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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34화 (34/200)

# 34

34화 창천 앵무(2)

껍질 안쪽에서 아기 새가 균열이 생긴 부위를 몇 번 더 툭툭 두드렸다. 그런가 싶더니 금세 껍질이 부서지며 덜 여문 검은색 부리가 튀어나왔다.

아기 새는 부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뚫어 놓은 구멍을 점차 넓혔다. 구멍이 넓어짐에 따라 껍질 안쪽에 있던 아기 새의 모습이 드러났다. 끈적한 알끈에 젖어 있는 검은색 털과 사파이어를 박아 넣은 양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색 눈동자, 갓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중을 꿋꿋이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와 예사롭지 않은 발톱까지.

아직 아기 새인데도 범상치 않은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루크는 빨려 들어갈 듯 아름다운 푸른 눈을 직시하여 입을 열었다.

“겉보기엔 어미를 먹는 타입은 아닌 것 같군. 안심해도 되겠어.”

“안심! 안심!”

“음?”

“앙?”

처음에는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그러나 의문을 표하는 말에 다시금 반응하는 것에서 잘못 들은 게 아닌 것이 확실해졌다.

이 새… 말을 한다!

조류 중에선 앵무새나 구관조같이 인간의 말을 흉내 낼 줄 아는 새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앵무새나 구관조도 성장한 후에 상당한 훈련을 거쳐야 겨우 말을 따라 할 수 있게 된다.

한데 이 새는 갓 태어나자마자 사람의 말을 따라 하고 있었다.

보석을 닮은 푸른 눈과 말하는 재주.

이 두 가지를 특징으로 삼아, 오즈가 금세 아기 새의 정체를 추리해 냈다.

“호오~ 이거 놀랍군요. 창천 앵무의 알이 지상으로 떨어졌을 줄이야.”

“이 녀석, 창천 앵무란 새인가 보지?”

“가벼이 반응하실 게 아닙니다. 창천 앵무라 하면 피닉스, 뇌운조와 더불어 천공섬 전설에 포함되는 새니까요. 100년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는데, 그게 남작님의 손에 들어가다니, 이 또한 천운이겠지요.”

“흐음, 100년에 하나씩이라. 나중에 친부모가 알고 찾아와서 양육권 신청이나 하지 않을지 걱정이군.”

“아마 같은 전설의 새인 피닉스가 탁란을 한 걸 겁니다. 피닉스는 죽을 때가 되면 다른 둥지의 알을 밀어내고, 스스로가 알이 되어 다시 태어나니 말이죠. 아마 진짜 어미도 5년 정도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테고, 이미 남작님을 부모로 인식한 듯하니 맘 편히 아껴 주십시오.”

“양육! 양육!”

흔히 아이가 부모의 말투를 듣고 단편적으로 따라 하는 것처럼.

창천 앵무의 아기 새도 루크가 말하는 것을 들으며, 자기 귀에 들리는 단어만 단편적으로 따라 했다.

덩치는 오리만 하긴 해도 생김새는 아기 새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기에 앙증맞기 그지없었다. 거기다 벌써부터 알의 껍질 바깥으로 나와 아장아장 걷는가 싶더니, 루크의 신발 등에 몸을 걸치곤 다소곳이 앉는 애교를 선보였다.

루크는 아기 새를 아이를 품듯 안아 들어 눈과 눈을 마주쳤다. 이름을 지어 줘야 하는데 뭐로 지어 줄까. 눈이 사파이어를 닮았으니 사파이어의 중간 글자를 떼어 와서 파이라 불러야겠다.

“좋아, 이 녀석을 파이라 부르고, 바로 기사 작위를 내리겠어.”

“네? 동물에게 기사 작위를요?”

“부모 권한이야. 낙하산 인사지.”

“허…….”

“무슨 불만이라도?”

“없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저희는 그저 남작님의 결정에 따를 뿐입니다.”

“참고로 제랄드 너보다 호봉도 높아.”

“헉!”

“즉시 월급부터 지급해야겠군. 당장 이유식을 만들어 오도록.”

“만들어! 만들어!”

벌써부터 자식 바보의 낌새를 풍기며, 둥개둥개 파이를 안고 계단을 타고 오르는 루크였다.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지려고 저택 본채에 들어왔던 제랄드 외의 사내들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돌렸다.

“저래선 술자리는 무리겠군요. 이대로 해산하기도 애매한데, 우리 셋이서 따로 한잔 걸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거 좋지. 그나저나 제랄드 자네는 인사 고과에 불만 좀 가지겠어. 한참 어린애가 직급이 더 높으니 말이야.”

“남작님의 결정인데 군말이 무에 필요하겠습니다. 있는 그대로 따를 뿐이지요.”

“일단 마을로 가세나. 어디 괜찮은 선술집 있으면 추천해 보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다들 따라오시죠.”

* * *

탁란으로 인한 알 낙하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석 달이 지났다.

영지 외부에서 발생한 큼직한 사건을 꼽자면, 단연 겐크 왕국과 아레나 공국의 갈등이었다.

겐크 왕국에선 쉐도우 나이트 사건을 빌미로 공국에 두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1. 로메우 공왕은 왕위에서 물러나고, 겐크 왕국이 선정한 자가 왕위에 오를 것.

2. 쉐도우 나이트의 단장이었던 렌디를 포박하여 죄인 신분으로 겐크 왕국에 양도할 것.

로메우의 공왕 직위는 겐크 국왕의 권위하에 주어진 것이니, 규정을 따르자면, 명령을 받들어 왕관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나라를 팔아넘기면서까지 왕관에 집착하던 로메우이다. 광적으로 왕좌에 집착하고 있는 그가 왕위를 박탈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있을 리 없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젠 명분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양 대놓고 선전포고를 했다고 한다.

“일어나라, 아레나의 귀족들이여! 백성들이여! 언제까지 겐크 왕국의 속국으로 살 것이냐! 우리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아 간 저들을 가만둬선 안 된다! 나 로메우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노니, 군을 일으켜 저 오만방자한 겐크 왕국을 무너뜨리고 옛 아레나의 명성을 되찾겠노라!”

안 그래도 아레나의 백성들은 귀족들의 횡포와 연속된 흉작으로 지쳐 있었다. 억압되어 속에 울분이 쌓여 있던 그들은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던 참이었다.

원래 흐름대로라면 봉기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나라가 썩어 있었으니, 로메우는 백성들이 울화가 쌓여 있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였다.

마치 귀족들의 횡포는 겐크 왕국이 막대한 자원과 자금을 요구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백성들을 쥐어짠 것처럼 꾸며 여론을 조작했다.

내분을 막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드는 수법은 고전적이긴 해도 어느 시대 때나 잘 통하는 즉효 약이기도 했다.

현재 아레나 공국에선 겐크 왕국을 향한 적개심이 팽배해 있으며, 어딜 가든 전쟁을 부르짖고 있다고 한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양측 국가는 모두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 * *

한편 드래프트 영지의 내부 사정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창 비행 부대의 창설에 돌입했다.

타 영지에 특채로 모집 공모를 내고, 오즈의 인맥을 적극 활용하여 2~3서클 마법사들을 확보하였다.

루크의 것을 제외한 나머지 알에선 삼색 제비라는 종의 아기 새들이 태어났다.

날래기가 자이언트 이글보다 빠르며, 부리와 발톱의 날카로움은 그리폰보다 빼어나고, 가죽의 견고함은 와이번의 비늘을 상회한다는 전투 특화형 새였다.

비행 부대의 대장은 임시로 오즈가 맡기로 하였다. 과거 왕궁 마법사로 전장에 파견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오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신 앞으로 계속 비행 부대를 맡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기에 당분간만 대장을 맡기로 하였다.

“남작님, 환갑을 넘긴 나이인지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군요. 당장은 인재가 없으니 임시 대장직을 맡겠습니다만, 후계자가 나타나면 조용히 연구에만 전념하는 걸 허락해 주십시오.”

루크는 이번 공국과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 대장직을 맡는 것으로 하고, 그 뒤에는 후계자를 찾아보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리하여 대장과 대원들이 갖춰지면서 정식으로 비행 부대가 창설되었다.

삼색 제비들은 신입 마법사들과 함께 먹고 자고 지내며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했고, 석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선 황소만큼 몸집이 커지면서 비행 부대다운 위용을 갖췄다.

* * *

시간이 흘러,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왔다. 아직 전쟁이 벌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기인 여름에는 갑옷과 무기가 습기를 머금고, 군량미가 빨리 썩으며, 질병이 돌기 쉽기 때문에 현명한 병법가라면 여름 거병은 삼가는 편이다.

거병은 늦가을쯤 시행할 터. 국내의 모든 귀족이 그리 생각하고 임전 태세만 유지하고 있었다.

겐크 왕국 전체에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있을 때, 드래프트 영지에선 처음으로 비행 부대의 공개 훈련이 실시되었다.

마탑 시설이 한창 공사를 이루고 있는 부지의 한편에서 삼색 제비과 마법사들이 일렬로 정렬했다.

루크와 제랄드, 러스트 및 마탑의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즈가 지팡이를 바닥에 강하게 찧었다.

쿵!

“마법 비행 부대 전원 탑승!”

“일동 전원 탑승!”

탑승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삼색 제비들이 꽁지를 내려서 사람이 타기 좋은 자세를 취하였다.

황소만 한 몸집에 검정색, 하얀색, 붉은색 털이 3분의 1씩 돋아나 있는 삼색 제비, 그들의 등 위에는 탑승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띠가 달려 있는 안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오즈를 비롯한 마법사들은 삼색 제비의 등에 올라타 고삐를 쥐었다.

오즈는 나이답지 않은 날랜 몸놀림으로 제비의 등에 올라타며 다음 지시를 내렸다.

“마법 비행 부대 전원 이륙 실시!”

“일동 전원 이륙 실시!”

오즈부터 시작하여 마법사들이 차례대로 고삐를 당겼다. 그러자 삼색 제비들이 힘차게 발돋움하며 날개를 퍼덕였다. 어지간한 가정집 지붕으로 써도 될 법한 커다란 날개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강한 돌풍을 자아냈다.

후우우웅! 후우웅!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삼색 제비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삽시간에 높은 곳까지 올라간 삼색 제비들은 오즈의 지휘하에 V 자 대형을 갖추며 창공을 활보했다.

루크는 지상에서 비행 부대의 위용을 찬찬히 감상하며 말을 꺼냈다.

“그럭저럭 구색은 갖춰졌군.”

한마디 중얼거리기 무섭게 루크의 어깨에 앉아 있던 파이가 말을 따라 했다.

“그럭! 저럭!”

삼색 제비에 비해 파이는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아기 새일 적의 몸집 그대로, 털갈이를 반복하며 평범한 앵무새가 되어 있었다.

제랄드는 루크의 평가가 너무 짜다 여겨 조심스레 한마디를 올렸다.

“그럭저럭보다는 조금 높이 평가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저 정도면 그리핀 라이더보다도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대형을 유지하고 있지요. 3개월 만에 저 정도면 준수한 수준입니다.”

“오해할 것 없어.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그럭저럭이라는 뜻이니까. 이다음은 어떻게 되지?”

“오즈 학장님의 말에 의하면, 플램 강에 부표를 띄워 놨다고 합니다. 화력과 폭격 정확도 훈련이라고 하니 강가로 이동해서 지켜보시지요.”

“음, 조금 싱거운 훈련인걸.”

“실제 생물을 대상으로 표적 훈련을 할 순 없으니까요.”

“그 역할, 내가 맡도록 하지.”

“엥? 남작님이 직접 말입니까?”

제랄드를 비롯한 마탑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크도 비행이 가능한 탈것을 기르고 있는 거야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루크의 어깨에 앉아 있는 파이는 아무리 봐도 사람이 탈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의문을 해결해 주듯 루크가 검지와 중지를 맞물리며 경쾌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파이, 준비해.”

“귀찮! 귀찮!”

“꼬리털 뽑아 버린다.”

“준비! 준비!”

파이는 루크의 어깨에서 뛰어내리면서 날개를 퍼덕였다. 그러자 파이의 전신이 빛 무리에 휩싸이더니 삽시간에 덩치가 불어났다.

언뜻 보기에도 파이는 가히 삼색 제비를 능가하는 몸집을 자랑했다.

더불어 빛 무리가 걷혔을 때, 파이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평범한 깃털에 불과했던 검은색 깃털은 하나하나가 칼날이라도 되는 양 예리함을 자랑했고, 부리는 철판도 구멍 내 버릴 듯 날카롭게 휘어져 있었으며, 똘망똘망한 눈매는 독수리를 빼닮은 양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로 바뀌었다.

파이는 평범한 앵무새와 창천 앵무의 본모습을 오갈 수 있는 폴리모프 능력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파이의 본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은 위압감 넘치는 외견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한 걸음씩 물러났다.

“헉! 이게 그 파이라고?”

“이것이 말로만 듣던 창천 앵무의 본모습이구나!”

“창천 앵무에게 변신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이리 보니 전설의 새라 불릴 만하군.”

주변의 술렁거림과는 별개로 루크는 태연하게 파이의 등에 올라타며, 목덜미의 부드러운 깃털을 꽉 쥐었다.

“훈련 내용이 변경된 건 내가 직접 가서 전하도록 하지. 아래에서 보고 개선점이 있으면 바로 기록해 둬.”

“아, 잠깐만 기다리십…….”

후우우웅!

제랄드가 만류하기도 전에 파이가 힘껏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리폰보다 빠르다는 삼색 제비를 가볍게 상회했다.

파이의 기본 스펙도 스펙이지만, 더더욱 놀라운 것은 루크의 운전 솜씨였다.

파이 수준의 속도라면 맞바람이 엄청날 터. 게다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원활한 조종을 위해선 극한의 반응 속도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한데 루크는 안장 없이도 편안하게 파이를 몰고 있었다.

지상에 남아 있던 자들은 삽시간에 삼색 제비를 따라잡는 루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가끔씩 느끼는 거지만, 정말 사람이 맞나 싶어.”

제랄드의 중얼거림에 마탑 관계자 전원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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