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41. 되돌아오다 (3) (43/69)



〈 43화 〉41. 되돌아오다 (3)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보인 건 휑한 거실의 모습이었다.


".....어라?"

"왜? 뭔가 잊은거라도 있어?"


"어..... 아냐. 그런 게 아니라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매일 마주하는 거실의 풍경이었을텐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분명, 그곳으로 들어가기  내 눈에 담았던 이곳의 풍경과 전혀 다른  없을 터인데.......
분명히  기억은 맞다고 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한듯한  느낌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으음....."

거실을 우두커니 쳐다보고만 있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월하가 말했다.

"정말 중요한걸 잊어버린게 아니라면 확인부터 먼저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아!"

이상한 기분에 정신이 팔려 또다시 가장 중요한걸 잊다니.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서둘러 조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지금 이 시간이면 분명히....'

- 다운아!


통화 연결음이 시작도 하기 전에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할아버지의 음성.

생생하게 들려오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울컥 감정이 차올랐지만 나는 최대한 감정을 가라앉히며 할아버지께 말씀 드렸다.


"..... 할아버지....."

- 괜찮은 거니? 응? 다친거나 아픈곳은 없는거 맞니?

"네. 할아버지. 다치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아요. 저는 괜찮아요, 할아버지."


하아아아......

핸드폰 너머로 할아버지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 다행이다, 다행이야. 우리는 너가 한동안 연락이 안 되길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무리 해도 연락이 안 되니 너희 할머니는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 모든 방법을 다 해보고 너희 집에 직접 찾아갈까 생각도 했었어."

"할머니가 쓰러지셨어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다시 돌아오기 전과 똑같았다.
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이야기마저.
한번 겪었음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또다시 상실의 고통을 겪는다면......

'다시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속으로 다짐하며 할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할머니의 소식에 가슴이 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이전의 소식을 들었을 때와 뭔가 다른 것 같은 이 기시감은.....

- 정말 다행스럽게도 집안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도와줘서 큰 일은 없었다. 지금은 방에 누워서 쉬고 있으니까 일어나면 너에게 다시 전화하마.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연락이  됐었니? 설마?


"네, 할아버지. 저도 자격을 증명하는 곳으로 끌려 갔었어요."


- 뭐라고? 아니, 너가 대체 왜?

"저도 왜 제가 끌려갔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거기서 아무 문제없이 증명하고 돌아왔습니다."

- 허어. 너가 사라진 시간이 너무 절묘해서 혹시나 했는데..... 게다가 너가 사라진 이후 내가 조사해 봤을 때는 거의 다 엄청난 인물들이 사라졌었단다. 그래서 너는 다른 이유 때문에 연락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
나조차도 의아했던 부분이니 나를 지켜보시던 할아버지도 똑같으실 것이다.

'처음 나한테 능력을 부여할때도 오류라면서 이상했으니까..... 대체 저 소환할 때 나오는 것들은  때문에 저렇게 나오는 거지? 정말  운빨이 좋아서?'

나와 할아버지가 서로 각자의 생각에 빠져 한동안 핸드폰 사이로 음성이 흐르지 않다가 할아버지께서 먼저 말씀을 하셨다.


- 일단.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꾸나. 지금은 너가 사라진 후에 내가 알게 된 것에 대해 말해주마.

할아버지는 천천히 할아버지가 조사하신 내용을 내게 말씀해주셨다.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내용과 한국 정부의 대책, 세계 각국의 동향.

이전과 내게 말해주신 건 비슷했지만 내용이 좀 더 세세했다.

'음.... 아마도 내가 나왔던 시간이랑 여러가지 차이 때문에 그렇겠지? 그리고 완전히 똑같은 시간을 되돌린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할아버지의 말씀을 전부 새겨들은 뒤 이번엔 할아버지가 내게 여쭤보셨다.

"그래. 그럼 너한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니?"

나는  말씀에 뒤를 돌아 내 뒤에 있는 세 명....  존재를 확인하고 멈칫했다.


'..... 이걸 어떻게 설명해드리지?'

자격을 증명하다 갑자기 나타나서 날 미친듯이 고문하던 여자에게 고통을 똑같이 되갚아준 거에 더해 그녀의 처녀를 잃게 만든데다가 그런 여자와 운명이 엮여 운명공동체가 되었다는 걸?

..... 월하와 있었던 이야기를 조금만 요약해도  꼴인데 다른 두명과 있었던 일과 여기까지 오기에 있었던 일은 절대로 설명해드릴 수 없었다.


- 다운아? 너... 설마 거기서 다치거나 했던 거니?

내가 한동안 대답이 없자 할아버지가 내 침묵을 부정의 의미로 해석하신 듯 했다.

뭐라 대답을 하려는 찰나.
내 손에 쥐어진 핸드폰이 손에서 빠져나왔다.

깜짝 놀라 바라보자 그곳에는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귀에 가져가며 내게 눈을 찡긋이는 월하가 보였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향해 말을 하는 그녀.

"안녕하세요?"


나도 당황했지만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할아버지 또한 갑작스럽게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당황하신게 느껴졌다.

그러나 월하는 두 사람이 당황하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정다운님의 소환수, 월하 입니다. 제게 넘어온 상식을 보면 이런 초자연적인 일은 제가 설명해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서 직접 말씀 드리려고 해요. 아마도  소환한 분도 처음인 것 같으니 말이죠."

자연스러운 소개와 함께 자신이 통화를 하고 있는 이유까지 말한 그녀는 더욱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각색해서 실감나게 풀어나갔다.


내가 소환의 능력을 얻어서 자신이 소환되었고 자신은 꽤 강력한 존재라 아무 무리없이 내가 자격을 증명했다고.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내용이었지만 월하의 각색은 더욱 자세하고 매끄러웠다.

그녀의 말이 끝난후에도 몇 가지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그녀가 내게 다시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 ..... 저 분, 아니, 아니지...... 너의 소환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다 맞는거니?


"네, 할아버지. 그녀랑 만나기 전에는 자격의 증명에 대한 소개와 제 능력을 탐색하고 부여하는 시간이 있었구요."


- 혹시.... 아니다. 그럼  분은 너의 '바로' 옆에 있는 거니?

"아뇨. 지금은  앞에 있어요.

- 그래, 알겠다. 믿기지 않지만 이미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 내 상식으로 판단해선 안되겠지. 어쨌든 그런 일을 겪느라 고생했다. 할머니가 깨어나면 다시 연락하마. 긴장을 풀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쉬고 있거라.

"네, 할아버지."

- 아! 그리고 지금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검색이 되는지  번 봐주지 않으련?

"네."

나는  말을 듣고 핸드폰으로 자연스럽게 화면을 전환하니 할아버지께 문자가 와 있었다.

(저 여자가 너한테 무언가를 하고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다면 1을 눌러서 보내거라.)


나는 철저하게 걱정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걸 확인한 후, 할아버지가 안심하실 수 있게 통화로 말했다.


"네, 할아버지. 지금 검색이 되고  정말 괜찮아요. 내용이 틀린 것도 없고 할아버지 걱정하시는 일은 전혀 없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괜찮아요."

- .... 그래 알겠다. 항상 조심하고 할머니가 깨면 다시 전화하마.

"네, 할아버지도 조심하세요."

할아버지와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리자 월하가 웃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마지막까지 의심하시는거야?"


"그래. 아까 다른 방법으로 나한테 다시 여쭤보셨어."

"흐음.... 그래?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것보다."

그녀는 TV를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저것들 안에  무기들이 있는건가?"


"아냐. 그건 그때만 그렇게 변한거고..... 평소엔 그냥 통신을 받아서 영상을 보여주는 기계일 뿐이야. 잠깐, 너 상식을 받았다며?"


"그거야 너가 어떻게 말할지 곤란해 보여서 그런거고. 소환식에 있는 언어 마법이랑 저번에 겪어서 알고 있는 것 정도만 알아."


"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에서 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 했다.

월하는 이런 건 아무렇지 않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이건 지금은 평범한 기계라는 거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보고 싶은데 통신을 받을 수 있는거면 이걸 사용해도 되는 거야?"

"그래."


"그럼 한번 사용해줄  있어?"

월하의 말에 나는 우선 티비를 켜보았다.


한바탕 난리가 있었던  내가 사라지기 전보다 아나운서의 안색이 더 창백해 보였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네 받은 아나운서가 말하기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 갑자기 늘어난 타이머에 시간에 대해서 최대한 진상을 조사하는 중 입니다. 또한 사라지신 분들에 대한 제보나 사라졌다가 돌아오신 분들에 대한 제보는  저희에게 말씀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초유의 사태에는 모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간절한 표정으로 말하는 아나운서였지만 내가 사리지기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듯 했다.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더욱 사태가 심각해진걸 깨달은 정도?

"흐응~ 별로 쓸모는 없는 것 같은데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저게 끝이야?"

"아냐, 다른데도 찾아봐야겠어."

나는 부모님께 눈짓으로 허락을 받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신기합니다. 이런 세계도 있다니..."

"우와..."

부모님과 멀어지고 내 방으로 들어오자 참았던 감탄성을 터트리는 카렌과 고은.

"셀  없는 수많은 차원이 존재하고 다양한 세계가 있지. 여기보다 더 특이한 세계도 많아."

월하가 그들을 향해 말을 해주었지만 그래도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명.

나도 그들에게 무언가 더 말해주고 싶었지만 서둘러 모니터를 키고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새로운 기계를 사용하는 모습에 월하도 흥미로운 듯 얼굴을 가까이 했고 나머지 두 명도 질세라 내게 몸을 가까이 붙였다.

우선 SNS를 돌며 새로운 소식을 찾아 보았지만 흥분한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둘러보다 포기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방송 사이트를 접속했다.

수많은 방송이 각자 자기 나라에서 송출되는 방송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대부분 다 비슷한 내용들의 방송이었다. 결국 확실한 정보들이 없어 포기를 해야 하나 싶은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저거..달라."

고은이가 가리킨 곳에는 야외 방송을 주력으로 하는 방송인의 방송이 떠 있었고 다른 방송인들과 달리 야외에서 방송을 하는 게 고은이의 눈에 들어온 듯 했다.

"잘했어, 고은아!"

고은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준 나는 서둘러 그 방송에 들어갔다.

방송인은 밖에서 방송을 하는 도중 이 사태가 일어난 듯 서둘러 집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거리를 비쳐주고 있었다.

방송으로 보이는 난장판이 된 거리와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사태를 통제하라고 나온듯한 군인과 경찰들의 모습이 보였다.

혼란의 거리를 어떻게든 지나 집으로 가는 공원을 통과하는 방송인.
공원을 빨리 지나가려고 속도를 높이던 방송인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화면을 전환해 주었다.

전환된 화면은 공원의 분수 앞을 비추었다.

그곳에는 작은 푸른 색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화면을 고정시킨 채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서 있던 방송인은 천천히 소용돌이로 다가갔고 그 순간 다시 소리를 질렀다.

"와악! 여러분 저한테 새로운 알림이 떴어요!"

호들갑을 떠는 방송인에게 시청자들이 빨리 무슨 내용인지 말하라며 아우성을 쳤고 심호흡을 한 방송인이 천천히 알림을 읽었다.

[던전은 '자격'을 갖춘  만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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