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3. 소환(2) (33/69)



〈 33화 〉33. 소환(2)

이미 몇 차례 경험했지만땅과 하늘을 뒤덮으며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는 수많은 아이템들을 보며 월하와 나는 다시 한번 탄성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와아...)"

고은이는 처음 본 아이템 소환의 화려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를  한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환상적으로 등장한 아이템들이 합쳐져 익숙한 룰렛이 되었다.

차르르르르!

힘차게 돌아간 룰렛은 어느새 한 지점에 멈춰섰고 이내 청명한 빛이 앞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SSS급 'अवलोकितेश्वर'의 첫 염주가 소환되었습니다.]

더 없이 맑고 환한 빛이 터져나오며 매우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라는 알림이 떠올랐지만 빛이 사라진   앞에는 낡고 볼품없는 염주가 떠 있었다.

염주를 손으로 쥔  정보를 확인하자 나에게 항상 들려오는 똑같은 알림이 떠올랐고 결국 나는 이번에도 염주를 손에  채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건  뭔데…."

"말도 안 돼."

작게 읊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월하가 믿을  없다는 듯 염주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분명 거대한 신격이 신격을 갖추기 전까지 사용하던 물건 일거야. 신격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이렇게 깨끗한 기운이라니…."

"...대단한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너가 나한테 주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물건이라고! 두 단계..? 아니 으음….  단계인가? 그 정도나 격의 차이가 날 정도의 물건이라니까?  진짜 어떻게 이런 물건들을 소환할 수 있는 건데?"

흥분하며 말하는 월하였기에 나는 물건을 보고 실망한 내 기분을 지울 수 있었다.

"오. 그렇게 좋은거라면 너가 사용하면 되겠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되묻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 이건…. 나랑 맞을 거야. 절대적인 선도 악도 아닌…. 으음…. 더 없이 깨끗한 기운? 굳이 따지면 선에 가까운…. 내 차원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기운이라서 쉽게 말해주기가 어렵네. 아! 선이 흰색 공. 악이 검은색 공이라면. 저 기운은 깨끗하게 완전히  비어 있는 공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그래서 저 기운을 내가 사용하기는 좀 어려워. 사용할 수 있으면 정말 좋았을  같은데 아쉽다. 정말…….“

정말 너무나 아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대단한 아이템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그럼 이건 어떻게 쓰는건데?"

"이 정도 물건이라면 몸에 착용하고 있기만 해도 격을 상승 시켜줄거야. 만약 저 기운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기운을 활용해서 엄청나게 많은걸 할 수 있겠지."

"그럼 나랑 고은이가 쓸 수 있다는 거네?"

"기운을 사용할 수는 없더라도 차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

나는 격을 올려준다는 말에 활짝 웃으며 들고 있던 염주를 팔목에 차려고 하자 손에 들고 있던 염주의 알들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합쳐지며 알이   개 밖에 남지 않았다.

".....뭐지 이건?"

"너는 못 차는 것 같은데?"

"아니. 아이템 마저도 이제 격이 낮다고 사람 차별하는거야?"

이제 착용조차 할 수  없는 아이템을 보며 뭐가 있을 때마다 아무것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분통을 터트렸고 그런 나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월하가 말했다.

"아냐. 이건 격이 낮아서 못 했다기보단….으응…. 뭔가 저 기운이 너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달까?"

"하…. 내가 안된다면 고은이 채워줘도 괜찮겠지. 고은아!"

"(네, 네?)"

"여기로 잠깐 와줄래?"

"(네!")

고은이가 내 쪽으로 도도도 달려오더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하나의 알로 합쳐졌던 염주는 어느새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 있었다.

"...진짜 신기하네."

"고은이는 찰 수 있는 거 아냐?"

"이럴수록 고은이랑 내 격의 차이가 나는  같아서 자존심만 더 떨어지는 기분이야…. 고은아."

"(네!)"

"팔을 이쪽으로 좀 쭉 펴줄래?"

"으응!"

고은이는 앙증맞은 손을 들어 얼굴을 찌푸리며 팔을 나를 향해서 펴주었다.
팔을 최대한 펴주려고 힘을 준듯 작게 소리를 내며 얼굴에 인상을 쓰는 고은이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아까 전의 분노마저 잊은 채 흐뭇한 미소를 띄울  밖에 없었다.

웃으며 소녀의 팔에 염주를 끼워주려 한 순간.

염주가 순식간에 다시 한 개의 알로 변해 버렸다.

염주를 손에 들고 그 자리에 굳어버린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멈춰 있었다.

"주..주인?"

얼굴을 찡그린채 팔을 부들부들 떨며 나를 부르는 고은이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미안! 고은아. 팔 이제 내려도 돼."

고은이는 쭉 뻗었던 팔을 다시 내렸고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주인...나..잘못 했어...?"

"아냐,아냐! 그냥 내가 잘 못해서 그런거였어. 고은이는 잘못한거 없어."

울먹이는 고은이를 달래고 있자 내 그런 모습을 본 월하.

"애를 불러다 놓고  시킨 다음에 그렇게 반응하면 어떡해. 이 바보야."

"그래….내가 잘  했다…."

"그 물건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남은 것들이나 빨리 해 봐. 아직 많이 남았는데 어떤 물건들이 나올지 아직 모르잖아."

그녀의 위로를 받고 염주를 그녀의 공간에 보관한 나는 충격을 떨쳐내기 위해 새롭게 스킬에 추가된 아이템 소환을 하자 랜덤 소환을 했을 때처럼 바로 룰렛이 돌아가더니 한 지점에 멈춰섰다.

[한 종류 아이템 소환의 종류 지정이 끝났습니다. 종류: 소모품]
[소모품 소환이 시작됩니다.]

알림이 끝나자 수많은 아이템들이 떠오르는 건 똑같았지만 아이템 소환에서 보였던 무기나 갑옷은 하나도 앞에 보이지 않았고 알약이나 음식, 재료 같은 것들이 내 눈앞을 가득 채웠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거지?"

중얼거리는 월하의 말을 들으며 지켜보자 하나로 합쳐지는 아이템들과 돌아가는 룰렛.

마지막으로 룰렛이 멈추자 이번에는 다른 아이템이 나왔을 때와 달리 빛이 나오지 않고 경쾌한 일렉 기타 소리가 흘러 나왔다.

쟈가쟈가쟝!

기타소리가 끝나자 룰렛이 사라진 자리에는 겉 포장지에 사인 오브 더 혼스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사탕이 있었다.

[SSS급 '차원의 슈퍼스타의 롸아아아악! 스피뤼이이이잇!' 이 소환되었습니다.]

떠오른 알림을 읽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 보았지만 눈 앞의 장난치는 듯한 개같은알림은 바뀌어 있지 않았다.

"씨발! 나랑 장난하냐!!!!!!!!!!!!"

아이템 이름을 읽은 순간 저절로 고함이 터져 나오고.

낚아채듯 아이템을 잡아 채자 다시 한번 떠오르는.

[아이템과 소환사의 ’격‘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템 정보 확인이불가능합니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하, 하하..."

"뭐야. 이번엔 대체 뭐길래?"

쪼그려 앉아 내 손을 펼쳐  손에 들린 사탕을 확인한 그녀.

"뭔지…. 알겠어….?"

"어….되게 엄청난  같긴 한데 음…. 어떤 기운이나 힘 같은건 하나도 안 느껴지네?"

"이거. 아까 나왔던 염주랑 같은 등급이야….“

"그래? 되게 대단한 물건인 것 같기는 해."

"너가 먹을래?"

"으음….그것도 괜찮은데 이건 너가 먹을 수 있는거라면 너가 먹는게 낫지 않을까? 내 격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물건인  같지는 않아서 이런 거라도 조금씩 먹어야 너가 조금이나마 격을 갖추지 않겠어? 혹시 알아? 아까 염주 정도의 물건이라면 바로 너의 격을 올려줄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이런 것도 격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까?"

"아까  염주처럼 대단한 물건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나한테 도움이 안되는 물건들은 지금 너가 너무 약하니까 너가 이용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듣고 주섬주섬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손에 놓여진 사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포장을 풀어서 나타난 황금색 사탕을 입에 집어 넣었다.

"으으음!?"

’미미(美味)!‘

사탕은 놀랍게도 너무나 맛있었고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단맛의 신세계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입속에서 신나는 락 음악이 들려오는 것처럼 혀를 질주하던 사탕은  속에서 콘서트를 벌이면서 점점 사라져 갔다.

"와….한번 더 먹고 싶은데…?"

꼭 다시 한번 더 먹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으로 맛있던 사탕이 입안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진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쉬움에 조금이라도 남은 맛을 느끼려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차원의 슈퍼스타의 롸아아아악! 스피리이이이잇!'을 복용하였습니다.]
[인지를 갖춘 존체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만한 재능을 찾습니다.]
[잠재되어 있는 강력한 힘이 '차원의 슈퍼스타의 롸아아아악! 스피리이이이잇!'과 유사합니다.]
[힘이 '차원의 슈퍼스타의 롸아아아악! 스피리이이이잇!'과 합쳐져 전체적으로 강화됩니다.]
[강화될 수 없는 힘이지만 매우 유사한 두 상위의 격이 만나상호작용이 발생했습니다.]
{혼란스러운 내면이 재정립됩니다.]

"윽!"

알림이 떠오른 순간 온 몸에 정전기가 타고 흐르는 듯한 짜릿함이 몸을 관통했고 생각지도 못한 많은 알림의 등장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알림이 뜬 순간.

"아아아아악!"

잊고 있었던 내  깊숙한 곳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던 그곳에는 월하가 주었던 공포, 증오, 쾌락.
그리고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 충격적인 일의 연속으로 부서져버린 무언가와 원래의 감정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던 그곳이 하나로 강력하게 압축되기 시작했다.


"꺅! 뭐야 무슨 일이야?"

같은 통증을 느낀 월하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에게 대답을 할  없을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다.


압축되어가던 그 무언가는 어느새 산산이 흩어져 사라져 더 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속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사라짐으로써 엄청난 해방감과 함께 내가 완벽히 변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떠서 월하에게 알림과 함께 방금 내가 겪은 이야기를 말해 주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그녀는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뭐야. 어디 짐작가는 점이라도 있어? 잠재되어 있는 힘이 강화됬다고 저렇게 떠들썩하게 알림으로 알려주는 거 보니까 분명히 뭔가 대단한  맞는 것 같은데 지금 느껴지는 힘은 하나도 없어서."


"음…. 나도 지금 너한테서 느껴지는게 없긴 한데 지금 내가 생각한건 여기서 실험할 수 있는건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한 게 뭔데 그래?"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해줄게. 근데 정~말~로~ 내가 생각한 일은 아닐  같긴 한데 말야. 어쨌든 강화되었다고 하니까 좋은거 아니겠어?"


"...근데 지금 느껴지는  하나도 없고 말이지."

"에이. 왜 그래. 내가 말했지? 너가 나한테 줬던 것만 해도 엄청난거라고. 그러니까 그것보다 더 좋은 물건이었으면 분명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거야. 알림도 많이 떴다며?"

"에휴. 그래. 저렇게 확인 사살 해주니까 뭔가 있겠지. 다음거라도 얼른 해보자."


"그래, 그래. 지금까지  좋은 것만 나오고 있잖아?"

나는 월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랜덤 소환을 선택했다.
월하를 만나게 해준 소환인 만큼 좀 더 괜찮은게 나올거라 기대하며.

[랜덤 소환의 대상 지정이 끝났습니다. 대상: 아이템]
[아이템 소환이 시작됩니다.]


아이템 룰렛이 돌아가고 멈추자 오색찬란한 빛이 앞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 미친! SSS보다 빛이  화려한데? EX? 설마 '굴레의 계산기' 같은 게 나오는건가? 역시 내 소환운이 여기서 끝날리가 없지!'


사람의 혼을 빼놓을정도로 화려한 빛이 사라지고 알림이 앞에 떠올랐다.

[???급 '오오! 예술이여!'가 소환되었습니다!]


'미친 ???급! '굴레의 계산기'랑 동급인데?'

기대감에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돌‘이 있었다.


길가에 흔히 굴러다니는 돌이 앞에 있었다.

말 그대로 돌.

진짜 그냥 돌.

돌.

"아니, 씨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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