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8 Bridge 3. Shachar Menderope : 푸른 새벽 =========================
라니아는 이후 카리스티아 폐막일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샤카르는 라니아를 만나보지 못하고 다시 에온 지방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었다. 그가 세운 계획에 따르자면 일단 일 보 후퇴해야 할 때니 얌전히 마차를 타는 게 맞았다. 잠깐 들렀던 정보상에도 그리 말해 두었다. 그런데 손이 그 지경이 된 동업자이자 파트너이자 친구인 사람을 어떻게 그냥 두고 간단 말인가? 샤카르는 합리화하듯 그 물음을 되뇌이며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무려 그 서먹한 아버지에게.
"백작님. 동맹을 맺은 가문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멘데로프 가문은 최근 점점 중립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황태자의 눈을 피해 루 할레시온 가와 친선 관계가 된 것이 그 일환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실무자인 샤카르의 입김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동맹 가주들에게는 이미 폐막일에 모두 인사를 하지 않았더냐."
귀족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저택의 서재에 들어앉아 펜으로 결제 서류에 사인을 하던 백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그의 앞에 선 샤카르가 씩 웃었다.
"루 할레시온 가문의 분들께는 부득이하게 인사를 드리지 못했지 않습니까."
일부러 가주라고 말하지 않고 '분들께는'이라는 말을 쓴 의도가 뻔했다. 루 할레시온 가 사람들 중 누구 하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거다. 백작은 전형적인 귀족의 사고 회로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방계 황족 가문의 여자 귀족 자제들의 프로필을 떠올렸다. 딸만 둘이렷다. 둘째 셀리아 이즈빌 루 할레시온은 올해 열세 살로, 너무 어리다. 만일 자기 아들이 관심을 가진 이가 그 아이라면 아들은 당장에 감옥에 가는 것이 옳다. 백작은 마지막 남은 믿음으로 셀리아를 제했다. 그럼 남는 사람은 따져볼 필요 없이 자동으로 첫째다. 라니아 에빌 루 할레시온. 은둔 대공녀라고까지 불리는 신비주의 컨셉의 황족. 나이 19세.
백작은 급격히 골치가 아파왔다. 아들이 최초로 관심을 둔 여자가 생겼다는 것은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상대가 그 대공녀란 말인가.
라니아는 가문의 정당한 후계자다. 샤카르 또한 그렇다. 제국법상 후계자끼리의 결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나, 두 가문을 병합하거나 견고한 동맹을 맺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전자의 경우에는 보통 남자 쪽 집안으로 가문 구성원 전체가 흡수되며, 여자 쪽 가족들의 직첩은 전부 남자의 가문 수준에 맞게 수정된다. 멘데로프와 루 할레시온으로서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짓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샤카르에게 있어 그나마 현실적이지만 역시나 큰 위험이 존재한다. 비밀리에 잡았던 손을 황태자 눈앞에다가 대놓고 붕붕 흔드는 꼴이 되리라. 그렇게 되면 변방 어귀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당할 지 모른다.
결정적으로, 정세상 루 할레시온 가문과 지금 당장 혼연까지 맺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백작은 고뇌에 휩싸였다. 자신의 아들이 가문의 그 어떤 조상들보다 머리가 비상한 놈임은 깨달은 지 오래다. 과연 쓸데없이 머리만 타고난 샤카르가 이런 악조건 하나 숙지하지 못했을까? 아닐 테지.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비련의 사랑!
백작은 혼자 진도를 쭉 나간 다음에 가련한 아들놈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얌전히 돌아왔으니 보상해주는 셈 치면 될 것이다. 수십 년만에 이런 달달한 기분을 맛보는 것 같아 백작으로서는 기분이 이상했다. 오래 전 그의 아내와 연애할 때 상황이 이것보다는 덜하지만 꽤 절망적이었음을 기억하기에 더 그랬다. 그는 헛기침을 하고 일부러 더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흠, 그랬던가. 황족 가문에 인사를 드리지 않고 가는 것은 크나큰 실례지. 그럼 채비하거라. 조금 뒤에 출발할 테니."
샤카르는 아버지의 속내까지는 읽지 못한 채 시원스레 미소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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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은 끝났다. 에온 지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샤카르는 몹시도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검은 실타래처럼 뒤엉킨 정보와 분석과 결론이 그를 괴롭혔다. 충격을 잠재우기도 전에 피아노 소리는 멎었고, 그는 굉장히 필사적으로 감정을 갈무리해야만 했다. 그러나 마차 안에 홀로 남은 이 순간, 그 여파가 고스란히 기어나와 목을 조르는 것이다.
'에빌. 이럴 때는 이 모든 게 거짓이길 바라게 되니까, 거기까지만 하자.'
그렇게 말해놓고도 기어이 스스로 열어두는 속박의 여지란. 이렇게 착잡한데도 끝까지 웃어 보였던 희망이란. 샤카르는 사라져버리고 싶은 동시에 그 손이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라는 모순된 마음에 몸서리쳤다.
숨이 찼다. 창문을 거칠게 열었다. 안개 낀 벌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속이 좀 트였지만, 머리는 여전히 깨질 듯이 아팠다. 사고의 한도를 초과해본 전적이 없는 명석한 두뇌가 이번에야말로 백기를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까. 그래. 그런 것 같다.
대체, 그걸 어떻게 설명할 거야. 라니아.
"아니. 애초에 넌 누구지?"
샤카르는 아연히 중얼였다. 글자들은 그의 곁을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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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처음으로, 모든 것을 원상으로 돌렸다. 샤카르는 최초로 회귀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저울에 걸린 것은 자신의 명운이었다. 현재였고, 미래였고, 감정이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정신 없는 와중에 큰소리 떵떵 치고는 왔지만, 실은 미칠 것 같았다. 혼자 괴로워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상념이 얽혀든 1061년의 초겨울에서―――
시간이 물결처럼 흘러 해가 바뀌고. 계절이 새로움을 맞이하고 나서야 차가운 얼음장 같던 혼란은 종식됐다. 답을 찾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다.
샤카르 멘데로프는 더 잔혹한 기쁨을 택했다.
그는 그간 라니아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에게 벌어진 사건들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정보상의 실질적인 보스 노릇을 하는 말덴 에보르에게 꾸준히 전달받는 정보가 슬슬 복귀할 때가 되었다고 알려왔다. 샤카르는 봄이 막 시작될 즈음 국외로 이민을 갔던 한 방계 황족을 방문해 라니아에게 줄 생일 선물을 가져왔다.
르쉬네의 초상화.
이걸 찾느라 정보상 직원들을 며칠이나 닦달했는지 모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가출의 준비를 전부 마친 깊은 밤, 그는 촛불을 두어 개 켜고 침대에 걸터앉아 손바닥만한 그림을 가만 들여다보았다.
흔치 않은 은자색 머리카락에 단풍 같은 적갈색 눈을 가진, 쾌활한 듯 아스라하게 웃는 여인의 얼굴이다.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스물네 살이 되었을 것이다.
샤카르는 웬일인지 혼인 논의 한 번 없이 한적했던 지난 몇 달간의 생활 동안 르쉬네라는 사람에 대해 더 조사해 보았다. 라니아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수도 대귀족의 상당수, 그리고 황족들까지 얽힌 관계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이니 알아볼 가치는 충분했다.
풀네임, 르쉬네 제드릭 할레시온. 위로 남자 형제 한 명. 현 황제 오벨 3세가 피의 숙청을 통해 황제위에 오를 때 유일하게 칼날을 피해 생존한 황자가 처음 얻은 손녀. 라니아, 라인하르트, 에단과 육촌 관계. 황태자가 제 2의 숙청을 벌이기 전, 십대 후반의 나이로 가문을 홀로 떠맡은 리데르흐 히엘로 공작과 결혼 이야기가 오갔던 사이. 여기까지는 조금만 파보면 나오는 것들이다.
그 외에 에단과 라니아, 그리고 다른 지인들에게서 조심스럽게 얻어낸 정보는 훨씬 사적인 영역에 있었다. 정원 가꾸기를 좋아했다던가, 여러 꽃말을 외우고 다녔다던가, 챙 넓은 모자를 즐겨 썼다던가. 똑똑했고, 다정한 사람이었고, 라니아를 정말 아꼈고, 황태손을 좋아했다는.
'제드릭 공녀는 황태손 저하께 꽃을 드리려던 날에 감옥으로 끌려갔습니다. 황태손 저하께선 배신감과 죄의식에 휩싸여 계셨고, 라니아 대공녀는 그 모든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렇게나 미워하던 가문의 이름 뒤에 숨어 그 분들을 외면했습니다.'
카리스티아가 끝나고 에온으로 돌아가기 전날 둘이서 술을 마시다 녹진하게 취한 에단은 그 이야기를 하며 울었다. 수많은 유년 시절 모임의 구심점이었던 르쉬네와 황태손, 라니아와 에단이 어떤 식으로 죽고 다치고 돌아섰는지 확 와닿는 회상이었다. 샤카르는 말없이 맥주를 들이켜곤 에단의 등을 토닥였었다.
샤카르는 라니아에게 편지를 보내는 김에 에단 또한 그 시절에 꽁꽁 묶여있음을 대신 어필해 주었다. 그러고서야 취급이 좀 나아진 모양이었다.
그만큼 1057년은 샤카르 뿐만 아니라 라니아와 그 주변인에게도 잔인한 해였다.
초상화를 탁상에 놓아두고 침대에 푹 파묻혔다. 곧 그의 방 안 불빛이 꺼졌다. 자정 무렵이었다.
다음 날 샤카르 멘데로프는 몇 번째일지 모를 가출에 성공했다. 백작저는 오랜만에 뒤집어졌다.
4월 10일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수도에 도착했다. 태양빛이 따사로운 봄날, 라니아의 생일이다. 그녀에게 보낸 편지가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것이다. 샤카르는 시계를 확인하고 루 할레시온 가의 저택으로 이어진 오솔길에 들어섰다.
몇 걸음 가지 않아서 등 뒤로 사뿐한 기척을 느꼈다. 딱히 숨기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 감지가 잘 안 되는 기척이었다. 마치 바람에 소리가 흩어진 것마냥.
힐긋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예기치 않게 순한 검은 눈과 마주쳤다. 곤란했다. 저 자는 무시하기 힘든 인물이 아닌가. 샤카르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홱 돌리고 시원스레 눈웃음지었다.
"대공녀의 탄신일 파티에 초대받으셨나 봅니다, 히엘로 공작."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무표정했던 얼굴에 정제된 미소가 꽃이 피어나듯이 번졌다. 말 끝을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질문한 시안이 대답을 기다렸다. 참으로 신선한 광경이라 샤카르는 약간 벙쪘다. 남자가 이런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니.
"아, 초면이었나요. 실례했습니다. 샤카르 멘데로프라 합니다. 공석에서 가끔 뵌 분이라 그만 친한 척 굴고 말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영식께서도 초대받으셨군요. 정문까지 동행할까요?"
"저야 영광입니다."
사실 정식으로 초대받지는 못했지만 그깟 건 싹 무시하고 냉큼 대답했다. 세력이 미약하다고는 하나 명색이 공작가다.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 샤카르는 꽤나 긴 오솔길을 함께 걸으며 이래저래 대화를 했다.
"......에온에서 오셨다 하셨습니까."
"네. 예온 지방이 제 가문의 관할 지역이라 말입니다."
"그곳의 모습은 어떤가요?"
"제가 있는 곳은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시원합니다. 다만 더 아래로 내려가면 기후가 변해, 포도 재배를 하는 지역이 있긴 합니다. 건물이 무너져 휑한 곳이 많고, 들판이 넓습니다. 마법은 멸절했고, 주민들은 다른 정복 지역보다 훨씬 순종적인 편이죠."
시안은 소리 없이 처연하게 웃었다. 때로 웃음이 울음보다 슬프게 다가올 수 있음을, 샤카르는 그 때 처음 깨달았다. 딱히 비극적인 얘기는 꺼낸 적이 없는데 어째서 그런 표정인지, 아니면 원래 웃음이 저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시안은 흙바닥으로 시선을 내리며 부드러이 대꾸했다.
"그렇군요. 한 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심심하실 텐데."
"여기도 심심하긴 매한가지인 것을요."
"정말입니까? 이 시끌시끌하고 아는 사람 많은 데가 무료하시다니 의욉니다."
"의미를 두지 않는 이상 어떤 곳이든 무료하기 마련이지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샤카르가 약간 어색하게 웃었다. 예상치 못한 이에게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그 때 목적지에 도착했다.
쨍한 햇살 아래 희게도 보이는 백금발의 라니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몇 달만에 만난 사람이다. 주위가 얼마나 시끌벅적하든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 사람. 성큼 걸어간 샤카르는 순간의 충동으로 라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에 와닿는 감촉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믿기지 않게도.
"오, 문 열어준 것도 고마운데 마중까지 나왔어? 기특하구만?"
라니아는 바로 그의 손을 잡아내리고 속삭여 윽박질렀다.
"뭐하는 짓이에요?"
"뭐긴, 칭찬이지."
극적인 재회에는 딱히 의미를 주지 않은 걸까. 샤카르는 아무렴 상관없었다. 이 전쟁터로 귀환했다는 것은, 그가 모든 결심을 마쳤다는 뜻이니까. 생의 전부를 베어가를지라도, 회피하지 않으리라.
그는 시안과 라니아가 대화하는 동안 툭툭 끼어들다가 퇴짜를 맞았다. 투덜대며 프리드리히에게로 갔다. 그간 받아본 정보에 따르면 이 작자가 나쁜 놈이었다. 그러자 라니아가 붙잡았다.
"아니, 지금 어딜 가는 거예요?"
"사나이들끼리의 일이니 레이디는 신경 쓰지 마."
"또 헛소리군요. 괜히 사고치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역시 안 통했다. 결국 시안의 돌발 발언에 당황한 사이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스카일러 영식."
부름에 응해 그가 뒤돌았다. 빙그레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멘데로프 영식."
"딱히. 저 멀리 변방에 가 있느라 안녕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저런, 유감입니다."
둘 다 한치의 어긋남 없는 여유를 둘렀다. 남들의 눈에는 그저 안부 인사를 건네는 걸로 보이리라. 시선과 시선이 물러섬 없이 맞섰다.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무엇입니까?"
"에빌 대공녀에게 영식이 벌인 수작질에 대한 겁니다."
샤카르는 프리드리히와의 살벌한 대화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프리드리히의 시선에 얼굴이 따가웠으나 더는 상종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말끔히 무시하고 잔을 들었다. 신경이 쓰이려는 무렵에는 다행히 세크네트가 실없는 농담을 속닥여서 크게 기분을 잡치진 않았다.
이 자리에 가주 급의 인사는 히엘로 공작을 빼면 거의 없다. 하지만 사실상 가주의 대리인 격인 자들이 잔뜩 참석했다. 한데 모여앉아 웃고 있는 아넬 카인, 세리야 유르웬, 알로이 훼산. 그 사이의 엘피샤 카르텔리와 맞은편의 리데르흐 히엘로. 에단 르웰린과 알피어스 하시펜도. 로엔세르 쌍둥이. 그리고 기타 등등. 대부분 유력 대귀족 급이다. 샤카르는 귀족적인 우아함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오찬장에 휘도는 묵직한 기류를 지켜보았다. 거대한 제국에 진정으로 군림한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사람들이 각자의 의도를 숨기고 이곳에서 웃는다. 참으로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샤카르는 이 짓에 넌덜머리가 났다.
이윽고 오찬이 종료되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흩어졌다. 라니아는 한동안 알피어스와 이야기했다. 샤카르는 대화를 청하는 무리를 정중히 거절하고 입석 테이블에서 샴페인을 홀짝였다. 라니아와 그나마 가까운 장소라 말소리가 군데군데 끊기며 들렸다. 그녀는 사교 파티에서 귀족들을 상대하는 것이 익숙하겠지. 오늘 또한 많은 피곤한 나날들 중 하나일 뿐이겠지. 그렇기에 무의미한 생일 파티겠지. 샤카르는 자신만이라도 손을 내밀어 생일을 축하한다는 악수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음성이 멎었다. 용건이 끝난 모양이다. 샤카르는 라니아에게 다가가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조금 구석진 쪽으로 가서 정보가 담긴 종이를 내밀었다.
"수고했어요. 기특한데요?"
그러고선 칭찬이랍시고 뭔가 간질한 느낌이 머리칼에 와닿았다. 아니지, 다시 돌이켜 보니 간지러운 건 심장 부근이었던가. 아무튼 정체불명의 이상한 감상에 얽혀들었다.
세상은 역시 모르는 일 투성이였다.
============================ 작품 후기 ============================
서로 한 걸음씩 멀어져보는. 푸른 새벽 6편. 다음편이 푸른 새벽의 마지막 편입니다.
+아까 대략 9시쯤에 새로운 편수가 없는데 new!라고 알림이 떴을 거예요. 이게 뭐냐면 제가 자습 쉬는시간에 친구와 대화하며 폰으로 조아라에 들어가 이것저것 만지작대다가 정신없는 사이 실수로 글자 한 개 찍힌 가짜 58편을 업뎃해버린 것을 깜짝 놀라 바로 삭제해서 새편등록이 되었습니다...삭제를 해도 3시간 쿨타임 정상적으로 들어가더라고요...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원랜 오늘 연재 안하려다가 이 어이없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쿨타임 끝나자마자 바로 업뎃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