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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74화 (74/200)

# 74

74화 라그나로스 계획서(3)

여느 귀족가의 행사장쯤 너비에 산만 한 덩치의 마물 열 마리가 포진해 있다. 더군다나 나선 계단 위에서도 열 마리쯤 되는 마물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신전 안에 들어왔던 마을 사람의 숫자는 천여 명인 걸로 기억한다. 한데 그중 대부분이 사망하고 고작 열 명만 생존하여 마물이 된 것이다.

마물 시술의 성공률은 고작 1퍼센트.

마물이란 것들은 켜켜이 쌓아 올린 시신 위에서 태어난 존재였던 셈이다.

지하실 내부에 있던 마물들이 온갖 형태의 기이한 포효를 내지르며 귀를 어지럽혔다.

“크어어어!”

“구오오오!”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은 모두 잃은 양 피와 살만을 강구하는 괴물이 되어 각기 다른 빛의 안광을 번뜩였다.

그중에는 무생물 타입인 무기형 마물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 무기형 마물들은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듯 마물의 손아귀로 날아갔다.

루크는 검의 방향을 마물 쪽으로 틀며 한 손에는 검을 쥐고, 다른 한 손에선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마나 배열을 시작하였다.

“바인딩.”

지하실 내부에 거대한 마나의 고리가 생겨났고, 루크가 주먹을 쥐자 마나 고리가 줄어들며 마물들을 포승줄처럼 옳아 매었다.

한데 묶어 놓고 쓸어버릴 작정이었으나 마물의 숫자가 원체 많다 보니 묶어 두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열 마리의 마물이 일제히 날뛰자 마나 고리가 버티지 못하고 가닥가닥 끊어지며 소멸했다.

그래도 잠깐 동안 베기 좋은 구도가 형성되었다.

검에 부여하고 있는 마나를 3배 가까이 증가시키자 마나 블레이드의 길이가 더욱 확장되며 사방팔방으로 날카로운 예기가 뻗어 나갔다.

1성급에서 3성급 마물들은 압도적인 무력 차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썰려 나가기 일쑤였다.

서걱! 서걱! 서걱!

간간이 제 나름의 특수 능력을 발하는 개체도 더러 섞여 있었으나 잔재주에 불과할 따름이다. 기껏해야 발버둥 수준에서 그치며 명을 달리했다.

마물의 숫자가 대폭 줄어드는 가운데 유일하게 버티는 마물이 있었다.

여러 개의 머리가 달린, 소만 한 덩치의 들개였는데 특이한 게 있다면 머리가 4개라는 점이었다.

지옥의 문지기라는 케르베로스에서 머리 하나를 더 추가한 느낌이다. 게다가 각각의 머리에 뿔이 하나씩 달려 있었으며 머리마다 눈동자 색깔이 제각각이었다.

오른쪽부터 붉은색, 푸른색, 녹색, 노란색의 안광을 발하고 있었는데, 색상의 조합이 마치 마나 감별기를 연상하게 했다.

‘네 개의 머리가 각기 다른 속성의 힘을 쓸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털 색깔은 속성의 종류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군.’

더하여 같은 4성급 마물이었던 적안의 사자는 타인의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건 네 개의 머리, 즉 사두 들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4성급 마물들은 죄다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 듯하다.

“고오오오!”

마나 블레이드가 놈을 베려고 뻗어 갈 때마다 들개의 머리들이 마나를 흡입하며 제 것으로 흡수하였다.

루크는 적안의 사자 때처럼 대량의 마나를 검에 흘려 보냈다. 그러면서 계단 통로에 서 있는 레이아의 상황을 확인했다.

“트리플 캐스팅! 애시드 클라우드! 아이스 필드! 포이즌 허들!”

루크가 지하실 안의 마물들을 전담하고 있었다면 그녀는 지상에서 지하실로 내려오는 마물들을 전담하고 있었다.

모든 속성을 동원하고 있는 데다 좁은 지형을 잘 이용하여 하나의 마법으로 다수의 마물들에게 지대한 피해를 입히는 등 그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마물의 숫자를 줄여 나가고 있었다.

지상에서 내려오는 마물들은 모두 1~3성급 수준인 모양이니 방심하지만 않으면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즉, 루크와 사두 들개의 전투 결과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셈이다.

무척 단순하고도 명확한 도식이었다.

한창 루크의 마나를 흡입하던 사두 들개가 문득 다른 움직임을 취했다. 붉은 털을 지닌 머리, 즉 적두가 마나 흡입을 멈추고 입안에 불꽃을 머금기 시작한 것이다.

나머지 머리들은 여전히 마나를 흡입하고, 오로지 적두만이 폭식을 멈추고 공격에 나섰다.

“고오오오오!”

마치 용 계열의 몬스터나 용인들이 사용하는 브레스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이었다.

짐작대로라면 화염 브레스가 지하실 안을 가득 메울 터.

아무래도 마물 본인의 판단이라기보다는 결계 안에 있던 로건이 지시를 내린 모양이었다.

루크를 공격함과 동시에 책상 위에 방치해 둔 각종 서류를 소각시킬 작정인 것이다.

태우게 놔둘까 보냐.

지금까지 바로 마트리로 가도 될 것을 왜 여러 가지 수를 고려하며 여기까지 왔겠는가.

전부 데메그리 교와 카이둔 국왕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다는 증거를 잡기 위해서이지 않은가.

한데 증거를 모두 태워 버리면 지금까지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루크는 증거를 확보하고자 서류가 쌓여 있는 책상을 향해 이동 마법을 시전했다. 동시에 사두 들개의 적두가 입에서 강렬한 화염을 분사하였다.

“블링크.”

“쿠오오오오!”

간발의 차로 서류 더미에 불이 붙었다.

화르륵!

꾸덕꾸덕 말라붙은 종이답게 불이 붙자마자 삽시간에 시커멓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날아드는 화염도 막아야 하고, 서류에 붙은 불도 꺼야 한다.

“더블 캐스팅. 실드, 워터볼.”

동시에 두 가지 마법이 발동하며 전방에선 실드가 펼쳐져 화염 브레스를 가로막았고, 후방으론 구체 모양의 물 구슬이 날아가며 불 위에 떨어졌다.

치이이익!

불을 끄긴 했으나 물 때문에 서류가 흠뻑 젖었다. 하지만 젖는 건 어쩔 수 없다. 전부 타 버리는 것보단 나으니까.

위에 쌓여 있던 서류는 몰라도 아래의 서류는 그리 많이 젖진 않을 것이다.

남은 서류라도 무사히 확보하고 결계 안에서 실실 웃고 있는 로건을 아작내려면 사두 들개부터 처치해야 한다.

루크는 실드를 앞세운 채로 한 걸음씩 전진하며 마나 블레이드를 전방으로 계속 뻗었다. 슬슬 과식의 여파가 몰려오는지 사두 들개가 트림하며 괴로워하였다.

“꺼어어억! 꺽꺽!”

사두 들개가 마나 폭주의 기미를 보이자 로건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만큼 마나를 빨리고도 마나가 남아 있다고? 괴물 같은 놈, 대체 얼마나 많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길래……. 이봐, 처먹지만 말고 소모해라. 먹은 만큼 쓰면 될 거 아니더냐!”

자신을 만든 자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하는 마물답게 흡수한 마나를 마기로 전환하여 소모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사두 들개의 각 머리가 역할을 분담하였다. 청두와 황두는 계속 마나 블레이드를 빨아들여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적두와 녹두는 흡수한 기운을 바탕으로 브레스를 사출했다.

화르륵! 후우우웅!

화염과 돌풍이 한데 엉키면서 상호 작용을 이뤘다. 바람을 먹은 불길이 더욱더 거세지는 것처럼 화염 브레스가 돌풍 브레스의 보조에 힘입어 몇 배나 덩치를 불리며 루크를 압박했다.

루크의 실드에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실드의 내구도가 버티지 못하는 것을 목격한 로건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듯 웃어 젖혔다.

“크하하하! 그래, 이제야 좀 4성급다운 모습을 보이는구나. 애송아, 네놈을 실험체로 삼으면 좋을 테지만 거기까진 욕심일 테지. 적어도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도록 살점 하나하나 모두 바싹 익혀 주마.”

“싸움은 개가 하고 있는데 주인이란 놈은 개보다 더 짖어 대는군.”

“마음대로 지껄여라. 패배자의 넋두리만큼 유쾌한 여흥거리도 없으니 말이다.”

내색하지 않고 있긴 하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사실이었다.

블링크라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진즉에 결판이 났겠지만 등 뒤에 중요한 증거물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위치를 바꿀 수도 없다.

결국 정면에서 일격으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는데 마나 블레이드를 뻗는 족족 흡수당해 버리니 연료만 제공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적안의 사자 때는 놈이 혼자기에 부족하여 과식을 유도하는 게 가능했는데, 사두 들개는 각각의 머리가 역할을 분담하여 흡수와 소모를 반복하고 있는 탓에 같은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루크는 남은 마나양을 체크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남은 마나는 7할 정도. 아직 많이 남긴 했지만 이대로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 흡수 능력을 가진 저쪽이 더 유리할 테지. 결국 한 번에 흡수하지 못할 정도의 일격을 먹여야 한다는 건데…….’

마나유저는 주전자로 비유할 수 있다. 담고 있는 물이 아무리 많아도 주전자 주둥이는 좁아서 한꺼번에 배출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

즉, 출력이 연료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출력은 마나 회로의 양에 따라 다르고, 응당 마나 회로가 많을수록 출력도 강해진다.

물론 루크의 출력량은 마나마스터 중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한다. 그럼에도 공격하는 족족 흡수당하고 있을 정도로 사두 들개의 흡수력이 뛰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사두 들개가 사기적인 역량을 지닌 건 아니었다. 4개의 머리가 제각각 따로 노는 만큼 방향 전환이 잘 안 될 테니 측면이나 후방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쉽게 결판이 났을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블링크 사용이 제한되면서 지금의 교착 상태에 이르렀음을 잊어선 안 된다.

‘출력… 출력을 높인다라. 그러고 보니 이성을 잃으면 본래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버서커의 특성을 이용한다면 마나 흡수를 무시할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을 터.

때마침 아까 조무래기 마물들이 죽으면서 무기형 마물들이 바닥에 잔뜩 방치되어 있었다.

루크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보랏빛 검을 검집에 도로 집어넣으며 바닥에 있는 마검 한 자루를 손에 쥐었다.

한편 결계 안에서 느긋하게 루크와 사두 들개의 경합을 감상하던 로건은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별안간 루크가 제 무기를 집어넣고 바닥에 있던 무기형 마물을 집어 드는 게 아닌가.

관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흥, 열기에 뇌가 익어 사리 분별이 안 되기 시작했나 보군. 이쪽으로선 고마운 일이지. 이성을 잃으면 생포하기도 쉬울 테니 말이야.”

루크가 광인이 되어 날뛰면 사실상 루크의 육체는 무기형 마물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무기형 마물은 로건이 만든 것이니 얌전히 있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나마스터 중에서도 톱클래스 능력을 지닌 데다, 4서클 마법까지 쓸 수 있는 마물을 부릴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로건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윽고 루크가 쥐고 있던 검 자루에서 마기가 뻗어 나와 루크의 손등에 침투했다. 루크의 손등에서 검게 물든 핏줄이 툭툭 불거지며 팔뚝으로 번져 나갔다.

“그래, 더 번지거라. 네놈이 버서커가 되면 요긴하게 사용해 주마.”

버서커화가 루크의 팔꿈치 위로 올라가 어깨까지 진행되었을 때, 별안간 버서커화가 멈춘 듯 더 이상 검은 핏줄이 돋아나지 않았다.

더불어 루크가 버서커화가 된 오른팔을 가볍게 흔들며 ‘쓸 만한데?’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정을 지었다.

“회로 안을 2차선 도로로 나눈다는 이미지로 마나를 움직여야 내 뜻대로 움직이는군. 감 잡았어.”

이론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 같은데, 로건으론 어떤 원리인 건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루크가 오른팔만 버서커화하면서 동시에 무기형 마물에게 마나 블레이드를 씌우는 요령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한쪽 팔에만 마기가 머무르게 유지하면서 자신의 마나를 부여하다니!

말이 쉽지 어마어마한 마나와 세심한 마나 컨트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흡사 가위로 달걀을 옮기는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걸 찰나에 요령을 파악하여 실행에 옮기다니…….

만약에 어디 가서 지금 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말한다면 단박에 거짓말쟁이 소리를 들으며 쫓겨날 터.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이런 게 실제로 가능할 리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로건이 놀라든 말든 루크는 버서커화된 팔을 이용하여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무기형 마물의 주변에 마나 블레이드가 한껏 피어올랐고, 그 농도와 범위가 아까와 궤를 달리했다.

이윽고 루크가 검을 휘두르자 실오라기를 닮은 마나 블레이드가 오로라처럼 드리워지며 사두 들개를 감쌌다. 결을 이루고 있는 입자 하나하나가 명검에 준하는 예리함을 지니고 있는 터라 사두 들개의 몸이 가루가 되듯 갈라졌다.

마나 블레이드가 지나간 자리에는 한때 사두 들개였던 핏빛 안개만이 일렁이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계단 통로 쪽도 얼추 정리를 마쳤는지 레이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루크 씨! 이쪽은 끝났어요!”

루크란 이름을 듣는 순간, 로건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카이둔 국왕을 뒷배로 두고 있는 그들이 어찌 루크의 이름을 모르랴.

상대가 루크란 걸 알고 나니 주도면밀한 침입 과정, 무지막지한 무력, 사람 속을 긁는 언행 등등 모든 게 납득이 되었다.

소문대로의 인물이라면 이제 와서 몇 마디 한다고 미적지근하게 넘어가 주지 않을 터.

로건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는 가운데 루크가 검을 늘어뜨리며 결계 가까이 접근해 왔다.

그래도 결계가 있으니 조금은 타개책을 생각할 유예시간이 주어질 거다.

하나 그리 생각한 것도 잠시뿐, 그나마 품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이어지는 루크의 한마디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설마 내가 결계 부수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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