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48. 맛있게 (50/69)



〈 50화 〉48. 맛있게

어이 없어하는 수많은 시선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카렌에게 다가간 사마희는 여러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사용할  있는 주문들부터 해서 염주를 통해서 얻게 된 정확한 힘까지.

카렌은 순식간에 질문들을 쏟아내는 사마희에게 제대로 답 하지 않고 황당해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도 카렌과 똑같은 심정이었지만 허락의 의미를 담아 카렌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카렌이 답을 해주기 시작하자 신나서 더 자세한 질문들을 하는 사마희에게 카렌이 쩔쩔 매고 있을 때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카렌을 바라보고 있는 월하에게 말을 걸었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

월하가 고개만 돌려 나를 한참을 바라보더니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이미 몇번이나 말했지만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너가 가지고있던 일반적인 상식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들을 할 마음의 준비는 다  거야?"

"그래."

"지금 당장 사람을 죽이라거나. 아니 어쩌면 필요에 따라서는 동료나 부하를 버릴 있어?"

"사람을 죽이라는건 할  있을  같은데. 하지만 동료나 부하를 버리는 건.... 내가 분명말할때도 최대한 많이 살리는 방향으로 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 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부분은 최대한 지키도록 할게. 대신 이건 확실하게 말해줘. 너가 생각하는 동료랑 부하의 한계는 너가 소환한 소환수나 확실한 계약을 맺은 나 같은 존재들만 된다는 거."

"뭐? 그럼 지구에 다른 사람들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든간에 단지 그들은 이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인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녀가 말하는 걸 보고 살짝 감정의 동요가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감정은 뭐지? 사람들을 도구로 써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니면.... 흥분?’

그녀가 말한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기에 내가 감정을 다시 되짚고 있을 때 월하가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가 말한대로 최대한 끝까지 데려갈 건 너를 주체로 하는 명백한 소환 계약이나 사역. 그리고 나처럼 운명이 이어지거나 확실한 맹세를 받은 사람뿐이야."

"그렇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을 전부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필요하다면."

"사람들을 전부 죽인다면 우리가버틸  있다고 생각해?"

"버틸 수 없겠지. 너가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전부 죽이는 일도 아마 벌어지진 않을거야. 그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든 우리한테 도움이 되게 이용할거고 죽이는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거야."

그녀가 말을 마무리 하기 전에 카렌쪽을 보았다.

"만일 그런 생각조차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카렌한테 지금 당장 사마희를 죽이라고 해."

월하의 말을 듣고 나도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고 나와 눈이 마주친 사마희는 분명히 월하가 하는 이야기를전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몇가지  말할게. 나도 이런 전략적인 면에서 꽤 뛰어난 편이야. 하지만 나도 완벽하지않은 존재인 이상실수할 수도 있고 이런 전체적인 판을 그려내는 일 같은 경우에는 저 여자와 같은 수준은 아니야."

그리고 월하가 내 어깨를 잡은 손을 풀어 팔짱을 끼며 표정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방금 이 상황을 해결할  있는 방법을 쟤한테 들었을 때에도  부족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어. '목소리'룰 상대하게 되면 이런 일들이 과연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월하의 말을 끝까지 들을수록 제안을 받아들이는게 최선이라는  알았지만 내 입에서 쉽게 말이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예상한 것이다.

‘내가 예전이랑 무언가 달라진게 확실해. 하지만 예전의나의 잔재가 남아서 내가 완전히 변해버리는  막고 있었지만 사마희를 영입해서 사마희가 제시하는 길을 걷게 된다면..... 나는 예전의 내 모습을 확실히 버려버릴 것 같은데.’

과연 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될 내가 더 나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 본능의 강렬한 유혹을 참지 못하고 월하에게 말했다.

"..... 좋아. 너가 말한대로 하도록 할게"

"그렇게 해야 될거야. 너가 쟤를 우리의 참모로  생각이라면."

"하지만 합당한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건 없는 방향으로."

월하가 내가 말하는 걸 듣고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해. 너의 그런 마음이 오래 가길 바라."

월하의 오래 가길 바란다는 한 문장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까 말한대로 너한테 모든 계획은 말해주지 않을거야. 아직 너가 생각하기에는 말이 되지 않거나 너의 개입으로 인해 틀어질 수도 있을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그럼 일단은 그렇게 하고 계획대로 행동할  아무런 저항감이 없으면 말해. 그때는 아예 처음부터 말해도 상관 없을테니.”

“흠.... 그래. 일단을 그렇게 할게.”

"그럼 쟤를 참모로 받아들이고 지금부터 쟤가 세운 계획으로 움직이기로 결심한거지?"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과연 미래의 나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까?'

"그럼 난 쟤가 말한대로 고은이한테 몇가지를 가르쳐주면서 내가 걸린 제약이랑 낼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돈지 정확히 파악해볼테니까 쟤네한테 가 봐. 너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줄거야."

그렇게 말한 월하가 나를 지나가려다 다시 걸음을 돌려서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귓가에 속삭였다.

"너가 말해준 것들...... 지키려고 노력할 테니까 무너지지 마."

그렇게 말한 월하는 다시 고은이에게 걸어갔고 나는 사마희와 카렌 쪽으로 발을 옮겼다.

사마희는 물어볼 게 얼마나 많은건지 아직도 수많은 것을 카렌에게 물어보고 있었고 카렌은 이제는 사마희에게 익숙해졌는지 차분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카렌이 이야기를 바로 멈추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아, 난 신경 쓰지 말고 대화 더 해도 되는데."

"아닙니다. 거의 다 끝나가는 대화였습니다.“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사마희는 카렌의 그런 말을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주군. 마음의 준비는 다 하셨나 봐요?"

아까의 광기 어린 모습을 보고난 뒤라서 그런지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진짜 그냥 아이돌 같은데...'

월하가 압도적이고 카렌이 그 뒤를 잇는 인간 같지 않은 미모를 지녀서 비록 카렌의 옆에 있는 지금은 미모의 빛이 바랬지만 분명 그녀도 아이돌 센터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까전의 광기 어렸던 그 모습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월하랑은 다 이야기가 된거죠?"

"네. 일단은  상황을 해결할  있는 계획을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주군."

"그래.  부탁할게. 우리의 목표가 목표다보니까 너가 많이 도와줘야 해."

사마희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빛내며 답했다.

"이 영혼의 삶이 끝날때까지도 절대 경험할 수 없었을 이렇게나 재밌는 일을 맡겨주셨는데 당연하죠. 반드시 원하시는 목표를 이루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서 보필할게요."

"하지만 내가 말한건 지켜야 할거야. 기억하고 있지? 그리고... 내가 너무 심한 건 받아들이지 않거나 내가 말한 계획대로 세워줘야  때도 있을거야."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한테 하라고 말하시면 저는 그에 맞춰서 머리를 쓸 뿐. 아 그렇지만."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를 머리로 사용하시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제게 말씀 해주신 '신살'의 포기는 없어요. 그걸 포기하시고 제 흥미마저잃어버리신다면 제가 이런 흥미로운 일을 눈앞에서 잃어버렸을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꼭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분명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한 그녀였지만 내가 만약 목표를 포기 하기로 결심하고 그녀가 말한대로 됐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암시하듯 더없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미소였다.

"무엄하다, 계집. 주인님은 평생 주인님으로 모셔야 할 분. 너가 지금 주인님을 감히 협박하는건가?"

"그럴리가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저 따위가 초월자님과 차원의 강자님과 함께 있으신 분께 어떻게 그러겠어요? 저는 제 능률과 모두를위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씀드린 거랍니다?"

아무렇지 않게 카렌의 말을 회피하는 사마희를 카렌이 노려보았지만 사마희는  시선을 받으면서도 웃으며 말했다.

"세상..... 아니죠. 차원들은 무수히 많고 무수히 넓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 가능하신 분이라니. 오랜 시간을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빈둥거려도 단 한번도 보지도 들어본 적도 없는 분인데 말이에요."

눈에 탐욕을 가득 담은 사마희가 입맛을 다시며 카렌을 바라보았다.

"덕분에 해볼 수 있는 게 많아서 너무 재밌네요."

카렌은 그 시선이 기분 나쁜 듯 얼굴을 찌푸리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간 그들의 대화가 도저히 끝날 것 같지가 않았기에 말을 막으며 내가 끼어들었다.

"그래.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리가 그렇게 시간이 많은 게 아니야. 월하가 너한테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줄 거라고 하던데?”

"아! 그건 얼마나 물건이 숙성되었는지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져서 숙성되기를 아직 기다리고 있었어요. 카렌님, 앞에 저건 지금 어느 정도 쾌락에 절여졌나요?"

"촉수에서 받는 쾌락으로 완전히 절여져 엄청나게 민감한 몸이 되어 있을 거다. 그리고 적절한 쾌감을 유지했으니 끝까지  강한 농도를 분비하거나 다른 자극을 주어야겠지."

"지금 농도로 할 수 있는 건 현재 상태가 최선인거죠?"

"그래. 더 쾌락에 절일수는 있지만 비슷할거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사마희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맛있게 드셔 주실래요,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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