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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28화 (28/139)

28화

수련동 중급반에 들어온 지 일주일.

여전히 나는 부외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텃세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할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같잖은 놈들이다. 암.]

딱 데우스의 말대로였다.

당장 나와 대련이라도 했다간 산산이 박살이 날 것들이, 어떻게든 날 배척하는 모습은 우습기만 했다.

분명 종합 평가를 역대 최고점을 받으며 수석으로 하급반을 졸업했고, 내가 새끼 바실리스크를 사냥했다는 소문도 분명 돌았을 터다.

그런데 이런 태도라니?

‘아무리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 멍청한 거 아냐?’

물론 대충 짐작은 갔다.

‘분명 누군가가 부추기는 중이겠지.’

내 사촌 형제들. 리텐슈노프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이런 상황이 생길 리가 없다.

아마도 이 텃세의 주축이 되는 건 두 사람.

‘란체스, 그리고 에이미.’

란체스 리텐슈노프. 에이미 리텐슈노프.

나는 수련동 한쪽 편에서 훈련 중인 소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칼을 양 갈래로 묶어 둔 소녀는 지루한 표정을 한 채 기계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 리텐슈노프 가문에서, 특이한 경우에 속하는 혈족 중 한 사람이었다.

검술을 최고로 치는 리텐슈노프 가문에서 태어났음에도 마법을 더 사랑했고, 결국 나중에는 가문을 나와 아이스본에 들어가 마법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법 실력은 보잘것없었지만…….’

에이미의 최종적인 마법 성취는 고작 3성.

하지만 그녀가 리텐슈노프 가문에서 뛰쳐나갔던 스물일곱 살에 이뤄낸 검술 성취는 무려 7성이었다.

7성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틀리면 검에 마법을 부여해 휘둘러대고는 그걸 마법이라고 주장하는 미친년이었지만, 그녀가 가진 재능만큼은 진짜였다는 소리다.

‘아마 지금 무렵이면 흥미도 안 생기는 검술을 배우느라고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 있을 시기지.’

그 탓에 내게 심술을 부리는 중이리라. 란체스 놈이야 뭐, 두들겨 맞은 탓에 날 증오하는 것이겠고.

물론 둘 다 의미 없는 짓이다.

에이미나 란체스나, 아니면 그들의 파벌에 소속된 수련생이나. 그중에서 내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녀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중급반에서 나와 비등한 실력을 갖춘 건 한 사람뿐이다.

나는 반대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냘픈 체격을 가진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갓 소년티를 벗는 중인 그는 중급반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특출난 실력을 보이는 중이었다.

[저 녀석 나이가 몇 살이라고?]

‘열네 살이었을걸요?’

[그런데 벌써 검식을 쓴다는 말이냐? 허 참, 대단한 재능이구나. 대단한 재능이야.]

데우스의 감탄을 들으며 나는 오마르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굴단 검식을 펼치는 오마르. 검 끝에서 희미하게나마 오러가 번뜩이는 게 보인다.

‘하긴, 저 나이에 검식을 다룰 수 있을 정도면 확실히 뛰어난 재능인 건 사실이지.’

오마르 리텐슈노프.

에르반 리텐슈노프와 레이첼 리텐슈노프를 포함해, 내 항렬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형제.

특기는 어마어마한 마나 감응력. 무려 에르반을 뛰어넘는 오마르의 마나 감응력은 다른 사람보다 세 배는 거대한 오러를 내뿜는 등의 기행을 펼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마그너스가 주목하는 세 사람 중 하나이며, 지금 시점에는 꽤 유망한 리텐슈노프 중 하나.

‘어차피 곧 터질 폭탄이지만.’

하지만 그 모든 건 곧 연기처럼 사라질 거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말이다.

‘앞으로 3년 뒤였나? 저 녀석이 폭주하는 게.’

어마어마한 마나 감응력에 짓눌린 탓에, 오마르는 마나 폭주를 해버린다. 덕분에 이성을 잃고 여섯 명의 수련생을 참살한 끝에 마그너스의 손에 죽는다.

그러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마나 폭주를 하면, 그때 처리하면 되겠지.

‘렐릭의 반지를 해방한 이상, 저 녀석도 내 상대는 아니기도 하고 말이지.’

사실 지금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중급반에 들어선 순간부터 리텐슈노프 가문의 후계자 경쟁에 직접적으로 발을 들인 것이나 마찬가지.

뒷배가 없는 나로서는 마그너스의 총애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그너스라면 분명 내가 성과를 보일 때마다 내게 보상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내 사촌 형제를 쓰러트리는 것.

그리고 그 기회는 일찍 찾아왔다.

“내일은 대련 훈련을 진행하겠다!”

“대련은 총 3회를 치를 것이다! 각각 호명하는 상대와 대련을 할 터이니, 준비하도록!”

대련 훈련이 예정된 날.

내 대련 상대로 란체스와 놈의 파벌이 잡혔기 때문이다.

절대 이런 식으로 조가 짜일 리 없다. 란체스 놈의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것을 볼 때, 아마도 저 녀석이 뭔가 손을 써둔 것이겠지.

“큭.”

아무래도 좋다.

나로서는 오히려 이번이 기회였다.

내 진짜 실력을 드러낼 기회 말이다.

* * * * *

“도련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개인 훈련실에 도착하자마자 세르폰은 내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마 대련에 관한 정보를 들은 모양이다.

“당연히 괜찮습니다. 설마 제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련 때에는 오러를 사용하실 수 없잖습니까. 온전히, 검식의 숙련도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세르폰의 말대로 대련 때에는 오러를 사용할 수 없었다. 중급반 수련생은 아직 마나 하트를 만들지 못해 오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나 하트도 없는 몸으로 어떻게든 오러를 끄집어내는 오마르가 대단한 거지.’

평범한 수련생은 그런 짓을 할 수 없다.

하여튼 그런 제약 덕분에 온전히 검식의 숙련도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 중급반 대련 훈련이었다.

하지만.

나는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충분하니까.”

검식의 숙련도?

전생에 7성 기사였던 나보다 더 숙련도가 높은 녀석이 있을 리가!

에르반 리텐슈노프조차 현재는 나보다 검식 숙련도가 낮을 터였다. 지금 시점에 에르반은 이제야 6성 중반에 도달했을 무렵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대련은 내게 식은 죽 먹기다.

‘오히려 오러를 사용하는 대련이 더 까다롭겠지.’

아직 마나량이 부족한 몸이다. 검식의 오러를 자주 쓸 수 없는 만큼, 그런 대련이 더 페널티가 컸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세르폰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초리였다.

나는 그의 걱정을 좀 덜어주기로 했다.

“그럼 이번에도 내기하시렵니까? 저번처럼요.”

“……그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시는 걸 보면 제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군요.”

[어쭈? 내기하자니까 뒤로 빼는 거냐? 드레커야, 네 수호 기사라는 녀석은 겉보기보다 겁이 많구나.]

데우스가 껄껄 웃었다. 나 또한 절로 미소가 튀어나왔다.

“정 그렇게 걱정된다면, 쓸 만한 기술을 하나 알려주시죠?”

“기술 말입니까?”

세르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아한 눈빛이었다.

하긴, 대체 내게 뭘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많겠지.

하지만 나는 세르폰에게 배울 것이 아주 많았다.

“네. 예를 들면 체술 같은 것 말입니다.”

“……체술이요?”

전생에 내가 배웠던 기술은 고아 출신이었던 만큼 대부분이 허접한 보급형 기술이었다. 진정 상승의 기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삶은 뭣도 없는 비천한 출신이 아니다. 위대한 리텐슈노프의 혈통인 만큼, 지금은 어떤 기술이든지 배울 수 있었다.

‘기껏 최고의 혈통이 내 손에 들어왔는데…….’

전생에 못 배웠던 기술.

전부 다 배워야 성에 찰 것 같았다.

“음…….”

체술을 알려달라는 내 요청이 꽤 갑작스러웠던지, 세르폰은 한참을 고민했다. 혹은 내게 무엇을 가르쳐 줘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세르폰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겠습니까, 도련님.”

“어떤……?”

세르폰은 가볍게 오른손을 들었다.

곧 그의 손끝에서 가볍게 마나가 일었다. 마치 뿜어지듯 흘러나오던 마나가 곧 얇은 막의 형태를 이루어 세르폰의 피부에 덧입혀졌다.

‘어?’

절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냥 체술이나 알려달라고 했는데, 설마 이 기술을 보여줄 줄이야?

“이것은 마나 스킨이라는 것입니다. 피부에 마나를 덧입혀서 마치 마법사들의 배리어처럼 몸을 보호하는 기술이죠.”

세르폰은 허리춤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오른손을 쿡 찔렀다. 하지만 분명 칼날이 피부에 닿았음에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얇은 마나의 막이 손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까지 도련님이 이 기술을 익힐 수 있을지는 저도 확신이 없습니다.”

세르폰은 단검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으며 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당장 도련님께 가장 필요한 기술은 아무래도 이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세르폰의 오른손 피부 위에 얇게 덧씌워진 막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딱 필요한 기술입니다. 알려주시죠.”

* * * * *

“준비는 다 끝났지?”

웅얼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콧대가 뒤틀려 비강이 좁아지고, 이빨이 몇 개 빠져나간 탓이었다.

란체스는 새는 발음으로 말했다.

“꼭 혼쭐을 내줘야 한단 말이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중급반 수련생 중 하나가 허겁지겁 보고했다.

“네! 이미 교관님도 묵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련에선 끝까지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철저하게 해야 해. 철저하게.”

란체스가 중얼거렸다.

“녀석은 보통 놈이 아니야. 아무리 오러를 쓰지 못해도, 녀석이라면 방심하면 안 돼…….”

자신이 그 증거였다.

방심한 탓에 선공을 허락했고, 결국 개처럼 두들겨 맞지 않았나? 물론 그때 방심만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질 리는 없었다고 란체스는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할아버지께서 녀석을 많이 아끼신다. 분명 이것저것 지원을 해 주었을 거야. 그때보다는 더 강해졌겠지.’

자신이 치료실에 처박혀 있는 기간 동안 말이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 강해져봤자 얼마나 강해졌겠느냐만은, 확실히 주의할 필요는 있었다.

바실리스크를 잡았다는 괴상한 소문이 도는 것도 란체스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당연히 란체스는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어느 정도 과장과 살이 붙어서 부푼 소문이겠지.’

하지만 하급반 종합 평가 수석과 198점이라는 점수는 확실히 사실이다. 그건 무려 자신의 존경하는 조부, 검제 마그너스조차도 이루지 못한 점수.

‘그 시험에 리텐슈노프가 녀석 한 명뿐이었으니까, 하급반 교관들이 어느 정도 편의를 봐줬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절대 나올 수 있는 점수가 아냐.’

하지만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교관을 매수하고, 자신의 파벌 중 검식을 가장 잘 다루는 수련생만을 골라 뽑았다. 또한, 만약을 위해 근력을 높여주는 포션도 몰래 준비해 두었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녀석이라도 패배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 조부님도 자신을 돌아보시겠지!

란체스는 낄낄 웃으며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드레커…… 감히 내게 손을 대고서도 무사할 줄 알았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주마.”

* * * * *

“후우.”

“……도련님은, 매번 제 예상을 뛰어넘으시는군요.”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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