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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17화 (117/200)

# 117

117화 바다의 3대 신기(1)

옥토버들의 습격으로 배가 난파된 직후, 라샤는 루크의 명에 따라 살아남은 선원들을 구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녀도 흔하게 널린 범인은 아닌지라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제 나름대로 꾀를 짜내었다.

소형 보트마저 파괴된 터라 판자를 붙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먼저 난파선에서 떨어진 로프로 선원들을 일일이 묶고, 웬디의 추진력을 이용해 그들을 끌어서 운반하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섬이 나왔다.

그녀는 섬에 선원들을 옮겨 놓고 곧장 몸을 돌려 루크가 있는 장소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바닷속에 있어야 할 루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게 아닌가!

라샤는 소스라치게 놀라 물속을 헤집고 다녔다.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아니야, 아닐 거야.”

쉴 새 없이 부정하며 루크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바닷속에 있는 거라곤 조각난 시신과 살점을 뜯으러 온 상어 떼가 전부였다.

혹시라도 그가 죽었다면 시신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상어 떼에게 먹혔을 수도 있고, 설사 먹히지 않았더라도 해류에 휘말려 떠내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누구던가.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혁혁한 무훈을 쌓아 올린 인간계 정점이다.

옥토버 따위에게 당할 사람이 아니다.

그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당할 리가 없는 사람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은 모종의 수작이 있었기 때문일 터.

한파라도 들이닥친 양 라샤의 얼굴에 냉기가 감돌았다.

줄곧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왔던 라샤다.

엘프에겐 잡종 취급을, 인간에겐 타 종족 취급을 받았다.

하프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기 일쑤였으며 하니온의 기사가 된 이후에도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개척하기 위해서 발버둥 쳐 왔다.

그러던 차에 루크를 만났다. 새로운 주군은 라샤를 인간도, 엘프도 아닌 자신의 기사로 봐 주었고, 덕분에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속감이라는 것을 느껴 볼 수 있었다.

루크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것은 그녀가 간신히 얻은 소속감을 앗아 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루크의 세력이라는 범주 안에 ‘소속’이 되었기에 루크 없이는 소속감도 없다.

누구냐.

처음으로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한 내 주군을 앗아간 자를 용서하지 않겠다.

쉬이이익!

핏물이 흥건한 바닷속을 헤엄치던 상어들이 라샤를 포착하고선 접근해 왔다.

물속에서 가만히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 또한 먹잇감이라고 인식한 것인지 아가리를 쩍 벌렸다.

톱날처럼 빼곡하게 돋아나 있는 이빨이 그녀를 물어뜯으려던 찰나, 푸른 잔상이 사방을 난도질했다.

라샤는 마나 블레이드가 피어오르고 있는 단검 두 자루를 꽉 쥐며 웬디를 부렸다.

“웬디, 이 근처를 낱낱이 수색하겠어. 마나 잔량은 신경 쓰지 말고 속도를 높여.”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공기막 뒷면에서 강한 바람이 뿜어져 나와 그녀의 몸을 떠밀었다.

그와 동시에 지근거리까지 근접해 온 상어들의 몸체에 붉은 금이 생겨났다. 정육점의 고기처럼 부위별로 해제되는 상어 떼 사이로 라샤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 * *

엑튜러스는 네튤 제도로 복귀하면서 전사 몇몇을 수색대로 돌렸다.

혹시라도 루크가 근방으로 이동하지 않았나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옥토버 전사들은 5인 1조로 나뉘어 수색에 나섰다. 수색에 나선 이들은 아직도 루크의 투영검을 목격한 여운이 남은 탓에 때때로 몸서리를 쳤다.

“으으, 소름 끼쳐. 뭐 그런 무식한 기술이 다 있담.”

“그런 건 그냥 본인 머릿속에만 담아 두지그래? 괜히 입 밖으로 꺼내서 다른 사람까지 떠오르게 만들지 말고.”

“놈이 살아 있다는데 걱정 안 하게 생겼어? 그놈이 네튤 제도로 오면 그땐 어떻게 막으려고?”

“그거야 엑튜러스 전하와 시몬 님이 알아서 준비해 놓으시겠지. 우린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그게 전사의 본분이잖아?”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구먼. 떨고 있는 촉수나 어떻게 좀 하시지?”

“내, 내가 언제 떨었다고 그래?”

어인들 중에서 가장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그들로선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언제나 다른 종족을 사냥하기만 했지 사냥당하는 입장에 놓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냥꾼과 사냥감의 입장은 손바닥을 뒤집듯 쉽게 바뀌는 법이다.

투영검을 앞둔 순간, 그들의 뇌리에 도마 위에 올라간 문어의 이미지가 떠오른 것은 비단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대응책을 준비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아예 놈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예 멀리 떨어진 해저 절벽 틈 같은 곳에 끼여서 익사했으면 한다.

“거기 두 사람,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수색에나 집중해.”

“말 안 해도 하고 있어. 후딱 해치우고 복귀하자고.”

주어진 임무를 빨리 해치우고 복귀하고자 수색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촉수를 한껏 오므렸다가 펴며 이동하던 중 별안간 후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크으헉!”

“꾸엑!”

심상치 않은 비명 소리에 수색대 전원이 뒤를 돌아보았다. 후방 끄트머리에 있는 자들이 갈가리 찢겨 나가며 분쇄되고 있었다.

적습이다!

찰나에 위기를 감지하고 무기를 꺼내는 와중에 추가로 공격이 날아들었다.

후방에서 날아온 단검 두 자루가 옥토버 전사들의 몸에 틀어박혔다. 단검은 옥토버 전사의 몸에 파고든 후 검날 주변에 갈무리되어 있던 마나 블레이드를 사방으로 뻗었다.

옥토버 전사의 몸 안에서 마나 블레이드가 날뛰면서 몸속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삽시간에 5인 1조의 수색대 가운데 4명이 비명횡사했다.

홀로 남은 옥토버 전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 와중에 더욱이 그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접근해 오고 있는 것이 육지에 사는 종족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닿으면 베일 듯 섬뜩하기 그지없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풍기고 있는 살기가 어찌나 흉흉한지 본의 아니게 헛숨을 들이켰다.

“흐억! 저, 저리 가! 저리 가, 이 망할 년아!”

물귀신이라도 마주한 양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겁지겁 장비를 착용했다. 검, 메이스, 창… 심지어 방패까지. 촉수로 가지고 있는 장비란 장비를 하나씩 집어 들고 발악하듯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부웅! 부웅! 부웅!

하우스 산호의 가지를 깎아 만들어 단단하되 가벼움을 자랑하는 장비들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그러나 여인은 옥토버 전사의 필사적인 발악을 비웃듯 지근거리까지 접근하여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 주변에 갈무리되어 있던 마나 블레이드가 만주사화처럼 흐드러지게 흩날렸다.

마나 한 줌 없는 옥토버 전사가 성난 기세를 품은 마나 블레이드를 막아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우스 산호의 가지로 만든 무기들은 마나 블레이드 앞에서 도끼 앞 나뭇가지처럼 뎅겅 잘려 나갔다. 비단 잘려 나간 것은 무기만이 아니었다. 무기를 쥐고 있던 문어 다리까지 잘려 나가며 물속을 부유했다.

둥둥 떠다니는 자신의 다리를 목격한 옥토버 전사는 경악에 물들었다.

여인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전사를 노려보며 단검을 그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지금부터 묻는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지금 누구라도 베지 않고선 못 배길 것 같은 기분이거든.”

내장을 저미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 앞에서 옥토버 전사는 겁에 질린 나머지 반쯤 남은 촉수를 잔뜩 오므렸다.

* * *

라샤는 옥토버 전사를 추궁한 끝에 루크가 사라진 내막을 알아냈다.

예상대로 루크는 무사했다. 단지 텔레포트 홀이란 기술에 빨려 들어가 옥토버들도 어디로 이동했는지 모른다고 한다.

무사하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불안을 덜어 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망망대해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장소에 떨어졌다면 루크 본인도 자신이 어디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터.

무엇보다 모시던 주군이 실종되었는데 어찌 손을 놓고 가만두고 보랴.

라샤 혼자 어찌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수색을 멈추고 하니온 공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 * *

루크의 실종이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것은 없으니 라샤는 남몰래 왕궁으로 들어가서 드골과 조우했다.

라샤에게 모든 사정을 전해 들은 드골은 여태까지 보인 적 없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전하께서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로 이동하셨다니 이거 큰일이군.”

“죄송합니다. 제가 똑바로 했어야 하는데…….”

“잘못을 따지는 건 사태를 수습한 뒤에 해도 늦지 않네. 그보다 전하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일세. 전하께서 손에 넣으신 아쿠아를 이용해서 탐색할 순 없는가?”

“안 그래도 오기 전에 해저 섬에 불러서 부탁해 뒀습니다. 하지만 수색 범위가 워낙에 넓어서 아쿠아도 난감해하더군요.”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다간 전하의 실종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갈 테고……. 아무래도 비행 부대를 수색에 투입시켜야겠군.”

소수 정예에 빠른 기동력을 자랑하는 비행 부대라면 빠른 시일 내에 루크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때마침 프랑크 마탑의 휴식기에 맞춰 천재 마법사 한 명이 관광차 하니온 공국에 들른 참이었다.

관광차 들른 자에게 일을 맡기자니 미안한 감이 들긴 하나, 기밀을 요하는 상황이기에 그녀만큼 이번 일에 적격인 사람도 없었다.

드골은 복도로 나가선 순찰 중인 병사를 불러다가 지시를 내렸다.

“귀빈용 별궁으로 가서 레이아 양을 불러오게.”

사람을 파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빛바랜 남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찾아왔다.

로브 후드 아래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은발이 찰랑이고 있었다.

레이아는 드골로부터 루크 수색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듣고 산뜻한 미소를 띠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점은 여전하시네요. 그런 부분이 좋지만요.”

“쉬러 온 참에 미안하지만 수색을 부탁해도 되겠는가?”

“쉬는 것도 질리던 참이었는데 잘됐네요. 그런데 저분이랑 둘이서 해저 섬에 다녀오셨다고 했나요?”

이야기 도중 라샤를 응시하며 본제와는 다소 떨어진 질문을 날리는 레이아였다.

갑자기 지목을 당한 라샤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며 사실대로 고하였다.

“아, 중간까지는 선원들과 함께 가고 잠수할 때만 둘이서 이동했어요.”

“흐음~ 하프 엘프랑 둘이서 수중 여행을 했다는 거네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뭐, 됐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본인에게 듣도록 하죠. 드골 백작님,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준비해 주세요. 지금 당장 출발하고 싶어요.”

“그러지. 잠시만 기다려 주게.”

난데없이 공격적인 눈빛을 띠는 레이아 앞에서 라샤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네튤 제도에는 여러 종족의 어인들이 머무르고 있는데, 그중에서 단연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건 옥토버들이다.

두 번째로 많은 어인들은 샤크족이라 하여 옥토버만큼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있되 상어의 이빨과 강인한 턱을 지니고 있었다.

옥토버들과 샤크족은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양측 모두 호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긴 하나 옥토버들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반면 샤크족은 먹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

즉, 샤크족은 식인 종족인 것이다.

엑튜러스는 샤크족이 먹다 버린 해골로 가득한 해저 협곡으로 들어가 샤크족의 수장과 조우했다.

“죠스, 오랜만에 인간 살점을 뜯어 볼 생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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