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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능으로 환생-149화 (149/200)

# 149

149화 전지적 레이아 시점

안녕하세요, 레이아예요.

오늘은 전하와 도박장에 들렀어요. 마약 조직을 끌어내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이목을 끌어야 한다네요.

다른 건 다 좋은데 복장이 조금 노출이 심해서 자꾸 신경 쓰이네요.

부자처럼 보여야 한다면서 전하가 고급 옷 가게에서 옷을 구입하셨거든요. 덕분에 전하는 턱시도를, 저는 슬릿이 깊이 파인 드레스를 입게 됐죠.

“그… 꼭 이런 복장을 해야 해요?”

“봉으로 보이려면 허영심 많은 부자 차림이 최고지. 거울을 보라고. 뜯어먹기 좋은 부자처럼 보이잖아?”

“호위를 두고 있는 게 더 부자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제가 호위 역을 가장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입히신 건…….”

“호위를 데리고 다니는 부자가 허술해 보일까,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부자가 허술해 보일까?”

“후자 쪽이 더 허술해 보이죠.”

“잘 아는군. 고로 이의는 기각하도록 하지.”

하아… 이 옷차림, 걸을 때마다 허벅지가 드러나서 신경이 쓰인단 말이에요.

이런 게 취향이신 거려나.

그런 거면 상관없긴 한데 다른 사람들 시선까지 끌어모으게 되는 건 영 마음에 안 드네요.

도박장에 오기 전에 잠깐 알아봤는데 이 도시에는 여러 조직이 존재한다고 해요.

홍등가의 뒤를 봐주면서 화대 수금을 주업으로 삼는 조직도 있고, 도박장을 관리하면서 자릿세를 받아먹는 조직도 있고, 고리대금과 전당포 사업으로 먹고사는 조직도 있다고 하네요.

저희가 방문한 도박장은 제법 규모가 큰 조직에서 관리하는 곳이라 그런지 그나마 깔끔하고 사람들에게서도 차분함이 전해져 와요.

“떨어져 있지 말고 바짝 붙어. 그런 옷 입고 혼자 어슬렁거리면 나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꼴이잖아.”

“아… 네, 죄송해요. 굽이 높아서 걷기가 힘드네요.”

“하긴, 넌 예전부터 꾸미는 거엔 둔한 편이었지.”

“루크 씨도 수수한 쪽이 취향인 거 아녔어요?”

“굳이 어느 쪽이냐 묻냐면 수수한 쪽이긴 하지. 그래도 가끔 이런 것도 신선해서 좋잖아?”

그러면서 제 허리에 팔을 두르고 바짝 당기시는데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네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요즘 따라 접촉하는 데 망설임이 없어지셨달까.

그저께 밤도 그렇고 어젯밤도 그렇고 매일매일… 아, 이 부분은 비밀로 하라고 하셨으니 못 들은 걸로 해 주세요.

“어떤 도박을 하실 거예요?”

“포커.”

“돈 따실 생각이신가 보네요.”

“전혀.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종목을 골랐을 뿐이야.”

“허술한 부자랑은 거리가 멀지 않아요?”

“꼭 돈을 잃어야 허술해 보이는 건 아니지. 딴 돈을 흥청망청 써도 허술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잖아?”

전하가 흥청망청이라… 상상이 잘 안 되네요.

워낙에 자기 자신한테 돈을 안 쓰시는 분이시거든요. 왕이면 좀 더 사치를 부려도 될 텐데 그런 게 일절 없으세요.

매일매일 일, 전투, 수면, 일, 전투, 수면… 가끔씩 파이랑 꼬마 라그, 꼬마 아쿠아를 소환해 놓고 걔네들 아장아장 노는 걸 구경하시는 게 전하의 유일한 유흥거리죠.

보고 있으면 힐링된대요. 그 부분은 저도 공감해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거든요.

“미니멈 10만, 맥시멈 300만입니다. 오마 룰인데 참가하시겠습니까?”

전하가 포커 테이블의 빈자리에 앉으려고 하니까 딜러가 미리 룰을 공지해 주네요.

최대 배팅 금액이 300만 루소면 그럭저럭 무난하네요. 활동 비용으로 600만 루소를 가져왔으니 돈에 압살당하는 일은 없겠죠.

그리고 오마 룰이면 전하께서 지실 일은 없겠네요. 손 패로 4장을 제공받고, 바닥에 3장을 깔아서 바닥 패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배팅하는 룰이에요.

바닥 패가 5장이 되면 손 패 2장과 바닥 패 3장을 조합해서 족보를 만들죠.

다른 룰에 비해 운적인 요소보다 심리전이 크게 작용하는 룰이라 여기 앉으신 것 같아요.

“레이즈 200만.”

“폴드.”

“폴드.”

“폴드.”

초반부터 엄청 세게 달리시네요.

지면 지는 대로 허술해 보일 테고 이겨도 딴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허술한 부자인 척하면 되니까 부담 없이 막 달리시는 것 같네요.

하긴 지금까진 뭘 하든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계셨었죠. 저도 그 기분을 잘 알아요.

고평가를 받는 사람일수록 실수했을 때 노도와 같은 비난에 시달려야 하죠.

마법계 한정으로 고평가를 받던 저도 항상 부담감이 심했는데 온 대륙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하는 얼마나 부담감이 심할까요.

“체크.”

“이 친구 초반에 막 달리더니 갑자기 주춤하는걸? A가 깔리니까 쫄리나 봐?”

“4연속 폴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이쿠, 밑바닥에 A 페어가 깔렸군. 레이즈 100만. 쫄리면 뒤지시든가.”

“받고 50만 더하도록 하지.”

“…….”

아, 맞은편에 있는 저 사람 제대로 말렸네요.

처음부터 A 두 장을 쥐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런 거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에요. 사소한 낌새를 잘 감지한다고 해야 하나.

상대방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유도하는 것에 무척 능숙하신 것 같아요.

누구보다도 이득을 보고 싶어 하시다 보니 이득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알고 계시는 거겠죠.

“레이즈.”

“폴드.”

“폴드.”

“콜.”

흐아암~ 2시간 동안 보고 있자니 조금 질리긴 하네요.

져도 상관없다고 하시더니 줄창 돈을 따기만 하시네.

2시간 만에 600만 루소가 8,000만 루소가 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아요.

그래도 전하께는 용돈 수준의 느낌이시겠죠. 마음만 먹으면 개인 유흥비로 수억 루소씩 쓸 수 있는 분이시니 말이죠.

맥시멈 300만짜리에서 500만짜리로, 다시 700만짜리로 옮겼는데도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이네요.

“어이, 웨이터. 이쪽에 술 한 병과 환상초 씨앗을 가져다줘.”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도박장에선 환상초 씨앗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럼 파는 자를 불러. 팁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 불러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저흰 그런 쪽과 전혀 연이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흥이 식는군. 오늘은 여기서 관둬야겠어. 이만큼 땄으니 조금은 개평을 뿌려 주는 게 매너겠지.”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어어? 저쪽 테이블 봐! 칩을 뿌리고 있어!”

“비켜! 내가 먼저 주웠다고!”

“미친! 칩을 막 뿌리네! 이런 감사한 경우를 봤나!”

개평이라고 칩을 한 움큼씩 쥐어서 뿌리자마자 사람이 몰리네요.

전하도 엄청 즐거워 보이시고요.

저렇게 체면 생각 안 하시고 실컷 웃으시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분명 즐거워하고 계시는데 왜 제 눈에는 이리도 안쓰럽게 보이는 걸까요.

국왕은 실리를 챙기면서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게 업인 자리이기도 하죠.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하니 막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기 힘들긴 해요.

전하도 쌓이신 게 많으실 테니 가끔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셔도 될 텐데 말이죠.

항상 일, 일, 일.

대륙 정벌이란 게 본인이 정한 목표이니 열심이신 건 알겠지만 너무 목표에만 매달리면 자기 인생이란 게 없잖아요.

지금도 충분히 많은 것을 이루셨으니 조금씩 즐기시면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게끔 잘 지탱하는 게 제 역할인 거겠죠.

그래서 그저께 밤이랑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전하께서 비밀로 하라고 하셨으니 안타깝게도 대답해 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

* * *

루크와 레이아가 도박장에 드나든 지도 어언 사흘째.

그간 루크의 씀씀이는 뭐든 실리적으로 소비해 왔던 지난날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박에서 딴 돈을 마음껏 뿌리기도 하고, 비싼 바가지요금을 받고 있는 고급 여관에서 가장 비싼 방을 잡기도 하고, 바가지 금액을 씌워서 팔고 있는 보석을 서슴없이 구입하기도 했다.

도박으로 딴 돈을 상당수 소비하면서 매일매일 수익 제로의 생활을 해 왔다.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제로였으나 도시 전역에는 외지에서 큰손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쫙 깔렸다.

하지만 덜 떨어진 인생을 살고 있는 자일수록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결점을 찾아내서 물어뜯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밑바닥 근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탄생한 도시인 만큼 루크에 대한 험담이 떠돌기 시작했다.

-자국에서 재산을 몰수당할까 봐 야반도주한 부자일 거다!

-약을 좋아한다더라. 저러다 약 파는 놈들이 들러붙기 시작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건 금방이다.

-바가지 씌워도 그냥 산다더라. 완전히 호구가 따로 없다.

밑밥을 뿌린 지 사흘쯤 되자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오늘도 출근 도장을 찍기 위해 도박장으로 갈 준비를 하던 중 여관 종업원이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똑똑똑.

“손님, 손님을 찾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누구인지 밝히진 않았고?”

“네, 대신 이걸 보여 드리라고 하시더라고요.”

문을 열고 종업원으로부터 손님이란 자가 전해 주라던 물건을 전해 받았다.

종업원이 건넨 물건은 작은 종이쪽지였다.

쪽지를 펼치자 좁쌀만 한 하얀 씨앗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루크는 발코니에 마련된 티 테이블 위에 씨앗을 올려놓으며 손님의 방문을 허가했다.

“올려 보내도록 해.”

잠시 후 사내 세 명이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한 명은 머리에 기름을 발라 뒤로 넘긴 30대 초반쯤의 사내였는데 150㎝쯤 되는 작은 키에 매부리코와 굽은 등이 특징적이었다.

나머지 두 사내는 키가 크고 근육질이었고, 품이 큰 외투를 입고 있었기에 한눈에 봐도 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가 작은 사내가 협상을 담당하고 나머지 둘은 호위역으로 따라온 듯했다.

키 작은 사내는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고선 자신을 소개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에레키 조직에서 나온 카프라고 합니다.”

“피차 용건은 분명하니 질질 끌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듣던 대로 시원시원하신 분이시군요. 그럼 염치 불고하고 저희 쪽에서 먼저 가격을 제시하겠습니다. 한 알당 30만 루소에 30알을 제공하겠습니다. 셈을 하면 총합 900만 루소가 되겠지요.”

스스로 카프라 소개한 사내가 티 테이블 위에 천 주머니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입구를 죄고 있는 끈을 끌러 내용물을 확인시켜 주었다.

주머니 안에는 하얀 가루가 담겨 있었다. 원래 가루를 내어 흡입하는 물건이긴 하다.

하나 미리 가루로 만들어 둔 탓에 실제로 30알 치 분량인지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거기다 1회 흡입량이 1알인 걸로 알고 있는데, 1회 흡입에 30만 루소면 문외한이 들어도 비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가지요금도 마다치 않는 부자라는 소문을 듣고 거하게 뜯어내기 위해 일부러 물량 사기, 바가지 요금을 씌우러 온 것이다.

더불어 카프는 자기 입으로 자신이 에레키 조직의 소속이라 밝혔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평범하게 알아보는 걸론 못 찾을 수밖에.

당장 족치는 건 어렵지 않으나 이들은 자신들에게 씨앗을 제공하고 있는 자들이 데메그리 교인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좀 더 세밀하게 판을 짤 필요가 있었다.

“30알이면 적군. 300알쯤 되면 모를까.”

“300알? 저희도 그만한 물량은 없습니다. 다음 물량이 들어오면 제공할 테니 일단 30알만 챙기시는 게 어떠신지요?”

“그러면 이건 이거대로 당장 구입하고 추가로 300알을 주문하도록 하지. 아마 전부 소모하는 데 사흘쯤 걸릴 것 같으니 사흘 안에 준비해 두도록 해.”

“30알을 사흘 만에? 도대체 얼마나 자주 하시길래… 그래도 사흘 안에는 무리입니다.”

“사흘 안에 준비해 주면 한 알당 50만 루소에 구입하기로 하지.”

“50만 루소!”

카프는 깜짝 놀란 나머지 저도 모르게 톤이 높아졌다.

파는 입장에선 30만 루소도 바가지라 생각하고 있는데 사는 쪽에서 되레 더 비싸게 불러 버리니 놀랄 수밖에.

제대로 봉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실실 웃으며 손바닥을 비비는 카프였다.

“사흘이면 시간이 촉박하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모아 보겠습니다.”

갑자기 추가 물량을 입고하려면 반드시 데메그리 교 사제와 접촉하게 될 터.

즉, 에레키 조직을 심부름꾼 삼아 데메그리 교 사제를 불러들일 속셈이었다.

돈을 벌 생각에 신이 난 카프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난 후 루크는 방금 구입한 30알 분량의 가루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레이아에게 지시를 내렸다.

“놈들을 쫓아가서 감시해. 사흘 이내에 데메그리 교 사제와 접촉할 테니 그때 승부를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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