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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는 살아남고 싶었다-61화 (61/102)

00061 9. 마법 같은 비밀 =========================

선택은 언제나 후회를 동반한다.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악녀는 살아남고 싶었다 - 제 3장 : 가을》

태양이 저무는 초저녁은 사뭇 서늘했다. 9월의 상현, 폭풍우가 멎은 후의 가을 첫자락이다.

나는 어머니 일레인이 내 방에 놀러오면 주로 앉는 흔들의자에 편안히 앉아 책을 읽었다. 2층에 있는 내 방은 짙어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 조금 훈훈했다. 적당한 조치를 취하려 일어나려는 찰나 하녀 마리가 들어와 커튼으로 창문을 반쯤 가리고 환기를 시켰다. 좀 낫군. 다시 글자로 눈을 돌렸으나 집중이 깨진 탓에 딴생각이 마구 떠올랐다. 결국 책을 덮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눈을 감으며 머리를 등받이에 기댔다.

요즘 나는 비교적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러 사건들이 수습되느라 근 몇 주 동안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기지 않은 탓이다. 황실이나 대귀족이 주최하는 큰 행사도 다 지나갔고.

프리드리히는 얼마 전 후작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번 아이린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의 응보로 에단과 사사건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당분간은 에단이 그를 잡아둘 또다른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한편, 큰오빠가 수도에서 추방당하고 아버지가 죽는 참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가넷 스카일러 영애는 충격으로 쓰러져 시골로 요양을 갔다. 또한 스카일러 후작가는 프리드리히의 만행 때문에 잠시 수면 아래로 잠겼다. 황태자파의 주축 가문이 휘청이는 틈을 타 헤일렌 공작은 내가 모아둔 세력을 움직여 회의에 안건을 올리고 황태손의 활동 금지령을 풀었다.

사현은 정기적인 서열 재결정전에서 삼현이 될 뻔했으나 아깝게 패해 직위를 유지했고, 십이현은 직위가 바뀌면 호위 대상도 바뀌니까 귀찮다면서 아예 기권하고 그대로 십이현으로 남았다. 기권을 해도 그녀가 윗 서열에게 도전하지 않을 뿐 아래 서열들은 그녀에게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패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십이현은 자주 기권을 해서 공식적인 실력은 오십 명 중 열두 번째지만, 그녀를 잘 아는 오십현 동료들은 절대 그 순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현이 말하길 그들 내부에는 십이현에게 도전할 바에야 그 윗 서열에게 도전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당연한 듯이 깔려 있다고 하더라. '노력형 천재'라는 단어만큼 십이현에게 어울리는 게 없다면서, 사현은 웬일로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 말을 상기하며, 나는 그저께 몰래 놀러온 십이현을 사뭇 다른 눈으로 봤었다. 손잡이가 다 헤진 검을 보고는 내 몫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양보하기까지 했다.

에단은 검술 대회에서 수석 기사 타이틀을 딴 이후로 동료 기사들의 선망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프리드리히에게 화나서 씹어뱉었던 말 '작작 하십시오, 좀.'이 동료들의 입에 농담조로 자꾸 오르내려 곤란하고 창피하다더라. 나는 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고 한참 웃었다. 샤카르에게 보여줬더니 그도 박장대소했다.

샤카르는 이전보다 나와 자주 만났다.

'라니아. 넌 애국심 투철한 사람은 아니지?'

레스토랑에서 같이 저녁을 먹다가, 샤카르는 문득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대충 수긍했다.

'내가 얼마 전에 혹하는 길을 하나 찾았는데......아니다. 됐어.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말해줄게.'

낌새가 이상했지만 속내를 추궁하진 않기로 했다. 그는 내게 쓸데없는 정보를 주지 않고, 유용한 정보를 숨기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이린은 황태손이 풀려날 즈음 금족령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각각 삼엄한 감시가 붙었다고, 샤카르가 알려줬다.

셀리아는 이제 피아노를 나보다도 잘 친다. 어머니 일레인은 종종 셀리아가 피아노 치는 방에 들어가 가만히 노래를 감상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셀리아의 피아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그 옆의 서재에서 문을 열어두고 책을 읽었다. 대공은 가끔씩 서류를 보다 말고 스트레칭하러 나온 척 괜시리 방 앞을 어슬렁거리며 음악을 감상했다.

어제 어머니와 함께 로엔세르 공작가 저택에 놀러가서 보고 온 세크네트의 딸 에리카는 서투른 아버지 대신 레테일에게 길러지다시피 했다. 아버지보다 미혼인 삼촌이 애를 더 잘 돌보다니. 나는 세크네트를 향해 혀를 끌끌 찼고, 그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가 너무 소중해서 자기가 건드렸다가 어디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두렵단다. 레테일은 에리카 키의 두 배가 넘는 대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는 놈이 뭔 헛소린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일찍이 황태손이 건넨 제의를 수용했다. 반역은 내게 트라우마에 가까운 단어로 남았지만, 점점 옥죄여오는 손길을 뿌리치는 방법이 그것 뿐이라면 언제까지고 보류만 해둘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거대한 세력이 내 등을 받쳐줘야 하고, 내게는 지금 그게 없기 때문에 실행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냥 유비무환처럼 대비하는 중이지.

확실히 지금 이 시기가 기회이긴 하다. 황태자가 먼저 움직여준 덕에 내가 갑자기 정면으로 대적하는 것이 다른 귀족들에게 어느정도 납득됐다. 정당방위라는 말이 꼭 맞겠다. 이는 곧 별다른 설명 없이 조력 후보자에게 대놓고 의사를 묻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루 할레시온 가문은 6월부터 샤카르의 정보상이나 여타 뒷줄을 통해 2황자파를 중심으로 세력과 병력을 모으고 있다. 난 몰랐는데, 어머니 일레인은 사실 그보다 오래전부터 독자적으로 로엔세르 공작가 쪽과 연계해 이 일을 해왔다더라. 세크네트가 자꾸 여황 타령을 하고 내게 선뜻 도움을 주었던 이유를 그때서야 알았다. 일레인은 소싯적 킹 메이커답게 행동이 빨랐다. 어머니가 내게 이걸 비밀로 했던 이유는 물론, 라인하르트와 에단 때문이었다.

1061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알림이 늦었습니다. 외출하실 시각이에요."

없는 듯 조용히 있던 마리가 갑자기 말했다. 생각이 멎었다. 마리가 깜박 조느라 시간을 놓친 모양이다. 나는 노곤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시계를 확인했다. 내 생각엔 이미 약속 시간을 맞추기는 글렀다.

"괜찮으니 빨리 채비해줘."

"네, 알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리가 허둥지둥 옷을 꺼내러 달려갔다.

마리는 외출하는 내게 엷은 분홍색 양산을 쥐어주고 드레스의 허리를 휘감은 푸른 리본을 다시 묶었다.

"요즘 치안이 뒤숭숭하다는데 조심하세요, 아가씨."

"걱정 마. 치한이 다가오면 화살을 꽂아버릴게."

나는 농담 삼아 살벌하게 대꾸했다. 마리는 참 짖궂으시다면서 한숨을 포옥 쉬었다.

"진짜로 활이라도 가지고 나가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셔야지요......아무튼 잘 다녀오십시오. 양산 꼭 챙겨 오시고요. 셀리아 아가씨께서 내일 다과회에 쓰고 가시겠다고 벼르고 계십니다."

"그래, 알았다."

푸흐 웃고 몸을 돌려 저택의 정문 밖으로 나왔다. 내가 자신만만하게 구는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자객이 나를 위협한 그 날 이후, 미리 예정된 장기 외출을 할 때는 내가 샤카르에게 미리 통보를 했다. 그러면 정보상 정예 직원 몇이 멀찍이서 호위했다. 이는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꽤 좋은 방책이다.

참, 나는 샤카르에게 무예도 배우기로 했다. 사실 그가 내 주먹을 반사적으로 막아내는 것 외에 몸 쓰는 광경을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 하도 강력하게 자기어필을 하길래 수락했다. 영 못미더우면 에단이나 세크네트 등등 고수는 많으니 갈아타야지, 뭐.

얇은 재질의 미색 드레스가 하늘거린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한낮이 지나서인지 그리 덥지는 않았다.

"오, 우연히 만났네."

한적한 거리를 지나는데 누가 내 앞을 휙 가로막더니 되도 않는 소리를 했다. 우연은 무슨, 아까부터 유유자적 내 뒤를 좇았으면서. 호위를 보내달랬더니 왜 자기가 와서 난리람. 뚱하니 말을 뱉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허어? 너 방금 반말 쓴 거냐?"

"아닌데요."

"그럼 방금 그건 뭔데?"

"혼잣말이에요, 샤카르. 나 늦게 나와서 까딱하면 약속 시간 못 맞추게 생겼으니까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요."

휘휘 손을 내젓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동시에, 눈도 맞추지 않고 나직이 물었다. 탁 트인 장소에서는 이런 수법을 써야 안전하다.

"나한테 몇 명 붙였어요?"

"여섯 명 정도."

샤카르는 나를 앞지르며 목소리를 낮추어 답했다. 눈짓으로 잘 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알겠어요."

"실력은 다들 확실하니까 마음 놓아도 돼."

두 손을 깍지 껴 제 뒷목에 걸친 샤카르는 몸을 휙 돌려 나와 마주본 채 뒤로 걸었다. 뭉근하게 웃는 듯 하더니,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을 카멜레온보다 더 능숙하게 바꾸었다. 이번에는 못마땅한 표정이군.

"근데 너, 그 공작 만나러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정확히는 그 저택이 좋은 거죠. 원래 르쉬네 거였으니까."

보폭을 줄이지 않으며 뻔뻔스레 말했다. 샤카르는 거꾸로 걸으면서도 거뜬히 속도를 맞추었다.

"......그 친구 얘기 나오면 내가 알아서 입 다문다는 걸 이제 잘 아는구만, 라니아? 역시 똑똑해."

"칭찬 고마워요. 당신도 똑똑해요."

"칭찬 되돌려줘서 참 고맙다......"

대충 대꾸했더니 서먹하게 말꼬리를 흐리기에 잠깐 멈추어 섰다. 정말이지, 손 많이 가기로는 손에 꼽는군. 팔을 위로 뻗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짙푸른 머리칼의 감촉이 부드러웠다. 헐렁하게 묶은 꽁지머리를 장난스레 잡아당겨 얼굴이 더 가까이 오게 하고픈 충동이 잠깐 들었으나 양심적으로 참았다. 샤카르는 웬 날벼락인가 싶은지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 쩍 굳었다.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요. 내일은 당신이랑 놀 생각이니까."

난 태연하게 말하고 다시 내 갈 길 갔다. 샤카르가 입만 금붕어처럼 뻐끔대다가 결국 제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는 걸 고개를 틀어 흘끔 구경하면서.

하여간 시끄럽고 웃긴 사람이야. 나도 말미에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기로 약속한 후로, 우리는 조금 더 친해졌다. 초대를 안 했는데 내가 먼저 정보상으로 찾아가기도 했고, 업무적인 내용이 아닐 시 항상 시작은 샤카르였던 안부 편지를 내가 먼저 보내기도 했다.

그와 함께하는 건 좋았다. 심지어는 맛있는 디저트를 식탁 가득 차려놓고 하나씩 음미할 때보다 즐거웠다. 6월부터 시작해, 세 달여가 지났다. 나는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기분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와 점점 더 가까워지며 나는 이따금 2년 전을 상기했다. 그 때와 지금이 퍽 비슷한 것 같아서.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애틋하던가.

회복되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관계가 싫지 않았다. 그가 웃을 때마다, 내게 손을 내밀 때마다 들이마시게 되는 달콤한 헛숨 또한 기꺼웠다. 이런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누가 말해주었으면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전개하며 걷다가, 검은색 덩굴이 얽힌 모양의 아치형 정문 창살 앞에서 멈춰섰다. 사용인 하나가 내 신분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말끔하고 우아하게 정돈된 앞마당을 지나, 고풍스런 저택 문으로 갔다.

"오셨습니까."

시안이 나와 있었다. 나는 가볍게 인사했다.

"제가 조금 늦었죠?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르쉬네의 옛 집에서 그의 별장으로 바뀐 이곳은 이전보다 어딘가 서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였다. 1층 로비 뒤편은 높디 높은 진갈색 나무 책장으로 들어찼고, 위로 뻗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중앙 계단 가장자리에는 작은 화분 몇 개가 놓였다. 벽난로의 벽돌 색깔이 바뀌었으며, 그 앞의 소파와 카펫도 달라졌다.

시안은 나를 서재로 데리고 가 소파에 우선 앉혔다. 내가 응접실로 가 제대로 된 손님 대접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양산을 소파 옆에 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재 역시 많이 바뀌었다. 1층에는 길쭉한 책장을 삼면에 채워넣었다. 바로 위 2층으로 이어지는 나선 원기둥 모양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또 책장이었다. 이 저택에는 정말 책이 많다. 넓게 뚫린 창문이 반쯤 열려 바람이 솔솔 불었다.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니만큼, 외양은 달라도 왠지 익숙해서 마치 그 친구에게 초대받아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시안은 내올 것을 가져오겠다며 잠시 사라졌다. 무료함을 떨치려 책장을 둘러보았다. 각종 희귀 저서를 비롯한 많은 책이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단편 동화집?"

구석에서 유독 눈에 띄는 책을 집었다. 시안이 어릴 때 읽은 책인가 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진 빛바랜 표지에 손때가 탔다. 약간 그을음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나다를까, 네 모서리가 새까맣게 먹혔다. 궁금증이 일어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 사랑이 죽음에게 물었어요.

"너는 왜 나를 슬프게 하니?"

똑같은 듯한 내용이 제국어와 다른 생소한 언어로 각각 쓰인, 대화체의 글이었다. 아주 짧아서 차라리 시 같다. 외국어 공부용 책으로 보인다. 나는 마저 읽었다.

- 죽음은 불만스레 따졌지요.

"네가 없었다면, 애초에 슬픔도 없었을 텐데?"

그리고 그 밑에는 작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써 있었다.

'둘은 왜 가만히 있는 슬픔을 걸고 넘어지는 거지. 전하께 여쭤볼까.'

어린 시안의 글씨인 듯했다. 책망하는 어투가 좀 웃겼다. 전하는 누구지? 옛날에 친했다던 그 리우네아의 국왕인가. 아니지, 당시에 그 사람은 왕자일 나이대인데. 잘 모르겠다. 그냥 특이한 감상평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휘리릭 넘겼다.

그 때 시안이 돌아왔다. 나는 그의 어린 모습을 상상하던 중 현재의 얼굴과 마주치고 무심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웃음기를 꾹 누르고 책을 덮어 테이블에 얹었다. 방금 전의 그건 혼자서만 알아야겠다.

"시원한 레몬수입니다. 어느 것을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소파 앞의 작은 유리 테이블에 유리잔이 놓였다. 얼음이 동동 뜬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차갑고 좋네요. 안 그래도 오느라 더워진 참이라서요."

"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입니다."

시안의 손에는 블루 레몬에이드에 가까운 음료수가 들려 있었다. 우리 집에도 저런 건 없는데. 마리에게 한 번 구해보라고 할까, 라고 생각하며 레몬수를 들이켰다.

상큼한 향이 옅게 입안에 퍼졌다. 침묵이 어색해서 그의 얼굴을 구경하기로 했다. 못생겼으면 모를까, 솔직히 잘생겼잖나. 청초한 한 떨기 꽃 같은 남자가 의뭉스럽기까지 하고 내게 적의도 없다니, 이런 드문 케이스가 어디 있겠냐고. 대충 합리화하며 슬그머니 곁눈질했다.

초점이 약간 흐린 눈이 오늘따라 이질적인 빛을 띈다. 검은색은 맞는데, 위에 반짝이 가루를 살짝 뿌린 것 같다고나 할까. 아, 그래. 맑은 날의 밤하늘과 닮았다. 어쨌든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눈가에 어렴풋이 맴돈다. 먼지는 아니겠고, 또 예의 그 '가문의 혈계를 타고 전승되는 특징'인가.

============================ 작품 후기 ============================

※연중, 습작, 플랫폼 이동 없습니다. 이대로 계속 연재합니다.※

-저 역시 며칠 전에 일어난 조아라의 불법 텍본 관련한 잘못된 행동과 대응을 지켜봤습니다. 정말 충격받았고 실망했어요. 하지만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에는 조아라에 계시는 독자님들이 너무 소중해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요. 습작 공지까지 썼었는데 결국 올리지 않고 지웠습니다. 그동안 조아라에서 연재를 하며 과분하게 받아온 관심과 격려, 정성스런 조언이 저를 많이 성장시켰고, 전업 작가의 꿈을 키우는 계기까지 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다 버리고 떠나겠어요......그런 의미에서 플랫폼 이동이나 연중, 습작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텍본 유출이 되지 않게 이 소설을 지켜주세요. 악살다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제게는 정말 소중한 글입니다. 만일 텍본 유출이나 기타 도용이 발견될 시 제게 바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쪽지창이나 뜰 확인 주기적으로 하겠습니다.

시험 보는 와중 갑자기 터진 사태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은 데다가, 이제 막 기말고사가 끝나서 사실 지금도 멘탈이 정상은 아닌데 아무튼 약속드린 대로 6연참 시작하겠습니다.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아요.

악녀는 살아남고 싶었다 3장, L들의 계절, 가을. 61편부터 시작합니다.

+연참 1/6. 일단 자고 다음편은 아침에 올리겠습니다. 아마 토요일(오늘) 밤까지 뜨문뜨문 계속 올라올 거예요.

++휴재 기간 동안 몇십 편 손을 대야 하는 까다로운 감정선 수정을 제외한 나머지 수정을 앞부분 위주로 했습니다. 원래는 안 헷갈리게 완결 내고 하려고 했는데, 스토리 개연성에 구멍을 내는 것들이 몇 개 있어서요. 좀 눈에 띄게 바뀐 건 7~8화, 24화입니다. 이 점 참고해주세요.

《오늘의 악살다》

1장 1화의 시점은 대륙력 1061년이다. 그리고 3장은 61편에서 시작을 연다. 물론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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