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40. 되돌아오다(2)
순식간에 감겨 버린 아이템의 정체는 아무도 착용할 수 없었던 '‘अवलोकितेश्वर'의 첫 염주'였다.
"위험했어…. 내가 육체적으로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서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마법을 써서 대응하려고 했는데 팔목에 감기는 걸 보고 사용하지 않은 거야. 만일 저게 갑자기 공격해 왔다면 내가 마법을 써야 하는상황이 왔을 수도…."
월하가 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황당한 얼굴로 염주를 바라보았다.
'아니, 다른 공간에서 스스로 움직여 날아올 정도로 카렌한테 감기고 싶었다고?'
다른 사람이 착용하려고 하면 순식간에 하나의 알로 변해버린 염주가 그 월하가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날아가 직접 달라붙는 꼴이라니.
"저걸 꺼내려고 했던 건 아니지?"
"당연하지. 신녀였는데 타락했다고 말하는 애가 저걸 낄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생각했겠어? 나는 너가 준 보석을 보고 어떻게 보이나 물어보려고 했던 거야."
"그러니까 저게 대체 왜…."
순식간에 날아가서 모두를 당황하게 한 것만을 제외하면 염주는 정말 얌전히 그저 카렌의 손목에 끼워져 있었다.
카렌도 당황은 하는 듯 했지만 태도를 보았을 때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주인님…? 이 신성한 물건은 대체…?"
"아, 너한테는 신성하게 느껴져?"
"아…. 제가 아는 신성력의 느낌은 아니지만, 매우 깨끗하고 강력한 힘이 느껴집니다.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손목에서한번 빼볼래?"
혹시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완전히 붙어버린 건지 걱정되어 카렌에게 물어봤지만, 카렌은 너무나 쉽게 팔목에서 염주를 빼내 손에 들었다.
"...다시 차 봐."
다시 너무나 쉽게 들어가는 염주.
"어떻게 저런 기운이 쟤를 거부하지 않는 거지? 나한테도 한번 줘봐."
카렌에게 염주를 건네받은 월하가 자신이 차보려고 했지만, 염주는 역시나 아까처럼 순식간에 한 개의 알로 변해버렸다.
어이없어하며 월하가 다시 카렌에게 염주를 건네주었고 카렌의 손에서는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온 염주.
"혹시 너가 사용하는 힘이 사실 너가 섬기던 신의 힘인 건 아니지?"
"아닙니다. 제가 모셨던 신의 가호와 맹세는 인간들을 공격하면서 사라졌습니다."
"저기에 담긴 힘이 엄청난 건 너도 느낄 수 있지?"
"네. 신전에서 가지고 있던 성물보다도 거대한 힘이 느껴집니다. 마치..... 신께서 말씀을 해주실 때 느껴졌던 힘과도 가까운 듯합니다."
"다시 한번 차 볼래?"
월하의 말을 듣고 순순히 카렌이 염주를 끼자 다시 월하가 말했다.
"그 힘. 너가 사용할 수 있겠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힘은 제가 가지고 있는 힘과는 너무 맞지 않……. 어?"
순간 염주가 환한 빛을 내뿜더니 모습을 바꿔 석장으로 변해 카렌의 손에 쥐어졌다.
"저건 또 대체 무슨……."
"사,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자신의 손에 들린 석장을 보고 놀라던 카렌이 충격적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변한 순간부터 이 기운이 제가 사용했던 신성력처럼…. 아니 신성력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힘을 제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저에게 맞춰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한번 사용해 봐."
카렌이 석장을 들어 빈 들판을 가리키며 주문을 외자 석장에서 거대한 푸른 빛이 모여들더니 뿜어져 나가 앞쪽의 들판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다.
"이럴수가!? 분명 단순한 광선을 발사하는 주술인데……."
순식간에 크레이터를 만들어버린 그녀의 힘에 놀랐지만 직접 사용한 힘에 본인이 더 놀란 듯 했다.
"저 힘이 원래 너의 신성력은 아닌 거지?"
"네. 제 신성력은 이미 제 마기와 합쳐진 지 오래 입니다. 무엇보다 방금처럼 푸른 빚을 내지 않고다른 빚을 내며 제가 생각한 주술은 저런 강력한 주술이 아니었습니다."
들려있던 석장은 어느새 다시 염주로 변해 있었다.
"저 힘을 사용했을 때 너한테 부작용이 있거나 그런 건 없어?"
"저도 제 힘과 맞지 않아 바로 살펴봤지만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습니다. 분명 힘이 역류하여 문제가 있어야 할 텐데…. 대체 이 물건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자신도 당황한 듯 월하에게 묻는 카렌이었지만 월하는 어이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글쎄, 나도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기운을 나랑 비슷한 기운을 품은 너가 사용할 수 있는지. 보통은 저런 말도 안 되는 물건을 소환한 사람이 말해 줘야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니."
울컥하는 마음에 뭐라 말하려 했지만 나를 무시하며 월하가 고개를 돌려 카렌에게 말했다.
"그럼 저 힘을 사용하면서 너한테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지?"
"그렇습니다."
"축하해. 마기와 신성력을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되었네. 모든 차원을 뒤져도 너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 그리고 이걸 좀 봐줘. 너한테는 어떻게 보이니?"
월하가 돌을 꺼내 카렌에게 보여주자 카렌의 눈 또한 월하가 돌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하게 변해 갔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보석이라니……."
"보석처럼 보인다는 거지?"
월하가 표정이 풀어지려는 카렌에게 되묻자 화들짝 놀라며 카렌이 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보석이어서 순간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보석처럼 보입니다."
"어떤 색의 무슨 보석처럼 보이니?"
"마치 진주처럼 보이지만 진주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엔 염주를 나에게 준 채로 다시 한번 봐볼래?"
카렌이 월하의 말을 듣고 돌을 본 순간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럴수가!"
"아까랑은 확연히 다르게 보이지? 어떻게 보여?"
"지…. 진주가 아니라 옥처럼 모습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진주처럼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그렇구나. 고마워."
월하는 돌을 다시 집어넣고 카렌에게 염주를 돌려준 후 나를 보며 말했다.
"축하해. 결국, 방금 소환은 전부 대성공이었네?"
"잠깐. 그 돌에도 무슨 능력이 있는 거야?"
"음…. 아까 전 물건처럼 마기를 가진 존재가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하는 미친 물건 이거나 운명의 힘을 다루는 물건을 강화할 수 있는 사탕 같은 그런 눈에 보이는 능력은 아니지만 조금 전 쟤의 반응으로 더 확실해졌지."
"등급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
"그래. 지금 저걸 차고 있다면 격이 한 단계 정도 올라간 상태일 거야. 격이 차이가 발생할 때마다 저렇게 큰 반응을 보일 정도면 격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거고. 너가 말한 대로 이게 '계산기'와 같은 격의 물건이라면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신격들에게 훨씬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겠어."
"그럼 신격들은 너가 반응한 것보다 더 크게 저걸 가지려고 날뛴다는 거 아냐?"
"그래. 그러니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 신격이 있다면 저걸 바쳐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몰라. 신들의 눈에는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지만, 반응을 생각해서는 엄청난 걸 받을 수 있을지도."
월하가 잠시 생각하더니나에게 말했다.
"역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최선의 방법은 너가 최대한 소환을 많이 하는거야. 그러기 위해선 당연하게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 테고."
말을 멈춘 그녀가 나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너…. 너가 세상을 정복해야겠는데?"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그 말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얼굴을 찌푸렸지만 월하는 나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 세상을 완전히 지배하는 게 최선이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자격'을 갖춘 이들 위에 너가 군 림해야해."
"세상을 지배하는 게 그렇게 쉽게 나올 말이 아니…."
"쉬울걸?"
그녀가 카렌을 힐끔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너의 세상은 이제 막 자격을 얻어서 강한 사람도 없을 테고. 만일 다른 '격'이 있는 존재가 있다고 해도 쟤만 해도 지금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걸?"
아무렇지 않게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월하였고 그녀의 말이 이해는 되면서도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이라서 나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너가 모든 사람을 통제하에 넣고 원하는 대로 시간을 조절하며 소환을 최대한 많이 해야 해. 그러면서 신격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하고. 포인트로 시간을 늘리는 게 처참할 정도로 이득이 되지 않는 걸 사람들이 깨달으면 너 혼자서 분으로 시간을 늘리면서 우리가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세상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격을 없애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월하가 말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신살을 위해서는 세계 정복'이라는 선행 과제가 다가오자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내가 지금 얼마나 미친 짓을 하려는 건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말해. 내가 말한 대로 할 거야?"
"그 방법이 최선이라면."
"좋아. 그럼 이 공간을 나가는 순간부터 시작할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
이를 꽉 깨물며 앞으로 내가 해야 할 행동들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으며 나가는 걸 선택했고.
"주인... 내 건...?"
어느새 다가와 내 옷깃을 붙잡은 채 카렌의 염주를 가리키며 나를 올려다보는 고은이를 보면서 나는 흰빛에 둘러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