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팔장[八章], 적의환향[赤衣還鄕] 1
비단옷은 피로 물들었다.
적의 피인지, 나의 피인지 구분할 수 없는 붉은 색.
그 옷을 걸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
“적어도, 악의로 돌려주지는 말았어야지.”
당진천의 씁쓸한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침묵이 계속되자, 당진천은 굳은 표정의 정휘를 바라보며 말했다.
“회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군, 정휘. 승냥이들이 아무 말도 하질 않는 중이니.”
“뜻대로 하시지요, 당가주님.”
정휘의 허가를 받은 당진천은 고심을 하는 듯, 시선을 위로 올린다. 하연의 보고가 그의 귓가를 스친다.
‘군소방파의 지도자, 대표자들이 아가씨에 대해 험담을 했었죠. 아마, 아가씨 혼자 들어간 대강당에서도….’
“먼저 지방의 작은 문파들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해보지. 그동안, 당가의 제독전과 그 휘하의 제약당[製藥堂]에 꽤 신세들을 많이 졌을 거야.”
“……!”
당진천의 말에 군소방파들이 술렁거린다. 사천성은 큰 땅이었고, 그만큼 많은 의원[醫院]이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뛰어난 의원을 뽑으라면, 역시 당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제약당이었다.
가주의 인계를 받은 당가의 방계들은 성도의 주변에 제약당의 분파를 운영했다. 당가의 자랑인, 독과 암기. 이는 결국, 질 좋은 의료기구와 약재로 치환될 수 있었다. 매력을 느끼는 명의들이 제약당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제약당은 사천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의원으로 거듭났다.
당진천은 가주직에 오르자, 그들을 성도의 중심이 아닌 사천의 오지와 험로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이젠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려 하고 있었다.
“현[縣]마다 위치했던 당가의 분파를 다시 성도로 이동시키겠네.”
“그동안 우리가 낸 돈은 어찌합니까? 이건 부당하오!”
당진천은 그 말을 뱉은 젊은 사내를 바라본다. 당진천은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팔걸이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그런 푼돈을 받자고 우리가 인력과 금전을 써가며 각 현마다 당문의 분파를 세운 줄 아나, 상가장주?”
“푸, 푼돈이라니….”
“자네의 그 옹졸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말게, 상가장주. 각 현으로 이동시킨 분파는 항상 적자였네. 그 푼돈들을 받아가며, 우리는 사천성 내에서 가장 뛰어난 의술을 베풀고 있었어. 거기에, 분파가 자리하니 그곳에 배치되는 흑풍대의 무력도 함께 베푼 셈이지.”
당진천은 턱을 괴며 상가장주의 같잖은 반론을 짓밟았다. 오지나 다름없는 성도 이외의 현에 방계의 식구들을 보내고 분파를 세우는 것은, 당가의 입장에서 크나큰 부담을 지는 행동이었다.
표면상의 이유는 각 오지로 당가의 식구들을 보내 독의 재료와 질 좋은 광맥을 찾는 것. 그리고 실제적인 이유는 민심과 명예를 챙겨 사천성의 화합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당진천은 그렇게 얻은 민심과 명예로, 무림맹에게 확고한 정파라는 당가에 대한 신뢰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얻는 이익에 비해 금전적인 부담과 인력적인 부담은 상당했다. 독물을 발견했다고 곧바로 금전으로 치환되는 것도 아니었다. 광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으며, 민심과 명예는 눈에 보이는 금전으로 환전되지 않는다.
거기에 성도의 주변에 두고 그들이 본가에게 위협이 될 만큼 세력을 키우는지, 당가에게 반기를 드는지에 관한 감시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청에게 동조해 은연중 독강시의 제조를 도와주던 장로들은 대부분 분파로 흩어진 자들이었으니….’
“하지만 이제 묵가장의 든든한 보호를 받는 것 같으니, 당가의 분파는 안심하고 물러설 수 있겠군. 고맙네, 묵준.”
“그런…!”
군소방파를 이끄는 문주들이 웅성거린다. 그중에서도, 성도와 멀리 떨어진 자들이 얼굴을 붉히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성도의 근처에 있는 문파들은 별 타격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오지에 있는 문파들에겐 당가의 철수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제약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어느 지역은 당가의 분파 덕에 제대로 된 마을이 형성된 곳도 있었다.
‘당연히 거친 반발이 튀어나올 테지.’
당진천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렇기에 당진천은 은근슬쩍 묵준을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원인을 제공한 것이 당가의 역정이 아닌, 묵가장에 줄을 댄 자신들이 된다. 그리고 그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분노는, 이 상황을 막지 못한 묵가장으로 향하게 된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묵가장주!”
“큰일이야. 당장 당문이 철수한다면 마을은…!”
“…….”
대책을 세워보라며 묵준을 붙잡고 채근하는 문주들. 묵준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당진천을 노려볼 뿐.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묵전도 당진천이 분파를 세운 이유는 알고 있었다. 사천당가가 정파의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은, 독무후의 등장부터. 그 전까지의 사천당가는 정사의 중간에서 독과 암기를 쥐고, 공포를 휘둘렀었다.
독무후의 등장 이후, 당가는 무림맹에 들어가며 자신이 정파의 일원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독과 암기로 어둠을 누볐던 과거는 쉬이 지울 수 없는 것. 그렇기에 독무후의 제자인 당진천이 가주가 된 이후,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온 것이다.
그중 하나가, 사천성 오지에 분파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묵전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무림맹에서 무언가 확답을 받았나? 이렇게 쉽게 분파를 물릴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묵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 서 있던 애꾸눈의 노인에게 눈치를 준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진천의 앞으로 나섰다.
“가주께선, 당가의 어둠이 그렇게 가벼우셨나 보구려.”
애꾸눈의 노인이 분한 듯, 입을 열었다. 당진천은 그 노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장문인. 한현파에 관한 것은, 독무후께서 당가에 계실 적부터 계속 사과를 드린 내용이외다.”
“난 아직도 독에 중독되어 울부짖던 아이들이 잊히질 않는다네. 당가를 원망하며 죽어가던, 그 아이들을….”
“감정에 호소하지 마십쇼. 한현파 장문인 한직. 그 사건은 엄연히 따지면, 서로 간의 다툼에서 시작 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놈!”
한직은 단호한 당진천의 말에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당진천은 그런 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늙은 그는, 내세울 것이 많지 않았다. 몸에 깃든 무예는 쇠퇴했고 당가와의 세력싸움으로 세력마저 잃었다. 묵준은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묵가장은 당가의 어둠을 상기시킬 사람이 필요했고, 한직은 늙음과 비참함을 내세울 기회를 주저하지 않았다.
‘불쌍한 사내….’
당진천은 한직에 대해 연민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연민을 잘라내며 눈을 떴다.
이전까지는 참아야 했다. 하지만, 당진천은 더 이상 참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명예를 위해 했던 행동들은 이미 무림맹을 감동시켰고, 이젠 맹에서 독과 암기에 관해서 자문을 맡아달라는 정도까지 신뢰를 얻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한현파의 제자가 당가의 혈족을 습격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걸…. 굳이 제 입으로 말해야 합니까?”
“독을, 독을 사용해서…!”
“한현파도 검을 사용해서 당가의 일원을 살해했습니다. 당가에게 독은, 그 어떤 날카로운 칼보다 더 조심히 다루는 검입니다. 한현파가 검을 휘둘렀듯이, 우리도 검을 휘두른 것뿐입니다.”
당진천은 한직의 눈을 마주했다. 한직의 짓무른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간의 다툼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희생자들을, 일신의 안위를 위해 그렇게 팔고 싶습니까?”
“…….”
“묵준.”
당진천은 한직을 앞세워 자신을 몰아세우려고 든 묵준을 바라봤다. 묵준은 분함이 섞인 시선으로 그 시선을 마주했다.
“내 경고가 가볍게 들렸나?”
“아닙니다. 그저.”
“거들먹거리지 말라고 했잖나. 묵가장주. 묵가장에선, 은인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나?”
“은인, 이라니…?”
당진천은 괴었던 턱을 푼 뒤, 꼿꼿한 자세로 묵준을 노려본다. 진명의 보고가 당진천의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아가씨는 강단이 있었고, 용감하셨습니다. 빠른 판단으로 내부의 인원들을 피난시키고, 천괴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묵전을 구했습니다. 도망가는 와중에 확인한 바로는, 자신의 옷을 찢어 지혈하는 기특함까지….’
“내 딸아이가 자네의 아들을 구했잖나. 모를 줄 알았나?”
“제 아들은 천괴를 상대하며 상처를 입고, 묵이현이 구해왔다는 것밖엔 모릅니다.”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군.”
당진천은 묵준을 보며 웃었다.
“묵이현은 그저 주저앉아 눈물을 짜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고 들었거늘.”
“무슨, 그런 모욕적인 말을…!”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상대가 아니었을 텐데. 한 합조차 막지 못하고 제압을 당했다가 올바른 말일세.”
당진천은 진명이 보고했던 사실 그대로를 묵준에게 들려주었다. 묵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당진천의 말을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네 아들의 어깨에 매어진 비단옷은, 누구의 것이지? 묵이현의 것인가? 아닐 텐데.”
“…….”
“그런 생명의 은인에게, 칼을 들이밀고, 심지어 목숨을 위협하던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라….”
당진천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묵준은 당진천의 살기 어린 말에 궁색한 변명을 내밀었다.
“무형지독을 내밀었잖습니까. 당시에는 그게 진짜인 줄 알았던 게지요. 그렇기에, 정당방위로….”
“그렇군.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지?”
당진천은 그렇게 말하며 유엽진인을 바라봤다.
“유엽진인.”
“…왜 그러시나? 당가주.”
“가장 배분이 높으시고, 연배가 오래되신 분에게 묻겠습니다. 정파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 어떤 식으로 해결을 봐야 합니까?”
유엽진인은 당진천의 물음에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다는 듯 낮은 음성으로 답했다.
“무림맹에 연락을 해, 중재를 맡을 무림명사를 초청하네.”
“그렇다는군. 묵준. 한번 그 사건에 대해 무림맹에 연락해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나?”
당진천은 묵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묵준은 목 끝까지 차오른 분을 짓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까지 되면, 멸문이다….’
그는 이제야 겨우 사천성에서 자리를 잡고 세력을 불린 상태였다. 무림맹에까지 닿을 연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무림맹에 연줄이 있는 아미파와 청성파 또한, 이번 건에선 도와줄 수가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두 문파가 은연중에 도와준다곤 하나, 이미 명분을 쥔 당가를 상대로 묵가장을 두둔하기엔 자신들도 잃는 것이 생겼다. 그렇기에 묵준이 당진천에게 아무 말을 못 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무검신니와 유엽진인이 나설 수 없는 것이었다.
묵준은 이빨을 더욱 세게 물었다. 피가 새어 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런 비통한 기분으로, 사죄를 토해낸다.
“은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저지른 점. 사죄드립니다….”
묵준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깊게 숙이며 절을 하려고 했다. 당진천은 고개를 저으며 묵준을 만류했다.
“사죄를 받을 생각이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질 않았겠지. 묵준. 자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우리의 신뢰 관계는 이미 깨졌네. 손에 쥘 수 없는 말뿐인 사죄로 화해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거네.”
“…그럼 어찌하면 노여움을 푸시겠습니까?”
“이 자리에서 나와 당가에게 불순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굳이 셈에 넣지 않겠네. 난 이래 봬도 상당히 합리적이라서.”
당진천은 그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탁자에 손을 올려 손가락을 두드리며 계산했다.
“소소에게 주었던 모욕과 위협. 당가의 대리인에게 그런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곧 당가를 적대하는 것과 같다는 걸 잘 알고 있겠지?”
“예,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본래는 묵가장의 사업체인 주조소를 뺏을까, 라는 생각은 했네만. 그건 너무 잔혹한 처사잖나?”
당진천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웃음기 머금은 말이 묵준의 심장에 꽂혔다.
“당가의 분파가 성도로 이사하는 비용을 자네가 담당하게.”
“그건, 너무 많습니다…!”
“많나? 그럼 무림맹의 공정한 판결을 받아도 무방하네.”
“…윽.”
당진천은 묵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묵준은 그저 반박을 속으로 욱여넣을 수밖에 없었다. 당진천은 탁자에서 손을 거두고, 정산을 이어갔다.
“그리고 당가의 활약상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당소소에게 구함을 받은 사실을 감추려던 것. 큰 걸 받지는 받지 않겠네. 이번 사천교류회에 참가했던 당가의 인원들에게 활약에 상응하는 약재와 금전을 지급하게. 물론, 치료에 소비된 비용도 별도로.”
“…예. 그리 하겠습니다.”
묵준은 당진천의 말을 듣고, 얼마만큼의 손해가 날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당진천은 그런 묵준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지금 뭐하나?”
“예?”
“청랑검문에서 저지른 무례에 관한 계산이 덜 끝났지 않았나.”
“그게 무슨….”
당진천은 정휘를 바라봤다. 정휘 또한, 당진천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주최자인 청랑검문의 문주를 무시하고, 검을 뽑았고 일련의 사건을 저질렀네. 이건 다른 말할 여지조차 없지 않나?”
“그렇다면….”
“그렇네. 청랑검문의 건물을 복구하는 비용을 자네가 담당하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묵준이 반발하자, 당진천은 껄껄 웃으며 손가락을 꺾었다.
“아니꼬운가?”
“…….”
“그렇다면 멀리 무림맹으로 가지 않아도 되네. 당장 칼을 뽑아서 내 목을 친다면, 그 모든 부담을 덜 수 있네. 어떤가. 해볼 만하지 않나?”
당진천이 가벼운 목소리로 묵준을 도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묵준은 아니꼽지 않았다. 아니, 아니꼬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다면, 줄이 없는 묵가장은 있는 죄든 없는 죄든 죄다 끌어안게 될 테고, 그날로 멸문이니까.
‘아니, 지금도 멸문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겠지….’
각 현에 위치한 분파의 이사비용을 지급한다. 이것만으로도 묵가장의 곳간이 텅 빌 지경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군소방파를 이끌던 문파가, 그 자신의 손으로 이끌던 자들의 살을 베어내는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우두머리는커녕, 이젠 원수만도 못한 존재가 될 것이었다. 군소방파는 등을 돌리고, 금전은 모조리 잃는다. 대외적인 평판 또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었다.
“선처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멸문을 하는 것과, 멸문이나 다름없는 상태와는 달랐다. 묵준은 갖은 감정이 솟아오르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당진천의 말을 따랐다. 당진천은 기가 죽은 묵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당황하고 있는 정휘를 바라봤다. 당웅의 보고가 들려왔다.
‘정유는 다친 손목으로, 아가씨의 말을 믿고 모든 문파에게 위급을 알렸습니다. 정휘는 혼란스러워하던 인파를 지휘했습니다. 그리고 아가씨는….’
‘정유가 묵전의 공세를 막았습니다. 갑작스레 휘둘러온 검이라 대비도 하지 못하고 막아서서 손목이 부러졌었죠….’
백서희의 첨언도 섞여 들어왔다. 당진천은 당가의 가풍을 떠올리며 웃었다.
‘은도, 원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지.’
“정휘.”
“예, 당가주.”
“묵가장주도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졌으니, 자네도 이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정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체념한 표정으로 당진천을 바라봤다. 정휘는 상식적인 인물이었다. 폭주하고 있는 독천에게 거스르는 미친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앞으로 당가의 보고서는, 자네가 무림맹에 전하게.”
“예. 어, 예?”
벌을 기다리고 있던 정휘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무검신니와 유엽진인 또한, 당진천의 발언에 당황하며 그를 바라봤다.
‘당진천…. 정녕 칼을 뽑겠다는 건가?’
‘너무 과하군.’
당진천은 그 눈길을 느끼자 입꼬리를 올렸다.
‘엿을 먹였으니, 독을 먹을 각오는 되셨길 바라지.’
그리고 눈을 치켜들어, 그 둘을 마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