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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26화 (26/139)

26화

우리는 처음의 계획대로 동굴 안에 캠프를 차렸다.

당장 루시엘이 완전히 회복한 것도 아니었고, 굳이 따뜻한 동굴을 두고 바깥에서 모닥불을 켜고 노숙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며칠 동안 우리는 아이스팽의 사체를 정리하고 사냥에 성공했다는 증표로 송곳니를 몇 개 뽑아냈다. 차후, 시험이 끝나면 교관들에게 제출하는 용도였다.

그와 함께 아이스팽을 도축해 식량도 확보했다. 이미 보급품으로 지급한 식량은 첫날 전부 먹어 치웠기에 식량 확보는 필수적이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더는 몬스터 사냥을 나설 필요가 없었다.

총합 12마리의 아이스팽.

그리고 내가 사냥한 바실리스크까지.

이것만으로도 평가 1위 자리는 따놓은 셈이니까.

물론 바실리스크는 나 혼자서 사냥한 것이다. 안톤이 도운 거라고는 부산물을 채취하는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지.’

여덟 살에 바실리스크를 혼자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식을 듣고 큰아버지들이 벌써 나를 경계하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굳이 안 끌어도 될 시선까지 끌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진짜 내 실력을 알아야 할 사람은 마그너스 혼자뿐이니까.’

그리고 마그너스는, 굳이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깨달을 수 있을 거다.

내게 준 검식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마그너스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여튼 나는 바실리스크를 잡은 공을 모두와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루시엘과 가롯은 처음엔 그런 공은 받을 수 없다며 곧장 내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도련님께서 혼자 하신 일입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요.”

“그런 건 나누어 받을 수 없습니다, 재고해주세요.”

하나 내 눈치를 보던 안톤이 움직인 뒤로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녀석이 다른 세 사람을 불러 따로 이야기한 이후로는 누구도 내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아마, 대충 내 상황을 눈치채고 설명했겠지.’

전략적인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이다.

아마 막내인 내가 굳이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공을 덮어씌운다고 판단했겠지.

안톤으로서도 알아서 점수를 떠먹여 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으면 나야 편하지.’

덕분에 나는 하등 쓸데없는 일 대신 당장 가장 중요한 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뭐냐고?

당연히 바실리스크의 심장을 섭취하는 일이었다.

심장의 사용법은 두 가지였지만, 불 속성 고위 정령을 소환하는 건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어차피 내가 정령을 다룰 것도 아니고, 다루는 방법도 모르니까.’

정령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존재다.

어지간히 친화력이 좋지 않은 이상 엄두도 낼 수 없는 게 정령사의 길이다.

그렇기에 제국의 다섯 가문 중에서도 유일하게 시빌라만이 정령을 다루지 않았던가?

굳이 따지자면 시빌라는 소환 마법이 주였지만, 그것조차도 친화력이 높아야 가능한 일이다.

하여튼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건 심장을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첫날 상황이 대충 다 정리된 뒤, 곧장 바실리스크의 심장을 조리했다.

사실 심장을 어떻게 먹든 효능 자체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나, 아무리 그래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을 생으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렇기에 보급품으로 주어진 식량을 전부 때려 넣고 죽을 끓여 먹었다.

하지만 이 심장은 그저 먹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섭취한 뒤, 심장의 힘을 온전히 흡수해야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불 속성 고위 정령의 매개체로 사용되는 만큼, 새끼 바실리스크의 심장에는 엄청난 불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다루는 법을 모른다면, 몸이 타들어 갈 수도 있을 정도로 강한 기운이지.’

그렇기에 보통 이런 영약에 준하는 것들은 섭취할 때 연금술사나 마법사를 대동하는 법이었다. 혹시나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조처를 할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건 이미 수도 없이 다뤄봤다.’

나는 이미 이런 영약을 섭취해 본 경험이 많았다.

심지어 새끼 바실리스크의 심장은 전생에도 먹어본 적이 있을 정도다.

‘물론, 그때는 마법사와 함께였지만…….’

이미 경험해 본 길.

그걸 다시 걷는 데는 조력자가 필요치 않다.

심장을 먹자마자 전신이 불덩이가 된 것처럼 열이 올랐다. 곧장 안정을 취한 채 힘을 다스리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정도로 거친 기운이었다.

이럴 때 누군가가 건드린다면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원들 역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내 곁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심장을 먹은 지 정확히 5일이 되는 날.

“후우…….”

마침내 몸속에서 날뛰던 모든 기운을 흡수했다.

전생과 비교하면 두 배나 빠른 속도였다.

[진짜 괴물 같은 녀석…… 고작 5일 만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바실리스크의 심장을 흡수하다니. 누가 들었다면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거다.]

질렸다는 듯한 데우스를 뒤로하고,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서 조원들이 피워놓은 모닥불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불 속에 손을 쑤셔 넣었다. 불침번을 서고 있던 루시엘이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성공이다.’

순식간에 옷에 불이 옮겨붙을 정도로 강한 모닥불의 불길이었지만, 그 속에 집어넣은 내 손에서는 고작 따뜻함만이 느껴졌다.

난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좋아.”

“도련님, 성공하신 건가요?”

내 행동을 지켜보던 루시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성공했다. 루시엘, 너는 몸은 다 회복된 거야?”

“네, 도련님 덕분에 괜찮습니다.”

“그래.”

난 옷에 붙은 불길을 툭툭 두들겨 끄며 생각했다.

‘이번 종합 평가에선 꽤 소득이 많군.’

바실리스크 사냥을 성공해 사실상 종합 평가 1위를 달성했고, 블러드 하운드 54식의 성능도 실전에서 확인했다. 더불어, 화염 저항력까지 얻었으니…….

차고도 넘칠 만큼 수확이 많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마그너스가 어떤 표정을 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틀 후.

마침내 하급반 종합 평가가 끝났다.

총 7일간 치러진 평가에서 내 조가 달성한 순위는 당연히 1위였다.

또한, 내가 받은 총 점수는 198점.

근 50년간 하급반 수련생 중에서는 최고점이었다.

* * * * *

리텐슈노프 본가의 중심.

철혈궁의 가주 집무실은 평소의 딱딱하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훈훈함이 넘쳤다.

“최고점이라?”

아자르에게 드레커의 종합 평가 성적을 보고받은 마그너스는 입꼬리를 쭉 올린 채 웃었다.

“심지어 198점? 내가 받았던 점수보다 딱 4점 높구만! 거기다가 여덟 살에 바실리스크를 잡아? 으허허!”

껄껄 웃는 마그너스와는 달리, 반대편에서 서 있는 아자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종합 평가를 담당했던 모든 교관에게 징계를 내렸고, 책임자는 손목을 베었습니다.”

하급반 종합 평가에서 절대 등장하면 안 되는 4급 몬스터, 그것도 최정점인 바실리스크가 튀어나왔다.

그것도 리텐슈노프의 혈통이 치르던 종합 평가에서!

아무리 갓 태어난 새끼였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4급은 4급 몬스터.

아자르로서는 당장 교관이고 수호 기사고 전부 목을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책임자에겐 그 정도 징계면 충분하겠지. 교관 녀석들은 전부 쇠매 기사단에 처박아 버리라고.”

“알겠습니다, 주군.”

아자르는 그렇게 대답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마그너스의 기분이 좋았기에 이 정도에서 넘어간 거다.

평소였다면, 전원 참수를 피하지 못했으리라.

“그래, 그렇단 말이지…….”

마그너스는 웃음을 멈추곤 다시금 서류를 확인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바실리스크 사냥에 성공했다, 라…….’

새끼 바실리스크라도 강철같이 단단한 비늘은 변함이 없다. 물론 성체보다는 덜 단단하겠지만, 그렇다고 여덟 살의 나이, 그것도 검술을 배운 지 이제 갓 1년도 되지 않은 아이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드레커, 이 녀석이 그 검식을 완성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대단한 재능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혈육 중 싹수가 보이는 녀석들에게 모두 이 과제를 내려주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데, 갓 검술을 배운 막내가 성공하다니?

그것도 고작 1년도 안 되어서?

“흐음.”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키워 볼 가치가 있었다. 아자르는 회의적으로 평가를 했지만, 마그너스는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키우는 보람이 있는 녀석이야.’

자신의 막내 손자가, 확실히 난 놈이라는 걸 말이다.

“아자르.”

“네, 주군. 말씀하십시오.”

“드레커 녀석이 새끼 바실리스크를 잡았어. 종합 평가에서 1위도 했고, 총점은 나를 뛰어넘었지.”

“그렇습니다, 주군.”

“결과를 내었으니, 보상을 줘야 할 텐데.”

마그너스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무엇이 적당할까?”

마그너스의 질문에 아자르는 잠시 고민했다.

‘마나는 충분하다. 어차피 영약 정도는 다른 도련님도 다 먹는 것에 불과하니까.’

마나 포션 또한 마찬가지.

물론 영약과 포션이 꼭 마나량을 증가시켜주는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드레커가 새끼 바실리스크를 잡고 심장을 섭취했던 것처럼, 저항력이나 친화력을 올려주는 것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당장 쓸모가 있는 건 아니지.’

중요한 건 필요성이다.

하급반 종합 평가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니, 이제 드레커는 중급반으로 승급한다. 그렇다면 당장 중급반에 올라갔을 때 필요한 것을 주는 게 최고일 터.

생각을 끝마친 아자르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검은 어떻습니까?”

“검?”

“네, 다른 도련님들께서는 다 한 자루씩은 명검을 소유하고 있으십니다. 물려받은 검들이지요. 하지만…….”

“드레커 녀석은 물려줄 사람이 없지.”

마그너스가 맞장구를 쳤다,

발레르가 없으므로 드레커는 다른 사촌 형제들과는 달리 부모의 조력을 받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 정도로 성장했다는 게 대단한 것이지만.’

솔직히 아자르 또한 보고를 들었을 때 두 눈을 의심했었다. 어떻게 여덟 살짜리, 그것도 하급반 수련생이 바실리스크를 사냥할 수 있단 말인가?

‘보고서에는 다른 조원들과 함께 잡았다고 쓰여 있었지만…….’

아자르 또한 그 보고서를 믿지 않았다.

다섯 명이 함께 모여서 잡았다?

이제 갓 1성에 들어선 녀석들이 하급반 수련생들이다. 1성 기사 5명이 모여서 바실리스크를 잡을 수 있다면 놈이 4급 몬스터 취급을 받을 리가 없다.

즉, 이것은 드레커 개인의 힘이 작용했다는 거다.

어떻게 잡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말이다.

“검이라, 검…….”

마그너스가 턱을 쓸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보상 같았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지.”

아자르는 알지 못했지만, 마그너스는 이미 드레커가 미완성인 블러드 하운드 27식을 완성해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그너스에게 더 인상적인 것은 바로 검식을 완성했다는 사실.

그러니 고작 검으로는 부족하다.

마그너스는 결정을 내렸다.

“아자르.”

“네, 주군.”

“드레커에게 미스틸테인과 렐릭의 반지를 하사하지. 시기는…… 중급반으로 승급하는 날이 좋겠군.”

마그너스의 말에 아자르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미스틸테인과 렐릭의 반지…… 말씀이십니까?”

미스틸테인. 그리고 렐릭의 반지.

둘 다 어마어마한 보물이다.

하지만 그런 보물을 하사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마그너스의 얼굴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했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충분하지 않겠나?”

드레커가 보인 성과는, 마그너스가 그 정도의 투자를 하게 만들기에 차고도 넘쳤으니까.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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