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56. 베티의 남자 (58/69)



〈 58화 〉56. 베티의 남자

쪼그라들었던 몸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동을 하면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느낌에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이 한순간 찾아와 몸이 비틀거리자 누군가가  몸을 잡아주는  느껴졌다.

"괜찮아?"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니 베티가날 잡아주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찾아왔던 고통이었기에 난 금방 몸의 중심을 찾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나를 잡아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앞을 바라보자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갈색 빛깔의  건물은 삼각형 모양의 꼭대기 위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고 깃발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의 주변으로도 베티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둘씩 나타나고 있었고 그들은 베티를 볼 때마다 인사를 건네면서 나를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지나갔다.

마치 유럽의 대학교와 같은 모습의 건물이었지만 그것보다 세 네 배는 훨씬 더 큰 고풍스러운 건물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베티가 내 팔을 이끌었다.

"가자. 얼른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졸업 해야 해."

그녀가 이끄는 걸 따라 정문을 지나려 하자 누군가가 우리를 멈춰 세웠다.

"렌 씨!"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마왕님처럼 아름다우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우리를 멈춰 세운건 정문에  있던 검은색 로브를 입은 경비였다.

"처음..... 뵙는 분 같은데 혹시 누구신지?"

그는 베티와 보내는 눈빛과는 완전히 달라진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말투만큼은 정중하게 묻는 그를 향해 베티가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약간 들어올리며 말했다.

"제 소환수에요."

"뭐라구요? 오! 이럴수가!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소환 마법에 성공하신건가요? 이제 졸업하실 수 있겠네요!"

"네. 이제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역시! 역시! 저는 당연히 하실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깟 소환마법 하나 때문에 렌 씨를 졸업시키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쪽이었다고요! 정말 언제까지 그렇게 고리타분 하게 살건지..."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제 보고 드려야 해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희가 처음 들어오는 외부인은 정확한 능력 측정을 해봐야 하는데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베티가 얼굴을 굳히며 그에게 말했다.

"어제 제가 알아본 결과 특별한 힘을 가진 소환수여서요. 일반 측정은 나중에 해도 괜찮을까요?”

“죄송하지만 그래도 측정은 받아야....”

“언니가 허락한 거에요. 언니랑 교장 선생님께 먼저 보고 하는걸.”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야....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소환수라니. 역시 베티님! 엄청난 걸 소환하셨나보군요!"

"그럼 가봐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졸업 축하드립니다!"

힘껏 외치는 경비를 향해 고개를 까닥여준 그녀는 걸음을 빠르게 놀려 그 자리를 벗어났고 나는 짓궂게 그녀에게 말했다.

"베티님, 인기 많으시네요?"

"...아니야."

"경비가 전혀 놓아주려는 기색이 보이질 않던데요?"

"그냥 내가 마왕의 동생이라서 어떻게든 친분을 가져보려는 거지. 어떻게든 나랑 가까워져 볼려고...."

베티가 빠르게 걸으며 말하다 걸음을 멈추며 내 팔을 잡고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오해.. 하는건 아니죠? 저는 이미 다른 사람 따위는 필요없어요. 약혼자라고 알려진  사람도요. 저한테는 오직 당신 뿐이에요."

빠르게 내 귀에 속삭인 베티는 다시  팔을 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걸음을 옮기면서도 하면 재밌을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많이 떠올랐다.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상상들을 떠올리며 앞서 걸어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걸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온 베티를 누군가가 다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렌 양!"

뾰족한 목소리로 베티를 부른 곳을 바라보니 날카롭고 깐깐하게 생긴 중년의 못생긴 여자가 보였다.

"칫! 저 여자한테걸리다니."

베티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가 그녀에게 다가갔고 베티가 다가가자마자 그녀가 베티에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렌 양. 제가 몇 번이나 이야기 해야 하는 거죠? 제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 렌 양이 주변을  살펴보고 먼저 인사를 해야 되는거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마왕님의 동생이라고 벌써 위세를 부리시고 다니시면 안 되는 거라고 이야기했죠?"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떤 느낌의 인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느 곳을 가나 저런 사람들은 꼭 있구나...'

"제가 어제 시킨 일은 다 했나요? 어제 제가 분명 일을 부탁했는데도 저한테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말도 않더군요. 적어도 하루가 가기 전에 얼마나 진행했는지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베티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길고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조용히 답했다.

"죄송합니다."

"죄송? 하! 제가 몇번이나 말했죠. 우리 죄송하다는 말은 죄송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는거라고! 우리 사이에 그런 죄송하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 말을 얼마나 만들건가요! 아직 졸업하지도 않았는데 저랑 이제 안 볼거에욧?"

베티가 그녀에게 답을 했다간 얼마나 시간이 더 끌릴지 생각할 수 없었기에 베티가 말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볼일 없을 것 같네요."

"뭐, 뭐라고?"

"오늘 졸업하실거라서요."

갑자기 끼어든 나를 보며 당황한 그녀가 나를 위아래로 흝어보며 말했다.

"너는 대체 뭔데 나한테 말을 하는거지?"

"이 분의 소환수입니다."

"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다시 자세히 바라본 그녀가 코웃음치며 나에게 말했다.

"하! 별것도 아닌 놈이 소환수라고 하다니.  같은 거를 소환하다니 렌 양의 수준도 알만하구나."

"교수님! 방금 뭐라고 하셨죠?"

"렌 양은 조용히 하세요. 그리고  같은 게 감히 나에게 말을 걸다니 죽고 싶은 거니?"

순식간에 손에 이글거리는 화염구를 만들어내 나에게 던지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지만 베티가 날아오른화염구를 향해 손으로 가리키며 주문을 외자 화염구가 사라졌다.

"교수님! 이게 무슨 짓이시죠? 제 소환수에게 공격을 하다뇨!"

"렌 양이야말로 무슨 짓인가요? 착각하지마세요. 렌 양. 아직 당신은 졸업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교수한테 이런 마법을 사용하는  하극상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봐도 될까요?"

베티가 그녀를 향해 소리치려고  때 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티! 멈춰! 교수님도 잠시만요!"

순식간에 달려와 베티와 교수 사이에 선  남자는 금발의 키가 큰 미남자였다.

"교수님. 정문 밖에 손님이 와 계시다고 하네요."

"뭐라구요?"

"정문 밖에 중요한 손님이 와 계셔서 교수님을 찾으시길래 제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교수님께 말씀드리려고 온 겁니다. 지금 괜히 힘 빼시는 것보다는 손님을 만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흠, 중요한 손님 누구요?"

"그게..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좀 그런 손님이라..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손님이 누군지 아시잖아요?"

"흠. 알겠어요. 렌 양! 졸업하기 전에 꼭 저한테 찾아오도록 하세요! 그 빌어먹을 소환수도 같이!"

교수가 몸을 돌리며 반대로 걸어나가며 한마디를 덧붙이며 사라졌다.

"쯧. 고아 녀석들이 붙어다니는 꼴을 언제까지 봐야 되는거람. 학교 격 떨어지게."

그 이야기를 들은 베티와 남자의 몸이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베티가 순간적으로 손을 올렸지만 남자가 베티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나한테는 누군가가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주인님.  버러지를 찢어 죽여버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계획을 들을 때  주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기에 마음으로 대화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아냐. 어차피 곧 죽을테니까 괜히 계획에 변수는 만들지 말자.}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베티는 살며시 손을 빼며 그 남자에게 말했다.

"테스..."

'아, 쟤가 테스야?'

교수와 베티 사이를 가로막으며 나타난 남자는 베티가 어린시절부터 알아오고 사랑했다는 그녀의 약혼자였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자 방금  떠올랐던 재밌는 생각들을 더욱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 베티  그래? 무슨  있었어?"

베티의 지금 태도는 누가 보기에도 어딘가 불편해 보였고 자신의 손을 빼내는 그녀의 태도에 당황한 듯 테스가 베티에게 물었다.

베티도 막상 테스를 마주하게 되자 마음이 흔들리는지 우리가 계획한대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고  모습에 내가 나서려는 순간 베티가 먼저 재빨리 입을 열었다.

"테스. 나 소환 마법에 성공했어."

"아 맞아! 방금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거야. 이제 졸업할 수 있는 거잖아!"

"맞아. 그래서 지금 교장실에 가서 보고하고 졸업하려고."

테스는 그녀에게 기뻐하며 말을 했지만 베티는 딱딱하게 그의말을 긍정할 뿐이었다.

"어.. 혹시 아까 교수님 때문에 기분이 많이 나빴어?"

"...응."

쌀쌀맞게 말한 그녀가 걸음을 옮기려 할때 서둘러 베티의 손을 잡으며 테스가 말했다.

"그래도 이제 더   사람이니까 무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나한테 천천히 이야기 해주면서 기분 좀 풀지 않을래?"

그에게 손이 붙잡힌 베티의 눈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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