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42. 던전
방송인이 단 한줄의 알림만을 읽었을 뿐이었지만 그 충격은 굉장했다.
미친듯이 채팅창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시청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히 아까 자격 어쩌구 한 다음에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말이죠? 그럼 지금 이게 나타난 건 그런 사람들이 돌아온 걸까요?"
흥분하며 말을 빠르게 내뱉는 방송인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더 아우성치며 여러 가지를 시켰지만 방송인은 일단은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방송인의 채팅창에는 자신도 밖인데 방송에서나온 것처럼 던전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생각하지도 못했던 변수의 등장에 나는 그의 방송을 끄지도 못하고 잠시 얼어붙어 있었다.
그 순간 내 어깨를 잡는 손.
"뭐해? 안 나가고."
월하가 고민하는 내 심정을 알아차리고 말을 해준 것이다.
"역시..... 나가야 겠지?"
"당연하지. 알림들을 보면 처음 무언가를 하면 추가적으로 보상이 있는데다가 아까 전 있던 곳처럼 던전을 통과하면 소환이 더 가능한지 확인해야지.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환인데 그 가능성이 있는 곳을 확인도 안할 수는 없잖아."
그녀의 말을 듣고 짧게 고민을 한 나는 마음을 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를 빨리 끝내고 집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에 탔다.
잠깐의 생각을 마친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월하가 신기한 듯 나를 따라 내리며 말을 이었다.
"정말 신기한 기계가 많단 말이야.... 내 차원도 저걸 따라하면 기계문명을 좀 발전 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마법이 없잖아. 마법이 훨씬 편리한 거 아냐?"
"흐음.. 글쎄.. "
어깨를 으쓱한 월하가 어느덧 문 앞에 서서 나에게 말했다.
"일단 내가 빠르게 돌아다니다가 던전을 발견하면 신호할게. 신호가 보인 곳으론 이동하는 마법 정도는 쓸 수 있니?"
"네. 그 정도 주술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그래. 그럼 주변을 잘 보고 있어."
말을 마치자 마자 월하가 순식간에 앞에서 사라졌고 밖에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있는 하늘에 핏빛이 솟아올랐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핏빛 신호를 확인했지만 그 중에서도 그 신호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건 카렌이었다.
내가 눈으로 신호를 완전히 확인하자 그전부터 주문을 외던 카렌이 순식간에 주문을 완성시킨 뒤 나에게 물었다.
"주인님. 이동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었고 주변을 흑색 기운이 순식간에 감싸더니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가벼운 두통이 찾아와 살짝 눈을 감았다.
그러자 얼마후 발이 지면에 다시 닿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월하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집 근처의 대형 백화점 앞에 서 있었다.
"빨리 찾았지?"
"그렇네. 이렇게 집 근처에 생겨 있을 줄은 몰랐어. 공원 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생길 수 있는 거구나."
"흐음... 이렇게 다른 곳에서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면 생각보다 던전이 더 많이 생겼을 수도 있겠는걸?"
그녀가 아까 영상에서 봤던 것보다 더 커진 푸른색 소용돌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전력을 강화할 수 있겠어."
그녀가 곧바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
"안에 들어가도 문제는 없겠지?"
월하가 고개를 돌려 소용돌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까도 확인했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힘이 많이 약해서 그럴 확률은 거의 없을거야. 나 혼자 들어가도 순식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고 쟤도 마찬가지일걸?"
월하가 그렇게 말하며 카렌에게 눈짓하자 카렌이 공손히 답했다.
"네. 맞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별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도 고귀하신 분만큼 빠르게 가능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충분히 빠르게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두 명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짧게 끝낸 뒤 결정을 내렸다.
"그래, 그럼 바로 들어가보자."
나는 걸음을 내딛어 소용돌이치고 있는 빛의 앞에 가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눈 앞에 떠오르는 알림.
['자격'이 확인되었습니다.]
[던전 '미루트의 굴'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던전 활성화까지 남은 시간: 239:41:33]
익숙한 알림을 별 생각 없이 읽어내려가던 나는 처음 보는 단어와 알림이 눈에 들어와 걸음을 멈췄다.
"미루트? 활성화?"
나는 고블린이 한번 나온 이상 내가 게임이나 소설, 영화에서 접할 수 있었던 이름이 나올거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갑작스럽게 내 눈앞에 나타난 생소한 이름의 등장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그 밑에 적혀진 활성화의 알림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슨일인데? 왜 그래?"
"알림에 미루트라고 나오길래 혹시 너가 아는 단어야?"
"아니?"
"그럼 혹시 미루트라는 걸 아는 애 있어?"
월하도 모른다고 말하기에 나는 다른 둘을 바라보았지만 두 명도 모르는 단어인 듯 했다.
"아무도 모르는 게 나올 것 같아서 걱정하는거야?"
"약간은? 아무래도 아까처럼 고블린 같이 아는 애들이 나오면 안에 나오는 괴물들이 어떨지 예상할 수 있는데 아예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서."
월하가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말했다.
"후.. 그런 생각들은 당장 버리는게 좋을거야. 이름이 똑같다고 안에 나오는 괴물들이 너가 생각하는 모습들일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
"아..."
"한번 너가 생각하는 대로 고블린이 나왔다고 다음 만날 고블린이 너가 생각하는 고블린이랑 똑같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해. 쟤를 봐. 쟤가 너가 생각하는 고블린이야?"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빛내고 있던 고은이를 바라보았고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생글생글 웃어주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은 그 누구한테 물어봐도 저 소녀가 고블린이라고 말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모습들 뿐만 아니라 위험도나 강함도 마음대로 너가 정하면 안 돼. 우리가 방금 전 만났던 고블린과 같은 종족의 다른 고블린이 한 차원을 지배하고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지금 너가 하는 생각은 너무 위험해. 똑똑히 기억해둬."
단단히 기억하라는 듯 나에게 단호히 말하는 월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군."
"뭐, 평범하게 살다가이런 상황이 된 이상 그렇게 생각이 흐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제 명심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가 상식이라고 여겼던 모든 건 이미 끝난 지 오래야."
월하의 말에 다시 카렌과의 일을 저절로 떠올린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명심할게."
"그리고 너가 모르는 괴물이 나온다고 해도 문제 없을 거야. 과연 나나 쟤가 전부 적들에 대해 모든 걸 아는 상태로 싸워 왔을까?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느껴지는 힘은 별 거 없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월하의 그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한가지 고민은 줄일 수 있었지만 남아있는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던전 활성화라는 단어와 시간이 나와 있는데?"
"시간이 여기에도 표시되어 있다고?"
말을 들은 월하가 아까와는 다르게 표정을 굳히더니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답을 해주었지만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신이 행동하지는 않지만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건가... 똑같이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면 분명 나와있는 시간이 다 지났을 때에도 무슨 일이 생길거야. 멸망의 시간뿐만 아니라 이쪽에도 신경을 써야겠는데?"
시간이 다 지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덩달아 표정이 굳어졌다.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공략하고 어떻게 변하는지 봐야겠어. 지금 당장 들어가자."
좀 더 다급하게 변한 월하의 태도에 나는 다시 손을 뻗어 Y를 선택했고 눈앞의 소용돌이가 빠르게 회전하나더니 순식간에 나를 빨아들였다.
*
소용돌이 안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눈 앞에 있던 거대한 백화점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눈 앞에 거대한 동굴이 보이는 건 익숙해지지 않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동굴 안의 어둠이 어서 들어오라는 듯 꿈틀거릴 때 알림이 떠올랐다.
[던전 '미루트의 굴'에 입장하였습니다.]
[제공자의 ㅂ...]
"어?"
[던전 '미루트의 굴'에 입장하였습니다.]
알림이 떠오르면서 다른 알림도 떠오르려 했지만 그 뒤의 알림의 내용은 전부 적히지 않고 사라졌다.
분명 무언가 적혀지다가 사라진 것 같았기에 알림창을 다시 한번 확인해 봤지만 그곳에는 처음 떠올랐던 내용의 알림만이 남아 있었다.
"이번엔 또 왜 그래?"
"알림이 떠오르다가 말고 사라졌는데?"
"뭐?"
"아까 분명 알림이 하나 더 떠오르려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제공자의'까지 가 써지고 사라졌는데 무슨 일이지?"
월하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밖에서 느껴질 때랑 똑같이 별거 없는데? 아까 전 그 공간에서 고블린들과 비슷한 수준?"
"그럼 그 알림이 도대체 뭐지?"
"흠...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하지 않고 시험 삼아서 가벼운 공격을 해보자. 뭔가 일이 생긴다면 그 때 경계를 해도 나쁘지 않겠지."
월하의 합리적인 대안에 나는 카렌에게 말을 걸었다.
"너가 동굴 안으로 공격해 줄래?"
"예, 주인님. 외람되오나 한 가지를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당연하지."
"지금 저 안에 느껴지는 기운은 제 주문 한번이면 전부 죽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주문으로 안을 공격하면 되겠습니까?"
카렌의 담담한 그 말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적당한 대답으로 답했다.
"어... 그럼... 안에 있는 걸 전부 죽일 수 있을 정도인데 강도를 좀 약하게?"
"음......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카렌이 빠르게 주문을외자 그녀의 뒤에서 날카로운 촉수가 나타났다.
"공격하겠습니다."
"그래."
쏜살같이 카렌의 뒤에서 뻗어나간 촉수가동굴 안으로 파고 들었고 안에서는 끔찍한 괴물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며 눈 앞에 알림들이 떠올랐다.
['밤의 왕이 된 구원의 신녀'(소환수)가 미루트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밤의 왕이 된 구원의 신녀'(소환수)가 미루트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밤의 왕이 된 구원의 신녀'(소환수)가 미루트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
동굴 안에서는 비명소리가 이어지며 알림들 또한 끊임없이 떠올랐고 어느 순간부터 촉수가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는지 이곳까지는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지만 알림이 계속 떠오르며 내게 학살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밤의 왕이 된 구원의 신녀'(소환수)가 미루트 조장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밤의 왕이 된 구원의 신녀'(소환수)가 미루트 조장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밤의 왕이 된 구원의 신녀'(소환수)가 미루트 조장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밤의 왕이 된 구원의 신녀'(소환수)가 미루트 반장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알림의 내용이 카렌이처치한 대상의 이름이 바뀌기 시작했고 더 이상 알림이 떠오르지 않을 때 카렌이 나를 바라보았다.
"전부 죽였습니다."
"어?"
"동굴 안에 기운이 느껴지는 존재를 전부 죽였습니다."
카렌의 말이 끝나자마자 떠오르는 알림들.
[던전 '미루트의 굴'을 공략하였습니다.]
[던전 성과 계산 완료.]
[혼자서 모든 적대적 개체를 처치했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혼자서 모든 적대적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최초로 던전을 공략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포인트 100과 능력에 알맞게 소환수 소환권 1장이 지급됩니다.]
[최초로 던전을 공략하여 모든 던전의 활성화 시간이 240시간 늘어납니다.]
[이곳에서 나가시겠습니까? Y/N]
.... 실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