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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사장[四章], 여명도래[黎明到來] 2 (18/130)



〈 18화 〉사장[四章], 여명도래[黎明到來] 2

검은 빛의 호우가 멎고, 시야가 걷힌다. 무너져 내린 가주실, 계단이라고도 부를  없을 정도로 망가진 돌계단.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동상, 짓밟힌 화단. 그리고, 전신에 암기가 박혀 바닥을 뒹굴고 있는 시체들.

만물이 침묵하고 있는 그 배경에서, 홀로 선 사내가 움직인다. 당진천은 사지에 비수가 박혀 부들거리는 당청을 내려다봤다. 피를 게워내던 그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당진천과 눈을 마주친다.




“커헉!”

“소소는 어디 있느냐.”

“이게, 아니었는데. 계획은 이게…!”

“말했잖느냐. 차라리 소소를 인질로 삼고, 나에게 죽음을 강요했다면 죽어줄 수도 있었다고.”

당진천은 당청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그제야, 자신이 잊었던 나머지 다섯이 무엇인지 깨달을  있었다.


“끝까지, 쓸모없는…, 년…!”


당청은 피를 게워내며 당소소를 원망했다. 바뀐 당소소의 성격. 그것이, 자신에게 조급함을 불렀다. 그녀는 병상에서 일어난 이후로부터, 항상 자신보다 한  먼저 움직였다.

학자를 충동질해 행동을 제한했다. 당소소의 가증스런 애교에, 아버지의 애정은 한층  커졌다. 사천쌍괴는 단혼사에게 쉽게 제압당했다. 시비들을 통한 괴롭힘 또한 하연이라는 계집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며 완화시켰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당소소가 당청보다 뛰어났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멍청하던 당소소가, 바로 당청이 놓친 다섯 가지였다. 당진천의 말대로 자신이 당소소의 목숨을 쥐고 있었다면, 모든 결과가 반대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아….”


당청은 회한의 한숨을 쉬며 옆을 돌아본다. 당혁이 독기가 가득한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몸을 떨고 있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치명상은 아니었다. 독강시들을 불러와 자신의 몸을 막은 까닭도 있을 것이고, 목숨을 붙여 놓고 제독전과 소소에게 투여한 칠혼독에 관한 이야기를 추궁하기 위함이기도 하리라.

“…허무하군.”

끝났다. 당청이 계획했던 모든 것이 만천화우  번에 홍수에 휩쓸리듯 모조리 쓸려나갔다. 사파를 통일시켜 당가로 흡수하고, 아미파와 청성을 제압해 사천성의 맹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은 이젠 더 이상 없는 것이었다.

“아버지.”

“…….”


“제가 틀렸습니까?”


“그래.”



당청은  말에 입술을 떨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의 어머니는 당가의 폐쇄적인 가풍이 답답하고 하셨다. 당가의 주인이 되어 모든 것을 바꿔보라고 하셨다. 당진천의 가르침은 잘못된 것이라며, 자신을 품 안에 안고 그리 말하고 다녔다. 자신을 등지고 떠나던 그 순간까지도, 당가가 더 발전해야 자신이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틀렸다고 했습니다….”

“…네 어미는 당가에 애정이 없었다. 그 여자는 오로지 당가의 비밀을 훔쳐 밖으로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너에게 날 죽이라고 가르쳤던 것도 아마 후환을 없애고 싶었던 것일 테지.”

“…….”

당청은 긴 한숨을 쉬었다. 자신은 어머니가 떠난 이유가 당가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약했기에 모멸을 받는 것이고, 약했기에 감시를 받는 것이었다고. 그 생각은  사상이 되었다. 하지만, 당진천은 그것을 무공으로 부정했다. 당가가 어떤 가문인지, 당청의 몸에 새겨주었다.

“모멸은, 패자의 것…, 감시는, 약자의 것…. 이라는 건가?”


“이제 소소가 어디 있는지 말해주거라.”


“큭, 큭! 그리 좋으십니까?”




당청은 몸을 들썩이며 팔불출인 자신의 아버지를 비웃었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성도 외곽, 흑불사[黑佛寺].”

“알겠다. 이제 그만 쉬어라.  건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자꾸나.”

“…아버지. 당가의 가풍이 무엇입니까?”

당청은 그리 물어왔다. 당진천은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듯, 고개를 돌려 당청을 바라봤다. 당청은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거친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의 이야기는 최악의 형태로 끝날 것이다. 어중간한 무공으로 독천에게 덤벼 어처구니없이 제압된 어수룩한 아들로. 당청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무르십니다, 아버지.’



그럴 순 없었다. 자신은 완성되어야했다. 어수룩한 아들이 아니라, 완벽한 찬탈자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당청에게는 사건을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 방도가 있었다. 당청은 찢겨진 혈맥을 긁어대며 내공을 끌어 모았다.

“제가 틀렸다고 하면, 완벽하게 틀려야겠습니다. 그게  독심이니까.”

“무슨 소릴….”

“미적지근한 실패를, 완결된 실패로 만든다는 것이지요. 그럼, 평안하시길…. 아버지.”


으득!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당청의 숨이 멈췄다. 검붉은 피가 상처를 뚫고 솟아올랐다. 지독한 향기가 장원을 가득 메워갔다.  향을 따라, 당가의 곳곳을 유린하고 다니던 독강시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진천은 굳은 표정으로 당청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돌아봤다.


“끝까지, 똑 부러지는 놈이군.”




당진천은 지친 기색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모두를 침묵시킨 암기들이, 다시 몸을 떨어댔다.



*


초췌한 얼굴과 거뭇한 눈 밑. 푸석한 머리칼은 마치 그녀의 마음 속 같았다. 당소소의 몸은 잔뜩 풀이 죽어 축 늘어져 있다. 그녀의 정신 또한,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  정도로 마모되어 있었다. 어두운 방 안, 오로지 보이는 것이라곤 그녀의 눈앞에 켜져 있는 촛불하나 뿐.

“씨, 팔….”

당소소는 쉰 목소리로 욕설을 토해냈다.  욕설을 들었는지, 촛불 너머로 사마문의 얼굴이 보인다. 사마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소소, 오늘은  새로운 얼굴이야. 음,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씨발이다, 씨발놈아.”

“후후….”


사마문은 그 말에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가볍게 입으로 바람을 불어 촛불을 꺼트린다. 며칠 동안 그랬듯, 힘겨운 숨결은 점점 격해지며 과거의 고통을 토해낸다.

“으읏, 으으…!”

그녀를 묶어놓은 의자가 들썩인다. 그녀의 고운 손목에 말라붙어있던 피딱지는, 밧줄에 쓸려 다시금 뜯겨져 나갔다. 그녀는 절규하며 외쳤다.



“독을,  몸에…, 넣지마…! 제발…!”


“…….”

“제발…. 으흑! 알았어…. 그들을 괴롭히지마…! 내가, 내가 할게. 내가 독을 먹으면 되잖아…!”



화악!


사마문은 손가락을 촛불의 심지로 가져다 댔다. 촛불은 밝아진다. 몸을 움켜쥐어 기억을 짜내던 어둠이 달아난다. 당소소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젖혔다.



“허, 허억!”

“주변이 어두워지면, 발작을 한다. 흥미로워. 쓰러지기 전엔 거만한 당가의 여식이었고. 지금은….”



사마문은 당소소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바라봤다. 고통, 슬픔, 회한, 분노, 부정. 수많은 감정이 요동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사마문의 눈가에 들어왔다. 그는 당장이라도 당소소의 옷을 찢어발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아직.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하지만, 사마문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뒤로 빼며 물러섰다. 그는 미식가였다. 그녀에게서 맛볼  있는 감정은, 지금까지 맛보았던 것들 보다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숙성되지 않은 식재료를 손상 시키는 것은, 자신의 신조에 어긋났다.

그는 당소소의 반대편에 앉아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사마문과 마주한다. 사마문은 빙긋 웃어주며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독을 넣지 말라, 그들을 괴롭히지 말라. 무슨 말이지? 난 알고 싶은데.”


“…몰라.”


“그래?”


사마문은 또 다시 쾌락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촛불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당소소의 어깨가 격하게 들썩인다. 당소소는 다급하게 말했다.


“씨, 발놈이…. 내가 알면, 말을 안했겠냐?”


“…하긴. 이 질문도 스무 번 정도 물어보았나. 그럼 궁금한 거 하나 더. 말투는 언제부터 그렇게 거칠었지?”

“그냥, 내 말투야. 파랭이 새끼야.”

“…파랭이?”


사마문은 당소소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촛불을 불었다. 당소소의 몸을, 다시 어둠이 쥐어짜기 시작했다.

“헉, 허억, 허억!”

“식사시간이야. 먹을  가져 올 테니, 반성하고 있어.”

“흐윽, 이…! 런….”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며 사마문이 사라졌다. 당소소의 입에서,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혁 오라버니, 왜…! 흐윽!”

그 말을 토해내고, 당소소는 번개라도 맞은   몸을 부르르 떨며 축 늘어졌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읍, 으윽!”


“무례한 년. 어딜 기절해 있으려고.”


요재의 목소리였다. 당소소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몰려오는 어둠에 저항했다. 기절했던 탓인지, 발작하던 당소소의 감정은 잠시 멎어있었다. 그 틈을 타 당소소는 김수환의 기억을 서둘러 훑었다.



‘마도공자를 막을 수 있는 정보는? 그가 어떻게 죽는지에 관한 건…. 지랄  것이 분명해. 그럼 주인공에 관한 것은? 그가 어디에서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지? 마교에 관한 것?’



당소소는, 숨을 멈추고 마지막에 훑었던 실마리를 부여잡았다. 마교에 관한 정보. 설사 그 정보로 마도공자가 더 빨리 역사에 등장하더라도, 우선  상황을 타개하고 봐야 했다. 쌍검무쌍의 기억을 훑던 그녀의 눈꺼풀 너머로 빛이 보였다. 당소소는 그 빛에 안도하며 눈을 떴다.

“밥 먹을 시간이야, 소소.”



다시 켜진 촛불 아래에 있는 것은, 더운 김을 내는 붉은 음식이었다. 사천음식 특유의 자극적인 향이 당소소의 코를 자극한다. 당소소가 코를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이자, 사마문은 눈을 빛내며 음식을 담은 그릇을 툭툭 두드렸다.



“먹고 싶어?”


“…….”

“이건 산니백육(蒜泥白肉). 오늘 갓 잡은 돼지고기를 삶아서 얆게 저며서 아래에 깔았어. 그 위로 신선한 야채들도 얇게 썰어 올리고, 두반장에 꿀과 붉은 고추를 넣고 볶아서 풍미를 더했지. 어때, 먹고 싶지 않아?”

당소소는 사마문의 말에 침을 삼켰다. 하지만 고개를 젓는다. 굶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김수환의 삶에서 꽤 익숙한 일이었다. 결국 굶어서 죽기까지 했으니까.

당소소는 음식을 요구하는 대신 메말라 피가 나는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이런 사소한 고통들은 개미처럼 조금씩 당소소의 정신을 긁어대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은 옷의 질감, 입술에서 느껴지는 고통. 가시지 않고 가슴을 찔러대는 공포, 쓸린 손목, 엉망진창이 된 시간감각들.


당소소는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았다. 감은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 눈물에, 뜨거웠던 머리는 차게 식어갔다.




‘내가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 울어? 내가?’

당소소는 입꼬리를 떨며 자신의 변화를 인지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당소소는 모르겠지만, 김수환은 고통에 익숙했다. 이런 것에 울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그녀의 정신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혐오감으로 얼룩졌다.

‘난 당소소지만, 김수환이야. 잊어선 안 돼. 잊어버리면, 난 사라질 거야. 이 감정은 거짓이야. 당소소의 것이라고. 김수환은 이렇게 느끼지 않아. 그녀를 연기하고, 그녀의 감정과 그녀의 기억을 느낀다고 해서 김수환까지 그렇게 느끼면 안 돼…!’




평소라면 차분하게 감정과 이성을 분리해가며 객관적인 태도로 자신을 살펴보았겠지만, 며칠간의 시달림으로 그녀의 정신은  기능을 할 수 없었다. 당소소는 자괴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그런 당소소를 지켜보던 사마문은, 젓가락을 들어 산니백육에 가져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매콤한 향이 퍼지며 아삭거리는 소리가 당소소의 귀를 찔러댔다. 당소소는 주린 배를 애써 무시하고  광경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사마문은 고기의 질감과, 야채의 식감을 천천히 음미한다. 혀를 굴리며, 매콤한 풍미를 즐겼다. 당소소의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붉히지도, 부끄러워 하지도 않았다. 그저 사마문을 노려볼 뿐. 그는 잔뜩 지쳐 보이는 당소소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음식을  너머로 넘긴다.



“소소는 참 신기하단 말이지.”

“…뭐가.”


“그렇게 다 비치는데도, 부끄럽지 않아?”

당소소는 그 말에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얇은 옷이 물에 젖어 속살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아니, 부끄럽지 않았다. 당소소는 고개를 저으며 붉어져가는 자신의 얼굴을 부정했다.



‘이 감정은, 거짓이야. 당소소의 감정이야. 내 감정이 아니야.’

감정과 이성을 구분할  없을 만큼 몽롱해진 정신. 하지만 당소소는 힘을 낸다. 그리고, 감정을 부정한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는 대신, 비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슬쩍 들이밀며 물었다.

“왜, 꼴리냐?”

“뭐, 솔직히 그렇지. 거짓말을  순 없잖아? 내가 뭘 위해서 널 여기로 납치했을 거라 생각해?”


“…그럼,  날 괴롭히기만 하는 거야. 빨리 따먹고 죽여 버리고 싶을 텐데? 그게 네 취미이자 특기잖아?”



당소소의 질문에, 사마문은 웃음을 띠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양손을 모으며 입가를 가리고 당소소를 내려다보았다.

“바로 그 점이  미치게 하는 거야, 소소. 마치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태도.  아직, 너에 대해서 다 알지 못했어.  타인과 있을 때는 적당한 여성의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감정적이고, 어찌 보면 살가운 태도를 해. 여기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그랬지.”




사마문은 그 말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소소에게 발걸음을 옮겨,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다.  손은 천천히 내려가 그녀의 가슴께에 이르렀다. 당소소는 그를 슬쩍 올려다보며, 한심하다는 눈길로 바라봤다. 그 눈빛에 사마문은 흥미롭다는 듯, 살짝 웃으며 손을 뗀다.




“하지만 이렇게 겉을 조금 긁어내면, 다른 태도를 보여줘. 평소의 너였다면, 보통의 여성처럼 얼굴을 붉히거나 몸을 움찔거렸을 거야. 하지만  달라. 봐, 가슴을 만져도 아무런 의식을 하고 있지 않잖아?”

“의식은 하고 있어. 한심한 새끼라는 생각이지만 말이야.”

“아가씨 같지 않은 거친 말투.  젖은 몸도 별 대수가 아니라는  행동해. 그런 것이.  흥분시켜. 좀 더 네 마음을 긁어서 안쪽을 보고 싶게 해. 그 안은 대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가?”

“…하긴, 또라이 집단에서 또라이 짓을 당하다 보면, 정신이 나갈 만하지. 마랑대, 였나?”

당소소는 자신도 모르게 사마문을 비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젠 익숙하져버린 침묵에, 당소소는 긴장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사마문이 촛불을  것만 같았기에. 공포가 자신의 마음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기에.

하지만, 생각했던 것은 찾아오지 않았다. 당소소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분노로 일그러진 사마문의 얼굴이 맺혔다.


“네 년, 그 헛소리는 어디서…? 넌, 무엇을 알고 있는 거지?”


“뭐야…?”

“말해라. 말하지 않으면, 당장 네 사지를 찢고 겁간을 해버릴 거야. 어서 말해!”


사마문이 당소소의 멱살을 쥐고 들어올렸다. 아릿한 고통이 그녀의 가슴을 짓누른다, 고통에 허덕이던 당소소는 사마문의 얼굴을 가슴에 새겼다. 며칠 동안 흥분, 희열, 가학이외에는 어떤 감정을 보이지 않던 그가 보이는 격렬한 분노.


당소소는 고통에 신음하며,  분노에 미소를 던졌다.

“이 빌어먹을 년이, 어서 말하라고!”

“소, 소교주님?”




사마문은 당소소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요재의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당소소의 목에 겨누었다. 그 상황에도 당소소는, 실없는 웃음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찾았다.’

발작하는 것이 재밌어 보인다며  수 없이 꺼지던 촛불. 어둡고 좁은 방 안에서 토해낸 수백마디의 절규. 요재가 시도한 수십 번의 자잘한 고문들과, 남자의 정신으로는 역겹게만 느껴졌었던 색욕어린 사마문의 시선.


‘이제, 내 차례야.’




그 모든 것을 견디고, 당소소는 드디어 마도공자의 역린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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