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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31화 (131/200)

# 131

131화 큰 그림은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1)

신장은 성인 남자 평균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일까. 덩치가 엄청 크다고 할 순 없었으나 전신에 근육이 꽉 차 있어서 견고한 비늘 위로도 그의 근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악어 주둥이와 파충류의 것을 닮은 눈은 얼핏 보면 리자드맨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에 사슴의 뿔과 비슷한 뿔이 달려 있고, 등에는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눈에 들어온 모든 특징이 그가 용인 쟈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레이아는 목이 틀어 잡힌 채로 발버둥 치며 쟈칼의 몸을 걷어찼다.

“큭! 이거 놔, 놓으… 라고.”

퍽! 퍽! 퍽!

있는 힘껏 걷어차는데도 쟈칼의 몸은 꿈쩍하지 않았다. 흡사 바위를 걷어찬 듯, 오히려 레이아의 발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만한 신체 조건과 근력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을 터.

한데 목을 움켜쥔 손아귀의 힘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혹여나 힘을 너무 주어 죽어 버리면 곤란하다는 듯, 레이아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제압만 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전해져 왔다.

쟈칼은 마치 진열대 안에 놓여 있는 보석을 감상하듯 레이아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한 번은 들를 거라 생각한 게 적중했군. 널 손에 넣었으니 더 이상 왕자 밑에 있을 이유가 없지. 나와 함께 가자꾸나.”

“개소리… 마시지.”

사람을 마치 달걀 다루듯 조심스럽게 쥐고 있었기에 완벽히 제압당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게다가 쟈칼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 그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법 재능을 가지고 있는 천재라는 것이다.

같은 6서클 마법사들에게도 쉽지 않다는 무언 캐스팅을 레이아는 숨 쉬듯 간단하게 시전할 수 있다. 이미 그녀는 쥐고 있는 메모리 스태프 끄트머리에 대량의 마나 배열을 마친 상태였다.

‘더블 캐스팅. 더그, 블링크!’

지정한 장소에 구덩이를 만드는 더그 마법이 시전되면서 쟈칼의 발밑에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갑자기 딛고 있던 땅이 꺼지자 쟈칼이 균형을 잃고 구덩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레이아의 목을 붙잡고 있는 손아귀의 힘이 풀렸다.

용인에겐 일반적인 마법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더그 마법으로 균형을 잃게 하여 무의식중에 목을 잡고 있는 손을 풀게 만든 것이다.

쟈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마자 블링크가 시전되며 레이아의 몸이 20미터가량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갔다.

하나 더그 마법을 통한 공격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균형을 잃게 한 것에 그쳤을 뿐, 실제로 쟈칼은 데미지를 거의 받지 않았다.

레이아는 구덩이를 향해 메모리 스태프를 겨누며 다시금 대량의 마나를 배열했다.

‘상대는 용인이야. 마나의 힘을 그대로 에너지 삼아 위력을 발하는 마법으론 안 돼. 물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마법이 아니면…….’

보통은 마나를 배열하여 시도한 공격을 뭉뚱그려서 마법 공격이라 칭한다. 사람들이 보리나 쌀을 뭉뚱그려 밥이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나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마법은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뉜다.

마나가 가진 에너지만을 이용한 유형, 마나를 분자 단위로 재구성하여 물리적인 피해를 가하는 유형, 마나에 의사를 부여하여 다른 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에 간섭하는 유형 등등.

이 중에서 용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부류는 물리적인 피해를 가하는 유형밖에 없다.

대지 속성의 마법이 대부분 이에 해당된다.

때문에 레이아는 구덩이를 향해 대지 속성 마법을 난사했다.

“트리플 캐스팅! 어스퀘이크! 스톤샤워! 샌드 하이웨이브!”

고작 사람 하나 들어갈 작은 구덩이를 향해 고위 마법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어스퀘이크의 효과로 땅이 크게 흔들리며 균열이 발생했고, 그 위로 종유석을 10배 크기로 부풀린 듯한 바위 송곳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으며, 뒤이어 모래 파도가 해일처럼 높이 치솟았다.

지진, 낙석, 모래 해일.

대지의 마법 3종 세트가 구덩이를 덮치려던 찰나, 구덩이 안에서 강렬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이글거리는 불의 구체가 솟구쳤다.

“드래고니안 브레스!”

용인의 전유물인 드래고니안 브레스, 그중에서도 단순히 위력만 따지면 가장 강력하다는 화염 브레스였다.

쟈칼의 브레스는 위에서 떨어지고 있던 스톤샤워와 부딪치며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쾅!

귀가 멍멍해질 만큼 커다란 굉음 속에서 무수히 많은 바위 송곳이 한순간에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브레스는 스톤샤워를 상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샌드하이웨이브까지 밀어 냈다.

뜨거운 후폭풍이 휘몰아치면서 모래 파도를 무너뜨렸고, 그 여파로 인해 검게 그슬린 자갈 조각과 금빛 모래가 알알이 섞이면서 허공에 한 편의 모자이크화가 그려진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이윽고 어스퀘이크마저 효과가 다해 멎자 굉음이 가라앉았다.

깊게 파인 구덩이 속에서 쟈칼이 빠져나오며 레이아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 원망이나 분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저항은 앙탈에 불과하다는 듯 부드러운 눈빛을 띠고 있었다.

“이거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나 보군. 넌 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를 텐데 말이야.”

“적어도 알 만큼은 알고 있죠. 겐크 역사상 최악의 흉악범이잖아요.”

“분명 그런 과거도 있긴 했지.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나서 난 새사람이 되었어. 다른 조건은 달지 않겠어. 너만 따라오면 돼. 그 조건만 충족된다면 난 당장 이 전쟁에서 발을 빼겠어. 그리고 다시는 다른 이를 해치지 않을 것을 맹세하지.”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 가운데에 그녀를 만나고 나서 바뀌었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일화와 달리 100년 전에 남들은 모르는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로라하는 마나마스터가 덤벼도 잡지 못하던 쟈칼이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된 과정에 ‘그녀’라 불리는 존재가 관련되어 있음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처음에 ‘판박이’라는 말을 했다.

100년 전 쟈칼의 그녀와 레이아가 닮았음을 명시하는 바였다.

레이아는 쟈칼이 학살을 즐기고자 전쟁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곤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다.

“말로는 뭐든 할 수 있죠. 정말로 새사람이 되었다면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세요.”

“어떻게 하면 믿어 줄 거지?”

“새사람이 되었다면 데메그리 교를 지원한 카이둔 국왕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겠죠.”

“하니온군의 일원으로서 카이둔 국왕을 치면 내 것이 되어 주겠다 이 말인가?”

“증명하기만 한다면 다시 생각하기야 하겠죠.”

적이 가진 유력한 카드를 아군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겐크군에 치명타를 가하는 격일 터.

게다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도 루크의 밑에 강력한 부하가 늘어나는 건 여러모로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실이 되진 않는다.

루크의 최측근에서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보고 배워 온 레이아이기에 순간적으로 어느 쪽이 더 득이 되는지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간이고 쓸개고 모두 바칠 것처럼 얘기하던 것과 달리 쟈칼은 단칼에 레이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훗, 100년 전에도 그런 식으로 날 이용했지. 새사람이 되었다는 걸 증명하면 평생 함께하겠노라고. 하지만 알고 보니 날 잡기 위한 작전의 일부로써 내게 접근해 온 거였지.”

“그때완 상황이 다르죠. 과거가 어떻든 전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할 거예요. 모든 건 그쪽이 하기에 달려 있어요.”

“큭, 또 그런 말로…….”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요?”

쟈칼과 레이아의 눈이 마주쳤다.

레이아의 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그를 응시하는 반면, 쟈칼의 눈은 그녀와 시선을 마주할수록 크게 흔들렸다.

그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레이아는 다시 한번 설득하기 위한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상황이 급변했다.

쟈칼의 머리 위에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이 생성되는 게 아닌가!

루크의 투영검이었다.

투영검은 망설임 없이 쟈칼이 있는 장소에 떨어졌다.

콰드드득!

투영검이 지반에 틀어박히며 어스퀘이크에 의해 생긴 균열을 더욱 넓혔다.

가히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일격이 떨어졌건만 쟈칼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투영검의 검신 중 쟈칼의 비늘에 닿은 부위만 증발하여 소멸되어 있었다. 드래곤 스케일이 가진 안티 마나 능력에 의해 마나가 응집력을 잃고 와해된 것이다.

동시에 하늘에서 파이의 강한 외침이 들려왔다.

“위험! 위험!”

파이의 등에 올라타 있는 자는 역시나 루크였다.

상공에 머물러 있던 루크의 신형의 일순 사라지는가 싶더니 레이아의 옆에서 나타났다.

블링크를 시전하여 지상으로 내려온 루크는 해왕검에 두르고 있던 마나 블레이드를 해제했다.

“용인을 상대로 마나 공격은 금물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겠군.”

설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레이아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저자를 설득하는 중이었어요! 제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루크는 저택 앞마당을 면밀히 관찰하였다.

브레스의 폭발음을 듣고 날아온 참이었다. 게다가 고위 마법을 쓴 흔적과 브레스가 남긴 재 가루들은 이곳에서 맹렬한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광경이었다.

설사 진짜로 설득 직전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피와 비명을 좋아하는 용인인 이상 아군으로 들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루크는 판단했다.

그래서 레이아의 요청에 대한 대답은 단호했다.

“옛 말에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 했지.”

레이아는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듯 루크를 산증인으로 지목했다.

“공왕 전하께서도 바뀌셨으니 저 사람도…….”

“아니, 그거와 이건 경우가 달라.”

“전하.”

“게다가 상황에 따라서 입장이 휙휙 바뀌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믿을 수 없지.”

마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검 자체의 예리함만으로 베어 내면 될 일이다. 해왕검의 강도는 드래곤 본에도 밀리지 않으니까 능히 쟈칼의 비늘을 가르고 살을 베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쟈칼은 레이아와 자신의 사이를 가로막은 루크를 훼방꾼으로 취급하며 적의를 드러냈다.

“네 녀석이 하니온군의 수장인 모양이군. 좋은 말 할 때 비키거라. 이건 나와 그녀의 문제다.”

“그렇다면 내 문제이기도 하겠군.”

“크하하하! 그런 거였나. 네놈의 것이라 이건가. 하면 네놈만 죽으면 그녀가 내 손에 떨어지겠구나.”

“파충류 후예답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소리만 지껄이는군.”

“시치미 떼도 소용없다. 이 자리에서 당장 찢어발겨 주마!”

쟈칼의 등 뒤에 돋아나 있던 작은 날개가 넓게 확장되더니 드래곤의 날개처럼 큰 날개가 되었다.

삽시간에 하늘로 날아오른 쟈칼은 먹잇감을 노리는 솔개처럼 급강하를 시도했다.

루크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급강하하여 떨어지고 있는 쟈칼의 발톱에 맞대응하여 해왕검을 휘둘렀다.

갸갸갸갸갹!

쟈칼의 발톱과 해왕검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돌연 빛무리가 쟈칼의 몸 주위를 감쌌다.

루크가 따로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레이아가 수를 취한 것도 아니다.

다만 쟈칼 본인은 빛 무리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혼자서 분함을 금치 못했다.

“제길! 벌써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찢을 수 있는 것을!”

이내 빛 무리가 더욱 강한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쟈칼의 신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경합을 이루고 있던 상대가 사라지면서 해왕검이 허공을 갈랐다.

쟈칼의 말투와 일련의 현상을 조합하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귀환시키는 마법 물품을 준비해 둔 건가.”

루크로선 아쉬울 따름이었다.

적의 유력한 카드 중 하나를 없앨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이다.

아쉽지만 쟈칼을 베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전투가 일단락된 후, 루크는 레이아가 행한 행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하였다.

“혼내기 전에 이유부터 듣도록 하지.”

“정확한 사정까진 모르겠지만 100년 전에 그자가 마음에 품고 있었던 사람이 저랑 똑같이 생긴 모양이에요. 그래서 저만 손에 넣으면 전쟁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나만 죽으면 된다고 말했던 건가. 우리 사이를 오해한 거였군.”

“그… 제가 경솔한 거였나요?”

“그래, 많이 경솔했지. 녀석을 아군으로 끌어들였다 치자고. 그 뒤에 어쩔 거지? 정말로 결혼이라도 해 줄 생각이었나?”

“죄송해요.”

레이아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시무룩해했다.

무슨 의도로 쟈칼을 포섭하려고 한 건지는 알고 있다. 포섭하기만 하면 굳이 이번 전쟁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큰 전력이 될 거라 판단하여 설득을 시도해 본 것일 거다.

내막을 알고 나니 시도해 볼 법한 방법이었단 생각이 들긴 했다.

한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기분이 찝찝하다.

루크를 위해 그녀가 자신을 담보로 걸었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루크는 레이아의 이마에 검지를 튕겼다.

따악!

“아얏!”

“건방지게 굴지 마. 내 이득은 내가 알아서 챙겨.”

“잘못했어요.”

“알면 됐어. 다음엔 벅차다 싶으면 텔레포트 홀로 날려 버려. 괜한 짓하지 말고.”

“네.”

반성의 시간이 끝나자마자 루크가 하늘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날고 있던 파이가 땅으로 내려왔다. 루크는 파이가 착지한 지점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레이아도 천천히 발을 떼며 세 발자국 뒤에서 그를 따라 움직였다.

* * *

쟈칼이 지니고 있던 물건은 방랑자의 태엽 시계란 이름의 1회용 마법 물품이다. 타이머를 맞추면 일정 시간 뒤에 지정된 장소로 되돌아오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블린트의 말대로 레이아가 정말 100년 전 그녀와 닮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서면서 보험용으로 타이머를 맞춰 놓고 출발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쟈칼은 그란데 백작령에서 한참 떨어진 산속으로 복귀한 뒤 강하게 발을 굴렀다.

쿵!

“제길! 몇 초만 더 있으면 됐을 것을!”

쟈칼을 기다리던 죄수 출신의 부대원들은 복귀하자마자 성질을 내는 쟈칼의 모습에 한껏 쫄아선 뒤로 한 발자국씩 물러났다. 그러고선 행여나 불똥이 튈까 싶어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대장?”

“말도 마라. 루크 공왕의 목을 따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타이머가 모든 걸 망쳤어.”

“공왕의 목을? 놈과 직접 부딪쳤던 겁니까?”

“흥! 다들 왜 그리 놈을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더군. 별것도 아닌 놈이더만.”

“오, 대장께서 그리 말씀하실 정도면 해 볼 만하겠군요. 여태까지 괜히 쫄았네. 어? 근데 손톱은 어쩌다 그렇게 되신 겁니까?”

부대원의 말에 쟈칼은 자신의 손톱을 내려다보았다.

손톱 끄트머리에 가느다란 균열이 가 있었다.

쟈칼의 손톱은 보통 손톱이 아니다. 드래곤 본에 필적할 정도의 강도를 자랑하는 손톱이건만 고작 마나를 한 줌도 부여하지 않은 검 한 자루와 경합했다고 금이 갔다.

그대로 싸웠다면…….

쟈칼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선 눈매를 가느다랗게 좁혔다.

“그 아이를 쉬이 넘겨 줄 생각은 없다 이거군. 하지만 이기는 건 나다. 다음에 마주치면 그때야말로 토막을 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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