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45. '소환'당하다 (47/69)



〈 47화 〉45. '소환'당하다

"...네?"

순백의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그가 손짓을 해 그의 맞은편에 의자를 빼내며 말했다.

"일단 앉거라. 이 차가 저 미물의 차원에서 가장 유명한 차인데 마실만 하단다."

그녀는 툴툴거리면서도 그의 앞에 앉았고 어느새 생겨난 커피를 마시는 그녀를 보며 그가 말했다.

"초월자의 힘은 우리가 제약을 걸어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 차원에서 활동은 저 미물과 소환의 계약과 사역의 계약을 맺은 아이들만 활동을 하게 하는 거지. 그리고 너도 그에 걸맞는 힘을 지닌 아이를 너희쪽으로 부르면 되겠군."

커피가 맘에 드는지 순식간에커피를 비워가던 그녀가 무려 여덟잔의 커피를 비울 때까지 생각에 잠겨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시죠. 그럼 초월자의 제약은 어느 수준으로 할까요?"

"으음... 마음 같아서는 저 미물과 비슷한 격으로 낮춰버릴 수 있으면 좋겠구나."

"가능은 하지만 인과의 소비가 너무 크지 않을까요?"

그가  손을 턱에 괸 채 고민을 이어가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운명이 연결되었다고 했지? 그렇게 하면되겠구나."

"네? 오라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 아이의 힘에 제약을 거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힘을 쓰면 차원에서 추방시키는 제약을 걸자꾸나."

그녀가 이야기를 듣자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런 좋은 방법이! 오라버니는 역시 천재에요!"

"하하! 운명이 이어진 존재를 직접 찾아올 정도인데 추방을 당하러 들겠느냐."

"그럼요! 게다가  정도 제약이라면 저희 힘도 별로 들지 않을테니 말이에요."

"그래. 그럼 지금 바로 해버리자구나."

"네!"

둘이 손을 월하에게 향하자 빛과 어둠이 월하에게 흘러들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무언가를 마음대로 하는 걸 막고 싶었지만 흘러나오는 그 힘에 압도된 나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몸을 움직이려 해도 몸이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고 결국 그들이 무언가를 월하에게 하는걸 끝낼 때 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반드시.... 격을 올려서....!’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되새기고 있을 때.

"그럼  정도 조건이면 만족하겠지?"

"네. 저도 완벽히 오라버니를 이길 아이를 데리고 올거니까 긴장하고 계세요. 이번엔 제가 무조건 이길테니."

"하하! 한번 열심히 해보거라."

그녀는 한번 가볍게 코웃음을 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고 그녀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 있었다.

"역시 너희 차원의 이 차는 꽤 맘에 든단 말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가게에서 나가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완전히 그녀가 사라지자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운명이 이어진 아이가 제약을 당했긴 하다만 크게 문제가   없다. 직접 조절을 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을테니. 그리고 어쩌면 그 아이에게 이 제약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럼  부탁한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풍경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면 지금 소환을 하고 있는 곳일거다. 내가 말했던 걸 잘 기억하도록."

풍경이 점점 흩날리며 우리가 있는 바닥이 사라지며 몸이 떨어질 때.

"격더불완, 격비채완 이라고도 전해주거라."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그의 말을 끝으로 내 몸은 하염없이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


"으아아아악!"

끝없이 추락하는 지금 상황에 나는 비명을 터트렸지만 내 절절한 마음이 담긴 비명을 비웃듯 추락하는 속도는 더 빨라졌고 어느새 내 눈앞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씨발. 이대로 저기 부딪히면 무조건 죽는다!"

"월하야! 카렌!"

나는 나와 함께 떨어지고 있는 그녀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그들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고 바닥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씨발, 씨발! 안 죽인다며! 이렇게 죽이는 건 아무 문제 없는 거였냐!"

나는 방금 전 들었던 대화를 생각해내며 원망의 목소리를 토해냈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결국 곧 이어서 내게 느껴질 끔찍한 충격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내가 예상했던 느낌도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의아해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내 몸이 마법진의 위에서 살포시 땅에 닿고 있었고 마법진 바깥에는 연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 어?"

이해할  없는 광경에 주위를 둘러보자 월하와 카렌, 고은이도 똑바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드디어 그들이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해 말을 건네려는 순간 안개가 걷히며 작은 방이 눈에 들어왔다.

"꺄아아아아악!"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성공했어! 드디어 내가 성공했다구!"

그곳에는폴짝폴짝 뛰면서 기뻐하는 단발머리의 여인이 보였다.
실컷 뛰면서 기뻐하던 여인은 어느새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흑... 이제 드디어 졸업할 수 있어.... 이제 지긋지긋한 교수 새끼들을 안 봐도 돼!"

마지막에 이르러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환호성을 내지른 그녀가 나를 바라봤고 그녀의  눈길을 받자.

“거룩한 소환 의식에 따라 소환된 자. 주인을 뵙습니다.”

순식간에  입에서 항상 내가 들어오기만 하던 말들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런..... 아무 능력도 없는 인간이...?"

당황하고 있던 그녀의 눈이 점점 차갑게 식기 시작하더니.

"아아아악!"

나를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거짓말! 거짓이야! 그래. 너를 죽이면 이후에 진짜 소환수가 나오는 방식인가 보지? 너 같은 쓰레기가  같은 엘리트 마녀의 첫 소환수일리 없어. 그래. 그럴거야. 그러니까 얌전히 죽어버려!"

순식간에 손 안에 지팡이를 쥔 그녀가 주문을 외더니 커다란 불덩이가 나타났고 곧이어 그 불덩이는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다시  마주하는 미친광경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바로 앞까지 뜨거운 불길이 느껴져 올 때  앞에 순식간에 촉수가나타나 불을 가로막았다.

"에....?"

앞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촉수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자 카렌이 격노한 표정으로 앞의 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찮은 벌레 따위가... 감히 주인님을...?"

순식간에 수많은 촉수가 앞의 여자에게로 날아갔지만 촉수의 속도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 완전히 굳은 여자가 눈을 질끈 감았다.

곧 끔찍한 모습으로 바뀔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내가 생각했던 비명이 들려오질 않아 의아해 하며 바라보자 촉수들이 그 여자의 바로 앞에 멈춘 채 몸에 닿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카렌을 바라보자 인상을 찌푸리며 온 힘으로 공격하는 것 같았지만 무언가에 막힌  촉수는  이상 앞으로 나가질  하고 있었다.

"카렌!"

"아, 주인님!"

"공격을 멈춰봐."

"하지만 주인님을 공격한...!"

"잠깐만. 일단은 멈춰봐."

"....알겠습니다."

카렌이 촉수를 뒤로 물리자 긴장이 풀린 여자가 기절하듯 바로 쓰러져 버렸고 나는 서둘러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직도 촉수를 꿈틀거리며 그녀를 공격하려는 카렌과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웃는 고은이.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앞을 멍하니 바라보는 월하가 보였다.

"다들 깨어났구나."

나는 그들이 무사히 깨어난 모습에 일단 안도할  있었지만 월하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달려왔다.

"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 알림에 뭐라도 뜬 거 있어? 도대체 지금 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이야!"

"잠깐. 잠깐만 진정해봐."

내가 너무 흥분한 그녀를 달래자 심호흡을 한 월하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가 깨기 전에도 먼저 깨어 있었던  같으니까 어떤 상황인지 알려줄 수 있는거지? 당장 설명해.대체 나한테 걸린 이 제약이 뭔지."

나는 천천히 내가 겪었던 일과 검은색 양복의 그가 말해준 일들을 모두 말해주었고 월하에게 마지막 그의 말도 전해주었다.

"격더불완, 격비채완? 그게 뭔 개소리야? 하여튼 신이란 것들은...!"

“잠깐! 지금  신의 차원에 있다고!”

"뭐  정도 가지고? 걔들도 다른 신들이랑 똑같이 우리 가지고갖고 놀고 있는 거야. 우리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서. 그리고 신을 죽이겠다고 결심한 애가 이제 와서 이정도 욕하는걸 두려워하면 어떻게 해?"

그녀의 말에 나는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느꼈겠지만 신들도 완벽히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야. 우리를 해치울 수 없다고도 말했고 우리보고 대신 처리해 달라는  보면 분명히 이것저것 못하는 게 많을 거라고. 그러니까 이 정도는 신경 쓸 필요조차 없어. 그것보다."

그녀가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알림들은 확인해봤어?"

그녀의 말에 알림들을 다시 확인하자 마지막으로 본 것과 달라진  없었고 혹시나 해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던전의 시간과 멸망의 시간이지금도 똑같이 1초씩 지나가고 있었다.

월하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자 그녀가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골치 아프게 됬어. 내가 너무 성급했네. 일단은 최대한 빨리  빌어먹을 요청을 들어주고 돌아가는 수 밖에 없겠어. 그리고...... 젠장! 단단히 꼬였네."

"왜, 또 무슨 일 있어?"

월하가 카렌을 한 번 보고 나에게 말했다.

"지금 이 차원에서 너의 소환사가 저거라 너가 쟤한테 위해를 가하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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