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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37화 (137/200)

# 137

137화 윗물이 썩으면 아랫물엔 피가 고인다(3)

지상전에 수많은 전략이 있는 것처럼 공중전에도 수많은 전략이 존재한다.

같은 비행 부대끼리의 공중전은 크게 초장거리, 장거리, 중거리, 근거리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전략은 근거리 전략이었다. 비행 부대끼리 지근거리에서 날면서 육탄전과 마법으로 상대방을 격추시키는 전투 방식이다.

근거리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광역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근거리에 붙어 있는 상대에게 광역 마법을 시전했다간 자신과 아군까지도 휘말린다. 근거리에 붙어 있음으로써 서로가 광역 마법을 시전하지 못하게 막는 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어디까지나 서로 간의 병력 수가 비슷할 때나 쓰는 전략이다.

결코 10명 대 250명의 전투에서 써먹을 방법은 아니다.

그리핀 라이더를 이끌고 있는 케드락은 삼색 제비의 움직임을 확인코는 혀를 찼다.

“쯧쯧쯧, 10명 가지고 근거리 비행전이라니. 천재라 불리던 아이도 실전에선 애송이에 불과하구나.”

역시 루크가 빠진 영향이 크긴 큰가 보다.

병력 숫자가 적으면 초장거리 전략을 구사하며 럭키 펀치나 노리는 게 낫거늘, 레이아의 삼색 제비 부대는 고작 10명만 가지고 근거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젊었을 적 그리핀 라이더로 활동하다가 은퇴 후 데레피온 마탑 학장으로 취임, 전쟁이 벌어지면서 다시금 그리핀 라이더 부대의 대장으로 복귀한 케드락이다.

공백기가 있었다곤 해도 십수 년간 그리핀을 타며 쌓인 경험치는 무시할 게 못 되었다.

베테랑 비행사인 케드락에게 레이아의 전략은 명백한 오판으로 비쳤다.

“녀석들의 근거리 전투를 받아 주자꾸나! 길을 열어서 녀석들을 끌어들여라!”

그리핀 라이더들은 일부러 자신들에게 유리한 위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열려 있는 길을 통해 삼색 제비가 파고들자마자 일제히 그리핀으로 길을 좁히며 삼색 제비와 육탄전을 벌였다.

쿵! 쿠웅!

그리핀과 삼색 제비끼리 거칠게 부딪치며 서로 간에 강한 충격을 입었다.

아무래도 측면에서 들이박는 쪽이 더 유리하다 보니 똑같이 부딪치더라도 삼색 제비가 더 큰 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역시 비행 부대끼리의 전투라면 마법을 빼놓을 수 없었다.

격전지 한편에선 육탄전이 벌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한 면에선 마법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핀 라이더들은 화선이 겹치지 않도록 대형을 갖추고선 삼색 제비를 향해 3, 4서클 마법을 줄창 연사했다.

“파이어볼!”

“아이스 스피어!”

“윈드 커터!”

근거리 전투에선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일점 타격이 가능한 하위 마법만 구사하였다.

일점 타격이라곤 해도 그리핀 라이더의 숫자가 워낙에 많아서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리핀 라이더가 쏘아 낸 마법이 삼색 제비를 두르고 있던 실드에 적중하며 조금씩 수세에 몰아넣었다.

펑! 퍼벙! 퍼버벙!

아무것도 못하고 실드로 공격을 막기만 하고 있는 삼색 제비 부대였다.

케드락은 일방적인 전투 양상에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하하하! 격추시켜 버려라! 지금까지 눈엣가시처럼 날아다니던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꾸나!”

그간 얼마나 고전을 면치 못했던가.

루크 한 명 때문에 압도적인 숫자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벽 안팎을 넘나드는 졸렬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모름지기 마법사의 백미는 아낌없는 화력 방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스러운 전투 방식을 구사하는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자 연신 공격 명령을 내리는 케드락이었다.

더불어 자신 또한 전투에 가세하고자 파이어볼을 장전하던 중.

갑자기 주변에 있던 자들이 케드락에게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를… 위험…….”

펑! 퍼엉! 퍼어엉!

사방에서 요동치는 폭발음 때문에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케드락은 캐스팅을 잠시 중단하고서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잘 안 들려!”

“뒤에… 빨리… 저희 말 안 들리…….”

목청이 터지라 외치던 마법사들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뒤를 보란 수신호를 보내었다.

그제야 후방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한 케드락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허공에 시커먼 구멍이 생겨나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인간이 쓸 수 있는 모든 마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케드락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처음 보는 마법이었다.

시커먼 구멍은 강한 흡입력을 구사하며 케드락을 빨아들였다.

뒤늦게 블링크로 탈출해 보려 했으나 알아차리는 게 너무 늦은 탓에 그마저도 용이치 않았다.

처음부터 6서클 마법사들부터 노리려고 일부러 자신들에게 불리한 근거리 전투를 택한 것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리핀 라이더 사이에 꽁꽁 숨어 있는 6서클 마법사들을 공략하는 게 불가능하니 말이다.

케드락은 정체불명의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떤 효과를 지닌 마법인지 모르니 온갖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는 곧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추태로 이어졌다.

“안 돼! 아무나 좋으니 날 구출해라! 어서! 뭣들 하고 있느냐! 나 좀 살려 달라니까!”

시커먼 구멍은 다름 아닌 메모리 스태프에 등록된 텔레포트 홀 마법이었다.

시전자의 마나를 모두 소진하여 대상 하나를 무작위로 멀리 보내 버리는 마법이다.

케드락을 멀리 보내 버린 레이아는 남색 로브 안에서 작은 플라스크를 꺼냈다. 그리곤 엄지로 코르크 마개를 터프하게 튕겨 내며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끄윽! 일단 한 놈 보냈고.”

예전의 레이아라면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다.

본인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루크와 지내며 조신함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조신하게 행동한다고 적의 파이어볼이 알아서 비켜 나가던가.

전장에 나선 이상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을 칠 수 있을지, 그것 하나만 머릿속에 담아 두면 된다.

레이아는 영약에서 추출한 엑기스로 즉석에서 마나를 회복하고선 다음 타겟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이 흡사 은빛 털을 지닌 호랑이가 먹잇감을 찾아 안광을 번뜩이는 듯했다.

호랑이의 자식은 호랑이라 하였으니.

그란데 백작의 딸에 어울리는 기세를 뽐내며 전장을 누비는 레이아였다.

이내 레이아의 분전 속에서 그리핀 라이더 부대에 속한 6서클 마법사 전원이 강제로 전장에서 이탈했다.

6서클 마법사가 없는 조무래기 무리라면 머릿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레이아는 기동력을 이용해 그리핀 라이더 무리 속에서 빠져나오며 외쳤다.

“2페이즈로 넘어가겠다! 하니온 비행 부대 전원! 중거리 전투태세로 전환해라!”

앙칼진 외침이 전장을 관통하면서 삼색 제비 비행 부대 전원이 그리핀 라이더들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근거리 전투가 머릿수 싸움이라면 중거리 전투는 화력 싸움이다.

6서클 마법사가 건재한 진영과 6서클 마법사가 모두 이탈한 진영.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레이아는 영약으로 마나를 한가득 채우고선 메모리 스태프를 높이 치켜들었다.

“썬더 스톰!”

* * *

우르르! 쾅! 우르르! 쾅!

천둥소리가 빗발치며 번갯불이 번쩍였다.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이스는 광채가 눈부신 탓에 눈 위에 손 우산을 씌웠다. 동시에 번개가 떨어질 때마다 그리핀 라이더가 우수수 추락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몸서리를 쳤다.

“어후, 저쪽으론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되겠군. 자칫 잘못하다간 가루가 되겠어.”

병력 차이가 극명한지라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레이아도 바다의 3대 신기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니 어느 정도 대등한 싸움은 가능할 거라 여겼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나면 루크와 일대일 대련을 하며 루크의 전투 방식을 통째로 암기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게 마냥 헛소문은 아닌 듯하다.

비행 부대가 선전하고 있는데 지상군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비행 부대만 활약하게 놔둘 순 없지.”

바이스는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며 깃대를 묶어 두었던 밧줄을 검으로 내려쳤다.

“전군! 요새를 향해 돌격하라! 오늘에야말로 요새를 넘어 골디브로 가는 거다!”

올가미처럼 밧줄에 묶여 있던 깃대가 위로 튕겨 나가며 곧게 섰다.

깃대의 끄트머리에 달린 녹색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며 돌격 신호를 전했다.

그와 함께 하니온군 본대 병력이 그간 이어진 공성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하여 일제히 요새로 돌격했다.

* * *

“와아아아!”

망루에서 전황을 관측하던 헥토 백작은 사방을 에워싸듯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참 떨어진 상공에선 그리핀 라이더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지상에선 하니온군이 총공격을 가하고 있다.

하니온군의 지상군을 초토화시켜야 할 비행 부대가 역으로 당하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저런 쓸모없는 것들을 봤나! 루크 공왕이 없는데도 밀리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더냐!”

도널드 후작이 지휘할 땐 루크를 상대하면서도 잘 버텨 냈다.

한데 자신이 지휘하니 루크가 없는데도 크게 밀리고 있다.

이건 마치 자신의 지휘가 엉망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오랫동안 자신의 요새였고, 오랫동안 자신이 관리해 왔던 요새다.

이 요새를 누구보다 잘 이용하는 사람은 바로 나란 말이다!

분통이 터지는 와중에 요새 동쪽 산 정상에서 봉화가 피어올랐다.

마찬가지로 망루 안에 있던 에드워드 후작이 피어오르는 연기의 개수를 세며 코로 긴 숨을 내쉬었다.

“흐음, 루크 공왕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로군. 끝났구먼.”

이리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전부 포기한 양 담담한 어투였다.

헥토 백작은 분을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언성을 높였다.

“끝났다니! 아직 요새는 건재하고 병력도 많이 남았거늘, 겐크의 무장이란 자가 벌써부터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말을 하면 어쩌잔 건가!”

“비행 부대 없이는 그를 막을 수 없네.”

“닥치게! 내가 끝나지 않았다면 끝나지 않은 걸세! 자네가 막게! 적장을 베는 게 마나마스터의 의무지 않는가!”

“훗, 결국 내게 뒤 닦는 역할을 맡기는군.”

“군법에 따라 처형당하는 불명예를 맞이하고 싶진 않겠지? 잠자코 하라면 하란 말일세!”

전장에서 실수 한 번이 패배로 이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번 패배가 헥토 백작의 잘못은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이 전투를 담당할 그릇이 못 되는 인재였다.

잘못을 따진다면 그를 사령관으로 배치한 겐크 왕가의 지분이 크다.

에드워드 백작은 길길이 날뛰는 헥토 백작 곁을 스쳐 지나가며 검을 뽑았다.

“만감이 교차하는군. 무장으로서 전장에서 죽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나 자네 같은 머저리의 밑에서 죽는 것이 한탄스러울 따름일세.”

* * *

잠시 후 헥토 요새 상공에 창천 앵무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성벽에서 창천 앵무를 요격하고자 작살을 쏘아 올리던 중.

쉴 새 없이 뻗어 올라가는 작살 사이로 실드를 두른 금발의 사내 한 명이 떨어져 내리며 성벽 위에 착지했다.

금발의 사내, 루크는 사생결단의 각오를 품은 에드워드 백작을 향해 해왕검을 겨누었다.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첫 마디가 도발이 아닌 것만으로도 에드워드 백작을 존중해 주고 있다는 것이 전해졌다.

에드워드 백작은 마찬가지로 검을 겨누며 간격을 재었다.

“그렇게까지 값어치 있는 목숨이 아니니 미련 없이 내려 두고자 합니다.”

“원한다면 새로운 왕국의 일원으로서 합류하는 걸 허락할 의사가 있다만.”

“병사들의 피가 개울을 이루고 있는 마당에 지휘관이 제 피를 아껴서야 그를 어찌 무장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 절 부끄럽게 만들지 마십시오.”

“정 뜻이 그렇다면 더 권하는 건 실례겠군.”

“마지막으로 검을 나누는 상대가 공왕 전하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겐크 왕가를 위해 싸우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가지지 않겠다.

겐크의 무장으로 태어난 이상 겐크의 무장으로 죽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죽음 아니겠는가.

나 자신에게 한 점 부끄럼 없는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리라.

에드워드 백작이 먼저 마나 블레이드를 발하며 검을 휘둘렀고, 그에 맞서 루크의 해왕검에서 검격이 뿜어져 나왔다.

대량의 마나가 응축된 검격은 에드워드 백작의 마나 블레이드를 쉬이 갈라내었고, 에드워드 백작의 몸을 관통하며 망루 위에 달린 깃발을 베어 냈다.

겐크 왕국의 국기가 그려진 깃발이 추락함과 동시에 겐크 왕국 최후의 방어선이 루크의 손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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