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9 7. 빛의 종언 =========================
그 날처럼 아름다운 노을이 지던 유월의 첫 날. 사현과 십이현은 임무를 마치고 황궁으로 돌아갔다. 알게 모르게 그간 주고받은 정이 많은지라 작별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 시간 이후로 감정적 교류 대상으로서의 그들과는 영영 연을 끊기로 마음먹었기에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여태 살면서 처음으로 평온한 헤어짐이었다. 나는 그걸로 족했고, 두 마음씨 좋은 오십현은 자신들의 주군이 바라는 것을 이루었으니 섭섭하지 않다고 했다.
'한 번 모신 주군은 저희의 직책과 담당이 바뀐다 하여 모르는 분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주군께서도 언제든 저희를 호위로 생각해 주십시오.'
'그간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저희를 신뢰하시고, 또한 잃어버린 줄 알았던 이름도 불러주시는 주군은 처음이었습니다.'
꼭 주군과 호위사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오다 가다 마주치면 서로 인사나 하자고. 각자들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나 하며 놀자고. 나는 마지막으로 루 할레시온 가의 저택 문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는 이들에게 약속했다.
하나의 약속이 깨졌고, 하나의 약속을 맺었다. 그러나 또다시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 여름의 더운 날씨는 벌써 할레시온을 침범했다. 나는 외출한 김에 바뀐 계절을 위한 새 옷을 맞추러 엘피샤의 옷가게를 찾았다. 그것이 그녀를 방문한 표면적 이유였다.
딸랑. 문을 열자 경쾌하나 내게는 별로 좋게 들리지 않는 종소리가 울렸다. 문 앞에 오늘은 휴무일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지만, 나는 사전에 그녀와 약속을 잡아두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들어섰다.
내부로 발을 들이자마자 달콤한 듯 깔끔하고 시원한 향으로 물든 공기를 들이마셨다. 몇 번 맡아본 전적이 있는 냄새였다. 직감에 따라 안쪽 깊숙한 곳의 응접실로 재빨리 들어왔다. 종소리를 듣고 나를 맞이하러 나오려던 엘피샤가 약간 난처하게 웃었다.
"오셨어요, 대공녀님?"
"네. 그런데 저 분은 여기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오늘은 가게 휴무일이고, 지금은 제가 잡아놓은 약속 시간인데."
대충 대꾸하며 먼저 와있던 다른 손님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그는 차를 마시려던 손을 멈추고 내게 흐린 검은색 눈을 맞추었다.
"그대가 여기 오신다기에."
얼핏 미소하는 얼굴과, 평범한 귀족들과는 어딘가 살짝 다른 말투가 영락없는 시안이었다. 나는 엘피샤가 안내하는 대로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엘피샤는 내 앞자리였다.
"카르텔리 영애와 친하신가요? 그런 소식까지 들으시다니."
시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요......딱히."
"공작!"
엘피샤는 대뜸 그를 부르며 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안은 고상하게 눈을 내리깔고 차나 마셨다. 그 꼴을 얄밉다는 듯이 흘기던 그녀는 뒤늦게 내가 옆에 있다는 걸 깨닫고 난처하게 호호 웃었다.
"장난하신 거예요. 시안 공......아, 히엘로 공께서 원래 이런 분은 아니신데, 갑자기 웬 농담이신지."
"엘피샤도 히엘로 공작의 별칭이 시안인 것을 알고 계셨군요. 저도 공작을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시안 공이라 불러드리고 있어요."
시안이란 이름을 뱉고는 눈에 띄게 당황하길래 말해주었다. 그 별칭을 아무에게나 말해주는 사람이 아닌 것 같던데, 그럼 그는 엘피샤와 친분이 있는 건가. 의외의 조합인 듯 하면서도, 또 왠지 자연스러워서 더 캐묻지는 않았다.
"아하. 그런 거였군요."
그렇게 말하고선 그녀는 또 시안을 쏘아봤다. 대체 얼마나 친한 거야, 이 둘은. 시안은 부정했다지만 이건 절대 보통 친분이 아니다. 내가 그들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사이 엘피샤가 시원한 음료를 주었다. 투명한 조각 얼음이 아이스티와 비슷한 옅은 적갈색 액체 위에 동동 뜬 채 빠드득 소리를 내며 금이 갔다. 나는 기껏 시간을 내어 찾아온 엘피샤에게서 용건을 해결해야 했으므로 내 앞의 불청객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시안 공, 저와 카르텔리 영애가 나눌 이야기는 공과는 상관 없는 일일 텐데요. 오늘은 이만 가 주세요. 저를 만나고자 하셨다면 다음부터는 이런 자리 말고, 공의 별장 후원 같은 곳에서 만나 대화하죠."
"알겠습니다. 오늘은 어차피 그대 얼굴을 보는 것이 제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대는 엘피샤와 편하게 이야기 나누시기를."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칼같이 끊어냈는데, 그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지 온화하게 말하고 차를 마저 마셨다. 곧바로 일어나는 그에게 잘 들어가시라는 인사나 건넸다. 시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퇴장했다.
곧 멀찍이서 종소리가 났다.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겠군.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마시던 음료를 내려놓고 눈을 마주했다. 엘피샤도 나를 보았다. 시안과 마찬가지로 소설 '꽃물 든 하늘'에 나오지 않는 캐릭터, 엘피샤 카르텔리. 사전 정보 없이 만난 사람이기에 시작도, 결말도 알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흥미롭다. 과연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감정을 담지 않고 차분하게 물었다.
"부탁했던 일을 해내셨기에 절 부르신 건가요?"
고요한 당당함이 느껴지는 미소를 살짝 띄운 그녀가 아까부터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있던 장부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아이린 에네아스 백작 영애가 사흘 전에 외출용 드레스를 맞추고 싶다며 방문했어요. 이건 그 드레스의 주문 장부예요. 미심쩍은 점은, 보통 에네아스 정도 되는 대백작가의 사람이라면 한 번에 여러 벌을 맞추는 것이 정상인데 저와의 조율을 통해 실제로 산 것은 주문 내용과 다른 평범한 베이지색 실내복 하나였다는 사실이지요. 정작 그 영애는 옷을 맞추겠다는 명목으로 저를 만나 쓸모없는 말만 많이 했어요."
"대충 감이 잡히네요. 저와 엘피샤가 반 년이 넘게 대놓고 친분을 과시하고 있었으니 아이린도 지당 그 정보를 들었을 테고, 모종의 이유로 제 '측근'인 엘피샤를 찾아온 거죠. 옷은 핑계고. 아마도 저에 대해 뭐라도 알아내고 싶었나 본데......"
말 끝을 의도적으로 흐리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엘피샤에게는 자세한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그 모종의 이유라는 게 뭔지 확신했다. 보나마나 저번에 던진 에네아스 관련 폭탄 발언 때문에 심중이 어지러운 것 아니겠나.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어떠한 경위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조사하는 게 기본이라는 것 정도는 숙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조사 경로가 정말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내 앞의 이 사람인 게 안타깝게도 감점 대상이지만.
엘피샤는 손을 오므려 허공을 잡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제 보잘 것 없는 능력으로는 에네아스 영애 주변의 심리에 반응한 마력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전부여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걸 토대로 세운 가설은 대공녀님의 추측과 비슷해요."
그녀는 내가 친하게 지내주고 망국의 왕가라는 이유로 웅크리고 있던 가문의 숨통을 트여주는 대가로 자신의 분야에 한해 적당히 협조해 주곤 했다. 내가 저번에 그녀에게 요구한 것은 아이린의 행보 주시였다.
"알겠어요. 도움 주셔서 감사해요, 엘피샤."
감사를 표하고 음료를 마셨다. 잔에 맺힌 물방울이 손을 타고 흘러내리기에 바닥 쪽으로 툭 털어냈다.
아이린은 확실히 내 말에 동요했다. 나름대로 에네아스의 눈을 피해 움직이는 중인 것 같은데, 과연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런지. 물론 어느 쪽이든 내게는 나쁘지 않다. 내 말을 믿게 된다면 에네아스 안에 써먹기 좋은 도구가 생기는 셈이고, 안 믿는다 하더라도 엘피샤에게 찾아온 시점부터 이미 에네아스의 의심과 추적을 스스로 청한 셈이니까. 즉, 가만 두어도 내게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그간의 노력으로 원작의 모든 사건의 응집점인 여주인공 하나는 제대로 휘어잡았다. 이것으로 승률이 일 퍼센트라도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아, 그런데 대공녀님. 그 날 약간의 정보를 더 알아냈어요. 에네아스 영애가 연막용으로 내놓은 말이 있었는데, 대공녀님께선 그 영애의 모든 행보를 궁금해 하셨으니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뭔가 더 있었나. 잘하면 추가적인 소득까지 얻고 가겠다. 엘피샤는 초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따뜻한 차를 홀짝여 목을 축이고 말했다.
"요즘 황태손 저하께서 자신과 교류가 잦으시다면서, 그 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던 걸 내세웠지요. 친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였어요. 이야기는 황태손 저하께서 아주 어릴 적에, 친했던 친우가 실은 자신을 노리던 암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죽여버렸다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저하께서 낙심하지 않으시게끔 위로의 말을 건넸는데, 저하께서는 오히려 화를 내셔서 서운했다며......대공녀님? 안색이 나쁘세요. 괜찮으신지......"
망할, 라인하르트. 이젠 좀 망설일 줄도 아나 했더니 여전히 가진 걸 아낌없이 써서 계략을 짜는군. 나는 속으로 지껄이며 테이블 아래로 내린 손을 꽉 말아쥐었다. 불쾌해 할 필요도 가치도 없는 이야기인데, 제어가 잘 안 됐다. 그래서 여기 없는 사람을 향해 찰나 쎄하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정작 그걸 보고 놀란 이는 잘못 없는 엘피샤였다. 험악한 표정을 지우려 얼마 남지도 않은 음료를 들이켰다. 그마저도 얼음이 녹아들어 싱거웠다. 겨우 감정을 누르고 담담히 말했다.
"그 과거 이야기, 많은 각색을 거친 실화예요."
르쉬네. 그녀의 이야기였다. 라인하르트는 시간대를 '아주 어렸을 적'으로, 대상을 '암살자'로 살짝 비틀어 아이린이 5년 전의 숙청을 떠올리는 걸 막았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가 십대 중반 즈음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암살자의 출현 횟수가 적었다. 게다가 '첫 배신'은 열일곱 살의 야심찬 황태손이 되어서야 3황자에게 당했지.
엘피샤는 갑작스런 말 때문에 한 박자 늦게 대화를 이었다.
"아......그런가요? 그럼 황태손 저하께서는 어떤 의도로 에네아스 영애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셨을지 혹 짐작이 가시는지요?"
"대충은요. 저는 그를 꽤 잘 알아요. 사 년 넘게 그걸 저주로 여기고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웬일로 도움이 되네요."
"설마, 저하께서 정말로 그 영애를 마음에 두신 걸까요? 저번에는 세이잔 자작가 화재 사건의 공범으로까지 몰리실 뻔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까보다는 여유가 깃든 미소를 그렸다. 진심 한 자락 없는 거짓된 가면이 차라리 편했다. 테이블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렸다.
"그럴 리가요. 그는 자신에게 날을 세운 자를 끝까지 기억하죠. "
라인하르트는 가차없고 성급하나 적어도 우둔하지는 않다. 그의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뛰어난 편이지. 따라서 원작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한 라인하르트는 여러 상황에서 써먹기에 아주 좋은 패다. 그렇기에 르쉬네라는 이름으로 그를 붙잡아두고 내 앞에 방패로 세웠다.
"황태손은 떠본 거예요, 아이린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화재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한다며 삿대질을 해댈 때와 달리, 아이린은 수도에 입성한 뒤로 줄곧 그에게 관심을 보였고 그의 관심을 원했다. 수상한 태도 변화가 그의 날카로운 경계에 걸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 거슬리지 않게 포장한 떡밥을 던져 두고 아이린이 그걸 건드리길 바랐을 것이다.
그를 배신한 암살자를 죽였다는 이야기. 사실상 아이린을 향한 협박이다. 이렇게 자신과 친해지려 하다가 돌변해서 뒤통수를 치면 큰 대가를 치를 거라는. 설령 그걸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더라도 친구의 목을 날린 일화를 아직 시기상 깊게 친해지지도 않았을 이에게 대뜸 꺼냈으면 놀라거나 껄끄러워해야 정상이다.
황태자와 함께 저질러 온 피의 숙청 때문에 영애들은 예전부터 순수한 호감에 의한 접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잘생겼고 신분도 빵빵하긴 하지만, 친우와 친척을 단두대에 세운 자를 겨우 그런 걸로 졸졸 따라다닐 순진한 영애는 드물거든. 잘못했다가는 외척이 과도한 권력을 가졌다며 장인까지 죄를 씌워 처형한 정복왕 아렌도스 2세의 선례처럼 되고 말 거라고 수군대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는 이제껏 르웰린 후작가와 같이 두려울 것이 없는 완전한 황태자파 가문의 영애들로부터 정치적 목적의 청혼이 몇 번 들어온 걸 제하고는 여자와 인연이 없는 남자였다. 몇몇 옛 친구들에게가 아니면 결코 친절하게 굴지 않아서 더 그랬다. 원작에서는 라니아의 악인 기질을 내세우려 황태손이 인기가 많다는 설정이었는데, 그건 라인하르트의 과거가 제대로 서술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거였다.
선망받는 폭군이란 단어는 어색하지 않은가.
종합해 보자. 아이린은 누군가 목적을 갖고 저지른 방화일 게 뻔한 사고로 가족을 죄다 잃었다. 남은 건 자기 목숨 뿐이지. 그런데 다른 영애들도 다가가지 못할 만큼 위험한 남자가 과거 얘기로 자기 어필까지 했는데, 그녀가 내놓은 반응이 위로였다?
로맨스 소설에서는 종종 여주인공들이 이런 식으로 의외의 반응을 해 남주인공을 동요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날 때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뭐 이런 대사 있잖나. 소설 속 인물인 아이린은 그런 건 모를 테니 그냥 머리를 열심히 굴려서 역으로 그걸 노린 거다. 라인하르트는 기본 포지션이 남주인공이라 아마 순간이나마 흔들렸겠지. 그러나 아까 말했다시피 그의 판단력은 좋다. 이면의 진실 하나쯤은 캐낼 수 있어.
아이린이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그 날 라인하르트는 깨달았을 것이다. 이로써 아이린은 '꽃물 든 하늘'의 본래 줄거리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 자기가 건드리기도 전에 약혼이 알아서 깨졌으니 혼란은 배가 됐겠군. 덩달아 황태손에게마저 자기도 모르게 취조당했고.
영화의 허무한 결말을 본 양 피식 웃었다.
불쌍하네.
============================ 작품 후기 ============================
7챕터, 빛의 종언 시작합니다. 비축분 막 쌓다가 중간에 플롯상 최소 3편 이상 잡아먹을 사건 하나가 통째로 빠진 걸 발견하고 지금 쇼크 먹어서 얼른 채워넣는 중입니다. 악살다 비축분은 공사중...부실고ㅇㅅㅏ 쿨럭쿨럭
+이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를 알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악살다가 꽤 로판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ㅎ ㅎㅎ ㅎ 아니었던 건가요ㅋㅋㅋ
그 그래도 3장이나 4장까지 보고 나시면 오옷 이거 로판 맞구나 오올 이라고 하시지 않을까...생각하는뎁...(우물쭈물) 에 뭐 일단은 그냥 룬이라는 글쟁이가 로맨스를 겁나 못쓰는구나-라고 생각해주세요(ㅋㅋㅋㅋㅌㅌㅋ) 플러스로 변명 조금 더 하자면 2장은 뿌리고 모아야 할 것들이 많아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에이 모르겠다 스토리 진행 확 하고 3장에서 감정선 몰아치자~~!오예~~~/~#@-! 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끝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ㅎ ㅎㅎ 그런데 확정된 플롯을 보니 이미 망한 것 같 읍읍ㅂ
+설정 오류가 발견된 27화의 사현 대사가 살짝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