

“오!”


“뭐야? 좋은 생각 떠오른 게 있어?”

그녀에게 내 생각과 눈앞에 떠오른 타이머를 말해주자 내 말을 듣던 그녀가 말했다.

“그래. 충분히 일리가 있어. 시간을 표시한 의미가 있을 거야. 혹시 타이머에 뭔가 표시 된 건 없어?”

“그런 건 따로 안 보이는 것 같은데.”


“흐음…. 아! 혹시 너희 누…. 아니 조부모님이 말씀해주신 거 기억  나?”


“조부모님이? 뭘?”

“으음….”

“뭐야. 내가 기억을 잃어버린건가? 근데 난  기억하고 있는  같은데?”

“아니야. 그 때, 다른 걸 구경하느라 제대로  들어서 혹시 너가 기억하고 있는 다른 게 있나 해서.”

“음…. 딱히 말씀해주신  없는  같은데?”

“그렇다면 전에는 내가 고블릿들을 전부 죽여서 네가 포인트 사용을    수도 있으니까 이번엔 마지막으로 죽이는 건 너가 직접 해보자.”


무심코 손가락을 튕기려던 그녀가 잠시 멈추고 나를 보며 물었다.

“잠깐. 그리고 분명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목소리‘가 공격해 왔다고 했지?”

“맞아. 근데 공격이 무언가에 막혀서 당황한 듯 했어.”


“그 다음에 어떻게 했는지는 못 봤고?”


“당황하는 걸 보자마자 정신을 잃어서….”


“흠…. 마법을 쓰는걸 눈치챈 데다 공격까지 했다면 한번 막혔다고 물러나진 않았을  같긴 한데……. 내 마력을 탐지했을 수도……. 당황하는 것까지 들은 순간 정신을 잃었다고?”

“맞아.”


“내가 그 상황을 보지를 못해서 확신할 수는 없는데 아무래도  마법은 아무래도 지금 너희 세계의 마법이랑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데다 특색이 강해. 혹시 모르니까 더 주의할 필요는 있겠어.”

“그럼 지금 마법을 못 쓰는 거야? 어떻게 고블린들을 죽이려고?”


“이 안은 아마 ’목소리‘의 관리하에 있는 게 아니라서 마법을 써도 괜찮을  같긴 하지만 마력도 아껴야 하고. 모든 게 확실하지 않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게 낫겠어.”

“뭐? 그럼 어떻게 처리할 건데?”

그녀는 나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더니 팔을 뻗어 공간에 손을 집어넣었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는 아름다운 핏빛의 레이피어가 쥐어져 있었다.

“너는 내가 마법만 뛰어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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