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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화 〉54. 시선 (56/69)



〈 56화 〉54. 시선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들이 많은 하루였고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떠올리다가 방안에 침대를 보는 순간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었고 푹신한 침대의 감촉을 느끼며 이제야 조금은 쉴 수 있다는 행복감에 눈을 감으려고 했을 때.

나를 바라보는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무시하고싶었지만 너무나 강렬한 그 시선에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니 나를 이곳까지 안내해준 베티가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너는 안 자도 괜찮아?"

"네, 저는 당신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요."

"그래?"

"네. 그러니까 저는 신경 안쓰셔도 돼요."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다시 눈을 감았지만 너무나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나 말했다.

"음. 너도 그냥 자는게 더 나을것 같은데?"

"네? 제가 자는 게 더 편하세요?"

"그럴  같아."

"앗!"

내가 말해주자 환하게 웃은 그녀가 순식간에 달려와 내가 있는 침대로 올라오려 들었다.

"잠깐! 잠깐만!"

"네?"

"왜 여기로 올라오는거야?"

"제가 자는 게 낫다고 하셔서..."

"그러니까 왜 여기로?"

"여기가 제 침대인데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보는 베티를 보니 내가 말을 잘못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서 자. 나는 다른 방으로 안내해줄래?"

"....네? 그럼 저는... 혼자서....?"

"그래야겠지?“

”........흑......네..."

내가그렇게 말하자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

정말 하기 싫다는 듯 천천히 그녀가 몸을 일으키고 있을 때 갑자기 월하와 고은이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있었어?"

"주인!"

고은이가 나를 보고 크게 외치면서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나도..같이..잘래...!"

 품에서 외치는 고은이의 말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자 월하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가장 좋은 방을 잡긴 잡았네? 맞지?"

뒤를 돌아보며 월하가 물어보자.

"네. 이곳이 가장 좋은 방으로 보입니다."

카렌의 대답을 들은 월하가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더니 그녀도 침대에 올라오고 있었다.

"잠깐만!"

"뭐야?"

월하가 신경질적으로 답했고 내 품에 안긴 고은이와 침대에 올라오는 월하를 노려보고 있는 베티를 눈짓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도 여기서 잘려고?"

"당연하지. 문제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월하가 순식간에 표정을 날카롭게 바꾸며 나에게 말했다.

"설마 나랑 운명이 이어지고 연인처럼 대해달라고 말한 너가 나랑 같이 못 자겠다는  아닐테고? 그지? 나한테 이름마저 지어준 너가?"

그녀는 진심으로 정색하며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여기서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가는 애써 쌓은 그녀의 관계가 무너질까봐 얼른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그런 게 아니라 여기가 그 쟤의 방이라고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자려고 그랬거든."

"아, 그런거였어?"

그러자 월하가 엉덩이를 침대에 붙이고 손으로 침대를 두드리며 베티에게 말했다.

"여기 침대에서  자도 괜찮지?"

"싫어."

"....뭐?"

표정을 얼음장처럼 굳힌 베티의 입에서 나온 거절의 말은 시리도록 날카로웠고 월하는 그런 거절을 들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는지 표정이 똑같이 굳어졌다.

"내가 왜 내 침대를  같은 벌레가 쓰도록 하게 해줘야 하지? 나는 우리 자기와 내가 아니면 내 침대에서 누구도  재워."

"뭐? 벌레? 우리 자기?"

"하! 가진게 벌레만한 마력밖에 없고 특별한 능력도 없는 이 중에서 가장 별볼일 없는 너가 벌레가 아니면 뭐지?"

베티의 말을 듣고 움직임이 굳어진 월하가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하! 아하하하하하하!"

"주제를 알았으면 더러운 몸을 빨리 내리지 그래?"

"꺄흐흐흐흐! 내가 쟤랑 다니면서 정말 오랜만에 일을 다 겪네. 얼마나 수준이 낮으면 눈에 제약조차 보이지 않을까?"

"뭐?"

"그리고 너가 말한대로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말한 월하가 순식간에 침대에 올라오더니 나에게서 고은이를 떼어 놓더니 나를 침대에 강제로 눕혔다.

"씨발 우리 자기는 무슨. 누구한테 우리 자기야."

"뭐야! 갑자기 무슨... 우웁!"

위에 올라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은 월하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월하는  말을 끊고 내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혀와 혀가 얽히는 질척한 소리가 방안에서 크게 울려퍼졌고 더없이 진하고 음란한 키스가 한동안 이어지고 나서야 월하가 입을 떼었다.
그리고  얼굴을 자신의 가슴쪽으로 가져간 월하가 나를 가슴에 파묻히게 꽉 끌어안았다..

"얘랑 나는 운명의 연인이라서?"

큰 충격을 받은 베티가 나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당신! 아니시죠? 저런 아무 능력도 없는 여자랑 그런 사이는 아니신거죠? 차라리 저기 뿔이 있으신 분이라면 몰라도 저런 아무 능력도 없는 여자랑요?"

베티의 말을 들을수록 점점 내 얼굴을 껴안는 힘이 강해지더니 월하가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그냥 지금 하자."

"우우웁! 우웁!"

"계속 들을수록 어이가 없네? 어차피 나랑 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나를 유혹하던 월하가 이제는 완전히 내 귓가를 살짝 빨아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애무 스킬은 이번에도 역시나 순식간에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내가 흥분했다는 것을 눈치챈 월하는 작게 웃음을 흘리며 귓가에서 안쪽으로 혀를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

"아! 다들 어디 여기 모여 계셨구나!"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점점 침대에 가까워져 오는  느껴졌다.

"어후. 오랜만에 육체가 생기니까 너무 불편한 거 있죠? 그리고 현대에 있는 샤워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을 떠서 씻어야 된다니. 너무 불편하다니까요?"

그렇게 투덜거리며 다가온 누군가가 털썩 침대에 눕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모습을 보며 내 귀에서 입을 뗀 그녀가 싸늘하게 사마희에게 말했다.

"...뭐하니?"

"네? 뭐하긴요. 자려고 누웠죠. 다들 주군이랑 같이 자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었어요?"

"눈치가 없는 편이구나?"

"히. 그럴리가요."

"하! 영악하긴."

"초월자님께 그런 소리를 듣다니. 머리로써 최고의 칭찬이네요. 더 영악해질게용."

"쯧."

월하가 혀를 차며 나를 괴롭히는걸 멈췄지만 나를 붙잡은 손을 놓지는 않았고 그녀는 그대로 빙글 몸을 돌려 사마희가 없는 쪽으로 누웠다.

나와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게만든 월하.

"머리가 저렇게 쫑알대니까 어쩔 수 없지. 오늘은 그냥 자자."

"이, 이대로?"

"뭐, 어때. 진짜 연인같고 좋지 않아?"

이곳에 있는 모두가 예쁘고 아름다웠지만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고르라면 누구나 월하를 고를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움의 격이 달랐다.

그렇게 사람의 심장을 미치도록 두근거리게 만드는 얼굴을 코앞에 두고 잠을 자라니.
눈을 감으면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게 아쉬워서 눈을 제대로 감지도 못할텐데.

"우우...월하님...저도..."

"그래."

"히히."

월하가 살짝 거리를 주며 떨어지자 고은이가 나와 월하 사이로 쏙 파고 들어왔고시선의 정면에는 월하의 얼굴이 그 밑에는 고은이가 보였다.

"우아악!"

그리고 사마희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바닥에 그녀가 부딪히는소리가 들렸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

"흥!"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부드러운 가슴을  등에 대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주인님.  뒤는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편히 주무시지요."

부드럽게 등을 감싸며 팔을 뻗어  허리를 감싸는 카렌.
상황을 보니 누워있던 사마희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자신이 대신 누운 것 같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누워있는 사람을 강제로!"

"더러운 몸으로 주인님과 어딜 함부로 자려고 그러나?"

"더럽다뇨! 방금 완전 깨끗하게 씻고 왔구만!"

"그렇다고 해도  주문으로 몸을 정화한 우리 셋과는 다르겠지."

"뭐라구요....? 아! 그래서 셋이 사라졌던 거구만! 그런 편리한 거 있으면 미리   해주지!"

"누가 물어보기라도 했나?"

"으으윽!"

사마희가 카렌에게 역으로 당하고 있을 때.

"다 내려와!"

앙칼지게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는 내 침대야! 나랑 우리 자기만 누울거라고!"

월하가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만들어 놓은거야?"

"어... 질내사정 두번에 격렬한 섹스..?"

"으..."

월하가 내 아래쪽을 바라보더니 몸을 살짝 떨었고 베티는 이제 나를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 제가 더 잘해줄게요! 당장 거기서 나오세요!"

결국 지친 나는 카렌에게 말했다.

"혹시 주문으로 침대 크기도좀 키울 수 있어?"

"너, 설마..?“

월하가 그렇게 말하는 나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겨눴다.

"하.... 이렇게 가다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내 몸 근처에서라도자게 하려고."

월하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카렌이 조용히 침대의 크기를 늘려주었다.

"베티. 너도 여기 올라와서 같이 자."

"네? 저, 정말요?"

"그래. 그런데 이미 있는 사람들 자리는 뺏지 말고 넓어졌으니까 내 근처에서."

베티도 악에 받쳐서 소리를 쳤지만 실제로 자신이 나와 같이 잘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지 눈물을 흘리면서 내 다리 쪽으로 달려 들어와 누웠다.

"후... 진짜 어이가 없네요. 다들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쉬세요. 아셨어요? 내일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까. 특히 주군! 어떻게 유혹을 해오든 절대 반응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알겠죠!"

"알겠어. 너는 안 자게?"

"에휴, 저는 다른 누구들처럼 그렇게까지 주군 곁에서 자고 싶지는 않아서요. 방금은 그냥 감시하러 들어온 거에요. 다른 방에서 잘게요. 그럼 내일 뵈요."

말을마친 사마희는 그대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눈을 돌리니 월하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분명히 나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쟤 얼굴은 너무 사기 아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데도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녀의 미모.
나는 그녀의 시선을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다가  버틸 수 없자 월하에게 말했다.

"자야 하지 않아?“

”자야지.“

”그런데 왜 그러고 있는건데?“

”응? 뭐가?“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눈을 감으려 했다.
그러나 시선은 계속해서 느껴졌고 결국 나는 눈을 떠서 그녀에게 백기를 들  밖에없었다.

”젠장. 눈 좀 감아주면 안될까?“

”왜?“

”하... 너가 바라보니까 잠이 안 와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눈을 둥글게 휘며 웃음 지은 그녀가 내게 말했다.

”너가 자야 되는데 말을 안 해줘서 내가 눈을 안 감은 건데?“

”그게 뭔데?“

그러자 그녀가 다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나를 요동치게 하는 그 시선에 최대한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녀에게 말했다.

”.... 잘 자.“

그러자 월하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래, 너도.“

눈을 감았다.

한숨 돌렸다는 생각에 눈을 감으려 했지만 밑에서 눈을 빛내는 고은이를 포함한 모두에게 인사를 마친 나는 그제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내일은  힘들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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