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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15화 (115/200)

# 115

115화 의도치 않은 표류(2)

텔레포트 홀?

루크는 6서클의 경지에 올라 있는지라 마법에 관해선 꽤 해박한 편이었다. 현재 경지인 6서클까지의 마법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경지보다 더 상위에 있는 7서클, 8서클, 9서클 마법의 이름과 효과까지 모두 꿰고 있다.

하지만 텔레포트 홀이라는 마법은 처음 듣는다. 9서클 경지의 마법 중 텔레포트라는 마법이 있긴 하다. 지정된 좌표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마법으로 전설의 생물이라는 드래곤의 전유물이다.

텔레포트란 이름이 붙은 걸 보니 텔레포트의 일종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까진 알 도리가 없었다.

어떤 마법이든 간에 시전자를 베어 내면 그만이다.

투영검은 벌써 옥토버 무리 사이로 난입하여 그들의 몸을 분쇄하고 있었다. 투영검의 크기가 원체 크다 보니 베어 내는 게 아니라 아예 몸을 으깨 버렸다.

허겁지겁 방패로 막는 옥토버도 있었고, 무기에 마나 오라를 피워 올려 상쇄해 보려는 옥토버도 있었으나 결과는 매한 마찬가지였다.

“막아! 막으라고! 방패를 들… 크아악!”

“어떤 머저리가 막으라고 외친 거야? 저딴 걸 어떻게 막으라고?”

“가만히 있지 말고 피해!”

“미친! 저렇게 괴물 같은 기술을 쓴다는 말은 없었잖아!”

기세 좋게 덤볐다가 투영검 한 방에 몰살.

루크에게 있어선 익숙한 광경이자 약속된 전개였다.

투영검의 궤적이 흐트러지지 않게 집중하고 있는데 별안간 등 뒤에서 강한 흡입력이 느껴졌다.

등 뒤를 돌아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등 뒤에 딱 사람 하나가 들어갈 법한 검은 구멍이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루크는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텔레포트 홀의 효과를 짐작했다.

‘자기가 이동하는 게 아니라 홀을 만들어서 타인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였나.’

한마디로 뒤늦게 무력으로 제압하긴 글렀다 판단하여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어디로 이동할지 모르는 이상 잠자코 빨려 들어가 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텔레포트 홀에서부터 멀리 떨어지기 위해 블링크를 쓰려던 찰나, 전방 가득 참격이 날아들었다.

블링크는 가까운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라 전방에 장애물이 있으면 부딪힌다. 때문에 참격을 피해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루크를 텔레포트 홀로 밀어 넣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

루크를 텔레포트 홀에 빠뜨리지 못하면 자기네들이 죽으니까.

아까의 그 기세는 어디 갔는가?

살려고 발버둥 치는 꼴이 가관이었다.

루크가 찰나에 계산해 보니 투영검이 마법을 쓴 이에게 닿기 전에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텔레포트라곤 해도 사용자의 마나 양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고, 근처 해역에 위험한 구역은 없으니 최악의 경우라 해 봤자 무인도나 깊은 해저로 이동하는 것이 전부일 터.

후자라 할지라도 공기막이 있으니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진 않을 것이다.

루크는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놈들에게 데미지를 박아 넣었다.

“관을 짤 시간이 필요하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 돌아가서 세이렌 저항군과 너희들 관의 치수를 미리 재 두는 게 좋을 거야.”

텔레포트 홀로 이동한 다음에 곧장 네튤 제도를 방문할 것을 예고하고선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루크였다.

아마 놈들도 당분간 잠자기 글렀다는 것을 알 것이다.

괜히 용의 역린을 건드린 탓에 루크가 방문할 때까지 벌벌 떨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 * *

루크가 사라진 후 옥토버들의 왕인 엑튜러스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지금 이 순간, 루크의 투영검이 그의 코앞에서 멈춰서 있었다. 루크가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투영검의 움직임이 멎었고, 이제야 조금씩 투영검의 형체가 흐려지며 완전히 소환이 해제되었다.

만약 놈이 홀에 빨려 들어가는 게 1초라도 늦었다면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전력 질주라도 한 양 심장이 빨리 뛰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한참 동안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엑튜러스는 옆에 있는 옥토버 마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허억, 허억. 시몬, 놈을 어디로 보냈느냐?”

시몬이라 불린 옥토버 마법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장소를 특정 지을 수 없음을 알렸다.

“텔레포트 홀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부분은 전하도 아시지 않습니까.”

시몬이 들고 있는 스태프는 엑튜러스의 해왕검과 같은 바다의 3대 신기 중 하나였다.

메모리 스태프라 하여 ‘잊힌 마법’이라 불리는 고대의 마법을 담고 있는 무기로 6서클 이상의 마법사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부 무기이기도 했다.

메모리 스태프에는 2개의 마법이 저장되어 있는데, 스태프에 마나를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저장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저장되어 있는 마법은 ‘텔레포트 홀’과 ‘얼음 폭격’이다.

텔레포트 홀은 지정한 대상을 다른 장소에 떨어뜨리는 마법이다. 그 어떤 적도 눈앞에서 치워 버릴 수 있으니 위기를 회피하는 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시전한 순간 스태프 소유자의 남은 마나가 전부 소모되고, 어디로 날려 보냈는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남은 마나를 전부 소모하여 적을 날려 버렸는데 근거리에 떨어지면 도리어 당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인 마법이었다.

얼음 폭격은 특정 공간을 지정하여 굵직한 얼음 송곳으로 이루어진 융단 폭격을 가하는 마법이었다. 물속에선 얼음의 낙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수중 전투에선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지만 선박을 파괴하는 데 지대한 효과를 발휘하는 마법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쯤 지나자 엑튜러스의 호흡이 안정되었다.

냉정을 되찾은 엑튜러스는 주둥이를 오므렸다 펴며 난색을 표했다.

“놈의 무력이면 우리 병사들이 전멸한 것도 납득이 되는군. 만만찮은 놈이라고 예상하긴 했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루크의 압도적인 무력은 ‘루크가 옥토버들을 전멸시킨 장본인이다.’라는 오해에 신빙성을 더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루크가 보여 준 무력이면 해저 섬에 파견한 옥토버들이 전멸한 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적이 강하다고 해서 꼬리를 내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먼저 옥토버 전사들에게 손을 댄 건 루크다.

여기서 꼬리를 말면 죽은 이들을 볼 낯이 없다.

오션 마린을 탐하여 네튤 제도의 아들들을 죽인 자를 어찌 용서하랴!

엑튜러스는 조만간 루크의 공격이 있을 것을 예감하며 대비책을 세워 두고자 했다.

“놈을 막을 방법을 찾아 둬야겠군. 시몬, 뭐 좋은 방법 없나?”

“솔직히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뭐든 좋으니 말해 보게.”

“자존심 상하긴 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요. 고작 일격만으로 격이 매겨졌다는 것은 전하도 깨달으셨을 겁니다. 지금 가진 전력만으로는 놈을 막기 힘든 게 사실이지요.”

“열 받긴 해도 인정해야겠지. 해왕검의 참격이 막힐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하지만 시몬, 지금 그냥 인정하고 사과하자는 의미로 꺼낸 말은 아닐 테지?”

“무슨 섭한 말씀을. 네튤 제도의 아들들을 죽인 자에게 머리를 숙일 수야 있겠습니까? 단지 지금 가진 전력으로는 놈을 막기 힘든 게 사실이니 외부에서 세력을 끌어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허,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선택지군. 전투로 먹고사는 우리가 힘이 모자라서 다른 종족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라…….”

“이대로 놈에게 머리를 숙일 순 없으니 달리 선택지가 없습니다.”

“상황 참 더럽게 꼬이는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면 좋겠느냐?”

어인계의 전투 민족이라 불리는 그들에게는 다른 종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자존심이 상하기는 시몬도 마찬가지인지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 경우에 도움을 청할 종족은 평소라면 상종도 하고 싶지 않은 작자들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시몬은 재차 한숨을 푹 내쉬고선 그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루크 놈을 막으려면 3대 신기가 한자리에 모두 모여야겠지요.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샤크족과 교섭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

루크는 텔레포트 홀을 빠져나가는 내내 강한 압박을 느껴야 했다. 마치 좁은 고무호스 속을 억지로 비집어 통과하는 것 같다.

어지럼증이 몰려올 즈음, 전신을 죄어 오던 압박감이 사라지며 홀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탁!

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발이 땅에 닿았다.

도착한 장소가 적어도 물속은 아닌 모양이었다. 어지럼증이 가시면서 뿌옇게 흐려졌던 시야가 선명함을 되찾았다.

떨어진 곳은 새하얀 모래사장 한복판이었다.

사방에 고운 모래 입자가 융단처럼 깔려 있고, 해안 너머에는 야자수가 우거진 정글이 펼쳐져 있었다.

한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루크는 모래사장을 따라 걸으며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 지표를 찾아 나섰다.

모래사장을 따라 한 바퀴 돌다 보니 처음에 착지한 장소로 되돌아왔다.

“섬인 건 알겠는데 어디에 있는 섬인지 알 도리가 없군.”

이곳이 어딘지 알아야 네튤 제도로 가든 하니온 공국으로 가든 할 수 있을 텐데, 어딘지 특정을 지을 지표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인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루크는 섬을 한 바퀴 도는 과정에서 해안 절벽을 발견했다. 해안 절벽 끄트머리에는 집 한 채가 세워 있었다. 건축 방식으로 보건대 인간이 지은 집으로 추정된다. 일반 주택이라 하기에는 크고, 저택이라 하기에는 작은 규모의 집이었다.

누가 살고 있는진 몰라도 사람이 살고 있다면 최소한 여기가 어딘지 정돈 알아낼 수 있을 터.

루크는 왔던 길을 다시 걸으며 해안 절벽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도착한 집은 기다란 담장으로 둘러져 있었으며 철창으로 이루어진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은 이 섬에 다른 거주자가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방문해 달라는 의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집 안에는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는데, 1층 창문 언저리에 사람의 실루엣이 아른거리는 걸로 봐선 누군가가 있긴 한 것 같았다.

대문 담벼락에 손님용 작은 종이 매달려 있긴 했으나, 심하게 녹슨 걸로 봐선 오랫동안 손님이 방문하지 않은 듯했다.

루크는 손님용 작은 종에 달려 있는 줄을 당겨 집 안 사람을 호출했다.

덜그럭덜그럭!

원래라면 딸랑거리는 소리가 나야 할 텐데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녹슨 부위끼리 서로 긁히는 소리만 났다.

원체 고요한 곳이라 그런지 덜그럭거리는 소리조차도 요란하게 들릴 지경이었다.

잠시 후 주택 현관이 열리면서 장례 때나 입는 상복 타입의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나왔다.

여인은 루크를 스윽 훑어보더니 체념하듯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었다.

“엘리나가 여왕이 되기라도 했나 보죠? 그 아이가 루크 남작더러 날 죽이라고 명했나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남작이라니 언제 적 얘기인가.

하지만 여인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니 그녀가 누구인지 떠올랐다. 예전에 비해 많이 수척해지고, 화장기가 없는 탓에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오래전에 마주친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녀는 다름 아닌 오래전 루크가 남작일 시절에 왕족 암살 미수로 유배된 나탈리 왕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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