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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51화 (51/200)

# 51

51화 작위 상승(1)

루크가 로메우의 목을 치면서 공식적으로 전쟁이 종결되었다.

로메우의 죽음이 최전방까지 전달되며 겐크 왕국에 침공한 아레나 공국의 원정군도 잇따라 항복했다. 전쟁을 일으킨 주모자들은 골디브로 이송되어 전범으로서 유배와 사형을 판결받았다.

더불어 전쟁을 끝낸 루크군도 긴 원정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환 길에 올랐다. 올 때는 해상 길로 왔지만, 돌아갈 땐 육로를 이용했다. 또한 드래프트 영지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닌, 골디브에 들러 포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로메우의 목을 친 자에게 다음 공왕이 될 권리를 주겠다!’

겐크 국왕 카이둔의 발언은 이미 널리 퍼져서 루크군의 병사들도 알고 있는 바였다. 로메우의 목을 친 자가 누구던가. 바로 루크 아니던가!

이는 곧 루크가 다음 공왕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남작에서 바로 공왕이라니!

루크군은 간부, 병사 할 것 없이 자신들이 섬기는 주군의 유례없는 고속 출세에 기뻐했다.

“공왕이라니까 공왕! 남작님이 공왕이 되신다~”

“그러면 우린 이제 헤테룬에 있는 공국 왕궁에서 근무하게 되겠네. 에헴, 내가 바로 왕궁 수비대이니라.”

“이것들아, 적당히 해라. 남작님께서 다 듣고 계시는 것 안 보이더냐?”

“에이, 그리 말씀하시는 제랄드 경도 광대뼈가 승천하기 직전이시잖습니까. 내심 왕궁 기사단장으로 불리는 걸 기대하고 계시면서 점잔 빼시긴.”

“크흠! 쓸데없는 소리 말고, 출발 준비해!”

루크군은 들떠 있었으나 정작 루크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고생 끝에 목표를 이루었으니 기쁘긴 하다. 그러나 승리의 미주에 취해 있기에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남아 있었다.

로메우의 목을 치는 것은 첫 번째 목표에 불과했다.

고작 복수를 이루는 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최종 목적은 대륙 최강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

겐크 왕국과 아레나 공국은 기껏해야 대륙 남서쪽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세운 여러 왕국은 물론이고 거인의 나라인 거인국, 용인의 나라인 천공섬, 엘프의 나라인 엘프의 숲, 바다 속 해저섬 등등 이종족까지 아우르는 대륙 최강의 제국을 건설해 보일 것이다.

로메우의 목을 친 것은 기껏해야 땅을 다진 것에 불과하며 아직 주춧돌조차 올리지 않았다.

루크는 뒤에서 공왕의 측근이 될 생각에 좋아라, 하고 있는 부하들의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지금은 좋아하게 놔둬야겠군. 고생했으니 꿈 정도는 꾸게 해 줘야겠지.’

조금 있으면 골디브에 도착한다.

헤테룬에서부터 함께 돌아온 바스커 백작이 말을 몰고 루크의 곁으로 다가왔다.

“조금 있으면 골디브에 도착하는군. 그간 수고 많았네, 루크 남작.”

“백작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만간 공왕 전하라 부르게 되겠군. 나보다도 작위가 높아질 테니, 미리 잘 보여 둬야겠구먼.”

“바스커 백작님이 아부 떠는 성격일 줄은 몰랐군요.”

“하하하, 웃자고 한 소리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게나. 딱히 바라는 건 없으니 나중에 공국에 놀러 가면 문전 박대하지 말고 술상이나 봐 주게.”

헤테룬에서 골디브까지 함께 오면서 겪어 본 결과, 루크는 바스커 백작이 굉장히 호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전장에서 한 번이라도 같이 식사한 자는 전우이자 동료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답게 순수한 의도로 루크를 살갑게 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정한 도리를 다하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자라 그런지 공왕 자리에도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루크가 로메우의 목을 벤 것을 확인했을 때도 부러움이나 질투보다는 전쟁을 승리로 마친 것에 기뻐하였다.

허물없이 호탕하게 웃던 바스커 백작은 골디브를 앞두고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알기로 자네는 엘리나 왕녀님 쪽에 줄을 섰다는데, 사실인가?”

“줄을 섰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고, 필요할 때 서로 힘을 보태 주는 정도입니다.”

“여기 오면서 빌링턴을 지나오지 않았는가. 거기서 내 지인에게 들었네만, 전쟁 중에 엘리나 왕녀님이 자네 뒤를 봐주느라 꽤 고생하셨다더군. 지금도 데니스 백작 건으로 블린트 왕자님 세력과 논쟁 중이신 모양일세.”

어쩐지 왕명을 무시하고 멋대로 군을 움직였는데도 별말이 없더라니, 엘리나가 남몰래 뒤를 봐주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예전에 제5 관문에서 먼저 귀국한 데니스군의 병사들이 본토에서 데니스 백작이 루크의 손에 죽었다고 고자질했나 본데, 그것마저도 자기가 떠안고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부탁하지도 않았건만,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건지, 원.”

“하하하, 자네도 참 너무하구먼. 자네랑 왕녀님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닌가. 낭군이 위험한데 소매 걷고 나서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그러고 보니 아직 세간에선 루크와 엘리나가 엮여 있다고 알고 있다.

그 당시 쉐도우 나이트를 끌어낸 후에도 따로 해명하지 않았다. 해명했다간 일부러 죄목을 왕족 암살 미수죄로 키우려고 조작한 것이 알려질 테니 말이다.

그 일로 제1 왕위 계승권을 가진 나탈리 왕녀가 유배를 당했는데 이제 와서 조작한 것이었다고 말해 봐라.

카이둔 국왕까지 속인 죄로 국왕 모욕죄를 뒤집어쓰게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대로 소문을 수습하지 않은 채 가만 놔두기도 뭐하다.

루크는 적당한 핑계로 소문을 수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그거라면 벌써 끝난 지 오래입니다.”

“그랬나? 그러면 내가 눈치도 없이 괜히 부스럼을 긁은 꼴이 되어 버렸구먼. 사과함세.”

“개의치 않으니 신경 쓰지 마시지요.”

“아무튼 블린트 왕자님 세력은 자네가 공왕이 되는 걸 탐탁지 않아 하겠지. 왕궁에 들어가면 꽤 고생할 걸세.”

“예상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것보단 바스커 백작님이 절 걱정해 주시는 의도가 더 궁금합니다만.”

“하하하, 의도는 무슨. 이번 전쟁에서 승리의 활로를 열어 준 건 자네이지 않나. 자네가 남쪽 해상을 열고, 나아가 로메우 공왕의 목을 따지 않았더라면 전쟁이 끝나긴 했겠는가? 다 자네와 자네의 병사들이 목숨을 걸어 준 덕분에 오늘의 승리가 있는 거지. 전장에서 고생해 놓고 정치적 알력 다툼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을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일세.”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바스커 백작다운 말이었다.

물론 그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루크는 반드시 로메우의 목을 베리라고 작정한 시점에서 이미 보상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게다가 루크가 어디 가서 뜯어 먹히고 다닐 성격이던가. 뜯어먹으면 뜯어먹었지. 당하고 다니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염려 놓으시지요. 그나저나 바스커 백작님도 이번 일로 꽤 공적을 세우셨으니 제법 후한 포상을 받으시겠군요.”

“나야 잘 쳐봐야 2등상이지 아니겠나. 자네가 특등, 원정군을 격퇴한 장수들이 1등, 기껏해야 그 뒤에 내 이름이 거론되겠지.”

“아쉽지 않으십니까?”

“나야 고향에서 내 새끼들 잘 크는 것만 봐도 행복한 사람인데, 공적의 크기가 무에 중요하겠나. 그것보다 나는 자네가 왕녀님께 차인 건지, 찬 건지가 더 궁금하네만.”

“제가 어찌 왕녀님을 거부하겠습니까. 왕녀님이 저로는 성이 안 차신 거지요.”

“하하하, 이거 술은 자네가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사야겠구먼. 힘내게나.”

실제론 루크가 찬 것이나 엘리나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해 일부러 반대로 말했다. 전쟁 중에 말없이 뒤를 봐준 것도 있고 하니, 도리상 체면 정도는 살려 줘야 하지 않겠는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골디브에 도착했다.

* * *

“루크 남작과 드래프트 영지의 병사들이 지금 막 골디브에 들어왔습니다!”

“겐크 왕국 만세! 루크 남작 만세!”

“고생하셨습니다, 드래프트 영지 여러분!”

골디브 시가지에 들어서자 루크군을 환영하는 인파가 거리 양옆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사람들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역전의 용사들에게 열화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으며, 아이들은 바구니에 담긴 꽃잎을 높이 흩뿌리며 꽃길을 만들었다.

승자를 향한 장대한 환영 인파 속에서 루크와 그의 병사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양감에 잠겼다. 자부심이 한껏 치솟음과 동시에 굽은 허리가 곧게 펴졌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다만 환영 인파 속에서 러스트와 오크 보병에 대한 편견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곤 했다.

“저기, 저거 오크들 아냐? 오크가 왜 섞여 있데?”

“이 사람, 소식이 그리 느려서야 밥 벌어먹고 살겠어? 루크 남작이 영지에 있던 오크들을 자기 휘하에 넣었다잖아. 지금도 드래프트 영지에선 인간이랑 오크랑 같이 살고 있다더라고.”

“어휴, 위험하게시리. 저 지저분한 것들이랑 어찌 같이 산담.”

골디브에 들어오기 전에 차별을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이토록 대놓고 편견의 말이 들려올 줄은 몰랐다.

정작 러스트와 오크 보병들은 신경 쓰지 않았으나 같은 동료인 제랄드와 일반 보병들은 동료에 대한 모욕에 발끈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지껄이다니, 저런 막돼먹은 놈들을 봤나. 내 당장…….”

제랄드는 바로 뛰쳐나가려 했다. 그와 동시에 러스트가 팔을 뻗어 제랄드의 앞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허, 경사스러운 날에 경거망동하면 쓰나.”

“오크들도 드래프트 영지의 영지민입니다. 영지민이 모욕을 듣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동시에 루크 남작님의 병사이기도 하지. 한낱 감정에 휘둘려서 주군을 욕보일 거면 기사 완장을 내려놓게.”

“후우.”

“하하, 한숨은 왜 쉬나. 복 달아나게시리. 자네가 우릴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소중은 무슨. 낯간지러운 소리 좀 그만하십시오.”

“젊은 친구가 이 정도에 부끄러워하기는. 면역력 좀 길러야겠어.”

“그 전에 손발이 사라지지나 않을지 걱정되는군요.”

드래프트 영지의 영지민들도 처음에는 오크들을 싫어했었다. 직접 같이 지내 보니 어지간한 인간들보다 인품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 하루아침에 오크들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하물며 낯선 곳에서 오크에 대해서 소문으로밖에 접해 본 적 없는 이들이 뭘 알겠는가.

지렁이는 용을 시기해도 용은 지렁이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편견 속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러스트의 그릇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쟁은 루크에겐 복수의 달성과 다음 단계로 넘어갈 발판을, 루크군의 간부들과 병사들에겐 실력 상승과 노련함을 가져다주었다. 루크의 스파르타식 행군이 최고의 단련이 된 셈이다.

본인들 스스로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나아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승전을 거듭해 온 병사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아직까진 본인들도 모르고 있었다.

성대한 환영 속에서 루크군은 시가지를 가로질러 겐크 왕궁에 도착했다.

승전을 이끈 장수인 만큼 왕궁에서도 성대하게 루크를 맞이해 주었다.

“루크 남작과 휘하의 병사들이 도착했습니다!”

문지기의 우렁찬 알림과 함께 성문이 열렸다. 성문 안쪽에선 길 양옆으로 귀족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며, 그 순서가 성문에서 가까울수록 낮은 작위, 성문에서 멀어질수록 높은 작위의 인물들이 서 있었다.

귀족 행렬의 끄트머리에는 국왕을 제외한 왕족, 블린트 왕자와 엘리나 왕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크가 말에서 내려 행렬의 끄트머리까지 걸어가자 블린트 왕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고생 많았네, 루크 남작. 그대의 노고를 치하할 연회를 준비했다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는데 오늘은 마음 편히 먹고 마시게나. 겸사겸사 남작의 무용담도 좀 들려주고 말일세.”

자신감이 배어 나오는, 언행과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능숙한 표정 관리.

능수능란하게 선 안팎을 넘나들며 언제든 이용할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한 허물없는 행동들까지.

악수를 나눔과 동시에 루크는 직감했다.

블린트 왕자는 나탈리와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그릇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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