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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38화 (38/139)

38화

그리고 그날부터.

멜과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물론 곧바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현재 나는 중급반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는 수련생 신분.

멜과 개별 훈련을 하려면 그 훈련이 중급반 커리큘럼을 대체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마그너스는 그 허가를 간단히 내려주었다.

“정확히 딱 3개월의 시간을 주마. 그 안에 나름의 성과를 내보이면, 앞으로도 중급반 커리큘럼을 갈음해 주겠다.”

3개월의 제한 시간.

그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제약이 걸렸지만, 상관없었다.

‘3개월이면 충분해.’

내가 가진 재능에, 멜의 교육이 더해진다면.

분명히 1개월의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좋아.”

나는 가볍게 각오를 다졌다.

“뭐하냐? 얼른 안 따라오고.”

“아, 네.”

그렇게.

멜과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 * * * *

-훈련 1일 차.

멜은 나를 이끌고 가문을 나섰다.

한참 동안 마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가문 밖에 있는 어떤 산속이었다.

멜은 내게 야영지를 만들라고 말했다.

“야영 장비는 없습니까?”

“그게 있으면 이게 훈련이냐? 여행이지?”

-라는 소리에, 나는 군말 없이 땅을 파고 나뭇가지를 잘라 하룻밤을 버틸 캠프를 차렸다.

하나.

“여긴 내가 잘 곳이고. 네 거는 따로 만들어야지.”

“네?”

그 캠프는 내 것이 아니었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나는 화내는 대신 조용히 새로운 캠프를 하나 차렸다.

그리고 밤이 될 무렵 근처에서 돌아다니던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해 먹고 잠들었다.

-훈련 2일 차.

아침 댓바람부터 멜이 나를 깨웠다.

그리고는 어떤 넓고 깊은 구덩이로 날 끌고 갔다.

지름은 어지간한 광장만 하고, 깊이는 웬만해선 기어 나오기 힘들 정도의 구덩이.

“이게 뭡니까?”

“뭐긴 뭐야, 네가 들어갈 곳이지.”

그 말과 동시에 멜이 날 구덩이 안으로 걷어찼다.

다행히 낙법을 취한 탓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어이를 상실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물어보려는데, 갑자기 구덩이 안으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

떨어진 건 트롤이었다.

화들짝 놀란 내가 무기를 꺼내 들고 트롤과 대치하고 있으니, 구덩이 위에서 멜의 목소리가 들렸다.

“잡아.”

동시에 트롤이 내게 덤벼들었다.

‘이게 훈련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빠르게 트롤의 사지를 분리했다.

그 뒤 구덩이 위를 쳐다보니, 멜이 두 번째 트롤을 처넣는 모습이 보였다.

그날, 나는 트롤 스물세 마리를 잡고서야 잠들 수 있었다.

-훈련 3일 차.

아침에 구덩이 안에서 깨어나고 보니, 밤사이에 멜이 구덩이 안에 있던 트롤의 시체를 전부 치워놓았다.

구덩이 밖으로 시선을 던지자, 어디서 주워온 건지 모를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날 바라보는 멜의 얼굴이 보였다.

“일어났냐? 그럼 시작해야지.”

그때쯤에는 난 직감할 수 있었다.

‘아, 계속 몬스터를 처넣겠구나.’

그리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날, 나는 쉰일곱 마리의 리자드맨의 목을 베었다.

-훈련 7일 차.

일주일 내내 구덩이 안에서 쫄쫄 굶으며 몬스터를 잡았다.

이쯤 되니, 대체 이 훈련의 목적이 뭔지 의문스러웠다.

‘설마 날 미친 듯이 괴롭혀서 수련이고 뭐고 다 내던지게 만들려는 건가?’

이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다행히 멜이 날 굶겨 죽일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

사십여 마리의 오크를 사냥하고 지쳐 쓰러져 있으니, 구덩이 위에서 빵 두 덩이가 떨어졌다.

빵은 맛있었다.

-훈련 16일 차.

어느 정도 훈련에 익숙해졌다.

몬스터 처치야 애초부터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좀 굶는 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긴 했어도 아예 먹을 것을 안 주는 건 아니었으니 버틸 만했다.

하지만 그것까지도 예상한 걸까.

백여 마리의 파이어팽을 사냥하고 쓰러져 있으니, 멜이 구덩이 안으로 무언가를 집어 던졌다.

그건 납 주머니와 중력석 열 개였다.

[의미는 잘 알 거라고 믿는다.]

아무래도 멜은 진짜 빌어먹을 인간이 틀림없었다.

-훈련 21일 차.

일기를 쓰는 걸 멜에게 걸렸다.

“일기에다가 내 욕을 가득 써 놨어? 뒈질래?”

라는 소리와 함께, 그날 따라 몬스터가 하루 종일 들어왔다.

다행히 사냥 난이도는 높지 않아서 위험하진 않았지만, 몸에 찬 중력석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옥을 맛보았다.

그날은 빵도 안 들어왔다.

멜은 씨발 놈이 틀림없다.

-훈련 30일 차.

한 달이다!

무려 한 달간 이 빌어먹을 구덩이 안에서 생활했다.

그동안 한 거라고는 몬스터를 사냥한 것뿐이다.

슬슬 멜의 훈련이 정상인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날은 바실리스크와 오크 워리어를 한 마리씩 사냥했다.

이번에는 반쯤 죽을 뻔했다.

겨우겨우 두 놈을 처치하고 뻗어 있으려니, 멜이 구덩이 안으로 들어왔다.

“흠.”

멜은 내가 몸에 중력석을 제대로 차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 다시 혼자서 구덩이 밖으로 나갔다.

이 악랄한 인간 같으니라고.

-훈련 31일 차.

아침에 일어났지만, 오늘은 몬스터가 안 들어왔다.

갑자기 일상처럼 하던 훈련이 깨지니 뭔가 어색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점심 무렵이 되었을까.

멜이 어디선가 묵직한 강철 갑옷을 하나 가져왔다.

대체 뭔가 싶어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멜이 몇가지 조작을 하자 갑옷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빙 아머?’

맙소사.

귀족가에서 가디언으로 쓰는 놈을 가져오다니.

리빙 아머는 몬스터로 치면 최소 4급 상위에 해당하는 녀석이었다.

리빙 아머에게 검 한 자루를 쥐여준 뒤, 멜은 다시금 구덩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리빙 아머가 내게 달려들었다.

리빙 아머의 특징은 코어가 파괴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몸을 수복하는 것.

코어만 남겨둔다면 하루 종일 싸우기에 적합한 놈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코어 부수지 마라. 그거 비싸다!”

코어 파괴는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밤새도록 리빙 아머와 싸웠다.

-훈련 38일 차.

리빙 아머와 싸운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이제는 리빙 아머와 싸우는 시간보다, 파괴된 리빙 아머가 수복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구덩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오늘부터는 새로운 훈련을 시작할거다.”

멜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수련검 한 자루를 던졌다.

“어떤 훈련을 합니까?”

“검술.”

멜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그리고는 목검을 하나 집어들어 나를 겨누었다.

“죽을 각오로 덤벼라. 뒈지기 싫으면.”

그날, 나는 미친 듯이 멜에게 얻어맞고 기절했다.

-훈련 43일 차.

멜과의 대련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여전히 개처럼 얻어맞고 기절하는 건 똑같았지만, 이제는 몇 합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점점 강도를 올릴 거다.”

“네?”

“지금은 3성 수준으로 널 상대하고 있거든? 이제부터 매일 네가 따라오는 만큼 수준도 높일 거라는 말이지.”

“……!!”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퍼억!

멜은 내 턱을 후려갈겨 나를 쓰러트렸다.

그렇게 지옥이 시작되었다.

-훈련 49일 차.

“이제부터는 오러를 사용할 거다.”

“목검으로 말입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그건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고. 하여튼 각오하라고.”

절로 얼굴이 창백해지는 소리였다.

하필 목검이라 블러드하운드 54식을 쓸 수도 없었다.

더 악랄한 것은, 오러에 베여 부상을 입을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크헉!”

멜은 내 몸을 후려칠 때가 되면 오러를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널 다치게 했다가는 마그너스 님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할 거야.”

라는 말과 함께, 멜은 하루 종일 나를 두들겨 팼다.

얻어맞지 않기 위해서는 멜이 내 몸을 후려칠 때, 정확히 마나 스킨을 덧씌우는 수밖에 없었다.

-훈련 57일 차.

마나 스킨을 적재적소에 사용한 덕분에 오늘은 멜에게 한 대도 얻어맞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지만 멜은 마나 스킨을 파괴하는 수법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얻어맞는 건 똑같았다.

-훈련 63일 차.

“어쭈?”

드디어 멜의 몸에 검이 닿았다.

물론 그 대가로 지옥을 맛보아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날 빵은 나오지 않았다.

쪼잔한 인간 같으니라고.

-훈련 76일 차.

어느 정도 멜과의 대련이 성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충분히 나를 봐주고 있을 것이다.

멜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소드마스터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제약해 둔 범위 안에서 어느 정도 대련이 성립한다는 건 충분히 뿌듯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멜은 수많은 검식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외워. 전부 다 외워야 빵을 줄 거야. 이제부터 하루에 10개의 검식을 사용할 테니, 그 상대법을 전부 외우는 거다.”

첫 날 시전한 검식 중 내가 대처법을 아는 건 6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4개?

전부 몸으로 체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나도 이 훈련에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멜이 펼치는 검식을 받아냈다.

-훈련 80일 차.

오늘부터는 몸에 중력석을 매달기로 했다.

훈련 초반의 경험 덕분일까.

중력석을 20개나 몸에 매달고 있었음에도 무게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달라질 건 없다.”

“네.”

물론 훈련 내용은 여전히 비슷했다.

하루에 15개로 늘어난 검식을 상대하고, 그 대처법을 외운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대련이 끝난 뒤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그날 멜이 잡아온 몬스터를 전부 처치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끝난다는 점일까.

그 대신 식사로 받는 빵이 2개에서 5개로 늘었다.

어째서인지, 나는 만족스러웠다.

-훈련 83일 차.

훈련 강도가 늘었다.

“이제부터는 4성 기사에 필적할 거다.”

멜이 펼치는 검식에서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꽤 쉽게 버틸 수 있었다.

“어쭈? 잘 버티는데? 어디, 그럼 이것도 버티나 볼까?”

그렇게 말하며 멜은 목검을 평범한 수련용 철검으로 바꿔왔다.

그날은 오랜만에 전신에 멍이 들었다.

-훈련 87일 차.

오늘 하루의 일과.

일어나자마자 중력석을 매달고 아침 구보.

구보가 끝나면 멜과 대련 시작.

7개의 검식을 상대하며 그 대처법을 외운 뒤, 점심으로 빵 두 덩이를 먹음.

식사가 끝나고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오크 워리어 세 마리를 사냥함.

오크 워리어 처치가 끝난 뒤, 다시 구덩이 밖으로 올라와서 8개의 검식을 상대하며 그 대처법을 외움.

저녁 식사로 빵 세 덩이를 먹음.

다시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체력 단련을 함.

그리고 멜이 잡아온 오크 워리어 두 마리를 더 처치함.

오늘 상대한 검식.

하멜 17식, 제트스트림 36식, 레드샤크 7식…….

추신: 멜이 코 고는 소리가 점점 심해진다. 다음에 한 번 주의를 줘야겠다…….

* * * * *

그리고 마침내.

-훈련 90일 차.

하루의 모든 일과를 끝내자, 멜은 나를 구덩이 한가운데에 앉혀두었다.

“너, 마나 하트를 가지고 있다면서.”

“네, 뭐……. 비슷합니다.”

“그럼 한 번 운용해 봐.”

“네?”

멜이 인상을 찌푸렸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는 몸속의 마나를 순환시켰다.

-우웅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3, 아니…… 4성?”

훈련 3개월 차.

나는 부족하게나마, 4성 기사가 되어 있었다.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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