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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116화 (116/139)

116화

“이건 저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중년 사내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 목소리에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던 마그너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나, 사내는 마그너스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분노를 토해냈다.

“아무리 드레커, 그 아이가 암살당할 뻔한 주체라고 해도 그라힐 녀석의 처분은 제가 내려야 했습니다. 그 맹랑한 꼬맹이가 아니라!”

“이미 끝난 일이잖느냐. 어쩌라는 게냐?”

마그너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라힐의 직위를 원상복구 시켜주십시오. 제가 직접 다시 처벌을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드레커, 그 녀석에게는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뛴 벌을 내리고 말입니다! 영지가 있으니, 그거라도 몰수해 주십시오!”

하나, 그 설명에도 마그너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싫다.”

“아버지!”

그 대답에 사내, 볼칸 리텐슈노프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마그너스는 한 번 천장을 쳐다보았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볼칸을 다시 마주보았다.

곧, 차갑게 식은 목소리가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우리 기사단장님께서는 세상에 그렇게 할 일이 없으신가봅니다?”

“……!!”

“이 미친 인사야. 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으면 이딴 일이 벌어지나? 네가 지금 입 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마그너스의 질책이 떨어졌다. 방금 전까지 호기롭게 외치던 볼칸의 어깨가 거북이 마냥 움츠러들었다.

“지금 이딴 개짓거리를, 사촌끼리 목숨 걸고 싸우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어디서 큰 소리야, 큰 소리는!”

마그너스의 일갈에, 볼칸이 움찔 몸을 떨었다.

하나, 곧 볼칸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불만을 중얼거렸다.

“억울합니다. 이건 전부 다 그라힐, 그 녀석이…….”

“변명이나 할 거면 입 다물어. 시끄러우니까!”

마그너스의 카랑카랑한 외침에 볼칸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마그너스가, 다시금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들아.”

“……네.”

“기사단장 하기 싫더냐? 설마 지금 네가 앉은 그 자리도 제랄드에게 빼앗기고 싶은 게냐?”

“……!!”

그 충격적인 협박에 볼칸이 다시금 소리치려는 순간, 마그너스가 손을 뻗어 그를 막아섰다.

“자식 교육 개판으로 한 건 내가 말 안 하마.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

“그래도 최소한 말도 안 되는 짓은 할 생각하지 마라. 나 아직 안 죽었다. 네가 쥔 그 자리, 그까짓 거 다시 빼앗아 올 수 있어. 괜히 멀쩡히 일 잘한 네 조카 건드릴 생각 말고 네 할 일이나 잘 해. 알았어?”

“아버지…….”

“알았어, 몰랐어? 아니면, 이제 대가리도 좀 굵어졌겠다, 네 애비를 거역하겠다는 게냐?”

하나, 마그너스의 분노에 볼칸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제야 얼굴이 펴진 마그너스가 축객령을 내렸다.

“그래. 알아들었으면 이제 나가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볼칸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집무실 밖으로 빠져나가는 그를 바라보던 마그너스가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대체 누굴 닮아서 저 모양인지.”

한편, 볼칸 리텐슈노프는 마그너스의 집무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자신의 부단장을 찾았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실패했다. 조사는 어떻게 되었지?”

볼칸의 짧은 대답에 부단장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조사 결과, 드레커 도련님의 현재 성취는 4성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런, 미친.”

볼칸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4성이라고? 그 녀석, 열두 살 아니었나?”

“맞습니다.”

“……무서운 놈이군.”

볼칸이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버지의 총애가 전부가 아니었어. 하긴, 노친네가 아무 이유 없이 총애할 리가 없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단장의 질문에 볼칸이 입술을 핥았다.

“일단, 우리는 감시만 하자고.”

그 말에 부단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볼칸은 이 정도로 끝낼 사람이 아닌데?

“감시만, 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나보다는 제랄드, 그놈이 먼저 일을 터트릴 게 뻔하니까. 괜히 아버지의 분노를 우리가 살 필요는 없잖는가?”

볼칸은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 말에 부단장 또한 어색하게 웃었다.

볼칸 리텐슈노프는 자신의 동생이 가진 가주 직위를 향한 집착을 믿었다.

‘그놈이라면.’

분명히 열두 살에 4성에 등극한 드레커를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변수가 생기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놈이니까 말이지.’

* * * * *

“4성 끝자락이다?”

자신의 부단장이 올린 보고에 제랄드 리텐슈노프의 외알안경이 번뜩였다. 그가 자세를 고쳐 앉자, 보고하던 부단장은 다시금 몸가짐을 바로하며 말했다.

“네, 사실상 준 5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준 5성이라…….”

제랄드는 외알안경을 빼내 손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 빈틈없이 꼼꼼히 안경을 닦으며, 제랄드가 중얼거렸다.

“변수군.”

“송구합니다!”

부단장은 그렇게 외치며 부동자세를 취했다.

제랄드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소파에 앉은 잿빛 금발의 사내에게 닿았다. 제랄드는 자신의 둘째 아들, 아덴 리텐슈노프에게 물었다.

“그래, 너는 드레커, 그 녀석을 최근에 보았다고 했지. 만나본 감상이 어떠하였느냐?”

“주제를 모르더군요.”

아덴은 짧게 답했다.

그 대답에 제랄드의 묘하게 변했다.

“주제를 모른다?”

“네.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쥐었다면, 그만한 처신을 보여야 하는데. 제 힘에 취해 저를 깔보더군요.”

아덴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날의 기억은 떠올리기만 해도 불쾌했다.

이전에 반 리텐슈노프의 성인식 연회에서도 그렇고, 드레커는 아덴에게 눈엣가시였다.

‘감히 나를 그런 식으로 대하다니.’

아덴은 드레커가 부모가 없어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깔본다, 깔본다라…….”

한편, 아덴의 설명에 제랄드는 고민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손윗형제를 깔보는 성격이라면, 제 능력을 잘 알고, 그 능력 덕분에 자만심이 넘친다는 거다.

하나, 드레커의 능력은 솔직히 아직까지 자만할 정도는 아니었다.

성장 속도가 빠르기는 하나, 고작 그것뿐이다.

어린 시절에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다가, 나이가 들면 정체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렇다면 곧 고꾸라지겠구나.”

제랄드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덴의 말이 맞다면, 드레커는 능력이 정체되는 순간부터 아집과 자만, 그리고 열등감에 휩싸여 망가질 게 뻔했다.

그라힐 리텐슈노프가 딱 그 루트를 타고 망가져 버린 인물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물론 계속해서 저 속도를 유지하며 성장할지도 모른다.’

하나, 그런 일이 쉬운가?

그렇다면 드레커는 희대의, 세기의 천재라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드레커를 막을 방법은 아예 없는 셈이다.

‘그건 불가능하다. 지금, 저 성취도 기적이나 다름없어.’

거기다가 만일 진짜 그런 천재라면, 마그너스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하려고 들 거다.

하나, 지금 드레커는 그런 과보호를 받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보인 성취를 생각할 때, 드레커의 호위 상태는 사실상 방치 수준이다.

“그렇다면, 교류전 때문이군.”

그렇기에, 제랄드는 해답을 찾았다.

마그너스는 이미 드레커의 한계를 알고 있으나, 최근 교류전에서 수석을 하였기 때문에 드레커를 총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 가문에서 꽤 오랫동안 교류전 수석이 나오지 않기는 했지.’

평소 마그너스의 성격을 생각할 때, 그 정도 성과라면 이 총애가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 곧 있으면 사라질 총애 아닌가?”

그렇기에.

제랄드는 그렇게 생각을 끝마쳤다.

마그너스의 총애는, 그저 한때의 변덕에 불과하다고.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아버지.”

아덴 리텐슈노프 또한 그 사실에 동의했다.

아무렴, 당연히 사라질 총애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존재할 리 없다. 소검제라는 제 형도 자신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아덴이기에, 그는 그리 믿었다.

* * * * *

내가 그라힐을 직접 쳐냈다는 소문이 가문에 돌았지만, 당장은 크게 변화하는 게 없었다.

그저 나를 바라보는 기사나 시종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물론 그것 또한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겠으나, 내가 말하는 건 볼칸이나 제랄드에게 어떤 제제나 견제가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는 거다.

‘그 정도면 당장 운신의 폭이 좁아진 건 아니지.’

하나, 지금의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내일부터 그들이 내 앞길을 막아설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심상 세계 말이더냐?]

데우스가 말한 심상 세계는 내 빠른 성장의 새로운 단초였다.

“분명 그때 제가 역사의 영웅들, 제 조상님들과 싸워볼 수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거야…… 심상 세계 안으로 들어와야지.]

데우스가 말끝을 길게 늘이며 대답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그니까 그걸 어떻게 들어가냐고.

“어떻게 들어갑니까?”

[뭐, 일단 너도 알다시피 첫 번째 방법은 한 번 심장이 멈추는 거다. 그럼 강제로 들어오게 되어 있지.]

“그건 전혀 좋은 방법으로 느껴지지 않는군요.”

[그리고 두 번째는 의식을 치루는 거다.]

“의식…… 말입니까?”

내 물음에 데우스가 긍정했다.

[그래. 결국 심상 세계는 내 기억 아니더냐. 한데, 용의 기억을 더듬는 게 그리 쉬울 것 같더냐? 당연히 그에 걸맞는 의식이 필요하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우스 님이 그냥 들여보내주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드래곤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나는 용의 심장으로 데우스와 연결이 되어 있는데, 여기서 귀찮은 의식까지 필요하다고?

[무어, 너는 정식 의식이 필요 없지만 말이다. 이미 용의 심장을 얻었잖느냐? 나와 연결되어 있으니 크게 거창한 의식을 치루어야 할 필요는 없도다.]

“……그럼 왜 말씀하신 겁니까?”

[거창한 의식이 필요 없다고 했지, 아예 의식이 필요하지 않다고는 안했도다.]

“…….”

뭐, 됐다.

데우스가 이러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뭬야?]

중요한 건 어찌되었든 내가 역사의 영웅들과 합을 겨뤄볼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가 7성 너머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6, 7성 달성하는 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니까.’

사실상 나는 전생의 기억으로 7성의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건 시간을 꾸역꾸역 투자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능했다.

‘그 너머가 문제지.’

다행히 나는 이미 이전에 멜과의 훈련 도중, 전생에는 얻지 못했던 7성 능력을 익힌 지 오래였다. 내가 그 너머로 나아갈 수 없지는 않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의 성장도 늦지 않았다.

‘아마 곧 있으면 6성 초입에 도달할 것 같은데…….’

이전에 요정왕과의 전투에서 얻은 깨달음이 큰 도움이 된 덕분이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열두 살 끝자락에서 열세 살 즈음에 6성 초입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좋습니다. 그럼 어떤 의식이 필요한 겁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내가 물었다.

그 물음에, 데우스가 큭큭 웃으며 대답했다.

[그 의식에 필요한 것은…….]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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