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9. 나랑. 아기 만들기. 할거야? (29/69)



〈 29화 〉29. 나랑. 아기 만들기. 할거야?

처음 고블린을 사역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알림창에 당황했지만 눈 앞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곧바로  옆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야!!!!! 미쳤어?”


월하가 옆에서 나를 노려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뭐? 사역? 이게 사역이야? 너가 죽어가면서 하는  사역이냐고! 무슨 저런 벌레 한 마리 사역하는데 너랑 내 생명을 걸어?!!”

“잠깐만.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러면서 뭐? 오지 말라고 나한테 소리를 쳐? 그렇게 저런 벌레가 좋니? 응? 우리 둘의 목숨까지 걸 정도로 저런 걸 얻고 싶었어? 저런 게 취향이야?”


그녀는 자기가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내 말  들어봐!”

“아으으…. 아파…. 진짜 살살 때리고 있는데 뭐 이렇게 아파해!”


“미안! 내가 노력할테니까 제발 내 말 한 번만 들어줘!”

“후……. 뭔데 이번엔 대체.”


그녀에게 천천히 사역하면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을 해주자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녀는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야! 운명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됐는데 또 운명을 가지고 장난을 쳐? 진짜 뭐가 어떻게 된 거니? 겁대가리를 상실했어? 어떻게 그딴 짓을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해! 너, 내가 근처에 없었으면 우리 둘 다 생명력을 잃었을거라고. 고작 사역하는 거 때문에!"

월하가 내 멱살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생명력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 근원이야! 근원! 근원을 강제로 뜯긴다는 것도 심각한 일인데 그걸 잃을 뻔까지 했다고! 고작 저따위 벌레 하나 때문에!”

격렬히 분노를 토하는 그녀를 보며 힐긋 앞을 바라보니 안절부절못하는 고블린이 눈에 들어왔다.


아, 로열 고블린이던가.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해야 했지만, 그녀는 내게 더 이상 말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너. 그리고 이제 너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내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르게 파악해서 망정이지 얼마나 심각했는데! 몸으로 마력을 전달해주자니, 손을 통해서 마법이 진행되고 있어서 몸으로 마력을 흐르게 해싸가 그런 강력한 마법이 꼬이게 되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마력을 안으로 전달해주자니 마법을 내가 지금 쓰지를 못하고.  때문에 넌 내부에  마력을 고스란히 받게 된 거야. 알아?”

“그럼 무슨 문제라도 있어?”


“당연하지! 너 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같은 초월자의 마력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받아서 사용했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 게다가 내 마력은 마족의 마력이라서 기본적으로 악의 기운이 들어가 있다고……. ”


그녀가 잊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이제야 떠올린 듯 크게 놀라며 쥐었던 손을 풀어  가슴에 빠르게 그녀의 손을 가져다 대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스킨쉽에 당황했지만, 그녀의 심각한 말투와 표정을 보고 나도 절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 어라?”

“그렇게나 심각한 문제야?”


“아니…. 왜 아무렇지도 않지?”

“.....뭐?”


“잠깐 잠깐. 다시 볼게……. 이상하다. 진짜 왜 아무렇지도 않지?”

그녀가 크게 당황하며 손으로  몸 이곳저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가슴, 배, 머리, 등, 심지어 내 성기까지.
전부 만지고 난 뒤 손을 뗀 그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말도 안 돼!”

“대체  그러는 거야?”


“그렇게 많은 마력을 직접적으로 받았으니  마력이 아니면 다른 기운을 받을 수 없는 권속과도 같은 상태가 되야 할텐데?  아니, 몸에 신성력이 있는데도 문제가 없단 말이야? 이게 단지 굴레의 앞에 있다고 가능한 일이라고?”


“이것도 운명 때문인 거야? 그리고 신성력 이야기는 대체 무슨 말이야? 내가 신성력도 가지고 있었어?”

“아…. 신성력은…. ‘목소리’의 공격을 방어할 때 아주 작게 생긴 것 같아. 신성력은 신경 쓰지 마. 굴레의 앞에 존재하기 때문에 내 마력조차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럼 운명 덕분에 네 마력을 사용한다 해도 걱정 안해도 된다는 거지? 사역할 일이 생기면 이제 똑같이 하면 되는 거 아냐?”


“괜찮은…. 괜찮은 게……. 야!!!!!!!!!!! 뭘 똑같이 한다는 거야! 다시는  도와줄 거야 절대로!”


당황하던 그녀는 이내 내 말의 의미를 깨달은 듯 나에게 소리쳤다.


“그래도 이렇게 사역 하는게 문제가 없는거라면 사역할 때 너한테 마력만 제대로 받으면 되는 거 아니야?"

“생명력이 사라질 뻔한 상황에 다시 하겠다는 말이 나와? 내가 다시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다음번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나를 위해서 목숨 거는 것도 아니라 저런 벌레 같은 애들 때문에 그러는걸 내가 허락해 줄 것 같아?”


분노하며 내 사역마를 가리키는 그녀의 손길을 따라가보니 우리의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려 있는 고블린….
아니, 로열 고블린이 눈에 들어왔고 이제야 월하에게 아까 전 말해주지 못했던 사실을 말해줄  있었다.

“아,  사역마. 로열 고블린이래.”

".....뭐?"

그녀가 들어선 안 될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그…. 종족이 하이 고블린이었는데  마력이 들어가면서 로열 고블린으로 바뀌었다는데?”

내 말을 듣고 믿을  없다는 듯 나를 한참을 바라보던 월하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고블린으로 눈을 돌렸다.

“....말도  돼.”

“끼에엑!(주인님!)”

사역마에게로 눈길을 주자 나를 향해 사역마가 소리쳤다.
이전에 다른 고블린을 사역했을때와 마찬가지로 이제 고블린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듯 했다.

‘그런데 전에 사역했을때는 신처럼 대하던 분위기였는데 좀 달라졌네?’


“(주인님…. 주인님 아내님이 화내시는 게 너무 무서워요….)”

“누가 누구 아내야!!!!!!!”

“끼에에엑!”

“어? 너도 얘 말을 이해할 수 있어?”

“그래. 내 마력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너랑 운명이 엮여서인지 이제 대체 뭐 때문인지 점점 혼란스러운데, 말이 이해가 되네. 그나저나 다시 말해봐. 누가 누구 아내라고?”

“(그, 그치만 그렇게 길게 입맞춤하는 건 교미하는 부부 사이만 하는…….)”

“아니야! 그런 거 한다고 다 부부 사이는 아니라고. 무엇보다 그런 게 아니라 살려주려고  거였어! 의료행위였다고! 야! 너는  웃지 마!”


“크..크흠! 어쨌든 확실히 아까랑 좀 달라지긴 했지?”

“확실히…. 아까도 차이가 있는 게 보였지만 지금은 다른 벌레들이랑 너무 큰 차이가 나기 시작했어. 그런데 처음부터 하이 고블린이었다고?”

“맞아. 그런데 앞에 ‘변질된’이 붙어 있었어. 그리고 지금도 그대로 붙어 있고.”


“변질된? 좀 더 자세하게.”

“본인의 힘으로 인해 본질이 변질된 상태라고 뜨는데?”

“그래서 내가 눈으로 봐서는 정확히 파악이 안  거였구나. 자신이 직접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었으니. 그런데 하이 고블린이 왜 저런 고블린들 사이에?”

“그건 이제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혹시 너에 대한 거 전부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저…. 저는….)




*





고블린.... 아니 로열 고블린에게서 듣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은 고블린 족장의 첫째 자식이라고 설명을 시작한 사역마.
하지만 다른 동생들과는 다르게 엄마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족장이 자기만 구해서 다른 고블린 마을에서 도망쳐 온 후에 새로 부족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한다.


엄마가 누구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의식이 있을 때부터 족장이 눈앞에 있었고 족장이 아버지라고 부르라 하였기에 새로 부족을 만든 족장의 밑에서 전사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만 듣기엔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은데…….“

”혹시 다른 동생들은 안 하는데 너만 하는 특별한  있어?“

잠시 생각하던 사역마는 뭔가 생각난 게 있는 듯 탄성을 내뱉으며 말을 했다.

팔다리가 좀 더 길어지고 힘이 많이 세져갈 때.
족장과 함께 있는 사제가 자신이 병에 걸린 거라며  수 없는 동물의 피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끌고 들어가서 사제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주고는 직접 지팡이에 머리를 많이 부딪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팡이로 머리를 치는걸 반복하자 조금씩 다른 고블린들과 모습이 비슷해졌고 요즘도 계속해서 그 일을 한다고 말했다.


”족장이랑 사제가 무언가를 한 건 확실한 것 같네. 걔네만 죽여버리면 변질된 것도 풀리는 거 아냐?“

”혹시 또 다른 특이한  없어?“

사역마가 많이 주저하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요즘 아빠가 저를 보는 눈빛이 점점 다른 엄마들을   눈이랑 비슷해져서…….  많이 불편하고 힘들었어요.)“

”미친. 씨발, 확실해졌네.“


”벌레들  죽이면 해결되는 거 아니야?“

”혹시 다른 고블린들을 죽이라고 하면 죽일 수 있어?“


”(네. 아까 있었던 애들도 아빠가  감시하라고 보냈다가 제가 두들겨 패서 고친 애들이에요. 저를 좋아하는 고블린은 저희 부락에 없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님은 제 주인님인걸요! 주인님이 시키시는건 뭐든   있어요!)


“어, 어…. 고마워….”


“너 진짜 재한테 ‘뭐든’ 시키게?”


“아니! 그건 대체 무슨 소리야.”

“흐음…. 뭐 좋아. 일단 벌레들이나 박멸하러 가보자고.”

나를 보며 눈을 빛내고 있는 사역마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가 좀 빠르게 이동할 건데 잘 따라올 수 있지?”

“(네! 근데 주인님의 아ᄂ…. 아, 아니.... 뭐….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음…. 그러니까…….”

“월하님이라고 불러.”


“뭐?”


“뭐! 왜! 내 이름이니까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게 당연한 거지!”

“... 그럼 나는?”

“너는 님이 안 붙으니까! 그리고 내가 언제 부르지 말랬어? 아무 때나 막 부르지 말라고 한 거지!”

“(저…. 저 따위가 감히 이름으로 불러드려도 괜찮을까요…?)


”...상관없어. 여기서 나는 지배자도 아니고 황제도 아닌 월…. 하….  뿐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월하님!)“

”...씨발.  따라와.“


익숙치 않은  얼굴이 조금씩 붉어지던 월하는 그런 모습을 숨기듯 빠르게 사라졌고.

”(네! 월하님! 주인님 저도 가면 되나요?)“


”아, 응.“


내 사역마도 월하의 뒤를 쫓아 달려나갔다.

‘.... 내가 여기서 제일 느린 거 맞지?’

나는 허겁지겁 그들의 뒤를 죽어라 뛰어서 쫓아갔다.




*




고블린 부락이  앞에 보일 때  월하와 내 사역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너무 느린 거 아냐?“

”너희들이 너무 빠른거라고 생각은 안 하냐? 나도 꽤 빨리 달려온 건데?“


나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내가 아는 내 달리기 실력보다 훨씬 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어서 조금은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기에 월하의 질책에 억울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래. 당연히 조금은 빨라졌겠지.“

”아니! 진짜야!“


그녀는 소리치는 내 말을 무시하고 레이피어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을 본 내 사역마가 어느새 옆에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주인님.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강하시고 위험한 분이랑 알게 되신 건가요? 주인님은 제가 지켜 드려야 될  같은데…….)“


”어…. 맞는 말인데…. 이야기가 좀 길어.“


사역마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가슴이 아파져  때.


월하가 레이피어를 찔렀다.

 순간 터져 나오는 비명들.

”끼에에엑!“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끔찍한 비명에 살짝 오한까지 들었다.


칼을 크게 털어낸 월하는 우리 쪽으로 다가와 사역마에게 단검을 쥐어주며 말했다.

”사지가 전부 찢겨져 있을 테니 너가 원하는 만큼 갖고 놀다가 죽여.“

”(네! 죽이면 되나요? 주인님?)“

”어, 맞아. 다 죽이고 와.“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사역마는 부락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제 사역 됐으니까 너가 직접 안 죽여도 괜찮은 거 맞지?“

”아마도 그럴 거야.“

”흠. 사역이 되어서 그런가? 마지막 명령 확인은 너한테 받네?“

”왜? 기분 나빠?“


”아니? 사역마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알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변질된)로열 고블린’(사역마)가 고블린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변질된)로열 고블린’(사역마)가 고블린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변질된)로열 고블린’(사역마)가 고블린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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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로열 고블린’(사역마)가 고블린 사제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변질된)로열 고블린’(사역마)가 고블린 족장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변질된)로열 고블린’(사역마)가 특성 ‘반골의 상’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특성이 ‘고결한 충성’으로 변화합니다!]
[‘(변질된)로열 고블린’(사역마)가 변질된 원인을 제거했습니다. 변질이 제거됩니다!]

순간 눈앞에서 하얀빛이 터지더니 눈앞에 옅은 초록빛의 드레스를 입은 귀가 긴 아름다운 소녀가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소녀는 나에게.


"주인. 이제. 나랑. 아기 만들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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