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7. 베티의 남자(2) (59/69)



〈 59화 〉57. 베티의 남자(2)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얼른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베티의 어깨에 올라간 내 손을 보았다가 나의 얼굴로 시선을 옮기며 살기를 가득 담아 나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손을 어깨에 올리자 조금은 진정한 듯한 베티가 내 손이 아닌 그의 손을 먼저 풀려고 하자 그의 눈가가 꿈틀거렸고 나는 베티가 그의 손을 푼 순간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 저게 너의 소환수야?"

"테스! 저거라니!  소환수야!  조심해!"

"뭐?"

그  내가 먼저 그에게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소환계약을 맺은 다운입니다."

"렌 양의 약혼자 테스 독."

"아, 그렇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는 소개가 끝난 후에도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다가 베티에게 고개를 돌렸다.

"베티.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소환마법을 성공했다는 보고만 끝내고 계약을 해지하는게 낫지 않을까?"

"뭐?"

"아니. 그렇게 강해보이지도 않고 능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한번 소환 마법을 성공했으니  나은 소환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너도 지금 저 썅년이랑 똑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

"아니! 그럴리가! 아까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네 소환수의 행동들을 보니까 괜히 걱정이 되더라고."

베티가 그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할때 내가 먼저 그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다른 차원에서 소환이 되서 이쪽 예절에 좀 서투릅니다. 혹시 제 행동 어디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그는 베티가 말해준 것처럼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나의 말에 살짝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얼른 표정을 고치고 나를 향해 말했다.

"함부로 소환사가 대화하는데 끼어드는 태도. 그리고 소환사를 너무 거리낌 없이 만지는 모습. 그 외에도 지적할 게 많지만 문제가 너무 많아 보이네. 베티의 약혼자로서 말하는데 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겠나?"

짝!

갑자기 찰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베티가 손을 들어 테스의 뺨을 쳐 그의 뺨이 붉어진 채 고개가 돌아가 있었다.
베티가 분노하며 말했다.

"말조심해! 내가 처음으로 소환한 소환수야! 어떻게 너가 그런말을 할 수가 있어?"

"베..티...?"

그는 놀란 표정으로 얼떨떨한 목소리로 베티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바라봤지만 베티는 완전히 격노한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차원이 달라  태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벌써 문제가 발생했을줄은.....말씀해주신 부분은 최대한 빠르게 고치겠습니다. 하지만 소환되었을 때 베티와 많은 대화를 나눠서 친구처럼 지내기로 해서 말이죠."

"뭐? 베티......?"

"네. 제 차원에서는 친구끼리는 이성이라도 자연스럽게 터치하고 지내는 게 문화여서 베티한테는 이미 그렇게 대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만난 지는 길지 않지만 저희는 좋은 친구입니다. 그래서 약혼자님이 말씀해주신 계약해지는 안타깝게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정중하게고개를 숙이면서 그에게 말하자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듯 나를 보며 말했다.

"말도 안 돼... 베티는 나 외의 다른 남자들은 혐오하기에 절대 이름으로 부르거나 몸에 손대는 걸 허락하지 않아. 그런데 그걸 소환수인 너한테 허락을 했다고?"

"아마도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존재라 마음을 더 터놓을 수 있었던 거겠죠."

어깨를 으쓱하며 그에게 답하자 그가 베티에게 내뱉듯 말했다.

"베티! 저게 하는 말이 정말이야! 너 저 녀석한테 뭔가 당한 거일 수도 있어! 정신 차려봐!"

짝!

베티가 다시 한번 테스의 뺨을 때렸고 완전히 화난 기색으로 그에게 소리쳤다.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꼴도 보기 싫어. 눈 앞에서 꺼져줘. 그리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그리고 그녀는 내 팔을 잡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잡은 테스가 소리쳤다.

"베티!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마! 응?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니! 그게 헤어지잔 말이랑 뭐가 달라? 우리 사이가 겨우 이 정도로 끝날 사이가 아니잖아! 겨우 소환수 때문이라니!"

그녀가 강하게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미안해! 소환수에 대해서는 이제 뭐라고 하지않을게. 그러니까  말은 없었던일로 해주지 않을래? 내가 잘못했어!"

"후..."

한숨을 내뱉으며 베티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런 베티를 잡고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일단은 알겠다고 해. 다음번에 다시 말하자고."

내 말에 움찔하면서도 내가 말한대로 바로 그렇게 말을 하지 않는걸 보니 베티는 그에게 그런 여지조차 주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어서."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돌리더니 테스에게 말했다.

"... 알겠어. 다음번에 다시 말해."

"정말? 정말이지?"

그녀는 기뻐하는 그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베티님. 이제 가시죠."

나는 내 팔을 잡고 있는 베티를 부드럽게 끌어당겼고 자연스럽게 내 품으로 그녀가 들어왔다.

그런 우리를 보며 다시 나를 죽일 듯이 바라보는 그였지만 그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베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테스... 일단은 나 졸업부터 해야 해. 방금 교수도 더 이상 보기 싫고. 그러니까 이제 얼른 가주지 않을래. 다음번에 다시 이야기 해."

"베티..."

그가 애타게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베티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고 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다 고개를 들고 어디선가 이쪽을 지켜보며 모인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뭘 봐! 지금! 다들 구경났어! 빨리 교실로 들어가!"

그가 분노하며 외치는 말에 놀란 군중이 일제히 사라졌고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베티..."

"후....테스.. 너가 계속 이러면..."

"아니야! 나도 이제 가려고 했어. 대신에 다음번에 꼭 나랑 다시 이야기 해봐야해? 둘이서만?"

"후.. "

"알겠어! 가볼게! 둘이서 꼭 이야기 하는거야! 둘이서!“

그렇게 말한 그는 미련이 가득 담긴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다 사라졌다.

(혹시 주변에 다른 기척이 있어?)

(없습니다.)

(그래?)

나는 테스가 점점 멀어져 가는 걸 바라보며 베티를 끌어당겨 내 품에 안고 두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흐읏!"

"지금 뭐하는거지?"

"하읏!안 돼!  돼요! 아응! 테스! 테스가 저기!"

"왜 우리가 계획한대로 행동하지 않는거야? 아직까지도 테스에 대한 미련이 남았나?"

"아! 그런게 아니라! 아읏! 들키면! 안되니까!"

"아냐. 그렇다고 하기엔 너는 너무 망설였어."

나는 마음껏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다가 그녀의 가슴에서 손을 떼었다.

"이제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아도 되는거지?"

"네? 네에?"

"아직도 테스가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굳이 내가 필요없지 않나? 어제도 말했지만 나는 굳이 할 필요가 없어."

그녀가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며 나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방금 보셨잖아요. 저런 놈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걸! 저는 오직 당신뿐이에요! 저런 놈은 필요 없어요!"

"흐음... 그 말을 믿기엔 아까 전 행동이 너무 맘에 안 드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진심을 믿어주시겠어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그녀를 보며 고민하는 듯 연기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흠... 일단은 다시 만나서 테스한테 잘 대해줘."

"네! .... 네?"

그녀가 무언가 잘못 들은듯 나에게 되물었지만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사이가 다시 좋아진 척 하다가 그놈을 불러서 그놈 앞에서 섹스를 하면서 우리 사이를 보여주는거지. 그리고 너의 손으로 직접 그 놈을 죽이는거야. 그 정도는 할  있지?"

(으악!주군!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머릿속으로 사마희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무시하고 베티를 바라보았다.

"....네?"

"못하겠어? 역시.. 아직 그놈한테 마음이 있는 거였군."

내가 단호하게 말하면서 걸음을 돌리려고 하자  옷을 붙잡으며 그녀가 말했다.

"아니에요! 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그래. 너 입으로 분명히 뭐든지 한다고 어제도 이야기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돼."

"....네."

"방금도 내가 말한대로 안 했다가 시간을 더 쓰게 된 거잖아? 어떻게 할거야?"

"... 다음부터는 이런 일 절대 없을 거에요."

"정말?"

"네."

"다음에도 우리 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로 나를 볼 수 없을거야."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믿어주세요!"

(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고 일부러 그러신 거구나? 휴. 저는 또 괜한 일을 만드시나 했네요. 혹시 모를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시는 것쯤이야 뭐..... 그 정도는 이해해드릴 수 있죠. )

"그래. 그러니까 다음에 내가 테스 관련해서 시키는 일은 전부  말을 따라. 알겠어?"

(주군? 주군?)

"....네. 뭐든지 말씀하시는 대로 다 할게요."

"그래. 그럼 좀 있다가 그놈한테 가서 친근하게 말을 건 다음에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

(주구우운!)

나는 몸을 돌려 그녀의 가슴을 다시 세게 쥐어잡은 뒤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원래 가려던 데로 갈까요?"

"네! 아니.. 응."

나는 시끄럽게 다시 무어라 말하는 사마희의 말을 철저히 무시한 채 베티와 함께 교장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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