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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이장[二章], 만마과해[瞞魔過海] 3 (9/130)



〈 9화 〉이장[二章], 만마과해[瞞魔過海] 3

“…그래서. 청이가  그들에게 팔아넘긴다고?”

“네. 오라버니는 그들을 데릴사위로 맞아 당씨 성을 붙일 생각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세 지역으로 나뉘어있던 성도의 힘이 한 쪽으로 기울겠죠.”


당소소는 당진천의 말에 대답하며 마른 수건으로 당진천의 땀을 닦아주었다. 당진천은 그런 당소소의 행동에 눈을 감으며 한동안 누워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말을 부정할 생각을 묻어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곁에 서있던 단혼사가 고개를 저으며 당진천 대신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소가주는 자신의 일을 훌륭하게 수행 중이고, 이미 서열은 확고하다. 소가주가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널 그런 버러지들에게 강제로 팔아넘길 그런 무지한 사람은 아니야. 그리고 단순히 생각해서, 그런 짓을 한다면 아미파와 청성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린 정파라는 것을 생각해라, 소소.”


“… 저 말이 맞다, 소소야. 청이가 비록 너와는 앙숙이라지만, 이 독천의 딸을 그런 우스운 이유로 팔아치울 리가 없어. 무엇보다 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당진천이 쉰 목소리로 단혼사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는, 마음 같아선 하루 종일 조신해진 딸아이의 병수발을 받고 싶었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이었기에 당진천은 그 마음을 지우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딸아이의 행동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찾았다.




“그렇게 짐작한 이유는, 화검공자라는 놈이 헛바람을 넣어서 그런 것이냐? 청성놈들, 수법이 악랄해졌….”


“아닙니다. 그건, 반드시 일어날 것이에요. 하지만….”

당소소는 당진천의 짐작을 밀어내고, 자신의 말에 확신을 담았다. 하지만, 당진천이 사라지고 그녀가 진명의 아내가 되기까지의 기간엔 정보의 공백이 있었다.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당진천을 설득할 방법은 이 세계가 쌍검무쌍의 세계라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당소소 자신이 더욱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당소소는 자신의 무릎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찾기 위해 기억을 뒤적거렸다.


‘팽팽한 세 세력. 그 세력들이 오합지졸이라고 생각하는 사파의 힘을 빌려서 당청은 사천성을 제패했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아미파와 청성파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

모난 돌이 정을 맞는 것은, 어디나 그렇듯 당연한 결과였다. 불우에 신음하던 김수환이 이미 겪었던 일이었기에 확신할  있었다. 자신을 착취하던 이들에게 김수환의 불우는 천금 같은 기회였었다. 돈으로 숨통을 죄고 협박을 하면 되었으니까.

정파의 체면을 버리고 사파를 세력에 편입시킨다. 그들에게 별  아닌 세력이지만, 얻는 것만으로도 힘싸움의 판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미파와 청성파는 당가가 사파와 결탁했다는 명분을 손에 쥐고 당가의 목을 조르기 위해 앞 다투어 달려들 것이다. 이치에 전혀 맞지 않았다.


당소소의 생각은 당청이 사실은 초절정고수였거나, 사파가 사실은 다른 두 세력과 견줄만한 세력인가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독천 당진천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그녀가 아는 한에서 사천성 안에는  하나밖에 없었다.



‘독무후가 아버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면, 당청이 아버지를 죽일 순 없어. 다른 외부의 세력을 끌어들이거나, 내가 알진 못했지만 그가 아버지와 견주는 초절정고수여야만 해.’

지금의 세 세력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독천 당진천이 제외된다면 성립되지 않는 균형이었다. 독무후의 등장은 주인공이 사천으로 향하는 이 년 후. 그녀의 도움은 없을 것이다. 쌍검무쌍 속 당청은 구주십이천이라 불리는 고수없이 당가를 사천성의 맹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놓친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답답해.’


먼 미래는 알지만, 당면한 미래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안전한 한 걸음 뒤에 몰아치고 있는, 두 걸음 앞의 폭풍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자신의 지능이 답답했다.


그녀와는 다르게 쌍검무쌍 속의 주인공과 그를 따르는 미소녀들은 무재도, 지능도 뛰어났다. 그들  아무나 이 자리에 앉혀놓는다면 이야기는 쉬이 풀릴 것이다. 그들의 자리에 당소소는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임에도 그녀는 자신의 부족함에 분함을 느꼈다.



“흑….”


“소, 소소야?”

“아, 아니. 이건 제가 울고 싶어서 우는  아니라…. 멋대로 우는 건데에….”

당소소는 갑자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구겨 넣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또 다시 당소소의 감정이 김수환의 이성을 떠밀었다. 당소소의 감정은 그녀가 느낀 분함을 재빠르게 잡아 채, 곧바로 분출시켰다. 그녀는 황급히 변명을 하며 눈물을 닦았지만, 이미 흐른 눈물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당진천의 이성은 그 눈물 몇 방울에 깔끔하게 날아갔다. 잠시 당소소를 바라보던 그는 단혼사를 째려보며 다가오라는 눈짓을 보냈다. 단혼사가 당진천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귀를 대보라는 손짓을 하며 속삭였다.


“…하라고 해.”


“가주님, 미치셨습니까?”


“좆같은 새끼면 네가 같이 가서 죽이고 와.”



당진천은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단혼사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사천당문의 충신이자 현명한 조언자였다. 그의 주군이 쉽고 빠른 길을 가게 두진 않았다.



“소소는 사천당가의 금지옥엽이고, 그는 사파입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안 좆같은 새끼면  어쩌실 겁니까?”

당진천은 단혼사의 말에 뭐 그런 걸 묻냐는 듯, 태연하게 답했다.




“그 새끼 사파잖아? 죽이고 죄목  개 찍어서 관아에 부치면 되겠지.”

“…저희는 정파인데요? 가주님이 여태 무엇을 위해서 일해 왔는지 가문 모두가 알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독과 암기를 다루는 사천당가가 정파로서 인정받기 위해 그 긴 시간을 노력 해 오신 것 아니었습니까?”

“모르겠는데? 난 딸을 낳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 온 것 같아.”



당진천은 단혼사의 호소를 간단히 흘려 넘기고 당소소에게 다가가 히끅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단혼사는 떠나갈 것 같은 이성을 부여잡으며 입가를 움찔거렸다.



‘진짜 미치겠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일어선 그녀는, 확실히 더 강해졌다는 생각 따위를 하면서 단혼사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저 애물단지인 딸에서, 눈물 몇 방울로 구주십이천을 구워삶는 정도의 영악함으로 변모한 당가의 문제아는 확실히 위험했다.



‘누가 같은 핏줄 아니랄까봐, 정말로 지독한 부녀야.’

“이제, 괜찮아요….”

“그래, 우리딸. 많이 억울했지? 청 이놈을 당장 불러서 다리몽둥이를 분질러줄까?”

“…그건 괜찮은  같기도 하고.”


“…허어.”

부녀의 문답에 단혼사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저 난폭하기만 하던 당가의 아가씨는, 영악한 독화 당소소가 된  했다. 당가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편린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단혼사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

당소소는 가주실의 미닫이문을 닫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요상하게 잘 풀렸다. 당소소는 아직도 떨림이 있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독봉당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미닫이문 소리. 그녀의 뒤로, 단혼사가 섰다.

“소소.”


“네, 단혼사님. 하실 말씀이라도?”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지금의 형국에 당가의 분열은 좋지 않다. 네 우울한 기분에 기대, 가주를 충동질 할 만큼 상황은 좋지 않단 말이다.”

“…….”

당소소는 단혼사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그의 말이 백배 맞다. 정파의 세 세력은 백중세.  상황에서 당소소가 보였던 행동들은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는 발언과 거기에 눈물로 자신의 아버지를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태도였다. 그녀는 어떤 식으로 봐도 자신은 당가의 해가되는 존재였다.

당소소는 단혼사와 시선을 마주한다. 감정이 없는 그의 두 동공에, 당소소는 몸을 흠칫했다. 단혼사는 그런 당소소의 시선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번복하거라.”

“…안, 안돼요.”

“그럼,  더 구체적인 이유를 대거라. 청이  팔아넘기려고 하기에, 선수를 친다는 그 말은 이치에 맞지 않아. 그들이 너의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하는 것이냐?”

“저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요.”


당소소는 그렇게 답하며 침을 삼켰다. 자신을 꿰뚫어 보려는 단혼사의 시선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하지만 두 걸음 뒤의 폭풍을 무사히 지나치기 위해선 단혼사를 설득해야만 했다. 그는 같이 가야할 조력자였지, 적이 아니니까.




“세 세력은 기적적으로 균형이 맞고 있다는 것과, 내분이 일어난다면 곧바로 그 둘에게 많은 것을 빼앗길 것이라는 걸요. 사천쌍괴라고는 불린다지만, 그들은 각 문파의 주력들이 몸을 일으키기만 한다면 흩어질 자들이겠죠.”


“이해한다면, 대체 왜?”

“그것이 사실이니까요. 저도 제가 말도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확고한 후계에, 굳이 거슬러서 좋을 게 없는 구주십이천의 한 자릴 차지하는 아…, 빠까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라버닌  팔아치울 생각이 분명해요.”

단혼사는 그녀가 정확하게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는 데에서 꽤나 놀랐다. 칠혼독을 먹기 전 그녀는 가문의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인물이었으니. 하지만 그것은 그것일 뿐. 가문을 어지럽히는 일은 그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생각을 더욱 파헤치고 싶었다.

“그럼, 청이 널 그렇게 욕보려는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자. 넌 그럼 당장  둘에게 가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정말로 그 둘과 결혼을 할 생각인가?”


“…아뇨, 전…. 그저 당가의 애물단지 아가씨로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그렇다면 평소처럼 가주께서 허락하는 만큼 자유롭게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 설사, 청이 널 정말로 그들에게 혼인을 보낸다고 해도 걱정 말거라.  아버지도 있을 것이고, 나 또한 널 지켜주마. 이 말로는 부족하나?”

“말씀, 정말 감사해요. 단혼사님. 하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정말로 도와주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제 계획을 말씀드릴게요.”

당소소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살폈다. 단혼사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당소소는 소리를 죽여 말했다.




“그들을 당가의 무인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에요.”

“무슨 소리….”

“아미파와 청성파는 각각 불문[佛門]과 도문[道門]. 그들을 소탕하면 소탕했지, 끌어들일 순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속가 중에서도 암기와 독을 가슴에 품은 이질적인 가문이에요. 그들이 매력을 느낄 이유는 충분해요.”

“…그래서, 당청보다 먼저 네 결혼을 내밀어 그들을 끌고 오겠다? 그들이 응하긴 할 테고?  놈들은 사파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네가 두려움에 떨만한 범죄들은 장난처럼 벌이고 다니는 자들이야. 설득을 성공하더라도 두 정파를 격분시키는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해.”

당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김수환의 지식을 끌어왔다. 사천쌍괴는 아직, 돌아올 수 있는 지점에 있을 것이다. 아미, 청성, 당문의 백중세가 맞추어  것도 꽤나 오래. 사파들은  셋의 눈치를 보며 음지로 숨어들었다. 잔혈객이 그런 보수적인 사파들을 통합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기가 걸렸다. 그가 당명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 이후에도 채 끝내지 못했으니까.

거기에, 소설 속에서의 당청은 꽤나 합리적인 인물이었다. 통제하지 못할 살인귀였다면, 제 아무리 사파의 세력을 흡수한다고 할지라도 당소소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손 안에서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기에 지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었다.

“할 수 있어요. 아직은. 그리고,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만….”




당소소는 슬쩍 눈을 내리깔며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단혼사에게 물었다.

“단혼사님은,  치시나요?”

“뭐?”

“…그, 무공이 어느 정도로 고강하신지요.”



당소소는 자신의 입을 막고, 재빨리 얼버무렸다. 단혼사가 잠시 노려봤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당소소의 물음에 답했다.



“적어도  사천성 안에서 내 적수는 네 아버지밖에 없을 거다.”


“사천쌍괴를 상대로는 어떠신지?”


“…….”

당소소의 물음에, 단혼사가 손가락 두 개를 들어올렸다. 당소소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두 명 한 번에 상대 가능하다는 건가요?”

“두 수 안에 죽일 수 있다. 잔혈객 한 수, 독두낭인 한 수.”

단혼사는 짜증 섞인 대답을 하며 혀를 찼다. 당소소는 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단혼사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과연, 가주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당가의 아가씨였다. 그 웃음은 꽤나 파괴적이었다. 당소소는 그런 단혼사의 소매를 살짝 잡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절 도와주실  있나요?”

“…가주께서 내리신 명령이니.”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해요.”




단혼사는 어쩐지 당진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헤실거리는 그녀의 웃음에서 시선을 피하며 그녀의 말을 긍정했다. 단혼사의 소매에서 손가락을 뗀 당소소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옮겼다.

“뒤졌어, 씹새끼들.”




당소소는 꺄륵거리며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단혼사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썹을 움찔거렸다.


“…씹새끼들?”



그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라 믿으며 고개를 저었다. 단혼사는 피로감에 들린 환청이겠거니 하며 다시 가주실의 문을 열었다. 주군이 끔찍하게 아끼는 딸아이의 혼사에 관한 논의는, 밤을 새더라도 부족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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