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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43화 (43/139)

43화

한참을 낄낄거리던 멜이 웃음을 멈추었다.

“그래, 뭐. 멍멍이 이름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야? 가디언이면 자기 할 일만 잘 할 수 있으면 되지.”

그렇게 중얼거린 멜이 힐끗 도지를 바라보더니 덧붙였다.

“물론, 저게 널 지켜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도지를 바라보았다.

도지는 멍청한 개처럼 제 꼬리를 붙잡으려고 빙빙 돌고 있었다.

그 모습에 멜이 혀를 찼다.

“야, 넌 어디서 주워와도 저런 쪼끄만 걸 주워 왔냐? 한주먹 거리도 안 되게 생겼네. 저거 가디언은 맞아? 하는 짓이 그냥 멍멍이인데.”

“……어딘가는 쓸모가 있겠죠.”

“지랄.”

멜은 풋 웃음을 터트렸다,

가만히 내버려 뒀다간 계속 도지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할 것 같았기에, 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오늘 연무장에 저를 끌고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 그거?”

내 물음에 멜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진지해진 표정으로 내 앞에 섰다.

“자, 일단 결산을 해 보자고.”

“결산이요?”

“그래, 결산.”

멜은 품속에서 궐련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가볍게 궐련을 빨아들인 멜이 연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일단. 꼬맹이, 아까도 말했지만 너는 드디어 4성 기사가 되었다.”

“네, 그렇죠.”

“모두 내 유능함 덕분이지.”

“네, 뭐…….”

멜이 잘 가르치긴 했지.

내 반응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멜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뭐야, 그 맹탕 같은 태도는? 감사하다며?”

“감사합니다.”

만약 나 혼자서였다면 절대로 이렇게 빠르게 4성 기사가 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런 점에서, 충분히 난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여튼, 마음에 안 드는 꼬맹이라니까.”

멜은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

“뭐, 그래. 어쨌든 생각보다 빠르게 4성 기사가 된 만큼, 네가 나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늘었다.”

“배울 수 있는 것, 말씀입니까?”

나는 눈을 깜빡였다.

멜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든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이 말이지.”

그 말에 자연스럽게 눈이 커졌다.

‘멜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절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멜의 기술이라면, 하나하나가 발군의 위력을 자랑하는 것들이다.

심지어 그 기술은 어디서 배울 수도 없었다.

멜의 기술은 대부분이 스스로 개발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멜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물론, 지금 당장 알려줄 수 있는 건 한 개뿐이다.”

한 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입니까?”

“첫번째 이유는 네 마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취는 4성이 되었지만, 내 마나량은 아직 2성 중반 정도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4성 기사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상황.

물론 마나량이야 천천히 채우면 된다지만…….

‘시간이 걸리지.’

아무리 좋은 영약과 포션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물처럼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용한 영약이나 포션의 마나를 흡수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그 총량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포션과 영약을 먹어도 내가 4성의 성취에 걸맞는 마나량을 확보하기까지는 한 달에서 두 달은 걸린다.

“그리고 두 번째는, 4성의 성취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애초에 두 개밖에 없다는 거야.”

“음.”

“내가 나만의 기술을 만들기 시작한 건 4성 무렵이었지만, 제대로 했던 건 6성부터였거든.”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대부분의 기술을 6성 시절에 만들었다면, 그것들은 6성 이상이 되어야 제대로 익힐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제게 가르쳐 주실 건 어떤 기술입니까?”

내 질문에 멜이 씩 웃었다.

그는 궐련을 손바닥에 비벼 끈 뒤,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 오른손을 내 어깨에 턱 올렸다.

다음 순간.

-우직!

“?!”

무언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어깨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득해졌다.

나는 입술을 씹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무, 무슨 짓입니까?”

당황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멜이 킬킬 웃었다.

곧, 그가 웃음을 그치며 말했다.

“내격.”

“……?”

멜이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이 네가 배울 기술이다.”

* * * * *

내격.

그것은 손이나 발에서 마력을 뿜어내 상대방의 신체 내부를 타격하는 기술을 말했다.

격투술의 일종으로, 원리는 간단했다.

상대방의 몸속에 마나를 흘려 넣음으로써 혈맥을 뒤틀어 내상을 입히는 것이다.

“내격, 말씀입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격 자체는 이미 충분히 널리 알려진 기술이었다.

사냥개에 불과했던 전생의 나도 배워본 적 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흔한 기술이겠는가.

“그건 비전 기술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내격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얄팍한 마나 스킨 한 장만으로도 어지간한 내격은 전부 막아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고수들의 싸움에선 절대 등장하지 않는 기술이다.

하지만.

“내 내격은 달라.”

멜은 고개를 저었다.

“시범을 보여주지. 너, 마나 스킨을 쓸 줄 안다며? 손바닥에 한번 펼쳐봐.”

“네?”

묘하게 불안해졌다.

나는 방금 전 멜이 내격을 날린 어깨를 슬쩍 살피고는 중얼거렸다.

“어깨도 망가트리시더니, 손도 그렇게 만드시려고요?”

“닥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

나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두께의 마나 스킨을 둘렀다.

내 마나 스킨을 확인한 멜이 눈을 치켜떴다.

“어쭈? 꽤 하는데?”

곧 멜의 얼굴에 악랄한 미소가 지어졌다.

“…….”

순간, 몹시 불안해졌다.

일반적인 내격은 마나 스킨을 뚫지 못한다.

이 정도로 두껍게 만들면 더더욱.

하지만 멜이 비전 기술이라고 말할 정도라면…….

“최대한 살살 해주시죠.”

“안 그래도 그렇게 할 거야. 너 팔병신 만들었다가 마그너스 님에게 무슨 소리를 들으라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멜은 내 손 위에 자신의 오른손을 올려두었다.

“두 눈 뜨고 잘 봐라.”

그와 동시에.

-우직!

“……!!”

순식간에 내 손이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크윽!”

절로 격통이 몰아쳤다.

아까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틀림없었다.

이 정도면 뼈도 부러졌을 것이다.

“아니, 살살 하신다면서요?”

나는 손목을 부여잡은 채 투덜거렸다.

“어디서 말대꾸야?”

멜은 내 머리를 한 번 쥐어박은 뒤, 이내 턱짓을 하며 물었다.

“봤지?”

“……네?”

“마나 스킨을 뚫고 내격이 들어가는 것 말이야.”

“……확실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멜의 것은 일반적인 내격과는 확실히 달랐다.

보통 내격으로 마나 스킨을 상대하는 법은 간단했다.

마나 스킨을 찢어 파괴할 정도로 많은 마나를 내격에 때려 넣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효율은 극악.

안 쓰니만 못한 기술이 된다.

하나.

‘방금 사용한 마나량……. 평범한 내격보다 훨씬 더 적었어.’

용의 심장으로 강화된 감각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멜은 방금 티끌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마나만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내 질문에 멜은 피식 웃었다.

“포인트는 마나 스킨의 보호를 뚫고 내격을 쑤셔넣는 거다.”

그가 가볍게 목 근육을 풀며 중얼거렸다.

“그 원리는 간단해. 네 마나를 이용하는 거다.”

“제 마나, 말씀입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상대방의 마나를 역이용한다고?

“정확히는 마나의 주도권을 뺏어오는 걸 말하지.”

멜은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펼쳐 보였다.

“간단한 시범을 보여줄게.”

순간, 멜의 양손에 마나가 피어올랐다.

양손에 피어오른 마나는 허공에 떠올라 네모난 마나 스킨으로 화했다.

“잘 봐둬라.”

멜은 그 마나 스킨을 허공으로 띄운 뒤, 오른손을 슬쩍 들었다.

“평범한 내격을 마나 스킨 위에 흘려보내면.”

다음 순간, 멜의 오른손에 피어오른 마나가 마나 스킨 위로 날아들었다.

빠르게 회전하는 마나.

무엇이든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 마나는 마나 스킨을 뚫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촘촘하게 짜인 마나 스킨이 회전력에도 버틴 것이다.

“이렇게, 마나 스킨을 찢지 못하고 흩어진다. 촘촘하게 짜인 마나를 뚫지 못하고 겉에서만 맴돌다가 사라지는 것이지.”

“보통은 그렇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찢을 방법은 두 가지뿐이야.”

멜이 손가락을 두 개 폈다.

“하나는 너도 알다시피, 마나 스킨을 찢어발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마나를 운용하는 것.”

-딱!

멜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나가 허공에 띄워진 마나 스킨을 향해 솟구쳤다.

거의 5성 기사의 전력에 가까운 마나량.

쏟아부으면 마을 하나 정도는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쩌억!

그것은 고작 마나 스킨을 찢어발기는 데에 그쳤다.

산산히 찢겨져나간 마나 스킨이 허공에서 흩날렸다.

멜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보시다시피 효율이 최악이지. 이 만큼의 마나를 검식에 담았다면 어떤 검식이든 마나 스킨이고 뭐고 그대로 반으로 토막을 내버릴 테니까.”

상위 기사들 사이에서 내격이 사장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효율이 너무 쓰레기 같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두 번째는 무엇이냐.”

멜은 다시금 손가락을 튕겨 마나 스킨을 허공에 띄워 올렸다.

“다른 하나는 바로 이거다.”

멜이 가볍게 검지를 들어 마나 스킨에 겨누었다.

곧, 그의 손가락 끝에서 천천히 티끌만한 마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퍼걱!

“……!!”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멜이 날려 보낸 마나를 마나 스킨이 흡수하더니, 이내 종이가 구겨지듯 우그러지며 터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아니었다.

‘방금, 마나의 흐름이 바뀌었다.’

멜이 날려 보낸 마나가 마나 스킨에 닿는 순간, 스킨의 마나가 내격으로 바뀌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마나 스킨 자체를 내격의 자양분으로 삼아버린 것이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멜이 힐끗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물었다.

“어때, 그 원리를 알겠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마나 스킨을 내 내격으로 바꾸어 버린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물론…… 그 원리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멜이 심드렁히 대꾸했다.

“그걸 네가 바로 알아차리면 이게 비전 기술이겠냐?”

“…….”

“뭐, 하여튼. 대충 원리는 맞아. 상대방이 깔아 둔 마나 스킨을 이루는 마나의 제어권을 탈취해, 내격으로 바꾸어 쏘아내는 것이지.”

그 말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게 가능합니까?”

상대방의 마나를 내 마음대로 다룬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상대방의 마나를 내 맘대로 다룬다는 건, 마나를 사용하는 모든 기술을 봉인할 수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내 표정에서 그러한 의문을 읽었는지, 멜이 말했다.

“물론, 모든 마나의 제어권을 탈취할 수 있는 건 아냐. 그게 가능하면 그건 사기지.”

멜은 입맛을 다시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정확히 말하면 마나 스킨의 약점을 노리는 거다.”

“마나 스킨의 약점…… 말씀입니까?”

마나 스킨은 고위 기사들이 방어 기술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것의 약점을 파훼할 수 있다니!

“그래서.”

멜이 만면에 자부심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어때, 좀 배워보고 싶냐?”

당연하지만.

“예!”

내 대답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 기술이 있다면 어떻게든 배워야 했으니까.

-짝!

내 대답에 멜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좋아. 의지는 충만하네.”

곧, 멜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벗어.”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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