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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20화 (120/200)

# 120

120화 바다의 3대 신기(4)

루크는 세이렌을 쫓아 이동한 끝에 옥토버들이 살고 있는 해안 동굴에 도달했다. 길이 어찌나 험한지 몇 번이나 세이렌을 놓칠 뻔했다.

거미집처럼 촘촘한 결을 자랑하는 거미 파래가 시야를 가리질 않나, 기습적으로 출몰한 암초에 부딪힐 뻔하질 않나. 그 와중에도 세이렌이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 준 덕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사리를 풀어 주고 대짜가 넘쳐 나는 어군을 찾아낸 격이다.

도착하자마자 옥토버들이 아주 격하게 반겨 주었다.

“웬 놈이냐! 응? 어인치곤 좀 엉성하게 생겼는데? 거기, 너. 좀 더 가까이 와 봐.”

“이런 젠장! 그 인간이잖아! 내가 저번에 원정 나갔다가 만난 그 인간이라고!”

“이 자식이 그 자식이야? 너 이 자식 잘 만났다. 내 아주 요절을 내 주마.”

“미친놈아! 개소리 말고 튀어!”

“겁쟁이 같은 자식, 네가 그러고도 위대한 옥토버 전사냐? 거기서 내가 저놈을 두 동강 내는 꼴을 보고나 있으라고.”

옥토버 전사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 루크와 맞닥뜨린 적이 있는 자는 동굴 안으로 도망치기 바빴고, 맞닥뜨린 적이 없는 자는 다른 이의 경험담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여기며 호승심을 불태웠다.

분명한 건 도망치는 자든, 덤비는 자든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루크는 해안 동굴의 통로를 꽉 채우고 남을 만큼 거대한 투영검을 만들어 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겨울철 문어 낚시가 그렇게 재미있다지?”

실제로 해 보면 알겠지만 문어 낚시는 낚는 게 아니라 찌르는 것이다. 갈고리가 달린 작살로 바위틈을 쑤셔서 갈고리에 문어 다리가 걸리면 당기는 것이 전부다.

루크 또한 투영검을 작살 삼아 해안 동굴 안으로 힘껏 쑤셔 넣었다.

투영검의 검날이 옥토버 전사들을 짓누르면서 해안 동굴의 통로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갔다.

쿠구구구구!

투영검의 검 등과 검날이 통로 벽면을 긁으면서 굉음이 발생했다.

한차례 동굴을 헤집고 난 후에야 루크는 투영검을 해제했다. 투영검이 사라진 자리에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옥토버의 잔해가 그득했다.

낚시가 아니라 요리라 해야 했나?

루크는 저 혼자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고선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만큼 공기가 들어차 있으면 실드는 더 이상 필요 없겠군.”

해안 동굴 안쪽은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으레 많은 해안 동굴 그렇듯 밀물 때는 물이 가득 차오르고, 썰물 때는 물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동굴 벽면이 흠뻑 젖어 있는 걸로 보아 썰물 때가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물이 빠지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실드와 에어볼을 유지하며 마나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때문에 루크는 몸 주위를 두르고 있던 실드를 풀고 공기를 제공하던 에어볼도 해제했다.

동굴 벽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의 파편이 바닥에 떨어지며 옥토버 전사들의 잔해를 덮었다.

루크는 잔챙이들에게 어울리는 돌무덤 위를 지르밟으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걷자 동굴 안쪽에서 파공음이 들려왔다.

후우우웅!

검격 한 줄기가 습기를 머금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들고 있었다.

검격은 곧 해왕검을 든 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지표였다.

엑튜러스가 도망가지 않고 반격해 온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안에 도망칠 길이 없거나 3대 신기 사용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어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루크는 날아드는 검격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몸을 옆으로 틀었다. 검격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루크의 몸 앞을 지나갔다. 검격이 지나감과 동시에 루크는 동굴 안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말을 날렸다.

“명검을 들고 공기만 베는 걸 두고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라 한다지.”

도발에 발끈하듯 ‘ㄱ’ 자 형태로 꺾여 있는 통로 너머에서 엑튜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얼음을 굳힌 듯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는 해왕검이 들려 있었다.

사용자의 마나와과 마나 출력을 2배로 높여 주는 검을 쥐고도 기껏해야 건달 두목 노릇이나 하고 있다. 해왕검의 이름 가운데에 들어간 ‘왕’이라는 단어가 아깝다. 루크라면 좀 더 쌈박하게 사용할 텐데 말이다.

엑튜러스는 루크의 등 뒤에 펼쳐져 있는 돌무덤을 보고선 눈두덩을 씰룩였다.

“무례한 놈 같으니. 네튤에서 그 누구도 내게 돼지라고 칭하지 못하거늘.”

“이거 실례했군. 어류이니 어류에 빗대야겠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보단 문어 발에 고급 구두란 말이 더 어울리겠군.”

“이게 인간의 방식이더냐? 수작을 부려서 남의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세이렌 꽁무니를 따라와서 남의 집을 헤집는 게 무에 자랑이라고 입을 놀리느냐.”

“있지도 않은 세이렌 왕자의 명예를 지키려고 내뱉은 거짓말인데 아직도 믿고 있나 보군.”

“닥쳐라! 잘못을 했으면 인정할 것이지 끝까지 발뺌하는구나!”

“눈물을 착즙하는 녀석의 말을 믿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어. 어차피 시시비비를 가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까.”

언쟁이 오가는 와중에도 루크의 눈은 빠르게 움직였다. 면밀히 살펴본 결과, 엑튜러스 외에 다른 신기의 보유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 동굴 안에 신기 보유자라곤 엑튜러스뿐이었다. 왜 저리 기를 쓰고 언쟁을 이어 가나 했는데 그 이유가 낱낱이 드러났다.

지금은 저 혼자뿐이니 다른 신기의 보유자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다.

빤히 보이는 속셈에 넘어갈 정도로 너그러운 성격은 아니다.

루크는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부여했다.

“친구들이 없으니 불안한가 보군. 조만간 같이 있게 될 거야, 황천길 위에서 말이지.”

가장 성가신 건 메모리 스태프를 가진 시몬이란 작자다. 또다시 텔레포트 홀로 이동하는 건 사양이니 놈이 오기 전에 엑튜러스부터 제거해야 한다.

보랏빛 검신의 테두리에 마나 블레이드가 피어오름과 동시에 루크가 입을 달싹였다.

“블링크.”

루크의 신형이 연기처럼 꺼졌다.

엑튜러스도 마법에 대해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시몬이 무려 5서클 마법사이기에 그를 통하여 자주 쓰는 마법의 효과 정돈 알고 있었다.

엑튜러스는 블링크를 썼다는 것을 직감하며 뒤로 펄쩍 뛰었다. 엑튜러스가 서 있던 자리에 루크의 검이 떨어지며 바닥에 깔린 물을 가격했다.

첨벙!

마나 블레이드의 여파로 물기둥이 치솟았다.

엑튜러스도 더 이상 언쟁을 통한 지연책은 불가능하다 판단하며 응수했다. 문어 다리 끄트머리로 해왕검의 검 자루를 꽉 조이고선 마나를 듬뿍 담아 휘둘렀다.

해왕검의 궤적을 따라 검격이 형성되며 물기둥을 향해 날아갔다.

철퍽!

검격이 물기둥을 가격하면서 손바닥으로 수면을 때린 양 찰진 타격음이 발생했다.

물기둥을 바라보고 있는 엑튜러스의 표정이 그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었다. 주둥이를 한껏 오므린 표정에서 ‘제발 맞아라.’라는 생각이 적나라하게 배어 나왔다.

하지만 엑튜러스가 기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루크는 연달아 블링크를 사용하여 물기둥을 빠져나온 후였다. 루크의 신형이 엑튜러스의 측면에서 나타남과 동시에 마나 블레이드가 유려하게 흩날렸다.

“네게 투영검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할 거야.”

루크의 말을 귀에 담을 여유조차 없는 엑튜러스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근거리에서 날아드는 마나 블레이드를 막아내기 위해 해왕검을 가로로 누이는 게 고작이었다.

해왕검을 뉘여 방어 태세를 취한 순간, 루크의 마나 블레이드가 급격하게 궤도를 수정하며 정확하게 해왕검만 비껴 지나갔다.

미처 수비 범위에 담아내지 못한 마나 블레이드 가닥들이 여지없이 엑튜러스의 몸을 베어 냈다.

서걱! 서걱!

하반신을 이루고 있는 문어 다리가 뎅겅뎅겅 썰려 나갔다. 개중에는 해왕검을 쥐고 있던 다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반신 부분은 잘려도 며칠이면 재생하는 데다 통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베였다고 비명을 지르진 않았다. 단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자신의 다리를 보고 있자니 육체적 고통 이상의 정신적 충격이 찾아들었다.

엑튜러스는 무력감에 휩싸여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루크는 바닥에 떨어진 촉수 하나를 집어 드는 여유를 선보였다.

집어 든 촉수는 다름 아닌 해왕검을 쥐고 있던 촉수였다.

루크는 해왕검을 취하며 아까 하려던 말을 마저 내뱉었다.

“명검을 부수고 싶지 않았거든.”

엑튜러스의 남은 문어 다리가 힘을 잃은 듯 추욱 늘어졌다.

해왕검이 있어도 대적할 수 있을까 말까인데 해왕검마저 잃었다. 잃었다 뿐이랴, 루크의 손에 넘어가 버렸으니 이젠 더 이상 방도가 없다.

엑튜러스는 심장을 잃은 문어 선장처럼 몸을 비틀거리다가 주저앉았다.

“왜지? 난 그저 우리의 규율을… 우리 동포들의 원수를 갚아 주려고 한 것인데… 어찌 이런 일이…….”

정신을 지탱하던 기둥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엑튜러스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루크는 시운전을 할 겸 마검을 검집에 넣고 해왕검을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엑튜러스에게 겨누며 그의 우둔함을 동정하듯 진실을 알려 주었다.

“지금이니까 말하는 건데, 해저 섬에서 죽은 옥토버들은 크라운한테 속은 거였어. 크라운은 아쿠아 봉인석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았지.”

“거짓말이야.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나는 대체…….”

“뭐, 이제 와서 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말이야.”

처음부터 세이렌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았다면 화를 자초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루크의 말마따나 이제 와서 깨달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후회에 물든 엑튜러스의 머리 위로 그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해왕검이 떨어졌다.

서걱!

* * *

옥토버들은 크라켄을 바다에 풀어놓고 기른다. 평상시에는 방목하고 필요할 때만 부르기 때문에 부르려면 크라켄 방목지까지 찾아가야 했다.

루크를 치러 아리아구 해역까지 갔을 때, 투영검에 크라켄이 반토막 나서 당장 운용할 크라켄을 새로 데려와야 했다.

크라켄을 부르러 먼 바다로 나간 시몬은 전령에게 급전을 전달받았다. 급전을 확인한 시몬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텔레포트 홀로 멀리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쳐들어온단 말이냐!”

“실제로 그를 봤다는 목격담을 접수했습니다. 엑튜러스 전하께서 급히 찾으시니 어서 복귀하십시오.”

“알겠다, 그리하마. 온 김에 크라켄을 죄다 끌어모아서 돌아가자꾸나.”

옥토버란 종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있는 병력을 전부 동원해도 과하지 않았다. 특히나 상대가 상식선의 바깥에 존재하는 괴물일 땐 더더욱 그러하다.

부우우우욱!

시몬은 1미터 길이의 기다란 대나무 나팔을 불어 크라켄에게 신호를 보냈다.

시몬은 모든 크라켄이 한자리에 모이길 기다리던 가운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하늘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희미한 예감에 불과한 동작이었다.

고개를 올린 시몬의 시야에 제비 한 마리가 포착되었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제비가 북쪽으로 향할 계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평범한 제비도 아니었다.

무슨 놈의 제비가 몸집이 훔볼트만 하다.

제비의 몸집보다도 더 눈이 가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거대한 제비에 사람이 올라타 있다는 점이었다.

남색 로브를 두른 인간이 은발을 휘날리며 네튤 제도로 곧장 날아가는 중이었다.

막 루크의 습격을 전해 들은 시몬으로선 당연히 루크가 하니온 공국의 군대를 끌고 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비행 수단까지 동원해서 우릴 유린하려 드는구나. 보고도 잠자코 보내 줄 순 없는 노릇이지.”

몸집도 커다란 것이 마법을 적중시키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시몬은 하늘을 향해 메모리 스태프를 겨누며 5서클 마법을 시전했다.

“라이트닝 바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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