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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47화 (147/200)

# 147

147화 많다! 크다! 넓다!(2)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할 협력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약속 장소 근처에선 전투를 암시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협력자가 이곳에 오다가 트러블에 휘말린 게 아닐까 싶다.

루크는 파이의 등에 올라타며 목덜미의 깃털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올라타.”

레이아가 올라타자마자 파이가 눈치껏 곧바로 날갯짓을 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산기슭에선 보이지 않았던 능선 너머가 조금씩 시야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능선 너머에선 거인 한 명과 마물 한 마리가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체적인 형상은 거북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거북의 입에선 시커먼 연기가 연신 새어 나오고 있고, 단단한 등껍질 표면엔 원뿔 모양의 돌기가 돋아나 있었으며 꼬리는 가느다랗고 끝에는 추 같은 것이 달려 있어서 마치 채찍을 연상케 했다.

하나 일련의 외관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더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었기에.

마물을 목격한 순간 루크의 입에서 짧은 감상평이 흘러나왔다.

“무지막지하게 크군.”

여태껏 루크가 목격한 마물들은 기껏해야 대형 짐승 수준의 덩치였었다.

그런데 현재 능선에 위치한 마물은 대형 짐승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몸집을 자랑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대략 20미터, 지면에서 어깨까지의 높이가 6미터쯤 되는 듯했다.

비유하자면 3층짜리 저택이 통째로 움직이고 있는 격이다.

마물의 머리에 뿔이 하나만 달려 있는 걸 보니 1성급 마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이아의 반응도 루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면 더 장난 아니겠는데요? 저 덩치는 절대 인간을 마물화해서 나올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에요.”

“안 그래도 사신이 최근에 거인국에서 마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었지. 소재가 되는 육체에 따라서 마물의 덩치도 달라지나 보군.”

“지금 마물이랑 싸우고 있는 거인이 협력자인 걸까요?”

마물을 상대하고 있는 거인의 덩치도 만만찮았다.

신장은 6미터쯤 되는 데다 전신에 단련된 근육이 꽉 들어차 있고, 무게를 감히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망치를 쥐고 있었다.

거인에겐 커다란 덩치와 무기 외에도 이목을 끄는 특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눈이 하나뿐이라는 점이었다.

거인은 인간에서 크기만 커진 종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거인 중에서도 남다른 특징을 지닌 부족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나는 외눈 거인이라 불리는 싸이클롭스, 또 하나는 피를 다루는 거인이라 불리는 블러디 자이언트였다.

둘 다 제각각 혈족 귀속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거인들보다 훨씬 강한 편이었고, 거인 사회에서도 우러름을 받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지금 마물과 싸우고 있는 외눈박이 거인은 의심할 여지없는 싸이클롭스였다.

싸이클롭스는 마물을 상대로 호쾌한 기합을 터뜨리며 망치를 내리찍었다.

“으랏챠!”

집채만 한 쇳덩이가 매달려 있는 망치가 아래로 떨어지며 마물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쇠망치가 마물의 머리를 찍어 누르면서 흡사 투석기로 쏘아 올린 바위가 떨어진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쿵!

아까 들었던 타격음은 싸이클롭스가 망치를 내려찍는 소리였던 것이다.

싸이클롭스의 망치질은 단순 타격으로 끝나지 않았다.

싸이클롭스의 혈족 귀속 능력은 ‘라이트닝 인첸트’다.

쥐고 있는 무기에 번개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싸이클롭스 중에서도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

공격이 적중함과 동시에 망치 표면에 전류가 흐르며 전격이 가해졌다.

파지지직!

마물의 머리는 이미 수차례의 타격이 가해져서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거기에 추가 타격이 더해지면서 마물의 머리가 뭉개졌다.

“꾸에엑!”

싸이클롭스는 확인 사살을 할 겸 깔끔하게 한 번 더 망치를 내리친 후에야 허리를 폈다. 그리곤 큼지막한 외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군. 약속 장소로 가던 중에 이 녀석과 마주쳐 버렸거든.”

상공에 있는 루크를 향해 던진 말이었다.

말하는 품새로 추측건대 그가 바로 라샤가 말했던 협력자인 모양이었다. 라샤도 협력자가 싸이클롭스 부족의 족장이라고 했었으니 정황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루크는 파이를 아래로 몰며 지상에 착지했다.

“협력하기로 했던 다비드 본인이 맞나?”

가까이서 보니 박력이 남달랐다.

어찌나 덩치가 큰지 고개를 한껏 젖혀 위를 올려다봤는데도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싸이클롭스는 루크와 레이아를 배려하여 몸을 낮춰 주었다.

“맞아. 내가 싸이클롭스 부족의 족장 다비드야. 아, 국왕이니 말을 높여야 하는 건가? 이거 미안하게 됐군. 인간의 예절은 잘 몰라서 말이야.”

“지금은 비공식 작전 중이니 편하게 대하도록 해.”

“그러지. 사정은 라샤에게 들었어. 엘리나란 아이의 일은 안타깝게 생각해.”

“신경 쓸 거 없어.”

“그래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잖아?”

“소중한 사람이라… 그 정도까진 아니었어. 응,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연신 중얼거리는 루크였다.

언제나 일편단심임을 솔직하게 드러냈던 사람이다. 그리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꿈을 품고 있던 사람이기도 하다.

계급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세상을 꿈꿨었고, 본인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볼모 생활까지 자처하며 겨우 날개를 펼칠 기회를 얻었건만… 그녀의 날개는 날갯짓을 하기도 전에 꺾여 버렸다.

그러니 최소한 습격한 세력을 박살 내는 것으로 그녀의 혼을 달래 주려고 한다.

이번 비공식 작전은 거인국의 억지를 타파하기 위한 작전이자 동시에 그녀의 혼을 달래기 위한 진혼 행위이기도 하다.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을 감지했는지 다비드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통명성도 했겠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이미 알고 있겠지만 대족장이 이끄는 블러디 자이언트들은 강경파에 속해. 반면에 우리 싸이클롭스들은 온건파에 속하지. 우린 전쟁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아.”

“그래서 흔쾌히 진범 찾기에 협조해 주기로 한 거였군.”

“진범만 찾으면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사라질 테니 응당 협조해야지. 개인적으로 이번 습격 사건의 배후엔 데메그리 교가 있다고 생각해.”

“이쪽 생각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지금 가진 단서만으로 놈들을 찾긴 힘들어.”

“단서라면 가지고 있어. 어차피 오늘은 우리 부락에서 하룻밤 자야 할 테니 일단 마을로 자리를 옮기자고.”

산길 한복판에 계속 서 있을 순 없으니 싸이클롭스 부족의 마을로 이동하기로 했다.

당장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는 마을이라고 부를 만한 장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제법 거리가 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비드가 루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희들 걸음으론 한참 걸릴 테니 내 주머니에 들어가도록 해.”

거인의 보폭이라면 어지간한 마차보다도 빠를 터.

어차피 파이를 타고 이동해도 다비드의 보폭에 맞춰 비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 괜한 수고를 하느니 다비드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게 나아 보였다.

“그럼 실례하도록 하지.”

“하하하, 실례는 무슨. 라샤가 우릴 찾아와서 주군한테 잘해 주라고 얼마나 닦달을 하던지. 여길 떠난 이후로 항상 걱정했는데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안심했어.”

루크는 레이아와 함께 다비드의 손바닥 위에 올라타며 입을 열었다.

“라샤도 너흴 두고 신용해도 좋을 거인들이라고 누차 강조하더군.”

“힘든 시기를 같이 보냈으니까.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다비드의 말투는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처럼 애틋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라샤와는 적으로 만나야 한다.

싸이클롭스가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에는 원래 전쟁을 꺼려 하는 성향인 것 외에 라샤가 빌로스 왕국 소속이라는 부분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내 루크와 레이아는 다비드가 입고 있는 조끼 앞주머니에 들어가게 되었다.

주머니 안쪽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이불로 만든 아지트 속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살짝 어린 시절 향수가 느껴짐과 동시에 아늑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레이아도 그녀 나름대로 주머니에 들어온 감상을 읊조렸다.

“파이가 항상 이런 기분인가 보네요.”

“그 녀석, 이렇게 아늑한 데도 항상 갑갑하다고 쫑알거리던 거였군.”

“후후, 워낙에 활발한 아이잖아요.”

“늘 생각하는 거지만 넌 파이에게 너무 물러.”

“귀여워서 혼낼 마음이 들어야 말이죠.”

“귀엽기는. 깐족거리는 거지.”

둘이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다비드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주머니 안쪽이 요람처럼 살랑살랑 흔들렸다.

며칠간 장거리 비행을 하느라 피로가 쌓여 있던 터라 루크와 레이아는 주머니 안에 쪼그려 앉아 서로 몸을 기댄 채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 * *

한편 신성 제국의 대신전 안에선 대교주 오스카가 교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빌로스 왕국과 거인국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는 보고에 오스카는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게 마음에 드는군.”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미끼를 던지자마자 덥썩 물어 버리는군요.”

“놈들도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게야. 그래도 따뜻한 땅을 점령하는 게 오랜 숙원인 놈들이니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느 쪽이 이길 것 같습니까? 전 그랜드마스터를 보유한 빌로스 왕국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글쎄. 루크 국왕이 뛰어나긴 해도 거인 대족장인 모건도 만만찮단 말이지. 블러디 자이언트의 혈족 귀속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황이 달라질 테지.”

이용하고, 암계를 부리고, 누군가의 파멸에 기뻐하고…….

이들을 두고 누가 종교인이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종교인이 정치를 도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종교는 군중을 부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교단 상층부는 썩어 버린 지 한참 되었는데, 미련한 백성들만 아직도 그들을 고귀한 존재로 여기며 세금뿐만 아니라 막대한 기부금까지 자진 납부하고 있는 마당이었다.

보고를 마친 주교는 조심스럽게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드러냈다.

“저… 대주교님. 이번 습격 사건에 대체 누굴 투입하신 겁니까? 볼모를 호위하던 거인들을 처리한 걸로 봐선 상당한 실력자를 파견하신 듯한데…….”

이번 일은 준비부터 시행까지 모두 오스카가 도맡았다. 때문에 다른 이들은 오스카가 누구를 파견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오스카는 입가에 깃들어 있던 웃음기를 싹 지우며 정색했다.

“패트릭 주교. 난 말일세, 불필요한 질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네.”

“죄송합니다. 결코 대주교님의 인선에 의구심을 품으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됐으니 물러가 보게. 혹시 모르니 계속 빌로스 왕국과 거인국 간의 상황을 주시하게나.”

“네, 그리하겠습니다.”

패트릭이라 불린 주교가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오스카가 혼자 남기만을 기다린 듯 창문을 통해 까마귀가 날아들었다.

까마귀가 바닥에 착지하는 것을 목격한 오스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모든 연락은 수정구로 하라고 말했을 텐데?”

까마귀의 몸이 검은색 오오라에 휘감기는가 싶더니 이내 사람의 형체를 띠었다. 그리고 곧 검은색 오오라가 걷히면서 검은 로브를 두른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주인을 앞에 둔 것처럼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명령을 어기는 형태가 된 점 미리 사죄의 말을 올리겠습니다. 수정구로 연락드릴 사항이 아니기에 직접 보고드리고자 합니다.”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대신전에 방문한 것이라면 정말 급한 보고일 터.

대부분 이럴 땐 안 좋은 소식이 들리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깊이 패어 있던 주름이 한 층 더 깊이를 더하며 불편한 심정을 대변했다.

“무슨 문제가 생겼길래 그러느냐?”

“문제가 아니라 낭보입니다.”

“낭보?”

“이전에 엘리나를 습격하라고 지시하셨었지요. 당시에 습격 임무를 맡았던 아이들이 엘리나를 죽이지 않고 생포해서 데려왔던 모양입니다.”

“그게 어째서 낭보라는 것이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당장 처리하라고 전하거라.”

“저도 그리 판단하고 마물 소재로 활용할 생각으로 적성 검사를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사내의 목소리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껏 고양되어 있었다.

본인도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자각했는지 숨을 한 번 고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보고를 듣는 순간 오스카는 사내가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직접 찾아온 것에 납득했다. 사내의 보고는 곧 데메그리 교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엘리나에게 5성급 마물이 될 자질이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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