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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39화 (39/139)

39화

“4성이라고?”

멜의 보고를 들은 마그너스의 눈이 커졌다.

멜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마그너스 님.”

“아홉 살의 나이에 4성 기사라…….”

마그너스는 고개를 돌려 아자르를 바라보았다.

“지금 최연소 기록이 몇 살이었지?”

그 물음에 곁에 서 있던 아자르가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 열네 살일 겁니다.”

“열네 살……. 그래, 기억났네. 드라칸 리텐슈노프 님의 기록이었지.”

리텐슈노프 3대 가주, 드라칸 리텐슈노프의 기록.

그건 역사적인 기록이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심지어 마그너스 본인조차도 깨지 못한 기록이라는 소리다.

마그너스가 침음성을 흘렸다.

막내 손자의 성취는 놀라웠다.

언제나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건?

이번 일은 마그너스의 예상을 뛰어넘어도 너무 뛰어넘었다.

“드레커 도련님의 능력은 뛰어납니다. 제가 시킨 훈련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그 정도의 성취를 내보였으니까요.”

멜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건 결국 재능 덕분이라는 소린가?”

“그렇습니다, 마그너스 님.”

“음.”

마그너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손자의 성취가 너무나도 뛰어났다.

어느 정도 재능이 뛰어난 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문에 도움이 될 칼이 되리라고 생각해 열심히 가르쳤다.

호의를 주었고, 지원도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드레커가 보인 성과는 너무나도 뛰어났다.

가문의 후계자들.

마그너스의 아들들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마그너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일단은 이 사실은 자네들만 알고 있게.”

“다른 분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아자르가 물었다.

마그너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능할까요? 튀어나온 칼은 언젠가 주머니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아자르가 대답하자, 마그너스가 눈을 살짝 감았다.

“그래, 그건 그렇겠지.”

하지만 당분간은 숨길 수 있다.

마그너스가 고민을 끝낼 때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이 속도라면.’

만약 이 성장 속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마그너스의 고민 또한 일찍 끝날 것이다.

마그너스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창밖, 유아동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을 막내 손자를 생각하며…….

* * * * *

세상에 맙소사.

이렇게 빨리 4성에 도달하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멜의 가르침이 이렇게 큰 효과를 보일 줄이야.’

수련이 끝나고 나면.

끽해봐야 3성 정도가 되리라 생각했다.

아무리 멜이 천재를 가르치는 데 특화된 인간이라곤 하지만, 성장은 단계를 거치는 법이니까.

한데, 3성 단계를 그냥 넘겨버릴 줄이야!

‘아무래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 것이겠지.’

멜의 교육에 더불어, 내가 가진 재능.

그리고 회귀 전의 7성 기사였던 기억까지.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상승효과를 일으킨 게 틀림없었다.

‘그에 더불어, 내가 사실상 2성 끝자락에 도달해 있었던 것도 빠른 성장의 이유 중 하나겠고.’

어쨌든, 중요한 건 드디어 내가 4성의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물론 4성이라고 하기엔 마나량은 부족하지만.’

그거야 채우면 될 일이다.

그리고 내가 리텐슈노프 가문의 일원인 이상, 마나량을 늘리는 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쉬운 일이다.

‘적당히 영약이나 마나 포션을 달라고 해야겠네.’

아홉 살의 나이에 무려 4성에 도달했으니, 마그너스에게 어떤 보상이든 받아낼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그 모든 건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이다.

‘이제 슬슬, 진짜 견제가 들어올 테니까.’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그너스에게 내 재능을 뽐내는 건 슬슬 멈춰도 된다.

어차피 내 재능이 뛰어나다는 건 지금쯤이면 확실히 마그너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테니까.

이제는 내 힘을 숨길 때.

‘발톱을 숨겨야지.’

형제들은 상관없다.

중요한 건 큰아버지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

‘내 실질적인 경쟁자들.’

아직은 그들의 견제에 맞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수십 년의 시간 동안 힘과 세력을 키운 큰아버지들과 경쟁하려면, 어느 정도 더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를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수단을 전부 쓸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군.’

나는 마리 유모를 불렀다.

“네, 도련님. 무슨 일이신가요?”

“유모, 외출 준비를 해 줘.”

“외출이요?”

마리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내 영지에 가 봐야겠어.”

이전에 내가 마그너스에게 하사받은 영지.

콜마운트.

그곳에 있는 고대 유적을 털러 갈 시간이다.

* * * * *

콜마운트 영지의 고대 유적을 공략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일단 외출 보고를 올려야 하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마나 포션도 구해둬야 했다.

야영용 물품도 구비해야 했고, 같이 갈 사람도 챙겨야 했다.

이번 영지행에는 세르폰과 마리 유모가 함께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영지를 가시겠다는 건가요, 도련님?”

“응?”

마리는 내 영지행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질문했다.

물론 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내 영지잖아? 주인이 되어서 한 번도 영지에 안 가봤으니까, 확인을 해보고 싶어졌어.”

“정말 그것뿐인가요?”

마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자의 직감은 무섭다더니, 마리의 예리한 눈빛이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해보였다.

난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그리고?”

“수련이 좀 지루하기도 했고. 그래서 기분 전환 겸. 놀러 가는 것이기도 해.”

“역시!”

마리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듯,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알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제가 도련님이 기분 전환을 잘하실 수 있도록 일정을 짜볼게요.”

마리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나를 꼭 잘 보필하겠다는 기세가 느껴졌다.

나는 그 기세가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일단 맛있는 음식을 잘 즐길 수 있도록, 제가 콜마운트 영지의 특산물을 살펴볼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마리는 황급히 어디론가 떠나갔다.

아마 콜마운트의 특산품을 조사하러 가는 것이겠지.

‘미안, 유모.’

콜마운트는 특산품이고 뭐고 없는 촌구석이야.

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해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내가 4성 기사라고 해도, 고작 아홉 살의 나이에 고대 유적을 들어가겠다는 사실을 밝히면, 당장 난리가 날 테니까.

‘사실은 나 혼자 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지.’

귀찮은 일을 피하려면 결국 세르폰과 마리 유모를 데려갈 수밖에 없다.

나는 한동안 이것저것 조사하러 다니는 마리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세르폰은 요즘 내게 경외감을 느끼는 듯했다.

“벌써 4성의 성취를 이루시다니…….”

말 한마디 한마디.

태도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나에 대한 존경이 느껴졌다.

그야 이해는 됐다.

세르폰은 현재 스물여덟의 나이에 5성 중반의 성취.

그에 반해 나는 고작 아홉 살에 4성이다.

4성에서 5성으로 올라서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세르폰의 입장에선 압도적인 성취다.

물론 내겐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내가 따를만한 사람이라는 건 보여준 것 같군.’

‘히드라 슬레이어’가 될 미래의 소드마스터를, 진정한 내 사람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니까.

사실상 이번 훈련으로 얻을 건 충분히 얻은 셈.

그렇기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콜마운트 영지로 향하는 마차를 탈 수 있었다.

콜마운트 영지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이틀.

가문에서 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영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지의 풍경은 콜마운트가 어떤 곳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농지가 있을 만한 평야는 드문드문 보였고, 마을이라고 있는 것은 다 자그마했다.

산지는 넘쳐나지만 광산이라곤 한 곳.

그것조차도 중요한 광산도 아닐뿐더러, 그 채산성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실 자립하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그런 유적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나는 마차 밖을 힐끔 쳐다보며 생각했다.

‘뭐, 그 덕분에 내가 유적을 털 수 있게 되었지만.’

콜마운트에서 가장 큰 도시에 도착한 건 그날 점심 무렵이었다.

마차가 멈추어서고, 세르폰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나는 마리 유모에게 짐을 맡기고 마차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이미 콜마운트의 영지 관리인이 경비병 열 명 정도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서 오십시오. 드레커 도련님.”

“영주님, 이라고 부르시죠.”

내가 지적하자 영지 관리인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시, 실언했습니다. 영주님.”

옆에서 마리 유모가 눈을 찌푸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영지 관리인이 곤욕을 치르기 전에 그를 구해 주기로 했다.

“일단은 영주성으로 가시죠.”

“저택 말씀입니까? 알겠습니다. 이미 청소를 다 해두었습니다.”

“현황 보고서는 저택에 도착해서 받겠습니다. 이미 준비는 끝내놓으셨겠죠?”

초로의 영지 관리인은 그 말에 찔끔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모든 보고서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저쪽입니다, 영주님.”

그렇게 나와 세르폰, 마리 유모는 경비병의 호위를 받으며 영주 관리인과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은 고즈넉한 언덕 위에 세워져 있었다.

성벽이나 방어 시설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습.

전쟁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저택다웠다.

영지 관리인이 거짓을 고하지는 않은 것인지, 저택 안은 깨끗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바람에 뭣 빠지게 청소했나 보군.’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저택의 메이드들을 힐끗 살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쪽입니다.”

저택 한가운데의 영주의 침실에 짐을 풀었다.

큼지막한 침대에 걸터앉은 뒤, 일단은 서류 검토부터 하기로 했다.

“이곳으로 모든 현황 보고서를 가지고 오세요.”

“예, 예! 알겠습니다.”

내 명령에 영지 관리인이 황급히 침실을 떠났다.

잠시 후, 그는 한 무더기의 보고서를 가져왔다.

“마리 유모. 이것 좀 확인하는 걸 도와줘.”

“그냥 시키시면 돼요, 도련님.”

“응, 하여튼.”

마리는 영지 관리인이 건네준 보고서를 펼쳤다.

곧 그녀는 보고서에 빠져들었다.

나 또한 보고서를 뒤적거렸다.

사실, 굳이 내가 볼 필요는 없었다.

리텐슈노프 가의 유모는 이런 사무 처리 업무에 관한 교육을 다 이수하기에, 그냥 마리에게 시키기만 해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고서를 확인한 건, 내가 이 영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자잘한 업무를 부하에게 맡기는 건 군주의 권리지만, 아예 이런 업무를 기피 하는 건 주인으로서 자격 미달인 탓이다.

‘서류에는 이상이 없군.’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은 조그만한 영지.

그것도 딱히 큰 재물이 오고 가는 곳이 아니다.

그런 만큼 비리나 착복 같은 짓을 할 수가 없다.

그랬다간 곧바로 보고서상에서 걸리기 때문이다.

“흐음.”

그리고 내 예상대로 보고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확인이 끝난 보고서를 침대에 툭 던지며, 나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어디 보자, 그럼…….’

어떻게 변명을 해야, 세르폰과 마리에게 안 들키고 몰래 고대 유적으로 들어갈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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