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십장[十章], 불굴일향[不屈一香] 2
당소소는 독무후의 시선을 마주했다. 독무후는 당소소의 가슴께를 주먹을 쥐어 툭 치며 말했다.
“신념, 마음, 목적, 가치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만, 난 그 한 줌의 의지를 심혼[心魂]이라는 말로 칭한단다.”
목탄은 우측으로 그어졌다. 세로로 한 줄이 그어지며, 심기체라는 단어를 관통했다.
“심혼은 사람에게 박힌 영혼의 말뚝. 체가 배의 선체[船體]고 기가 돛이라면, 심은 그것들이 배가 될 수 있게 하는 선장과 같은 게지.”
“이해가 잘….”
“어긋난 방향으로 향해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막대한 내공과 강인한 육체는 곧장 사람을 해치는 흉기로 변한단다. 무른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제아무리 막대한 내공과 강인한 육체가 있어도 금세 무너지고 말 것이야.”
독무후는 목탄을 바닥에 던지고 당소소에게 비수를 내밀었다. 당소소는 침을 삼키며 다시 그 비수를 받았다.
“내가 너에게 일 년간 삼양귀원의 자세를 수련하라고 한다면, 할 것이냐?”
“…예.”
당소소는 잠시 고심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체념하고, 맡은 바 일만 우직하게 하는 것은 김수환의 몇 안 되는 특기 중 하나였다. 독무후는 재차 물었다.
“다시 천괴와 학귀 앞에 서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냐?”
“아마 그리 할 겁니다.”
“네 아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만이 할 수 있던 것이었고.”
보라색의 눈이 음울한 빛을 띠었다. 독무후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곤, 양손으로 당소소의 머리칼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말했다.
“그렇게 역경 앞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마음을 의지, 혹은 심혼이라 말한단다. 이 다섯 개의 단어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
“전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그럼, 내 안목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냐?”
독무후가 손길을 멈추고 짐짓 속상한 어투로 말하자, 당소소는 당황하여 고개를 젓는다.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러니까, 그냥 전 할 수 있는 것만 한 것일 뿐이라….”
“으이구, 이 귀여운 녀석.”
독무후가 당소소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웃었다.
“오늘은 시간도 시간이겠다, 앞으로 네가 어떻게 수련을 해야 하는지만 간단하게 알려주도록 하마.”
“네.”
“먼저 정[精]의 단련.”
독무후는 옆구리를 찌른 손으로, 그녀의 창백한 안색의 볼을 쿡 찌르며 말했다.
“꽤나 심한 빈혈증세가 보인다. 숨도 자주 차고, 현기증도 자주 날 테지?”
“…종종 어지럽긴 하네요.”
“혈맥이 완전히 맛이 간 상태일 테니까. 혈류가 원활하지도 않을 것이고, 피를 만드는 기능도 문제가 있겠지. 게다가 평소에 소면만 즐겨 먹는다던데, 사실이느냐?”
“네. 소면을 자주 먹긴 해요.”
“당가의 아가씨씩이나 되어선 왜 그런 허술한 식사를 하느냐?”
당소소는 독무후의 물음에 입가를 움찔거렸다. 쌍검무쌍의 주인공이 소면과 죽엽청을 즐겨 먹기에 자신도 그것을 즐겨 먹는다는 말을 할 순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자신이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소면을 먹으며 죽엽청을 기울이는 장면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죽기 전에 보던 마지막 화면이라 그런가? 뭐, 괜찮은 소면을 가져다 줘서 내 입맛에 맞던 것도 있고….’
김수환은 매일 빈곤한 식사를 해왔었다. 아침과 저녁은 라면 한 봉지로 때우거나 밥에 간장을 뿌린 뒤, 달걀을 올리는 궁핍한 식사. 부족한 영양소는 편의점 일을 하면서 챙기는 폐기식품들이나 소위 함바집이라 불리는 공사장의 현장식당에서나 챙겨 먹었었다.
‘영 부담스러워서.’
돈이 들어왔다고 신난 마음에 괜찮은 식사를 사 먹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몇 번 그런 상황이 반복된 후론, 따로 식생활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잔고는 항상 부족했고 삶은 팍팍했기에.
그런 김수환의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당소소에게도 이어졌다. 본래의 몸이 평소에 즐겼다던 생선튀김이나 비싼 재료를 넣어 만든 애월루의 오향장육도 그리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런 점을 이상하게 여기는 주변의 시선에도, 그녀는 소면을 먹을 때가 가장 편했다.
‘대충 독 때문에 입맛이 변했다고 하면 되겠지.’
당소소는 퍼져나오는 회상을 움켜쥐고, 변명을 쥐어 짜냈다.
“독 때문에 소화가 좀 안 되는 것 같아요. 소면을 먹는 게 속이 더 편하고….”
“밀가루로 만드는 면은 속이 더부룩할 터인데?”
곧장 반박해오는 독무후의 말에 당소소는 헛기침을 하며 변명을 이어갔다.
“크흠, 그냥 마음이 편해서 그래요.”
“왜 소면이 마음이 편한 게냐?”
“저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독 때문에 입맛이 변한 게 아닐까….”
말을 흐리는 당소소를 바라보는 독무후. 그녀는 머리칼의 끝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음이 편하다? 무슨 뜻일까.’
독무후는 당소소가 걸치고 있는 펑퍼짐한 회색 옷을 바라봤다. 그녀가 즐겨 입는 회색 옷은 한눈에 봐도 후줄근해 보이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어찌나 후줄근하던지, 상단의 집안에서 자랐던 백서희가 비단인 것을 몰라볼 정도였었다. 하물며 독무후의 시선엔 어떠하랴.
‘아하. 그런 거였군.’
독무후는 당소소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냈다. 그리곤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쯧, 못난 놈들.”
기억을 잃기 전 악행 덕에 눈총을 받는 지금의 당소소. 독무후는 그녀의 소심해진 성격 탓에 주변의 눈치만 보기에 급급했을 것이고, 제대로 된 대우를 요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눈에 띄기 싫어서 일부러 촌스러운 옷을 입고 다녔군.’
하연이 극구 만류해도 당소소 자신이 편하다며 즐겨 입던 옷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독무후는 측은함이 어린 시선으로 그녀의 가냘픈 손목을 바라본다.
‘못난 년이 밥이나 축낸다며, 눈치를 준 것이겠지. 그래서 소면을 먹은 것이겠고.’
그냥 당소소의 취향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 사실을 모르는 독무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불쌍한 것.”
“……?”
독무후는 당소소의 등을 천천히 두드리며 말했다.
“앞으론 매 끼니 좋은 것만 챙겨 먹거라. 내 제자가 되었으니, 이젠 더는 못난 놈들의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단다.”
“아니, 그게…. 전 진짜 소면이 좋아서 먹은 거라.”
“애써 그들을 두둔하지 않아도 된다. 그나저나 진천이 고놈은 돌아와서도 소소에게 소면 따위를 먹여?”
“그러니까 제가 먹는다고 했는데….”
“흥, 우선 총관실부터 엎어야 하나? 그 얼간이 장보 녀석이 감히 이런 짓을 할 깜냥이 됐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독무후는 당소소의 질박한 변명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엔 가냘픈 제자에게 수모를 줬던 이들에 관한 생각밖에 없었다. 당소소는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굳은 독무후의 얼굴을 보며 무언가 심상찮은 기류를 느꼈다. 당소소는 서둘러 등을 두드리던 독무후의 손을 잡았다.
“단련법! 단련법을 알려주셔야죠, 스승님.”
“…착해 빠져선. 그러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독무후는 실소를 머금으며 당소소의 이마를 쿡 찔렀다. 당소소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뒤로 물리자, 독무후가 말했다.
“내가 따로 말해둘 터이니, 매 끼니 맛있는 걸 먹거라. 되도록 육류로.”
“소면은 정말 맛있어서 먹는 거예요.”
“…네가 정말로 소면을 좋아하더라도, 어느 정도 영양가 있고 격식 있는 요리를 먹어야 한단다. 그게 정을 단련하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당가의 규수가 된 처지로서도 필요한 것이니까.”
“당가의 규수인 것이랑 소면을 먹는 것은 어떤 관련이 있는 건가요?”
당소소의 물음에 독무후는 그녀의 회색 비단옷의 소매를 흔들며 말했다.
“네가 만약 바깥에 나가 이런 궁색한 옷을 입고 볼품없는 소면을 먹고 있다면. 다른 이들은 네 모습에서 곧 당가의 모습을 짐작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넌 사천당가의 직계혈족이 아니더냐?”
“그렇게도 생각 할 수 있었네요….”
“외부활동이 잦지 않은 지금이야 상관없겠다만, 이 년 후에 네가 성인이 된다면 제대로 외부활동을 시작하게 될 게다. 그때도 이런 옷을 입고 소면을 깨작거리고 있다간, 너뿐만이 아닌 널 소중히 여기는 사천당가도 입방아에 오르겠지? 직계혈족이 저러고 다니는 데, 과연 사천당가는 멀쩡할까? 라는 소문 같은 것들이 나돌겠고.”
독무후는 난감해하는 당소소의 모습에서, 오독문을 벗어나 사천당가에 막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어렸었고, 예의와 체면 또한 잘 알지 못했다.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형부가 아연실색하던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아가씨의 연기가 너무 어설프긴 했어. 그렇지만 막살아오던 사람치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소소는 묵가장 남매의 도발에 넘어가 걸쭉한 욕설을 때려 갈긴 사천교류회를 떠올렸다. 습격사건이 터졌기에 망정이지, 영락없이 당가에 대한 구설수가 돌아다니기 딱 좋은 행동이었다. 거기에 종종 백서희나 하연이 지적하는 몸가짐에 관한 것들 또한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소소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자, 독무후는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 모습이 곧 당가의 얼굴이라는 생각만 한다면야, 금세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네 아비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스승님.”
“별 것 아닌 일에 일일이 감사를 표하지 말거라. 낯간지러우니까. 그럼 왜 먹는 것이 정을 단련하는 것임을 알려주도록 할까.”
당소소가 근심을 지우고 감사를 표하자, 독무후는 제자가 감사를 표하는 것이 부끄러운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네가 정을 단련하기 위해선, 우선 혈맥을 온전하게 만들고 피의 양을 정상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네 혈맥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은 추후에 오독문의 방식으로 할 테니,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어 몸에 활기를 되찾는 것이 먼저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기[氣]를 단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피가 부족하고 영양이 부족해 장기들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단다. 무리하지 말고, 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정말 네가 먹고 싶은 것을 먹거라.”
“소면….”
“어허. 그럴 땐 거짓말이더라도 산해진미를 먹겠다 답하는 게야.”
독무후는 다시 당소소의 이마를 쿡 찌르며 으름장을 놓았다. 당소소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무후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다음 신[神]을 단련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독무후의 말에 당소소는 쌍검무쌍의 주연들이 상단전을 단련하기 위해 했었던 행동들을 떠올렸다.
“역시 명상인가요?”
“불가나 도가였다면 아마 그렇게 말했겠지만, 우리는 속가란다.”
독무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헝클어뜨린 당소소의 머리를 정돈해주며 물었다.
“연기화신을 기억하느냐?”
“네. 내기를 매개로 사상을 실체화시키는 경지라고 말씀하셨어요.”
“내기는 내공이 많을수록, 정순할수록 강해진다. 그럼, 사상을 실체화시키는 것은 어떻게 강해질까?”
“음, 내기를 많이 불어 넣을수록 강해지는 건가?”
독무후는 고개를 저으며 그러모은 당소소의 뒷머리에 비녀를 꽂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훑어 올리며 말했다.
“거대한 사고와 예측할 수 없는 상상.”
독무후는 말을 끝맺고 형부의 한 마디를 떠올렸다. 자신도 세상을 필요로 하고 있다던 그 말. 절묘하게 들어맞는 말이었다. 자신은 오독문을 벗어나서야 비로소 감고 있던 눈을 뜨게 되었으니까.
울고 웃게 되는 일들. 화낼 일들과 슬퍼할 일들. 하늘을 연모하듯 높이 뻗은 산과 끝을 모르고 드리운 넓은 바다에서 느끼던 호연지기. 오독문에 주저앉아 독만을 바라보던 여자아이는 절대 볼 수 없었을 광경과 사건들이었다.
오독문의 어린 소문주가 겪었던 수많은 광경과 사건들은, 독무후가 쥔 사상의 칼날이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그녀의 전체를 관통하는 심혼이 되었다.
“예측을 할 수 없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겪거라. 거대한 사고를 만들기 위해 항상 다양하고 크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갖도록 노력해라. 그것이 신을 단련하는 방법이고, 더욱 강한 사상을 실체화하는 방법이란다.”
“많은 경험과 넓은 시야….”
“그다음은 체[體]…. 일단 무술은 천천히 단련하자꾸나. 산류수와 삼양귀원부터 시작하긴 하겠지만,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있도록 허약한 근골부터 단련하는 게 우선이겠네. 우선 제대로 먹거라. 피와 근골의 건강함은 그곳에서부터 나오니까.”
당소소의 얇은 손목을 바라보던 독무후는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섰다. 당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육체의 수련은….”
“넌 그 몸으로 육체의 수련을 할 셈이니?”
독무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당소소는 혹사에 익숙했다. 당소소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밝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천천히 하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하구나. 산책하며 짤막하게 몸을 데우는 운동 정도는 괜찮겠지. 아침을 먹고 빠른 걸음으로 당가 주변을 산책하는 정도로만 하거라.”
“네, 스승님.”
“그럼 내일도 내가 데리러 갈 테니, 독봉당에서 얌전히 있도록 하고. 오늘은 수고했다. 돌아가 푹 쉬거라.”
독무후가 그렇게 말하며 무후당을 나서려고 하자, 당소소는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것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던 당소소는 땅바닥에 적힌 글씨를 바라봤다. 당소소는 황급히 독무후를 불러세웠다.
“그, 스승님.”
“왜 그러느냐?”
“심[心]을 단련하는 방법에 관해선 알려주시지 않으셨어요.”
“아하, 심을 단련하는 방법….”
독무후는 당소소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짧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굳이 단련할 필요가 없을 텐데.”
“네?”
“이미 네 안엔 꽤나 훌륭한 의지가 있잖느냐?”
독무후는 그렇게 말하며 무후당을 떠났다. 당소소는 곧바로 무후당을 떠나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
독무후의 말은 마치 천괴와 학귀의 앞에 섰을 때 들렸던 환청 같은 느낌이 났다. 천괴와 학귀의 앞에서 빈 죽통을 휘둘러야 했던 그 날. 너에게 그 하나란 무엇이냐, 계속해서 되묻던 당소소가 당소소 자신에게 묻던 각오.
“후우….”
당소소는 한숨을 쉬었다. 가르침을 받아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가야 할 길이 멀었기에, 무공이라는 미지가 무서웠기에. 잘 할 수 없을 거라는 당연한 사실이 두려웠으니까. 당소소는 떨리기 시작한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녀는 겁먹은 자신을 비웃으며 말했다.
“바보 같은 년. 왜 이렇게 쫄았어?”
당소소는 주먹을 꼭 쥐곤 독무후의 가르침들을 떠올렸다. 무공을 자세히 설명하던 목소리, 자신의 행색을 걱정하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그 가르침들을 엮는 것은, 예정된 비극을 걷어내고 싶다는 한 줌의 의지였다.
‘…독무후의 두 번째 제자란다.’
자신이 품은 의지를 긍정하는 온기 어린 목소리였다. 피부 아래에서 울렁이던 감정들이 잠잠히 가라앉았다. 떨리던 주먹도 그 떨림을 멈췄다. 그녀의 목소리는 죽지 않는다고 자신을 속여 가며 얻은 가짜 용기와는 다른, 진짜 용기를 주었다.
당소소는 그제야, 밝아진 표정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