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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42화 (42/139)

42화

-사아아아

피어오른 흙먼지가 천천히 걷히며, 마침내 쓰러진 엘리트 가디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산이 부숴져 조각조각이 난 가디언의 몸 한가운데에는 붉은 코어가 반으로 쪼개진 채 놓여 있었다.

“후우.”

겨우 끝났네.

-콰직!

나는 코어를 짓밟아 완전히 파괴한 뒤,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놓인 마르스의 완갑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

미스틸테인을 검집에 집어넣고, 천천히 완갑이 놓인 제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투박한 완갑.

나는 그 완갑을 집어들어 팔에 찼다.

약간은 큰 사이즈.

아직 어린아이의 몸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키이잉!

내가 마나를 집어넣자 마르스의 완갑은 밝은 빛을 발하며 내 팔 크기에 맞게 줄어들었다.

‘역시 전사를 위한 고대 유물답군.’

어떤 사람의 몸에도 딱 맞도록 마법이 걸린 덕분이다.

완갑을 찬 채로 팔을 휘둘러보았다.

완갑은 마치 맞춤형인 것처럼 딱 맞았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아주 좋아.”

특히, 그 모양새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마르스의 완갑은 겉보기에는 별 것 아닌 싸구려 완갑처럼 보인다.

‘누구도 이게 고대 유물이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하겠군.’

이 정도면 세르폰이나 마리 유모가 던질 의심을 피할 수 있겠다.

‘아니지, 오히려 어디서 이런 싸구려를 주워 왔냐고 하려나?’

나는 피식 웃고는 제단에서 몸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 했다.

“……?”

그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건?”

내 눈에 뜨인 건 제단 바로 아래에 음각된 어떤 문양이었다.

오른손 손바닥 모양으로 파인 문양.

마치 손을 대어보라는 것 같았다.

“음.”

단순히 생각한다면 별 것 아닌 문양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 유적을 지나오면서 보았던 여러 그림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 직감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손을 대어보라고, 말이다.

나는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 조심스레 미스틸테인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문양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쿠궁!

갑자기 제단이 크게 흔들렸다.

“……!!”

마치 이 구역에만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큰 흔들림.

황급히 문양에서 손을 떼고 전투 준비를 했다.

‘설마, 남은 가디언이 있었나?’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는 제단을 주시했다.

물론 이 유적의 수준을 생각하면 내가 상대하지 못할 놈이 튀어나올 리는 없다.

하나, 혹시 모르는 일이잖는가?

그렇게 한참을 긴장한 상태로 서 있었을까.

-쿠르르르……

마침내 진동이 멈추었다.

그리고.

“어?”

제단이, 천천히 반으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설마?’

숨겨진 보물인가?

-그그그그!

돌이 비틀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마침내.

정확히 두 동강이 난 제단 안에서는…….

“……응?”

푸른빛을 발하는 둥그런 구슬이 들어있었다.

“이건…….”

분명, 어디선가 익숙히 보던 물건.

방금 전에 쓰러트린 유적 가디언의 코어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건 붉은색이었는데…….’

하나, 겉모습은 분명 가디언의 코어가 맞았다.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코어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코어가 내 마나에 반응했다.

-키이이잉!

나는 깜짝 놀라 코어를 떨어트렸다.

바닥에 떨어진 코어는 순식간에 제단 주변의 돌덩이들을 끌어당겼다.

‘역시 가디언인가?’

그렇다면 빠르게 처치해야 한다.

나는 미스틸테인에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돌덩이를 흡수한 코어가 본 모습을 드러냈다.

“……?”

그 모습은…….

“끼잉?”

짧은 네 개의 다리, 둥그런 코와 길게 뻗은 주둥이.

그리고 엉덩이 뒤에서 휙휙 흔들리는 꼬리까지.

“개?”

코어가 취한 모습은 작은 강아지의 형태였다.

“…….”

나약하기 그지없는 모습.

전투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형태다.

하지만 나는 미스틸테인을 더욱 더 꽉 쥐었다.

겉모습에 방심하면 안된다.

오히려 저런 귀여운 모습이 속임수일 수도 있다.

‘하물며 가디언이다.’

방금까지 엘리트 가디언과 전투를 했다.

쉽게 긴장을 풀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웬걸.

“낑!”

녀석은 진짜로 어린 강아지처럼 행동했다.

갓 태어난 강아지가 어미를 찾듯, 나를 발견한 녀석이 총총거리며 다가와 내 다리에 몸을 비벼댔다.

그 순간 나는 내 마나의 잔향을 녀석에게서 느꼈다.

“뭐, 뭐지?”

“낑!”

강아지 가디언이 멍청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적대적인 태도라곤 조금도 찾을 수 없는 모습.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녀석을 내려다보다가 생각했다.

‘이건…….’

설마, 숨겨진 두 번째 아티팩트같은 건가?

* * * * *

내가 유적을 빠져나온 건,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이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자 절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른 돌아가야 안 걸린다!’

만약 마리 유모에게 내가 밤사이에 밖에 나간 걸 걸렸다간, 크게 한 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그리고 그 잔소리 대열에 세르폰도 참전하겠지.

물론 두 사람의 업무가 어떤 건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그 둘은 나를 보호하는 입장이니까 말이다.

‘얼른 돌아가자.’

지금 돌아간다면 저택을 빠져나간 걸 들키지는 않으리라.

물론 그 계획에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낑!”

“…….”

내 뒤를 따라오는 저 강아지 가디언이 바로 그 문제였다.

“하아.”

나는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유적에서 빠져나오는 내내, 녀석은 내 뒤를 졸졸 쫒아왔다.

어떻게 떨어트리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래도 나를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티팩트가 다들 그렇긴 하지만…….’

이걸 그대로 달고 갔다간, 분명 들킬 거다.

최소한 의심이라도 받겠지.

“너, 다시 코어 형태로 못 돌아가냐?”

“끼잉?”

강아지 가디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이마를 턱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젠장.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지.”

“낑!”

뭐가 그리도 좋은지, 녀석은 뽈뽈거리며 내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정말 강아지나 다름 없네.’

나름 귀엽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골칫덩이다.

거기에 더불어…….

‘아무리 녀석이 숨겨진 아티팩트라고 해도 말이지.’

이런 자그마한 강아지 형태라면 전투에는 조금도 쓸모가 없을 것 같았다.

‘……설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고대 유적에서 나온 녀석인데, 뭔가 쓸 데가 있긴 하겠지.

사실, 마르스의 완갑을 얻은 시점에서 이번 유적행은 손해가 아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노린 건 그거 하나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녀석은 덤이고.’

쓸모가 없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러면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란 말이지…….’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금 강아지 가디언을 바라보다가, 이내 녀석을 품에 안아 들었다.

“낑!”

녀석은 내 품이 좋다는 듯 낑낑거렸다.

“그래, 그래.”

설마,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려고.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좋은 아침이에요, 도련님! 오늘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으, 응.”

내가 밤사이에 저택을 빠져나간 건 들키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드레커 도련님? 오늘도 영지를 시찰하실 겁니까?”

“아니, 영지를 확인하는 건 이쯤이면 된 거 같아.”

“그러면 본가로 돌아가시겠습니까?”

“뭐, 그래야지.”

마리 유모나 세르폰이나 둘 다 별다른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나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한데, 그 녀석은……?”

“……이거?”

대신 강아지 가디언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야, 내 등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 가디언의 모습은 너무나도 눈에 띄었으니까.

어제까지는 없던 녀석이 갑자기 생겨났으니,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주웠어.”

“네?”

“저택에서 주웠다고.”

“…….”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이지만, 딱히 다른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내 대답에 세르폰과 마리 유모가 굉장히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두 사람은 딱히 더 캐묻지는 않았다.

“……그래요, 도련님께서 주워 오셨다니, 그런 거겠죠. ……그럼 이름은 뭔가요, 도련님?”

“이, 이름?”

나는 멍청하게 행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강아지 가디언을 힐끔 쳐다보았다.

“……도지.”

“…….”

내 대답에, 마리 유모가 묘하게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 작명 센스는 별로인듯했다.

* * * * *

콜마운트 영지에서 다시 리텐슈노프 본가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갑자기 쳐들어온 멜에게 끌려갔다.

“너, 인마. 영지로 놀러 갔다면서?”

“놀러 간 게 아닙…….”

“그럼 뭐, 거기에 일하러 갔냐? 아홉 살짜리가?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그걸 믿느니, 세상에 드래곤이 있다는 걸 믿겠다.”

“…….”

“이 쥐똥만한 꼬맹이 녀석아. 4성에 들어섰다고 벌써부터 농땡이를 부리다니. 미쳤니?”

“지금 절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수련하러 간다 임마, 수련.”

괴팍한 소리를 픽픽 내뱉으며, 멜은 나를 이끌고 중급반의 빈 연무장으로 끌고 갔다.

“그래, 일단 나 덕분에 4성에 든 소감부터 들어보자. 기분이 어때? 막 나를 향한 존경심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지 않냐?”

“뭐…… 네.”

내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멜이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이놈이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와서 빌 때는 언제고, 이제 얻어먹을 거 다 빼먹었으니, 볼 일 없다 이거냐? 죽을래?”

“아니, 그건 아닙니…….”

“변명, 변명, 변명! 그렇게 감사한데 반응이 왜 그리 비실비실해? 좀 더, 어? 뭐 없어?”

“정말 감사합니다. 멜 경.”

“엎드려서 절 받기네. 엎드려서 절 받기야.”

에휴.

멜은 한숨을 푹 쉬더니, 이내 내 등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낑!”

“그래서, 저건 뭐냐.”

멜이 턱짓으로 나를 따라온 도지를 가리켰다.

“……제 애완동물입니다.”

멜의 눈을 찡그렸다.

“감사할 시간은 없고, 애완동물 키울 시간은 있냐? 아주 여유가 넘쳐? 확 죽여버리고 싶네.”

“…….”

“그래서, 뭐 가디언이냐? 마그너스 님께서 주셨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주웠습니다만.”

“주웠다는 건 또 뭔 소리야?”

내 대답에 멜의 표정이 괴상해졌다.

“말 그대로입니다. 주웠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출처를 정확히 밝힐 수 없는 이상, 이 녀석은 이제부터 주운 거다.

물론 누구도 믿지 않을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그렇게 주장해야 했다.

‘유적 아티팩트라는 걸 들켰다간, 귀찮아진다!’

당장 유적을 어떻게 발견했고, 언제 들어갔느냐는 물음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 형제나 큰아버지들의 주목을 받는 것까지.

좋을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래, 뭐. 그러시겠지.”

멜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이내 턱수염을 매만지며 물었다.

“그래서. 이름은?”

“네?”

“이름 말이야, 이름. 이름도 안 지어줬어?”

“……도지입니다.”

내 대답에 멜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도지? 그런 개떡같은 이름은 누가 지은 거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네 애완동물을 굉장히 싫어하는 녀석이 지은 것 같네. 이름 바꿔라, 야.”

“제가 지은 이름입니다만.”

“애완동물 학대하는 취미라도 있냐? 그딴 이름이면 학대야, 인마.”

“…….”

멜이 킬킬 웃는 걸 보고 있으니 억울해졌다.

‘아니, 도지가 뭐 어때서?’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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