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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14화 (114/200)

# 114

114화 의도치 않은 표류(1)

선장의 말에 따르면 아리아구 해역에서 하니온 공국으로 돌아가려면 열흘가량 걸린다고 한다.

아리아구 해역으로 갈 때는 일주일이 걸렸다. 그러나 그때는 순풍으로 타고 이동했으니 일주일이 걸린 것이었고, 돌아갈 때는 역풍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망망대해를 노를 저어 거슬러 올라갈 순 없으니 돌아갈 때는 해류의 힘에 의존해야 했다. 하니온 공국 방향으로 흐르는 해류에 올라타려면 한참을 빙 둘러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올 때보다 사흘이란 시간이 더 소요될 예정이다.

하니온 공국으로 돌아가는 내내 루크는 자주 갑판 난간에 기대어 바다의 풍경을 감상했다. 갑판 난간에 기대어 있는 동안에는 난간 위에 꼬맹이 라그나로스를 소환하여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추방당한 거야?”

민감하다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에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라그나로스는 추방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건드려도 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법이야.”

“그래도 꼭 듣고 싶다면?”

“처음으로 주인의 명령을 어기게 되겠지.”

“말하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말하게 할 생각은 없어. 다만 추방당한 데 남모를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야. 수천 년 동안이나 마음에 담아 뒀으면 푸념 정돈 하고 싶어지잖아?”

“흥, 푸념이나 늘어놓는 성격이었으면 파괴의 화신이란 별명이 붙지도 않았어.”

“농담이 심한걸? 파이 녀석 때문에 항상 푸념하잖아?”

“그건 푸념이 아니라 정당한 항의야.”

“그런 걸로 쳐 두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갈매기 떼가 바쁘게 날갯짓하며 배 위를 지나쳤다. 더불어 바닷물 속에선 물고기 떼가 대열을 이루는 것조차 잊은 채 선박을 앞질러 헤엄치고 있었다.

마치 위험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말이다.

바다는 변덕스럽다.

때문에 뱃사람들은 환경을 읽는 눈이 발달해 있다. 미리 징조를 읽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경험을 통해 다가올 현상을 앞서 읽는다.

루크가 위험의 징조를 읽었다는 건 베테랑 항해사인 선장도 위험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나 다를까, 키를 잡고 있던 선장이 루크를 불렀다.

“전하! 위험에 대비하십시오! 조만간 무언가와 맞닥뜨릴 겁니다!”

“악천후 같은 자연 현상일 가능성은?”

“공기는 여전히 건조합니다. 적어도 악천후는 아니라는 거지요. 바닷속 물고기들까지 요란을 떠는 걸로 봐선 바다 몬스터가 접근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꺼림직한 기분이 든다.

지금 이용하고 있는 항로로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바다 몬스터와 조우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항로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 몬스터가 접근해 오고 있다. 그것도 마치 처음부터 선박을 노리고 다가오는 것처럼 이동 경로가 그린 듯이 딱 맞아떨어진다.

때마침 소란을 감지한 라샤가 갑판으로 올라왔다.

“무슨 일인가요?”

“바다 몬스터가 다가오고 있다는군. 물속에서 요격할 테니 준비해 둬.”

“당장 웬디를 부를게요.”

라샤는 하급 바람의 정령인 웬디를 두 명 소환하여 공기막을 두를 채비를 했다. 두 웬디는 각자 루크와 라샤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이제 공기막을 두르기만 하면 되는 찰나, 이변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왔다.

별안간 바닷속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아른거렸다. 푸른빛은 선박 아래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으며 급격히 선박과의 거리를 좁혀 육안으로 형체를 구분할 수 있는 거리에 이르렀다.

날아들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거대한 크기의 참격이었다.

참격은 선박 아래에 도달하며 단박에 선박을 관통했다.

콰드드드득!

참격이 선박을 세로로 관통하며 하늘로 빠져나갔다.

뒤이어 시간차를 두고 선박이 정확하게 절반으로 쪼개졌다.

쪼개진 선박이 가라앉자 선장이 다급하게 대피 지시를 내렸다.

“크윽! 배는 이미 손쓰기엔 늦었다! 보트의 밧줄을 끊어라! 어서!”

수색 겸 탈출용으로 준비해 두었던 보트의 밧줄을 끊어 바다에 빠뜨리고, 전원 물속으로 뛰어들어 보트에 올라탈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배 아래에서 거뭇거뭇한 그림자가 맴돌았다. 그림자는 수면으로 급부상하면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고오오오오!”

선박 사방에서 거대한 촉수가 튀어나왔다. 선박 분쇄기란 별명으로 유명한 크라켄이 습격해 온 것이다. 안 그래도 선박이 반으로 쪼개져 가라앉고 있는 마당에 촉수까지 얽히며 침몰을 가속시켰다.

분명 크라켄이 습격해 오기 직전에 참격이 먼저 날아왔었다.

그 말인즉, 크라켄을 부리는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루크는 최근에 크라켄을 부리는 종족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하반신에 문어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어인, 옥토버들이 습격해 온 게 틀림없었다.

가라앉은 갑판 위에서 라샤가 집중력을 발휘하여 웬디를 부렸다.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공기막부터 둘러 드려!”

갑작스러운 사고에 안절부절못하던 웬디가 화들짝 놀라며 제 몸을 공기막으로 바꾸어 루크의 몸 주변을 둘렀다.

그 와중에도 크라켄의 촉수는 탈출하려는 선원들을 일일이 휘어잡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사방이 온통 비명 소리로 가득 차며 침몰하는 선박 위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으아아아! 사람 살려! 살려 줘!”

“전하! 커억!”

“전하부터 피신시켜라!”

선원들은 죽어 가는 와중에도 루크라도 살리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현실은 매정했다. 크라켄의 촉수는 평범한 선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두꺼워 놈의 촉수에 감기는 족족 갈비뼈가 으스러져 절명하기 일쑤였다.

루크는 선원들의 죽음 속에서 차가운 눈빛을 띠며 투영검을 소환했다. 그러고는 쥐고 있는 검을 거꾸로 들어 아래를 향해 힘껏 찔렀다.

“안 그래도 해저 섬에서 밋밋한 손맛만 봐서 찝찝했는데, 이렇게 또 시비를 걸어 주는군!”

허공에 머무르고 있던 투영검이 루크의 동작을 따라 물속으로 똑바로 떨어졌다.

젓가락으로 삶은 고기를 찌른 듯 검을 통해 묵직한 감각이 흘러들어 왔다. 투영검이 크라켄의 몸을 정확하게 반으로 가르면서 바닷물이 크라켄의 피로 얼룩졌다.

다만 크라켄이 죽은 후에도 놈의 촉수는 여전히 반사 작용을 일으키며 꿈틀거렸다.

루크는 기울어지기 시작한 갑판 위에서 라그나로스를 회수하며 라샤에게 따로 움직일 것을 명했다.

“살아남은 선원들부터 피신시켜. 난 제사상에 올릴 문어나 썰어 오도록 하지.”

“최대한 빨리 가까운 섬을 찾아볼게요. 배를 구해서 금방 돌아올 테니 부디 조심하세요.”

“그건 적들에게 해 줘야 할 말일걸?”

루크의 몸이 아래로 떨어지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에 닿자마자 공기막이 물을 밀어내면서 산소를 공급해 주었다.

해저 섬에서 활동하며 공기막을 제 몸처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덕에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자맥질을 하며 웬디의 추진력을 한껏 활용했다.

물속은 부서진 선박의 잔해와 크라켄의 피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시커먼 피가 연막처럼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또 한 번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방금 선박을 가른 참격이 이번에는 루크를 노리고 쇄도하고 있었다.

선박을 토막 낼 정도이니 보통 위력이 아니라는 것까진 알겠다. 그러나 위력이라면 이쪽도 만만찮다.

루크는 물속에서 자세를 가다듬고선 검을 허리까지 당기며 일선을 그었다. 투영검이 루크의 머리 위에서 반 바퀴 젖혀 휘둘러지며 참격과 경합했다.

까드드드득!

투영검의 궤적에 걸렸는데도 참격은 분쇄되지 않고 투영검의 표면을 긁어 댔다. 참격에 투영검과 겨룰 만한 위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겨룰 만한 것과 제압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어디까지나 투영검과 몇 초간 경합을 이룰 정도는 된다는 거지 투영검을 압도할 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일격에 분쇄되지 않는 참격을 두고 루크는 투영검에 더욱더 많은 마나를 담았다. 투입되는 마나가 증가함에 따라 투영검의 크기가 1.5배로 불어나며 참격을 으깨어 부쉈다.

와장창!

흡사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물속 가득 울려 퍼지면서 투영검이 참격의 파편을 훑으며 물속을 갈랐다.

투영검이 휘둘러지면서 발생한 후폭풍이 시커먼 물을 걷어 내며 시야가 탁 트였다.

맑게 갠 시야 가운데에 수백 명에 달하는 반인반어의 문어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중에서 참격을 날린 장본인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어 인간들의 선두에 눈에 띄는 검을 쥐고 있는 자가 서 있었다.

그가 쥐고 있는 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얼음을 깎아 만든 듯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별 가루를 뿌린 듯 검신 표면에서 광채가 반짝였다. 한눈에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검이었다.

무엇보다 다수의 무기를 쓰기로 유명한 옥토버가 고작 하나의 무기만 들고 있는 모습에서 저 검의 성능을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색의 검을 든 옥토버가 철천지원수와 맞닥뜨린 양 눈을 부라렸다.

“하니온에서 온 자여! 네놈이 우리 병사들을 전멸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렷다. 네튤 제도를 적으로 돌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주마.”

아무래도 해저 섬에서 마물화된 아쿠아에게 전멸당한 옥토버 전사들을 말하는 듯하다.

그들을 전멸시킨 자는 데메그리 교 사제이지 루크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눈에 어인들의 생김새가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어인들도 인간의 생김새가 구분이 안 되어 범인을 잘못 안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못 찾아왔다고 하기에는 정확한 발음으로 ‘하니온에서 온 자’라고 칭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각색한 정보를 전달한 모양이다.

범인은 해저 섬 사태에서 살아남은 세이렌 저항군일 가능성이 높았다.

루크는 건드리면 베일 듯 날이 선 표정을 띠며 검을 옆으로 뻗었다.

“오해를 푸는 과정은 생략하도록 하지. 너희에겐 그럴 가치가 없는 것 같군.”

갑자기 습격해 와선 내 배를 부수고, 날 따르는 자들을 죽였다.

그들에게 오해라고 설명하는 자비를 베풀 필요가 있을까?

진실을 검토해 볼 생각조차 않고 습격부터 택한 자들을 붙잡고 사정을 들어 달라고 애원할 만큼 루크는 무르지 않았다.

해저 섬에서 전력을 다할 일이 없었으니 마나는 차고도 넘친다. 현재 루크의 마나 회로 속에선 놈들에게 분수를 깨닫게 해 주고 남을 정도의 마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가진 마나를 쏟아 냄에 따라 투영검의 크기가 점점 커졌다.

처음에는 6미터에서 다음은 8미터로……. 그리고 장장 10미터에 달하는 투영검이 완성되었다.

투영검의 크기가 커질 때마다 백색 검을 쥔 옥토버의 표정도 차츰차츰 달라졌다. 6미터일 땐 해볼 만하단 표정이더니 8미터일 땐 ‘뭔가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표정에서 맴돌고 있었고, 10미터짜리 투영검이 완성되었을 땐 동공이 확장되었다.

옥토버의 확장된 동공 속에 후회의 감정이 서려 있었다.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루크는 놈들에게 냉정을 되찾을 시간을 주지 않고 지체 없이 검을 휘둘렀다.

후우우웅!

거대한 투영검이 물을 헤집으며 옥토버 무리의 끝단부터 훑으려 하였다.

투영검이 막 놈들을 베어 내려던 찰나, 난데없이 옥토버 무리 사이에 섞여 있던 자 중 한 명이 스태프를 높이 들며 주문을 영창했다.

“텔레포트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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