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18화 (118/200)

# 118

118화 바다의 3대 신기(2)

샤크족의 수장인 죠스는 선천적으로 대식가 기질을 타고난 자였다.

샤크족의 주식은 고기, 그중에서도 인간을 비롯한 아인족의 살점을 가장 좋아한다. 자칭 대식가이자 미식가인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인간 및 어인 사냥에 나서는 편이었다.

적게는 한 끼에 3명, 많을 땐 10명 이상도 먹어 치운 경력이 있다. 실제로 네튤 제도에선 죠스의 이름조차 언급하길 꺼리며 ‘괴물’이나 ‘악마’ 등의 공포스러운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

그나마 옥토버의 경우에는 엑튜러스가 건재하기 때문에 쉬이 건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티가 나게 건드리지 않았다 뿐이지 아마 엑튜러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여럿 잡아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엑튜러스는 고양이 손조차도 아쉬운 마당이다. 상대가 혐오스러운 식인종이라 할지라도 ‘진짜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선 죠스와 샤크족의 힘이 필요했다.

엑튜러스는 뼈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는 죠스에게 다시금 자신의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

“조만간 인간들이 네튤 제도로 쳐들어올 예정이다. 놈들이 네튤 제도에 닿기 전에 저지하고 싶으니 협력해라. 그 대신 승전 후에 포로로 잡은 인간들은 모두 네게 넘겨주마.”

루크가 혼자서 올 리 없을 것이다.

반드시 하니온 공국으로 돌아가서 군대를 이끌고 올 것이다.

루크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군대까지 이끌고 오면 더더욱 감당하기 힘들다.

몰려올 인간의 군대를 감당하려면 바다의 3대 신기 중 하나를 가진 죠스를 포함하여 샤크족 전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고기 중에서도 인간의 살점을 가장 좋아하는 죠스가 모처럼 차려진 진수성찬을 마다할 리 없을 터. 무조건 긍정의 대답이 돌아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생각한 것과 다르게 죠스는 심드렁한 반응을 내비쳤다.

“오랜만에 찾아와서 한다는 얘기가 고작 그거냐? 옥토버의 왕도 꽤나 수준이 떨어졌는걸?”

“이거 참 의외로군. 너라면 누구보다 인간들의 접근을 반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못 보던 사이에 식성이 바뀌기라도 했나 보지?”

“조금 바뀌긴 했지. 옛날에는 인간 고기를 최고로 쳤는데 최근에는 문어가 그렇게 당기더군. 문어 고기를 몇 점 챙겨 준다면 협력할지 말지 고민해 보도록 하지.”

요컨대 인간 포로에 옥토버도 몇 명 얹어 달라는 뜻이었다.

지극한 동족애를 지닌 엑튜러스로선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였다. 전장에 나간 동족의 죽음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마당에 자기 손으로 직접 동족를 먹잇감으로 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도를 넘는 모욕감과 함께 엑튜러스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졌다.

“나보고 동포를 고기 취급하라는 말이냐?”

“싫다면 거절하면 될 일 아닌가? 우린 아쉬울 거 없어. 우리가 원하는 건 고기를 뜯는 것이지 목숨 걸고 싸우는 게 아니거든. 전쟁이 벌어지면 인간 고기가 알아서 떠내려올 텐데 괜히 나서서 위험을 짊어질 이유는 없지, 그렇지 않아?”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인간들이 너희들만 특별 취급을 해 줄 거라 생각하나 보지? 너희들도 네튤 제도가 점령당하면 곤란해질 텐데?”

“크하하하! 곤란해? 우리가? 세상에 어장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한동네에 집착할 필요가 있긴 한가? 우린 떠나면 그만이야. 네놈들이 고향에 집착하는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우리에게까지 강요하진 마시지.”

이래서 샤크족이 싫다.

놈들에겐 동포애도 없고, 고향에 대한 향수도 없다. 오로지 먹는 것만을 탐하는 식욕의 노예들이다.

반인반어라곤 해도 정신머리는 인간에 가까운 것이 어인들인데, 샤크족은 어인 중에서 가장 인간에 가까운 외견을 갖추고 있음에도 생각하는 부분은 어류에 가까웠다.

엑튜러스로선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답답한 자식들!

인간이 우리의 고향을 짓밟으려 한단 말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남의 살점을 뜯을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망할 버러지들 같으니!

엑튜러스는 답답해서 복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참아야 한다. 루크를 죽이려면 샤크족의 힘은 필수였다.

엑튜러스는 고민 끝에 절충안을 내놓았다.

“내 동포들을 내줄 순 없다. 하지만 다른 종족이라면 얼마든지 제공하마.”

“오호라, 너희 손으로 직접 다른 어인들을 잡아서 바치겠다?”

“말은 똑바로 하시지. 바치는 게 아니라 제공하는 거다.”

“그래그래, 자존심 강한 옥토버 나리에겐 단어 하나하나가 품위로 직결되겠지. 그럼 구체적인 숫자를 불러 보실까? 정말로 우리가 전쟁에 참가하길 바란다면 우리의 목숨값에 부합하는 숫자를 부르는 게 좋을 거야.”

“종족 불문하고 한 달에 30명. 이 조건으로 2년간 제공하마.”

“조건이 영 내키지 않는걸? 종족을 가리지 않되 어린 처녀 30명. 이 조건으로 5년 동안 제공한다면 받아들이지.”

“조건이 너무 까다로우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제물의 조건을 풀든 제공 기간을 줄이든 둘 중 하나만 택해라.”

“어린 처녀 30명을 3년간 제공해라.”

“2년.”

“2년 6개월. 이만하면 나치곤 많이 양보한 편 아닌가?”

“좋아, 받아들이마.”

엑튜러스는 결국 옥토버를 내주는 대신 다른 종족의 어린 처녀들을 제공하기로 약속해 버렸다. 그 와중에 옥토버를 제공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엑튜러스가 있었다.

알고 있는 것일까.

다른 종족의 어인들을 잡아다가 넘겨주는 행동은 곧 그가 그토록 혐오하던 샤크족의 행동을 대신 이행해 주는 것임을.

동포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샤크족과 똑같은 수준으로 내려가 버린 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죠스와 샤크족을 끌어들인 것에 기뻐하는 엑튜러스였다.

“확인 차 묻지. 신기는 아직 소유하고 있나?”

“물론. 이걸 얻은 이후로 한 번도 손에서 뺀 적이 없지.”

죠스는 비릿한 조소와 함께 보란 듯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의 약지에는 검푸른 색을 띠고 있는 매끈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엑튜러스가 가진 해왕검, 시몬이 가진 메모리 스태프, 그리고 죠스가 가진 심해의 반지까지.

3대 신기가 한자리에 모였으니 제아무리 루크라 할지라도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 순 없을 것이다.

특히 죠스가 가진 심해의 반지는 마나로 이루어진 검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놈에겐 극상성일 터.

이만큼 준비를 해 놨는데 질 리가 없다.

“이번에야말로 해저 섬에서 죽은 동포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겠군. 게다가 원래 우리 것이 되었어야 할 오션 마린도 되찾을 수 있을 테고 말이지.”

루크와 경합한 이후로 줄곧 엑튜러스의 가슴 언저리에 공포심이 머물러 있었다.

놈이 선보인 압도적인 무력이 트라우마가 되어 틈만 나면 떠오르는 탓에 최근 며칠 동안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다.

엑튜러스는 가슴에 응어리처럼 맺혀 있던 공포심을 떨쳐 내며 승리를 확신했다.

* * *

나탈리 왕녀의 유배지를 떠난 루크는 플라이 마법으로 바다 위를 날며 남쪽으로 이동했다.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본 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6서클 경지에 오르면서 경지에 걸맞은 마법들을 한 번씩 다 써 보았다.

하나 이번처럼 장시간 동안 한 가지 마법을 써 본 것은 처음이었다.

파이에 올라타 비행하는 것과는 색다른 맛이 있어서 신선했다. 파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운전이고 제 발로 걷는 것이 운동이라면, 플라이 마법은 운전도 운동도 아닌, 묘한 맛이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연비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6서클 마법이다 보니 마나 소모량이 하위 마법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마차라도 무거운 장식을 많이 달아 둔 호화로운 마차가 일반 마차보다 말의 체력을 더 많이 갉아먹는 것처럼 플라이 마법은 이동 마법계의 호화로운 마차라 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슬슬 보일 때가 됐는데…….”

루크는 플라이 마법을 쓰다가 마나가 바닥나면 근처 무인도에서 쉬고, 마나 호흡으로 마나를 보충한 후에 비행을 재개하며 사흘 내내 이동해 왔다.

유배지에서 얻은 지도대로라면 지금쯤 네튤 제도가 나타나야 한다.

시선을 멀리 두며 두리번거리던 중 시야 끝자락에 넓은 땅덩어리가 포착되었다. 지도상 표기된 바에 의하면 네튤 제도는 드래프트 영지만 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되었기에 네튤 제도의 생태계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었다.

옥토버만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어인들도 있는 건지……. 그 안에서 또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는 현지에서 직접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텔레포트 홀에 휘말리는 건 사양이다.

저번 사태는 정보량의 부족이 불러온 결과라 할 수 있다. 똑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보 수집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루크가 네튤 제도를 향해 똑바로 직진하고 있는 가운데, 가슴 주머니 안에서 꼬마 라그나로스가 고개를 내밀었다.

예전부터 파이를 타고 비행을 할 때마다 열기의 막을 둘러 비행 중 겪는 저체온증을 미연에 방지해 주었던 라그나로스다.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소환해 뒀다.

라그나로스는 10미터 아래에서 거세게 출렁이고 있는 파도를 내려다보며 학을 뗐다.

“어으으~ 어째 물에서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이냐. 이젠 물 보는 것도 지겹다, 지겨워.”

“피차일반이야.”

“하여간 너도 참 고생을 달고 다니는 팔자구먼. 응? 야, 주인아.”

“왜?”

“저기 저거 세이렌 아냐? 그 왜, 너랑 손잡았던 애들 있잖아.”

루크가 내려다보니 수면 위로 솟아난 미역바위 위에 대여섯 명 되는 세이렌들이 걸터앉아 있었다.

옥토버과 오해가 빚어진 것도 전부 세이렌들 때문이다. 정확히는 슈타인 왕자가 세이렌 저항군에 심어 둔 밀정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슈타인 왕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데메그리 교와 루크를 한패라고 착각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슈타인의 밀정들이 옥토버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탓에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

안 그래도 정보가 필요했는데 잘됐다.

루크는 미역바위 위에서 멈춰 천천히 내려갔다. 아래에서는 세이렌들이 세상의 고민을 다 털어 낸 자들처럼 하하, 호호 떠들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하도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옥토버 분들이 대답해 주시더라고. 시몬 님이 녀석을 텔레포트 홀로 아주 보내 버렸데.”

“그거참 쌤통이네. 보내 버렸다는 건 죽었다는 거 맞지?”

“그렇지 않겠어? 여하튼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니까. 지가 뭔데 10년 동안 오션 마린을 내놓으라니 마니 하는 거야? 참 나 어이가 없어서, 원.”

“…….”

“죽었다는 얘기 들으니까 속이 다 시원한 거 있지? 그래도 어쩌겠어.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슈타인 왕자님 탓이 되어 버리니까 이렇게라도 왕자님 명예를 지켜 드려야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어라? 갑자기 왜들 말이 없어졌어?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혼자만 다른 방향을 보고 있던 세이렌은 문득 다른 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뿐만 아니라 어느새 아까까지 없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뒤에 무언가가 있다.

그리 느낀 순간, 보랏빛 검날이 드리워지며 무심하기 그지없는 한마디가 내려앉았다.

“아주 보내 버린다 말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