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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칠장[七章], 징악징선[懲惡懲善] 5 (46/130)



〈 46화 〉칠장[七章], 징악징선[懲惡懲善] 5

당진천의 걸음이 멈췄다. 청검각 객실의  앞이었다. 드문드문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문 앞에서 당진천을 바라보는 청랑검문의 제자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한다.




“다, 당가의 가주님을 뵙니다.”


“괜찮네.”


당진천은 손짓으로 그의 포권을 받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본다. 청랑검문의 제자는 침을 삼킨 뒤, 당진천에게 의향을 물었다.




“안으로 안내해드릴까요?”



그의 말에 당진천은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문틈으로, 객실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래서, 청랑검문은 어떻게  생각인가?”


“면목이 없습니다. 다 제 불찰이지요.”

“정휘 이 사람아, 무작정 사과만 한다고  문제가 아니네. 책임을 져야 할 게 아닌가? 결국, 흑림총련이 습격한 것도 자네의 불찰 때문에 아닌가?”

“…….”


“쯧쯧, 최근에 검술로 이름을 날린다고 기고만장하며 교류회를 준비하더니, 이런 변고가 터질 줄 내 알고 있었네.”


들려오는 대화에 집중하던 당진천은 낯선 인기척을 느꼈다. 아래를 바라보던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푸른색의 눈동자를 하고, 도복을 입고 있는 도사 한 명이 그의 옆에  있었다.

“독천 선배를 뵙니다.”

“화검공자라고 했나. 딸에게 이야기는 종종 듣곤 한다네.”


“영광입니다. 소소에게도 감사를 전해야 하겠네요.”

“영광은 무슨. 자네의 이름이 원체 유명한 탓이지.”


“하핫! 이거 참, 민망합니다. 썩 좋지만은 않은 별호인지라.”



평범하게 오가는 대화. 사마문은 고개를 슬쩍 돌려, 청랑검문의 제자를 바라봤다. 그는 사마문이 던지는 무언의 압박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당진천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헌데, 회의장에 온 연유가 무엇인가? 안에는 이미 자네의 사부인 우엽진인이 자리하고 있을 텐데.”

“아부를 좀 떨까 하는 알량한 마음에서 한번 와봤습니다.”

사마문은 고개를 들어 당진천을 바라봤다. 서로 간의 시선에선 알  없는 적의가 끓어오르고 있는 듯했다. 먼저 시선을 돌린 것은 당진천이었다. 당진천은 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에게 아부를?”

“예.  모자라 보여도 지금은  사문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뭐, 적당히 두드려 주십사 하는 것이지요. 주제를 모르는 자들을 혼내러 가시는 길이시잖습니까.”



당진천의 눈이 깜빡인다. 사마문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생각에, 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학귀에게 공격당해 죽었다는 것으로 운류의 역할을 끝내려고 했지만…. 설마, 화검공자가 마교의 소천마라는 것을 폭로하지 않았을 줄이야. 당소소, 대범하고 영악해. 포상이라도 내려야겠어.’



사마문은 당소소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키득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물론 아무런 대가 없이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운령에게 들었던 소소의 활약…. 제가 좀 더 쉽게 퍼뜨려드리겠습니다. 나름의 정보망은 갖추고 있어서, 어렵지 않을 겁니다.”

당진천은 그의 입에 당소소란 이름이 담기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슬쩍 웃어준다. 사마문은 자신의 계획이 성사했다는 생각에, 미소로 답했다. 그러자 당진천의 입이 열린다.


“자네 도명이 운류라고 했었나?”

“예, 가주님.”

“그래. 잘 듣게, 운류.”

미소는 지워지고, 무심한 눈길이 그에게 쏘아졌다. 온몸이 꿰뚫리는 듯한, 차디찬 시선이었다.



“그 아가리로 딸의 이름을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예?”


거칠게 뱉어진 당진천의 말.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사마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가 여자를 후리고, 술을 마시고, 심지어 소소와 어울린다고 해도 난 별말을  생각이 없네.”

“그럼…!”

“그런데 소소에 관한 걸 거래의 대상으로 내민다는 행동….”



당진천은 사마문의 말을 자른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고개를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한 번만 더 그런 짓거리를 한다면, 사천당가가 어떤 것으로 유명해졌는지 알게 해주겠네.”


“…….”

사마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당진천의 눈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왜, 궁금한가?”


“…하핫.”


“딴에는 제 머리가 뛰어난  알고 실력을 숨기니 뭐니 하며 설치는 와중인 것 같은데.”

당진천은 고개를 거두고 웃었다. 그리고 그의 옷깃을 매만져주며 말했다.



“그런 짓도 적당히 하게, 적당히. 서로 피곤해지지 말자고. 피차 할 일이 많지 않나?”

“…예. 제가 잠시 실언을 했군요.”

“알아들었다니 다행이네.”



당진천은 사마문의 대답을 듣자, 옷깃에서 손을 떼고 그의 가슴을 툭툭 쳤다. 사마문의 얼굴은 더이상 요동치지 않았다. 당진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객실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문이 닫히고, 사마문은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독천 당진천….”



사마문은 웃음을 지우고 잘게 떨리는 자신의 팔을 부여잡았다. 그는 사마문의 실력을 적나라하게 꿰뚫고 있었다.

지금은 그에게 닿을 수 없다는 감각이, 살심을 움켜잡는다. 짙은 패배감이 그의 등골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원탁에 앉아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당진천에게 쏠린다. 당진천은 웃으며 그들에게 목례를 했다.


“계속하셔도 됩니다.”



당진천은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았다.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는 그를 보며, 다른 이들도 가볍게 눈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다시 열을 올려, 하던 일을 이어간다.



“정휘,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아요.”




무검신니의 꾸짖음. 정휘는 그녀의 말에 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당진천은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의 눈앞에는 사건의 개요가 적혀있는 두루마리 하나가 놓여있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나? 어찌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웃을 수 있나! 쯧쯧, 이래서 갑작스레 이름을 날린 자들이란…!”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사과하는 정휘. 당진천은 큰소리를 질러대는 자의 얼굴을 바라본다. 묵가장주, 묵준이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당진천은 두루마리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비록 사파가 녹림과 힘을 합쳐 전력을 쏟아낸 결과라지만, 이런 위험이 다신 없을 거라는 확신이 없네.”


“…예. 제가 좀 더 경계를 해야 했었는데, 부주의했습니다.”

“반성만으론 끝나지 않을 일이네. 요는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대책을 세우자는 게지.”

점잖은 목소리로 의견을 개진하는 자는, 운령과 사마문의 사부인 우엽진인이었다. 우엽진인과 무검신니가 운을 떼자, 두 문파의 허락이 떨어졌다고 생각한 군소방파의 가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정휘를 물어뜯었다.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셈인지?”


“난  같은 제자를 잃었네!”




당진천은 시끌벅적한 주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루마리의 내용을 읽었다.

-사천교류회 습격 보고서.

-흑림총련이라 불리는 사파와 산적의 집단. 절정고수급의 천괴와 학귀가 습격해옴. 원인은 대비의 소홀로 보임. 천괴와 학귀는 아미파의 백서희와 청성파의 운령이 막아선 것으로 보임.


-당가의 당소소가 무형지독으로 난동을 부렸던 사실이 확인. 추후, 무형지독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명.

-백능상단, 사망 십삼 명, 부상 이십 명. 청성파, 사망 일 명, 부상 십일 명….


당진천은 두루마리를 쭉 밀어 내용을 끝까지 확인했다. 그 뒤론 단순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에 관한 기록의 나열이었다.

그 보고서엔, 묵가장이 저질렀던 결례와 당소소가 습격 당시 했었던 행동에 관한 것이 누락되어있었다. 당웅과 진명이 보고했었던 당가의 활약상 또한 누락되어 있었다.


오직, 묵가장의 결례로 인해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내민 딸의 빈 죽통만이 기록되어 있었을 뿐.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가짜 무형지독이라는 보고도 곁들여놓았다. 당진천은 두루마리를 놓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하.”


당가를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행동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선의를 가지고 했던 행동들이, 악의로 돌아온다. 주변에서 핏줄을 세워가며 정휘를 힐난하는 자들은, 당진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당진천은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당가의 명예를 위해 일했다. 사천성의 정파를 위해 일했다. 나아가, 독과 암기에 신음하는 무고한 이들을 위해 무림맹에 호출되어 자문위원을 도맡았다. 그런 행동들이 가져온 결과가 이것이었다.


당가의 내부는 엉망진창이었고, 다른 이들은 온화한 당가를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아픈 손가락인 당소소까지 건드렸다.

악인을 벌하고 자신을 희생한 당진천에게, 사람들은 징벌을 내린 것이었다.

당진천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그 입을 좀, 닫아줬으면 좋겠는데.”

당진천의 추상같은 말이 독연처럼 번져나갔다. 그가 말에 담은 살기에 중독된 좌중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침묵을 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당진천은 두루마리를 들어 그들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승냥이 울음소리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글이 안 읽히잖나.”

“승냥이…? 당가주,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말. 당진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말의 근원지를 쫒는다. 당진천의 시선이 꽂히자, 몸을 움찔거리는 중년의 사내. 당진천은 두루마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구룡현의 구룡문주.”


“예, 예! 그렇소. 어찌 같은 정파의 무인을 승냥이라고 할  있단 말이오!”

당진천의 말에 구룡문주가 어깨에 힘을 주며 대꾸를 한다. 당진천은 턱을 쓰다듬던 손을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언제부터 자네가,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할 수 있었지.”

“…….”

“배분을 따져도 한참 아래. 세력을 따져도 아래. 그리고….”

쾅!



당진천이 원탁을 내리쳤다. 그 여파에, 좌중의 모든 이가 몸을 움찔거렸다. 그리고 구룡문주의 어깨가 내려가며 눈에 공포가 어렸다.



“일신의 무력도, 까마득히 아래잖나.”


구룡문주의 시선이 사선으로 떨어진다. 당진천은 그런 구룡문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일신의 무력과 가진바 세력이 약해 산적에게서 구룡현의 기반시설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었지 않나? 그래서 당가의 흑풍대를 파견해 구룡현의 산적들을 소탕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물러서 줬지. 자넨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 양 굴었고.”


“죄, 죄송….”

“그땐 앞에서 알량한 웃음을 지으며 당가를 칭송하던 자가 묵가장의 이름 아래에 뭉쳤다고 나에게 으르렁거린다라…. 그게 승냥이가 아니라면, 어떤 자를 승냥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내 궁금하니, 좀 알려주시게.”


“당가주님, 많이 흥분하셨습니다. 조금 진정하시고….”


당진천의 노기어린 물음에 웃는 얼굴을 들이미는 한 사내. 당진천은 삐딱하게 꺾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자넨 금천문주로군.”

“예, 금천문주 강죽입니다. 이렇게 서로 얼굴을 붉히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잖습니까? 사후대책을 위해서….”


“나조차 제압하기 힘들었던 천괴와 학귀를 맞이해, 최소한의 피해로 방어를 성공한 정휘를 물어뜯는 것이 사후대책이었나?”


“…….”


당진천의 말에 금천문주는 웃음을 잃고 그저 시선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좌중은 침묵했다.  침묵을, 무검신니가 깨뜨렸다.




“천괴와 학귀는 청성파의 운령과 제 제자인 철혜검봉 백서희가 막아설  있었어요. 그들이 명성만큼 강한  아닐 수도 있지요. 아니면….”

무검신니는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당진천은 그녀의 웃음을 바라봤다. 당신의 무력이 약한  아니냐는 도발. 당진천은 혀로 볼 안쪽을 훑으며 울컥 치미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웃었다.



“하, 하핫!”

“물론, 어디까지나 혹시나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우선 회의를 하고….”

“무검신니.”



당진천은 무검신니를 부르며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그리고, 느긋한 말투로 물었다.



“내가 이곳의 모든 이들을 제압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당가주! 그게 무슨 망발인가요!”



화를 내는 무검신니. 당진천은 그녀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멈췄다. 분위기가 차게 식는다. 당진천의 말은 찬바람이 되어 머릿속을 에었다.


“한 수.”


“…….”

“구주십이천의 이름이란 그런 것이야. 그러면 다시. 자네가 천괴와 학귀와 싸우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 같나?”


비웃음을 머금은 당진천의 말. 무검신니는 입술을 떼 자신이 이길 수 있노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독천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고집불통인 성정조차 억누를 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당소소가, 그녀의 호위가, 당가의 흑풍대가 이 혼란을 정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그렇게 아니꼬운가?”


“하지만, 그녀는 무공이라곤 전혀 모르는 아이잖소.”




묵준이었다. 그의 정체를 확인한 당진천의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당장이라도 그가 열고 있는 입구멍에, 비수를 박아 넣고 싶은 충동이 울컥 솟아올랐다. 당진천은 겨우 분을 억눌렀다. 하지만 채 누르지 못한 분이, 큰 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다.



“그래서 무공을 모르는 아이한테, 묵전은 청랑검문의 건물 안에서 칼을 뽑았나? 그러면서 정휘에겐 윽박지르며 책임을 회피하고?”

“그건, 다른 문제이지 않소. 게다가 그녀는 무형지독을 들고 좌중을 위협하던….”


“그건 가짜라고 보고서에 적혀져 있지 않나.  딸이 세운 공을 어떻게든 축소하기 위해서,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서 만든  보고서에.”

묵준은 입을 다물었다. 당진천은 그 모습에 더더욱 역겨움을 느꼈다.

“내가 가주가 아니거나, 이곳이 사천교류회가 아니거나….   하나의 조건만 충족됐어도, 자네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비루한 목을 비틀어줬을걸세.”


“말이 너무 심하신….”

“심하다…. 무공을 모르는 아이한테, 칼을 휘두르는 행동은? 그것도 모자라, 무공을 모르는 아이한테 구출된 것은? 그리고 그 사실이 부끄러워, 무공을 모르는 아이가 목숨을 걸고 했던 일들을 묻어버리고자 하는 것은?”

“…….”

“그건, 자네의 생각엔 심한 행동이 아니었나 보군.”




묵준은 또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침묵하자, 묵가장과 의견을 동조하며 당소소를 힐난하던 군소방파의 문주들이 침묵했다. 그들에 대한 불쾌감에, 당진천의 볼살이 움찔거린다. 당진천은 그들을 둘러보며 질문을 던졌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무공을 모르는 아이의 공을 뺏으려 드는 그 모습들이, 정녕 자랑스러운가? 순수하게 인명을 구하고자 한 운령과 백서희의 의도와 행동을 더럽혀가면서?”


그의 말에 아무도 대꾸할 수 없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당진천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같잖은 군소방파  군데를 거뒀다고 거들먹거리지 말게, 묵준. 아미파와 청성파가 당가를 견제하고 싶다는 소망 덕에 힘을 좀 얻으니, 정녕 당가와 같은 곳에 섰다고 생각되나?”


“…아닙니다.”

“그 주둥아리, 간수를 잘하는 게 좋을 거야. 음식 대신 다른 것을 먹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으니. 가령, 비수라던지.”



당진천의 으름장에 좌중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오므렸다. 당진천은 조용해진 그들을 훑어보며 두루마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무덤덤한 어투로 물음을 던졌다.

“자네들이 당가를 무시해도, 우리가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나?”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당진천은 두루마리를 내려치며  답을 말해주었다.



“약자를 괴롭힐 순 없으니까. 어수선한 사천의 정세를 더욱 조화롭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 그것을 위해서 우린 속을 훤히 드러내 우리의 비밀까지 모두 다 알려줬네.”

두루마리는 반으로 부러져있었다. 당진천은 그 두루마리를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그런데 그 선의를, 자네들은 악의로 갚았어. 당가의 호의를 갉아먹고 자신들의 세력을 불렀고, 조화와 평화를 위해 내밀었던 우리의 비밀은 아미파와 청성파의 공적이 되어 무림맹에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었지. 물론, 돌려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당진천은 묵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어도, 악의로 돌려주지는 말았어야지.”

묵준은 그 시선을 피해서 부러진 두루마리를 내려다 봤다. 그가 주도한 보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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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독심[一片毒心] - 칠장[七章], 징악징선[懲惡懲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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