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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19화 (119/200)

# 119

119화 바다의 3대 신기(3)

해저 섬의 마지막 생존자들이자 슈타인의 심복인 세이렌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옥토버들이 보내 버렸다기에 영락없이 죽었다는 의미인 줄 알았건만 루크는 보란 듯이 그들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귀신이 되어 한을 풀러 온 것일까.

하지만 착각도 잠시뿐, 드리워진 검의 예리함이 이 모든 게 실제 상황임을 일깨워 주었다.

이리된 이상 세이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당하기 전에 먼저 친다!

모든 세이렌이 아리아를 발산하기 위해 일제히 입을 벌렸다.

“아… 커헉!”

‘아~’ 소리를 발하기도 전에 루크의 검이 그들의 목을 베어 냈다.

투영검까지 쓸 것도 없었다. 검 주변에서 실오라기 같은 마나 블레이드가 흩날리며 세이렌들의 목을 관통했고, 그 자리마다 어김없이 붉은 혈선이 생겨났다.

루크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건 세이렌들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머메이드 전사들이 몰살당하는 광경을 수도 없이 봐 왔다. 이런 근거리에서 열 명도 채 되지 않은 머릿수로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순 없는 노릇이라 선공을 취해 본 것인데 역시나 하늘이 뒤집히는 일은 없었다.

검을 휘두른 횟수는 한 번에 불과하나, 세이렌들이 감당해야 할 궤적의 개수는 무수히 많았다. 백여 가닥이 넘는 마나 블레이드가 한차례 검무를 마쳤을 때, 미역바위 위에 살아남은 세이렌이라곤 고작 한 명에 불과했다.

아까 루크의 접근을 인지하지 못하고 저 혼자 신나게 막말을 내뱉던 그 세이렌이었다.

보랏빛 검에 맺힌 핏물이 방울방울 그녀의 어깨 위에 떨어졌다. 뜨끈한 온기가 남은 끈적한 핏물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 모든 게 현실임을 상기시켰다.

세이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벌벌 떨며 눈물을 짰다.

“어흐흑. 이, 이러지 마세요. 사, 살려 줘요. 저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그냥 분위기 타서 장난식으로 말한 거니까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선공 필승을 행하려다 실패하고 나니 선즙 필승이라도 노리려나 보다.

사과나 듣자고 살려 둔 게 아니다. 조무래기의 막말 따위야 비일비재하니 귀에 담아 두지 않는다.

그보다 정보가 먼저다. 살아남은 세이렌들이 슈타인의 명예를 지키고자 옥토버의 왕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했다는 게 확실해졌다.

반대로 말하면 옥토버의 왕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옥토버의 왕과 자주 접해 보았을 테니 왕을 비롯한 측근들의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을 것이다.

루크는 핏물이 뚝뚝 흐르는 검을 그녀의 어깨 위에 지그시 가져다 대며 입을 열었다.

“사과의 가치는 0루소에 불과하지. 살고 싶다면 좀 더 값어치 있는 말을 내뱉지그래?”

값어치 있는 말이 정보임을 깨달은 세이렌은 살아남고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낱낱이 고하였다.

* * *

세이렌의 입을 통해 흥미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네튤 제도에는 다양한 종족의 어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각 종족이 저마다 거점을 형성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오크 부락과 비슷한 형태였다. 오크들이 부족마다 제각각 다른 땅에 정착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것처럼 네튤 제도의 어인들도 종족마다 자기들만의 자치구를 만들어 어지간해선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네튤 제도가 옥토버들의 땅이라 불리는 건 어디까지나 옥토버들의 숫자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웃긴 건 옥토버들이 네튤 제도의 다른 어인들로부터 ‘상납금’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상납금은 해산물이나 광물, 노동의 형태로 치르는 편인데 ‘지켜 주는 대가’로 받는 게 아니라 ‘침공하지 않는 대가’로 바치는 것이었다.

쳐들어가지 않을 테니 봉사하라는 같잖은 논리로 무장하고선 다른 어인들을 등쳐 먹고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상납금을 뜯기지 않는 종족은 어인계의 식인종이라 불리는 샤크족밖에 없다고 한다.

더불어 루크가 바라 마지않던 정보 또한 튀어나왔다.

“그, 그리고 네튤 제도에 바다의 3대 신기가 모두 모여 있어요.”

루크는 세이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바다의 3대 신기란 단어에 흥미가 갔다.

기억하기로 신기는 고대인들이 신에게 하사받은 특수한 장비들을 말한다. 바다의 3대 신기, 육지의 3대 신기, 천공의 3대 신기까지 총 9개가 있다.

이 드넓은 바다에서 네튤 제도에 바다의 3대 신기가 모두 모여 있다고 한다. 아니, 그 반대일지도. 바다의 3대 신기를 가진 덕에 네튤 제도를 차지한 걸 수도 있다.

다양한 어인들이 모여 사는 것도 그렇고, 네튤 제도가 어인들에게 있어 노른자위 같은 곳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세이렌은 자기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각 신기가 가진 능력을 설명했다.

자꾸만 울먹이는 탓에 설명을 알아듣기 힘들었으나, 들은 바를 최대한 갈무리하여 요약하자면…….

1. 해왕검: 검을 쥔 자의 마나 양과 출력, 마나의 밀도를 2배 가까이 끌어 올려 주는 왕의 검. 검 자체에 검격을 발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 메모리 스태프: 잊힌 고대인의 마법이 등록되어 있는 스태프. 스태프에 마나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등록된 고대의 마법을 시전할 수 있다.

-텔레포트 홀: 지정한 대상을 다른 장소에 떨어뜨리는 마법. 그러나 시전한 순간 스태프 소유자의 남은 마나가 전부 소모되고, 소모된 마나 양에 비례하여 멀리 날아간다. 장소는 무작위로 지정되기 때문에 시전자조차 어디로 날려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얼음 폭격: 특정 공간을 지정하여 굵직한 얼음 송곳으로 이루어진 융단 폭격을 가하는 마법. 텔레포트 홀에 비해 연비가 좋은 편. 적은 마나로도 많은 수의 얼음 송곳을 소환할 수 있다.

3. 심해의 반지: 착용하고 있으면 피부가 마나 면역을 띠고,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호흡이 가능해진다.

바다의 3대 신기 중에서 2개가 옥토버에게, 1개는 샤크족의 수중에 놓여 있다고 한다.

해왕검과 메모리 스태프.

옥토버들이 다른 어인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것도 전부 3대 신기 중 2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크는 우스울 따름이었다. 결국 3대 신기 중 2개를 가지고 있는데도 루크 한 명을 제압하지 못하고 도망친 꼴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세이렌은 최근에 옥토버들이 샤크족과 손을 잡았다는 말을 남기며 입을 다물었다.

옥토버가 샤크족과 손을 잡은 이유야 뻔하다.

‘3대 신기를 모두 모으면 상대해 볼 법하다고 판단했나 보군. 올바른 판단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최선의 판단인 건 아니지.’

3대 신기가 모여 있어야 겨우 대적할 만하다.

그 말인즉슨, 3대 신기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전과 같은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렵게 머리를 쓸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3대 신기의 소유자 중 한 명만 무너뜨리면 싸움은 쉽게 종결될 것이다.

하면 3대 신기 소유자 중에서 누구를 먼저 쓰러뜨릴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 상대에 따라 작전이 달라진다.

루크가 상념에 잠겨 있던 차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세이렌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저… 저는 이 이상은 몰라요. 아는 대로 전부 말씀드렸으니까 살려 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루크는 성격상 뒤탈이 생길 만한 일은 미연에 방지해 두는 편이다. 특히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입장을 바꾸는 자라면 더더욱 살려 보내지 않는다.

앞서 겪은 수많은 사건에 비추어 보면 세이렌에게 검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루크는 이번에는 살려 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아는 것을 서슴없이 내뱉는 자라면 다음에도 똑같은 행동을 일삼을 터. 생존한 세이렌의 습성을 그대로 이용하고자 살려 보내는 쪽을 택했다.

루크는 검을 거두며 턱짓으로 가도 좋다는 제스처를 취하였다.

“가도 좋아.”

죽다 살아난 세이렌은 혹시라도 루크의 마음이 바뀔까 싶어 허겁지겁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세이렌이 사라진 후 루크가 늘어진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 내고선 실드와 에어볼 스킬을 동시에 시전했다.

“누구한테 고자질하러 갈지 기대되는군.”

* * *

루크에게 풀려난 세이렌은 힘차게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네튤 제도로 헤엄쳐 갔다.

네튤 제도는 큰 섬 4개와 50개에 달하는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인 지리를 그린 지도가 없기 때문에 처음 온 자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옥토버의 거점은 네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블루문 아일랜드에서도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옥토버의 거점인 해안 동굴까지 가기 위해선 거센 해류가 휘몰아치는 바다를 지나 암초가 미로처럼 뻗어 있는 구역을 통과해야만 한다.

특히 암초 지대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고 물속에는 거미 파래란 해초가 무성히 자라나 있어서 길을 모르는 자는 절대로 통과할 수 없었다.

암초 지대를 통과하여 해안 동굴에 다다른 세이렌은 곧바로 옥토버 왕에게 알현을 요청했다.

“그자예요! 그자가 나타났다고요!”

루크가 나타났다는 말에 10킬로미터 깊이의 해안 동굴 전체가 술렁거렸다.

언젠가 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으나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적어도 한 번은 하니온 공국에 돌아가서 병력을 갖추고 올 거라 생각했거늘!

당황스러운 것은 엑튜러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엑튜러스는 시급히 세이렌을 해안 동굴 안쪽으로 불러들이며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그놈을 봤다는 게 사실이더냐?”

“하아, 하아.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네요. 죽는 줄 알았어요.”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말하거라.”

“네, 사실이에요. 다른 세이렌들하고 미역바위에 다녀왔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검을 휘둘렀어요. 절 빼고 다른 세이렌들을 모두……. 흐윽, 그 극악무도한 놈을 꼭 좀 죽여주세요.”

“울지 말고 놈들의 병력 규모부터 말해 보거라. 놈이 혼자 왔느냐, 아니면 군대를 몰고 왔느냐?”

“흐으윽, 크흥! 제가 보기엔 혼자였던 것 같아요.”

“같아요? 이 시급한 때에 그따위 애매한 보고나 들으려고 널 상대하고 있는 줄 아느냐! 정확하게 보고하지 못할까!”

“이, 일단 저와 마주쳤을 땐 그놈 혼자였어요. 그놈한테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여기로 달려와서 그 뒷일은 모르겠어요.”

코맹맹이 소리가 자꾸만 엑튜러스의 심기를 건드린다. 하나 세이렌에게 짜증이나 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필시 군대를 몰고 올 줄 알았건만 혼자서 쳐들어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것도 납득이 간다.

단독으로 왔다면 3대 신기 소유자만으로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몬! 시몬은 어디 있느냐!”

시몬을 찾는 외침에 해안 동굴 안에 머물러 있던 다른 옥토버가 급히 시몬의 위치를 고하였다.

“시몬 님은 크라켄들을 불러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지금 당장 연락을 취하면 1시간 이내에 복귀하실 겁니다.”

“어서 불러오거라! 샤크족의 죠스에게도 연락을 넣어 이리로 오라고 하고!”

“네! 알겠습니다!”

3대 신기 소유자가 한자리에 모일 시간은 충분하다.

제아무리 루크라 할지라도 네튤 제도 가장자리에 꽁꽁 숨겨져 있는 해안 동굴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시몬과 죠스를 불러오기 위해 전령을 파견하던 중 불현듯 불길한 느낌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뭔가 중요한 사실을 놓친 듯한 기분이다.

잠시 고민에 잠겨 있던 엑튜러스는 세이렌이 한 말 중에 중요한 부분이 섞여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봐, 방금 뭐라고 했느냐?”

“네? 루크가 혼자였다고 말씀드린 부분이요?”

“그거 말고! 그 뒤에!”

“그놈한테서 벗어나자마자 이리로 달려왔다고 했…….”

“이런 망할!”

세이렌은 불같이 화를 내는 엑튜러스에게 잔뜩 쫄아선 울상을 지었다.

“저, 저한테 왜 그러세요?”

“이 빌어먹을 년이 아직도 제 잘못을 몰라? 루크 그놈이 두 눈 빤히 뜨고 쳐다보는데 곧장 이리로 달려오는 머저리가 어디 있냔 말이다!”

3대 신기의 사용자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놈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신기 중 하나를 놈에게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잠시 후 해안 동굴 입구 쪽에서 상상하던 일이 현실화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거대한 검으로 동굴 벽을 긁는 듯한 육중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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