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43. 제공자 (45/69)



〈 45화 〉43. 제공자

순식간에 공략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떠오르자 혹시 모를 위험을 경계하던 나는  찔 수밖에 없었다.

"끝난거지?"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말을 못하는 내게 월하가 묻자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말했지? 별 거 없을 거라고."

"그렇긴 한데.... 이 정도일 줄은...."

"어쩌면 처음 떠오른 알림도 너가 잘못 본 거일 수도..... 아니다, 그러지는 않았겠네.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었던 것 같은데?"

‘혹시 어쩌면 그 알림은 이렇게 빨리 끝나버릴  예상하고 무언가 조치를 취하려는 알림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 때 월하가 다시 내게 말했다.

"그래서 완료했다고 나왔으면 뭐 새롭게 뜬 거 있어?"

"아!"

내가 놓치고 있던 가장 중요한 것을 월하가 말해주자 나는 서둘러 알림을 다시 확인했다.
그녀에게 떠오른 알림들을 하나씩 말해주었고 내 말을 전부 들은 월하가 활짝 웃었다.

"바보야! 소환할 수 있게 됬으면 바로 말해줘야지!"

투정 부리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에는 완연한 기쁨이 새어 나왔다.

"다시 또 시간이 나타난 것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던전을 공략하면 새로 소환을 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망설일 게 없지! 당장 소환하고다른 던전들을 공략하러 가자!"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소환에 대한 가능성이 쉽게 해결되자 눈에 띄게 기뻐하는 월하였고 나도 월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시름을 덜을 수 있었다.

"그런데 던전을 처음 공략한 것 치고는 아까보다는 보상이 너무 적은 것 같은데? 레벨도  올랐어."

"처음 있었던 그곳이 보상을 많이 주고 이후에는 보상을 그렇게 주지 않는  아닐까? 그리고 그게 중요해? 일단 제일 중요한 시간이 더 늘어났으니까 보상이 적어도 아무 문제 없어. 우리가 빠르게 처리하면 끝나니까."

그녀가 그 말을 끝으로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눈으로 나를 재촉했고 나도 새로운소환에 대한 기대감이 들어 다시 한번 소환을 시도했다.

파앗!

마법진이 그려지며 이번엔 회색빛이 터져 나왔고 그 빛은 마치 강철 같은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아무래도 소환수가 어떤 느낌인지에 따라 빛이 달라지는것 같은데... 이번엔 제발 카렌과 같은 미친 경우만 아니었으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섹스해달라고 난리치는 소환수가 나타난다면 이번엔 능력이 정말 뛰어나지 않는 한 무시하고 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 때 빛이 사라지며 알림이 떠올랐다.

[소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소환수와 소환사의 ‘격’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

그러나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마법진의 중앙에는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문제가 생긴건가?'

내가 당황하고 있을  아래쪽에서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룩한 소환 의식에 따라 소환된 자. 주인을 뵙습니다.”

[S급 '철벽의 기사단장'이 소환되었습니다!]
[소환사와 소환수의 ‘격’의 차이로 소환수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들려온 그 소리를따라 시선을 내리자 레고 만한 크기의 기사가 투구를 쥐고 군례를 올리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에이... 설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하하하하! 당신이 저의 새로운 주인님이시구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다시 그에게서 들려왔고 고개를 든 그는 멋진 미중년이었다.

크기가 매우 엄청나게 작은.

"흠. 제 원래 목소리로 말하면 들리시지 않을  같아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정도로도 제 목소리가 닿지 않으십니까?"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가 물었고 나는 아니길 마음속으로 빌며 그에게 되물었다.

"어... '철벽의 기사단장'님?"

"아! 목소리가 들리셨나 보군! 하하하하! 그 이름은 제가 후인들에게 받을 수 있었던 작은 명예일 뿐. 저를 소환하신 주인께서는 절 편하게 불러주시는 게 저에게도 편합니다. '작지 만 단단해.' 라고 합니다."

"....네?"

"'작지  단단해' 가 이름입니다. 주인께서 편하게 '작지'나 '작지'경 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군요."

나는 온갖 생각이 떠오르는 그의 이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예..... 작지 경....."

'씨발... 작지 경..?'

"하하하하! 주인께서 예의를 갖춰주시니 좋은 주인분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군요. 저에게 행운이 뒤따르나 봅니다."

방금 전의 즐거웠던 기분이 사라지고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는 나를 향해 월하가 말했다.

"충분히 강자야. 너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만큼."

"어..... 다른 의미로 털끝은 못 건드릴 것 같긴 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저 남자가 카렌이 지금 있는 격에 아주 약간만 부족한 정도랄까? 물론 카렌은 그 위의 격까지 얼마 남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내가 천천히 카렌을 돌아보자  마음을 눈치챈 카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주었다.

"고귀하신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주인님. 저의 격에 거의 가까이 다가선 강자입니다. 물론 제 격에 다다른다 해도 저와 차이가 많이 나겠지만 저의 차원에서도 분명 강자에 속할겁니다."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하! 이렇게 아름다운 레이디들께서 저를 과대평가 해주시니. 이거,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과 상황을 보아하니 여기는 제 차원보다전부 크기가 큰 차원인 듯 한데 주인님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겠습니다."

그가 조용히 칼을 뽑아 들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검을 내가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휘두르자.

쿠르르르릉!

굉음을 내며 동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동굴을 크게 베어서 동굴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거야."

눈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동굴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일어나고 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멋지게 뒤를돈 그가 나를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작지 만 단단해' 입니다. 크기가 전부는 아닙니다. 주인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말에 나는 다시 입을 닫아 이를  깨물며 웃음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


던전을 나온 우리는 고민하다가 새로 나온 소환수를 부모님께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가 방어가 주특기라는 것을 듣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남아있는 부모님의 안전이 떠올랐고소환수를 보내 드리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었다.

방금 겪은 던전의 난이도라면 그가 지금 상황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다른 일행도 동의했고 그렇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소환하자마자 그를 보내야 했기에 혹시나 그가 싫어할수도 있어 그의 기분을 물었지만 오히려 그는 주인님의 부모님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그를 보낼 수 있었고 그를 봤을 때 부모님이 당황하시지 않게 충분한 준비를 하고 카렌의 마법을통해 우리 집에 그를 보낸 뒤 카렌이 되돌아왔다.

"좋아. 그럼 이제 다시 빠르게 시작해볼까?"

월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고 얼마 뒤 예의  핏빛 신호가 솟아올랐다.

카렌과 함께 이동하자 이번에는거리가 좀 더 떨어진 학교 앞에 월하가  있었고 그녀가 빠르게 손짓하며 나를 불렀다.

"이번에는 어떤 이름이 나오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바로 들어가. 아까랑 별 차이 없어보이니까."

나는 월하의 말을 듣고 손을 갖다 대 알림을 확인했다.

['자격'이 확인되었습니다.]
[던전 '나케이의 숲'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던전 활성화까지 남은 시간: 479:29:43]

늘어난 시간과 이번에도 또 다시 달라진 처음 보는 괴물로 추정되는 이름을 봤지만 나는 월하의 말에 따라 Y를 선택했고 소용돌이가 나를 빨아들였다.

이번엔 또 다시 환경이 바뀌어 숲에 도착했다.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숲의 입구에 서서 다시 한번 카렌에게 맡기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또다시 촉수들의 학살과 아까처럼 미친 듯이 떠오르는 알림들을 볼 수 있었다.

무수한 괴물들이 죽었다는 알림과 마지막에 떠오른 보상 알림,

[던전 '나케이의 숲'을 공략하였습니다.]
[던전 성과 계산 완료.]
[혼자서 모든 적대적 개체를 처치했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혼자서 모든 적대적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특별 보상을 책정합니다.]
[포인트 10과 능력에 알맞게 랜덤 소환권 0.1장이 지급됩니다.]
[이곳에서 나가시겠습니까? Y/N]

"엥???"

나는 알림을 보고 잘못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한번 바라보았지만 이번엔 아까와 달리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아니, 0.1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숫자에 분통을 터트렸지만 월하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숫자가 줄은거지?"

"맞아. 0.1장이라니 말이 돼?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나오다가 모든 소환이 전부 따로 나온다면 몇번이나 해야 되는지 모르는건데!"

"괜찮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 강함에 따라서 무언가 조정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지금너는 소환수가 있어서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강하니까 이런 부분에서 불이익을 줬겠지."

어깨를 으쓱이며 월하가 말했다.

"그런데  정도면 문제 될거 없잖아? 최대한 빨리 나가서 다 공략 해버리면 돼."

그녀의 합리적인 말을 듣고도 이 어이없는 처우에 분노가 불타올라 주변을 돌아다니며 비슷한 던전을 계속해서 공략해 갔다.

[포인트 10과 능력에 알맞게 랜덤 소환권 0.1장이 지급됩니다.]
[포인트 10과 능력에 알맞게 아이템 소환권 0.1장이 지급됩니다.]
[포인트 10과 능력에 알맞게 소환수 소환권 0.1장이 지급됩니다.]
[포인트 10과 능력에 알맞게 랜덤소환권 0.1장이 지급됩니다.]
.........

그렇게 던전 노가다를 하며 거의 서른 번째의 던전을 끝내고 드디어 랜덤 소환권 1장이 모여 환호성을 내지르며 소환을 하려고  때 내가 몇 차례 보았던 커다란 알림창이 눈 앞에 떠올랐다.

[주의!제공자들의 불만이 폭주했습니다!]
[주의! 제공자들이 이의를 제기합니다!]
[주의! 제공자들이 비정상적인 소환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주의! 시스템이 판단한 결과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나는 방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위험한 순간들에 떠올랐던 이 알림들에 당황했고 이제는 사이렌마저 울리며 알림이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경고! 시스템이 제공자들의 합당한 불만을 받아들여 던전을 변화시킵니다!]
[경고! 추가 던전이 생성됩니다!]
[추가 던전 클리어시 오류를 바른 설정으로 수정 가능합니다.]
[경고! 추가 던전의 공략 조건은 현재 던전의 제공자의요구에 따라 변화합니다.]
[추가 던전: 제공자의 관리 차원]
[공략 조건: 몰살]

[차원 간 던전이 활성화됩니다.]
[차원 이동을 시작합니다.]

"말도 안 돼!"

월하가 경악하며 외치는 것과 동시에 강렬한 충격이 나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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