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32. 소환 (32/69)



〈 32화 〉32. 소환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내뱉은 내게 월하가 묻자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그녀에게 답했다.

"사역마 정보를 확인하니까 '격'의 차이 때문에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알림이…."


"뭐? 정말? 하하하하하! 잠깐 그렇다는 건 넌 고블린이랑도 격의 차이가 난다는  아냐?"


"고블린이라니! 내 사역마는 고블린이 아냐! 로열 고블린이라고…."


"그래. 로열 고블린보다 얼마나 격이 떨어지면 주인이 돼서 이름 확인도 못하는 거야? 우리 로열 고블린 불쌍해서 어떻게 해? 주인이 자기보다 '격'이 떨어져서 이름조차 확인을 못 해주네~?

"…."

"아하하하하하!"

나를 실컷 비웃어대는 월하를 향해 나는 지금 어이없는 이 상황에 너무 빡쳐서 제대로 대답조차  수 없었다.

'내 사역마를 확인하는데 '격'의 차이가 있다는  말이 되나? 아니 그리고 로열이든 뭐가 붙어있건 간에 종족이 고블린인데? 그럼 내가 고블린보다도 격이 떨어진다는  아니야?'

"(그럼….  이름은 알려주실 수 없으신 건가요…?)"

어이없는 이 상황에 화가 점점 차오르고 있을  이야기를 들은 소녀가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던 눈이 다시  기대를 포기하는 눈으로 바뀌려는 어린 저 아이가 지금까지 받았을 설움들에 대해서 제대로 위로해  수 있는 걸음조차 내디딜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미안해…. 내가 많이 부족해서 지금 바로 알려주는  힘들 것 같아…."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원래 한 번도 들어보질 못해서 이름 같은 건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냥 주인님이랑 월하님이 편하실 대로 고블린이라고 불러주셔도 괜찮아요.)"


실망을 억지로 집어삼키려는 소녀를 웃음을 멈추고 바라보던 월하가 툭 던지듯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냥 너가 이름 하나 지어주지그래?"

"뭐?"

"(네?)"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 월하가 말을 이었다.


"어차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면 그게 이름이라고 할 수 있나? 어차피 이제 우리랑 같이 다니게 될 텐데 주인이 사역마가 만족할만한 좋은 이름을 하나 지어주면 되는 거 아냐?"


"(하, 하지만 이름을 지어주신다는 건 되게 중요한 일이 아닌가요? 저 같은 고블린 따위가 주인님한테 이름을 받는 건….)"

"괜찮아. 나도 재한테 받았는데."


"(워,월하님도요? 월하님이 주인님 이름을 지어주신  아니라요?)"

"그럴 것 같지? 그런데 나도 어쩌다 보니 이름을 재한테 받게 됐네? 그러니까 너가 재한테 받는다고 해도 딱히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그래도…. 월하님께 이름을 주신 주인님께 저 같은 고블린이 어떻게 감히….)"

"괜찮아. 처음으로 자기가 원해서 거둔 앤데 그 정도는 해야지. 안 그래?"


월하가 묘하게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잠깐만. 이름을 지어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아는 것도 많지 않은데 내가 지어주라고? 그렇게 이름을 짓는데 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역시…. 그렇죠…. 괜찮아요. 주인님. 저는 그냥 고블린이라고 불러주셔도 돼요.)"


혹시나 하는 기대에 차 있다가 내 대답에 다시  시무룩해지는 소녀를 보며 월하가 외쳤다.

"너. 진짜 너가 처음 받아들인 애한테 그 정도도 못 해줘?"


소녀와 월하의 태도에 나는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후- 좋아. 알겠어. 근데 내가 지어주는 이름이 이상해도 놀리거나 하지 마라?"

"(저, 정말요? 저는 주인님이 지어주시는 이름이라면 뭐든지  좋아요!)"


"들었지? 별로 신경 안 쓸 테니까 어서 말해봐."


나는 저 귀여운 소녀와 맞는 이름이 뭐가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머릿속을 강타하는 이름이 떠올라 말했다.


"고은."

"고은?"


"그래. 괜찮지 않아? 아름답다는 의미도 있고."


"나쁘지 않은데?"


월하의 허락을 받고 소녀 쪽을 쳐다보니.


"고….은…."

천천히 내가 말해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이름….좋아…."

나를 보며 피어난 꽃처럼 활짝 웃으며 말하는 소녀를 보니 아까 느꼈던 참담한 심정이 그 행복한 미소를 보며 따뜻한 감정으로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역마 '로열 고블린'의 이름이 '고은'으로 명명되었습니다.]
['격'의 차이가 있으나 특수한 관계로 인하여 작명이 성립됩니다.]
[사역마가 이름을 부여받았습니다.]

알림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자 잠시 잊었던 것이 다시 떠올랐다.

"아!"


서둘러 정보를 확인하자 사역마 쪽에 고은의 이름이 적용된 것을 제외하고는 정보가 똑같이 표시되었다.


「정다운/소환사 16
위 대상은 자세한 능력치를 미싱 링크로 인해 확인할 수 없습니다.
보유 스킬: 소환(아이템 소환2, 랜덤 소환, 소환수 소환)
보유 소환수: 1??? ?!??!(에러)
보유 사역마: 1 (고은)」

능력치를 미싱 링크로 인하여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이 문구를 보며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왜? 저번처럼 알림에서 작명이 성공했다고 안 떠?"


"아니. 이름은 제대로 됐는데…. 다른 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어떤?"

"'능력치를 미싱 링크로 인해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문구가 나오는데 이유가 있을까?"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굳어진 월하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아마 우리가 겪은 일들 때문에 그럴 거야."


"아…. 그래서 확인이  되는 거라고? 그래도 뭔가 이상한데…."

"그게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있어?"


"음…. 그럼 그것 때문이겠네."

"그것보다 새로 바뀐 것들이나 알림들을 제대로 확인해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니까."

그녀의 말에 어딘가 남은 찝찝함을 안쪽에 묻고 제대로 살필 수 없었던 알림들을 먼저 하나씩 확인했다.

[레벨이 14 올랐습니다.]
[추가 스킬이 해방됩니다.]
[스킬이 강화 되었습니다.]
[자격을 증명하였습니다.]
[‘정다운’에게 자격이 부여 됩니다.]
[던전 성과 계산 완료.]
[혼자서 모든 적대적 개체를 처치했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혼자서 모든 적대적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최초로 자격을 증명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포인트 500과 능력에 알맞게 아이템 소환권 1/1 장, 랜덤 소환권 1장, 소환수 소환권 1장이 지급됩니다.]
[이곳에서 나가시겠습니까? Y/N]

이전 알림보다 많이 달라진 알림을 보고 나는 확연히 늘어난 포인트와 소환권들에 주목했다.
포인트는 전보다 두  이상 지급되었고 소환권들도 늘어난 스킬 덕분인지 다채롭게 지급이 된 상황이었다.
다른 알림들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아이템 소환권에 1/1이라는 숫자가 가장 신경 쓰였다.

'아이템 소환도 아이템 소환 2로 바뀌어 있었지. 그것 때문인 건가?'


확인을 위해 스킬창을 확인하니 내용이 처음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아이템 소환2: 아이템을 소환합니다/단일 종류의 아이템만 소환합니다.] - 무료 소환 1회/단일 종류 아이템 무료 소환 1회
[랜덤 소환: 랜덤으로 소환합니다.] - 무료 소환 1회
[소환수 소환: 소환수를 소환합니다.] - 무료 소환 1회

월하가 소환되었던 소환수 소환이 정식 스킬로 추가되어 있었고 아이템 소환에도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보상으로 받은 소환권들까지 확인하자 스킬들 옆에 작게 플러스 표시가 생겨 확인하자.


[위 스킬들은 포인트를 사용한 강화가 불가능합니다.]


'..... 나는 다 안 되는  아니야?'

또다시 안된다는 내용의 알림이 올라왔다.
허탈함에 다른 것들을 확인하고 달라진 것이 없는 걸 살펴본 나는 마지막으로 타이머를 확인해 보았다.


[19:28:48]


처음 돌아와서 시간을 확인했을 때보다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고 타이머의 옆에도 표시된 플러스 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표시를 확인하자 떠오르는 알림.

[포인트를 사용해서 시간을 추가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안된다는 내용이 뜰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알림에 나는 곧바로 월하를 불렀다.

"포인트로 시간을 추가할  있다고 알림이 뜨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음….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포인트를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지는 확인했어?"


"스킬들에도 표시가  있었는데 나는 안된다고 나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포인트로 강화가 가능할 수 도 있어."

"....난감하네. 우리처럼 시간을 늘릴  있다는 걸 확인한다고 해도 시간을 늘리기보단 자신의 능력을 강화할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강해지지 않는 이상 주어진 시간이 끝났을 때 멸망을 막는 건 웬만한 능력으로는 힘들 테고.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 너무 어렵게 만들어 놓았는걸?"


그녀의 말을 듣자 다시 한번 이 시스템의 악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나라도 시간을 늘려 놓는 게 낫지 않을까? 아까 알림에서도 최초와 관련된 알림이   보면 시간을 늘리는 것도 뭔가 달라지는  있을지도 몰라."

그녀가  말을 듣고 고민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저번처럼 시간이 부족하지 않아서인지 이 공간이 계속 유지되고 있으니까 안에서 할 수 있는 소환은 다 해보고 그에 맞춰서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아이템 소환부터?"


"그래."


그녀의 말을 듣고 아이템 소환을 선택하자 눈앞에 찬란한 빛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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