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53. 계획(2) (55/69)



〈 55화 〉53. 계획(2)

그렇게 말을 한 후 나를 계속 반짝이는 눈으로 힐끔거리는 고은이의 눈을 따라가보니 아직까지도 알몸으로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고민하다 완벽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대충 둘러댈 수 밖에 없었다.

"아, 고은아. 미안. 지금은 받을 축복은 다 받아서 너한테 축복은 나중에 받을게."

"힝..."

고은이가 내게 이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거절해야만 했다.
물론 고은이의 입장에서는 월하 다음으로 자신과 만났고 고은이가 섹스를 해달라고 달려들던 걸 거절한 내가 다른 여자들과는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니니 고은이의 기분이 상할 만 했다.

'아니... 하지만 아무리 상식을 버린다고 해도... 어린 애랑 하는 건 좀..'

상식을 버려서 한다고 해도 어느정도 성욕이 들어야 시도라도 할 텐데 고은이에겐전혀 그런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고은이가 못난  절대 아니고 고블린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만큼 귀여웠지만 현실에서  정도 나이대의 여자애를 보고 성적인 상상을 단 한번도 한 적 없었고 페도필리아적인 성적 취향을 전혀 이해 하지 못했던 나이기에 도저히 지금은 고은이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다.

고은이는 그런 나의 기색을 눈치채고 서운해하며 카렌과 월하를 힐끔거렸고 두 주먹을 쥐며 나에게 말했다.

"주인...나 성장...할게..!"

굳은 결의를 다지면서 맹세를 하는  모습에 나도 결국 고개를 끄덕여줄수 밖에 없었다.

타오르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응, 응' 거리면서 무언가 생각을 하는 고은이의 모습을 보니 귀여우면서도 그녀가 성장을 마친후에도 어릴 때의 이 모습을 전부 알고 있는 내가 그녀를 과연 받아줄 수 있을지 생각할 때.

"고은이가 성장이 너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는데?"

월하의 말이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처음 만날때도 성인식 전이었는데 지금은 종족이 완전히 바뀌어서 아직 저 모습일 수도 있어. 인간이 성장하는거랑 똑같이 생각하면 안될걸? 훨씬 빠르게 바뀔거야."

"설마... 그래도 좀 오래 걸리겠지. 막 한순간에 완전히 성숙하게 자라지는 않을 거 아니야?"

"흐응~ 글쎄? 나도  종족의 성장을 본 적이 없으니.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하는게 나을거야. 아! 그리고  어쩌면 고은이는... 으음. 이건 확실하지 않으니까 좀 더 생각이 들면 말해줄게,"

"뭐? 성장이 한순간에 되는거랑은 또 다른 이야기인건가? 고은이한테 위험한 문제야?"

"흐음.... 그건 아닐걸? 어쨌든 마음의 준비는 확실히 해 둬. 애가 실망하는게 눈에 다 보이면서 그렇게 언제까지 괴롭힐거야? 그리고 이제   입지 그래?"

"후... 알겠어."

카렌에게 부탁해서 몸을 깨끗하게 만들고 벗어두었던 옷을 입고 나자 월하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내 힘뿐만 아니라 너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도 올려야겠어."

"원래도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어?"

그에 대해서는 이미 한 번 말한 적이 있어서 다시 말하는 월하에게 의아해하며 물어봤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보다 훨씬 중요해졌어.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힘이 너랑 똑같은 거 같아."

"뭐? 그렇다는건 마법도 못 쓰는거 아니야?"

"아냐. 너도 마력이 있기는 해. 고은이 사역할 때  느꼈어?"

"아!"

내 머릿속에 고은이를 사역할 때의 일과 처음 마정석을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

"그럼 너가 저번처럼 마력을 주면 나한테 마력이  생길테니까 그만큼 너도 더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아니야?"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해. 너가 가지고 있는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마력을 준다고 해도 많이 줄 수가 없어서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거야. 여기서 좀 더 편하게 활동하려면  능력을 키우는게 낫겠지."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도 떨어지는 내 능력을 가지고 너가 활동하면 불편한 점이 많겠네."

"..... 그건 아니야."

"응? 불편하지 않아?"

"아니. 당연히 너랑 똑같은 능력이면 불편하지. 내가 말한  다른 사람들보다도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말한거야. 아직  느꼈어?"

"어? 그럴리가. 하지만 내 능력이 다시 오를 일이 없는데? 상태창도 여젼히 표시가 안되고."

월하가 잠깐 표정을 굳힌  생각을 하더니 나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능력치 창에 표시가 안되는 이유도 너가 우리 같은 상위의 격을 가진 존재들과 함께해서 그럴거야. 너가 겪은 일들을 생각해봐. 네 능력이 전과는 달라지는 게 이상하지 않을걸?"

"음.. 확실히..."

월하의 설명을 듣자니 확실히 전보다는 달라진 내 몸 상태와 방금  섹스를 할 때도 느꼈던 점들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딘가 찜찜한데.... 으.... 던전 좀 빠르게 돌파하니까 다른 차원으로는 잘도 보내면서  능력치는 제대로 안 보여주는 건 도대체 뭐야?'

생각해보니 다시금 억울해져 시스템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안쪽에서 사마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이랑 고은씨 빼고 다 들어와 주시겠어요?"

"알겠다."

"그래."

카렌과 월하가 사마희의 말에 답하며 사마희 쪽으로 걸어갔고 나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아니, 왜! 지금 나랑 고은이만 두고!"

둘마저 안으로 사라지자 고은이와 둘만 남은 나는 어색한 분위기에 말조차 제대로 꺼낼  없었다.
그 때. 고은이가 살며시 나에게 다가와 작은  손으로 내 팔을 쥐며 말했다.

"주인...나.. 노력할게."

"음... 고마워. 고은아."

"나도..... 월하님처럼... 주인이 반하도록 클거야!"

다른  손으로 내 팔을 꾹꾹 누르며 나를 올려다본 채 말하는 그 귀여운 표정과 말투에 나는 무심코 손을 들어 그녀의 초록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헤헤...."

내 손길이 기분 좋은지 몸을 가까이 붙여서 얼굴을  팔에 비벼오는 고은이를 보며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귀여운 동생처럼 달라붙어오는 그녀를 이제 와서 다시 밀어낼 수는 없었다.

'후... 오래 걸리겠지. 원래 높은 등급일수록 성장이 느린 법이니까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거야.'

고은이의 그런 애교를 받아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안으로 들어갔던 인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다른이들의 표정은 별로 달라진게 없었지만 베티는 완전히 표정이 굳어져 있었고 그녀와 대비되게 옆에 있던 사마희는 빙긋 웃고 있었다.
그러나 베티도밖으로 나와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아! 정말 저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 버린다고 말했잖아."

"그래도.. 그래도.. 당신이 안 보여서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정말 감사해요! 그럼..."

아직도 알몸인 그녀가 얼른 자리에 눕더니 자신의 손으로 보지를 벌리며 나에게 말했다.

"저.. 안에서 정말 열심히 말했는데 지금 해주실 건가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해 사마희를 바라보자 고개를 저으며 사마희가 말했다.

"다 말해주긴 했는데 지금 또 그렇게 섹스해주실 필요 없어요."

사마희의 말을 듣는 순간 베티가 그녀를 찢어죽일 것 같은 눈으로 사마희를 바라봤지만 사마희는 그런 눈빛에도 반응도 않고 말을 이을 뿐이었다.

"오늘은 이제 더 할일도 없으니까 다들 쉬셨다가 내일 아침에 움직일거에요. 내일 마법학교에 들어가야죠?"

사마희의 말을 듣고 베티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나만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법학교를 완전히 지배하고 나면 바로 왕도로 향해서 마왕의 전력을 파악하고 저희보다 밑이라고 생각되면 바로 마왕도 복종시킬거에요."

그녀의 충격적인 말들에 잠시 당황한 나는 그녀에게 내가 들은 게 맞는지 확인 차 질문했다.

"그러니까 방금 말한 걸 내일 하루만에 다 하겠다는 거지?"

"네. 저희가 이 차원에서 오래 머물 것도 아니고 최대한 빠르게 공략조건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내일 하루만에 이 차원내의 한 세력은 손에 넣어야 해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앞에 떨어진 게 권력자의 가족이니 운이 좋았죠."

그녀의 계획을 다시 정리하면 마족들의 세력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시설을 손에 넣고 그  바로 이 세력의 지배자까지 손에 넣는 파격적인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내일은 여러가지로 힘쓰시고 돌아다닐 일이 많으실 테니까 충분히 체력을 비축해둬야겠죠? 그 일이 있던 뒤로 아직 제대로 휴식한 적조차 없다면서요."

사마희가 월하를 바라보았고 월하가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사마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마침 여기 시간으로 지금은 밤이니까 이제 휴식! 내일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다른 일은 절대 하시면 안돼요. 특히 카렌님!"

"이런 미친 여자가! 내가 그런 구별도 못할 것 같나!"

"아뇨~ 그냥 내일 제일 많이 힘을 쓰셔야 될테니까 푹 쉬어두시라고 말씀드리려고 했던 건데요~? 혹시 찔리셨나요~?"

"...찢어 죽여버리고 싶군."

"사람이 걱정해드렸는데 그렇게 반응하시는거에요? 아무리 제일 늦게 들어왔지만 너무 서러운데..."

"그만! 알겠어. 내일 바쁠테니까 알아서 쉬자."

나는 말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들을 떼어내고 베티에게 물어 침실로 갔고 다른 이들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 떠났다.

베티가 안내해준 침실에서 사마희의 계획을 다시 한번 생각하다 조용히 수면을 취하며 내일을 기약하려 했....

했으나 내 바람은 이뤄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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