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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화 〉십장[十章], 불굴일향[不屈一香] 10 (66/130)



〈 66화 〉십장[十章], 불굴일향[不屈一香] 10

뇌린은루가 식도를 통과하고 위에 닿자, 곧바로 방전하며 격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외부의 변화에 거대한 자연지기를 뿜어내는 금리석의 성질이었다. 금리석이 위액에 반응해 터져 나오는 자연지기는  안을 가득 메우고 두꺼운 위벽을 찢기 위해 멈추지 않고  몸을 불려갔다.

“으으윽!”


“호흡하거라! 호흡을 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흣, 핫!”



독무후의 목소리에 당소소는 격통에 혼미해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가쁜 숨을 쉬었다. 독무후는 깊게 숨을 마셨다. 단전의 내공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혈맥을 타고 심장을 휘돌며, 내공이 혈맥을 휘도는 소주천[小周天]을 행한다.

치짓!


심장을 통과한 내공은 내기가 되고, 기맥을 휘도는 내기는 뇌기가 되었다. 뇌기는 임맥과 독맥을 관통한다. 내공이 혈맥과 기맥 모두를 휘도는 대주천[大周天]이었다.

번갯불이 튀고, 소매가 부풀어 오른다. 눈을 지그시 감고 뇌기를 끌어올린다. 기맥을 타고 뇌기가 하늘을 향해 솟았다. 뇌광은 백회혈[百會穴]을 관통한다. 머리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신[神]이 깃드는 곳이라 언급되는 백회혈. 번갯불이  곳을 관통하자, 뇌기엔 독무후의 사상이 담겼다.



‘…기를 인지하는 것이 느리다. 요령도 없으니, 꽤 속 썩이겠어. 그럼, 시작해야겠네.’

독무후가 생각을 하자마자, 뇌기가 당소소의 거궐혈로 흘렀다. 생각의 흐름은 번개의 흐름. 뇌람심공의 발현이었다. 뇌람심공의 발현에 뇌기는 방향성을 가진다. 뇌기는 전류가 되고, 당소소의 거궐혈을 두드린다.


츠츳!

내공심법을 익히지 않아 단단히 막혀있는 거궐혈. 그러나  단단히 걸어 잠긴 문 사이의 작은 틈으로 전류는 흘러갔다. 전류는 뱀처럼 장애물만이 가득한 당소소의 몸을 넘나들며 문제가 되는 곳을 찾았다.


‘설마 이곳에서부터 막혔을 줄이야. 헌데 이상하군.’

당소소의 내부를 관조하던 독무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전류는 가볍게 위벽을 훑는다. 건강한 이들에 비한다면 허약했지만, 그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위는 그것을 흡수해 비장[腓腸]으로 전달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금리철로 북돋아진 기운을 통해 비장이 움직여야 하건만.’



독무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류를 움직였다. 첫 시작은 비장. 오행의 토에 해당하는 장기로, 위의 옆에 붙어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토에 해당하는 장기인 만큼 정[精]의 토양인 피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곳. 전류는 비장의 기운을 북돋고, 위의 안에서 제멋대로 날뛰는  기운을 움켜쥐었다. 당소소는 괴로운 듯 헐떡였다.




“흐읏, 으읏!”


“비장은 토의 장기고, 금리철은 금의 독이다. 토생금[土生金]이니라. 쇠이 단단하니, 불로 무르게 해야 한다. 화극금[火剋金]이니라. 생각하고, 또 생각해라.”




당소소의 얼굴색이 울그락불그락 급변해간다. 전류가 거칠게 위를 매만지고, 비장을 두드렸다. 비장이 꿈틀거리며 뇌린은루의 기운을 빨아들인다. 세심하게 뻗히는 방전. 혹여 다른 곳으로  독기가 뻗어나가지 못하게,  톨까지 쓸어 담았다.

‘본래라면 그저 뇌린은루를 단전에 박아 넣으면 될 일이었지만, 비장의 상태를 보건데 심장[心腸], 신장[腎臟], 간장[肝臟], 폐장[肺臟] 또한 다르지 않을 거야.’



독무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장에 흡수시킨 뇌린은루의 거대한 기운을 전류로 두드린다. 뇌람심공의 이치 아래에 있는 오뢰전리공의 손이 펼쳐져 그 거대한 기운을 움켜쥐었다. 뇌린은루의 기운이 오뢰전리공의 사상이 담긴 전류에 의해 흩어진다.


수의 독성, 수은. 목의 독성, 흉송균. 화의 독성, 주사. 토의 독성, 홍노갈의 산액. 그리고 거대한 자연지기가  금의 독성인 금리철. 독무후는 기화한 금리철의 기운에서 네 속성의 독을 유리시켰다.




‘어떤 연유인진 모르겠다만 기가 통하지 못하는 몸이라면, 내가 강제로 오뢰전리공을 안착시키는 수밖에.’



다섯 갈래로 나뉜 전류는 다섯 가지의 독을 움켜쥐었다. 독무후는 사상을 쏘아낸다. 홍노갈의 산액이 토의 오행인 비장에 위치했다. 주사는 화의 오행인 심장으로, 수은은 수의 오행인 신장. 흉송균은 목의 오행인 간장에 위치시켰고, 금리철의 기운을 단전으로 끌어내렸다.



‘호흡은 곧 내공을 받아들이는 통로. 단전과 가장 밀접한 장기는 폐장.’

“흐읏!”




당소소는 독무후가 알려준 호흡을 행했다. 폐를 통해 받아들인 공기에, 금리철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금리철의 기운이 공기에 함유된 자연지기를 움켜쥐었다. 금리철이 움직이자, 네 가지의 독들 또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금생수. 그럼, 토극수로 움직여야겠지.’




금리철의 힘을 받은 수은이 가장먼저 신장의 위치를 위협했다. 독무후는 전류를 튕겨 비장을 움직인다. 홍노갈의 산액이 독기를 터뜨리며 수은의 독기를 짓눌렀다. 통제되는 신장. 독무후는 그치지 않고 흉송균을 쥐고 있던 전류를 느슨히 놓았다.

‘목극토, 그리고 목생화. 이렇게 된다면 금리철을 통제할 수 있는 불꽃이 만들어진다.’



나무의 생기를 빨아 독을 피어내는 버섯, 흉송균. 전류의 통제가 사라지자 포자가 퍼지며 홍노갈의 산액에 그 뿌리를 박았다. 중화되지 않는다던 홍노갈의 산액이, 그 움직임을 멈췄다. 수목토, 세 오행간의 균형이 맞아떨어지고, 주사가 격렬히 타오른다.


주사는 벽사파마[辟邪破魔]의 기운을 담고 있다고 하여 부적의 글씨를 적는데 쓰인다는 광물이었다. 그 순수한 불꽃이 심장에서 피어났다. 심장은 모든 피가 거쳐 가는 혈맥의 종착지이자, 기를 토해내는 출발지인 중단전이었다. 주사가 전류에 녹아 혈맥을 타고 흘렀다.


육체를 좀먹으며 몸을 불리려던 금리철이 주춤한다. 독무후는  틈을  흐르는 주사를 전류로 움켜쥐었다. 사람에겐 선과 악이 혼재해있었다. 그렇기에 주사가 가진 벽사파마의 기운은 사람의 몸에 담긴 악마저 녹여버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의 균형은 얼추 맞춰졌다. 그럼, 혈맥을 쌓아 뇌린은루를 다시 단전에 모으는 것만 남았나.’




독무후는 감았던 눈을 뜨며 아래에 내려놓았던 나무상자 하나를 열었다. 실처럼 가늘게 뽑힌 백금이  안에 들어있었다. 독무후는 그 백금사를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백혈금선맥[白血金仙脈]을 실제로 다루는  얼마만인지.’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던 장기에 전류를 보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이 구불거리는 혈맥을 백금으로 덧씌우는  천하의 독무후조차 쉽게 할 수 있는 기예가 아니었다. 독무후는 당소소에게 말했다.


“혈맥을 복구할 것이다. 오뢰전리공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네 몸을 차지하던 독기가 어떤 움직임이었는지 기억하거라.”

당소소는 독무후의 말에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를 녹이는 듯한 열기와 통증이 당소소의 희미해지는 정신을 잡았다. 독무후는 당소소가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것을 보고, 손을 팔에 짚어 혈맥을 찾았다.


“여기군.”




독무후는 혈맥을 찾자, 백금으로 만들어진 실을  곳으로 꽂아 넣었다. 전류는 실을 타고 흘렀다. 혈맥을 구성하는  두 개의 통로인 십이경맥[十二經脈]. 백금사는 오뢰전리공의 명령에 제 몸을 녹여 혈맥의 상처에 덧씌워졌다.




“후우, 후우…!”

당소소는 가쁜 숨을 내쉬며 제 몸에 느껴지는 변화를 느꼈다. 제아무리 기를 느끼지 못하는 재능 없는 몸이었어도, 독무후가 격렬히 움직이는 기운조차 무시할  없었다. 뇌람신공이 휘두르는 독기에, 고통에 못 이겨 기감이 눈을 떴다.

‘진짜 내 몸은 개판 그 자체네….’



당소소는 찡그린 얼굴로 자신의 내부를 관조했다. 노폐물이 켜켜이 쌓인 기맥, 온갖 곳이 긁히고 녹아내려있던 혈맥들과 흔적만이 남은 단전. 그리고 무슨 일인지 기를 거부하고 있는 장기들이 그녀의 감각에 잡혔다.

‘왜 기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거지?’


“후우!”



당소소는 그렇게 생각하며 짧게 숨을 들이켰다. 미숙하게나마 기를 느끼기 시작한 몸이 폐를 통해 공기에 담긴 자연지기를 움켜쥔다. 피가  자연지기를 움켜쥐며 움직인다. 내공을 담은 피는 점점 백색으로 칠해지는 혈맥을 따라 심장으로 향한다.

당소소가 관조하는 시선이 혈류를 따라 심장에 닿는다. 그녀의 이성에 퍼져나가는 기억.

-힘들어. 움직이기 싫어. 다들 날 싫어해.


당소소는 급작스레 스쳐가는 기억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왜 기가 흐르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답이 그곳에 있었다.


‘몸에 남은 당소소의 기억과 감정이 겁먹어 기를 거부하고 있던 거야.’


당소소는 뒤돌아 서있는 기억의 손목을 끌어당기며 그것과 마주했다.




‘버러지 같은 년.’




당청의 목소리였다.

‘네 체질은 꽤 독특해. 이번엔 이 독을 먹어보자.’




당혁의 목소리였다.

‘…그래. 이게 내 현실이야. 별을 바라봐야 하는  아닌, 땅을 바라봐야 하는 주제.’



기억 속의 자책이었다. 당혁의 실험에 몸은 점점 피폐해져가건만, 가문의 그 누구도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소소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앞을 바라보길 거부했다. 수많은 멸시를 내공대신 몸에 쌓았다. 그녀는 미래를 보던 눈을 떨어뜨리고 현실을 내려다봤다.

‘맞아. 네 주제였고, 내 주제이기도 했어.’


당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의 당소소가 별을 바라볼 수 없었듯, 김수환도 별을 바라볼  없었다. 세상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당소소는 미소를 지으며 움켜쥐었던 기억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별을 바라보고 있어. 느껴져?’



그녀의 그 대답에, 불우한 기억은 처연히 웃으며 그녀의 뒤로 걸어 나갔다. 심장에 웅크리고 있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굳어있던 주사가 흐르기 시작했다. 불꽃은 피어나 그늘진 생각을 밝힌다.


“이게 무슨…?”

독무후는 당황하며 말했다. 그저 기를 거부한 채 멈춰있던 당소소의 몸이, 혈맥을 복구하려들자마자 기를 냅다 빨아들이고 있었다.



‘화생토.’




당소소의 생각을 따라, 주사는 백색의 혈맥을 타고 흘러갔다. 혈맥은 휘돌아 비장에 이르렀다. 그 곳에 앉아있던 기억이 몸을 일으켰다. 김수환의 기억이었다.

‘내가 왜 소면만을 먹었다고 생각해?  값비싼 음식을 먹는 걸 거부했지?’



냅다 질문을 던져오는 기억. 당소소는 손을 내밀어  기억의 뺨을 만졌다. 살점하나 붙어있지 않은 말라비틀어진 뺨. 아사[餓死]의 기억이었다.


무리하게 시키는 일에 허리를 다쳤었다. 모든  그만뒀다. 남겨둔 돈엔 한계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아껴먹어야 했었다. 그럼에도 떨어지는 돈과 식재료와 희망은 금방 동이 났다.


‘김수환이 기억하는 공포. 사치를 부리면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까, 막연하게 느끼는 그 공포.’


당소소는 그 질문에 답했다. 기억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소소를 노려봤다. 당소소는 그 기억의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난 지금 당소소의 삶을 살고 있어. 느껴져?’


당소소의 그 말에, 기억은 갈라진 입술을 끌어올려 웃었다. 그리고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기억의 저편으로 걸어 나갔다. 홍노갈의 산액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주사를 담은 피는 비장을 지나친 뒤,  부근의 신장으로 떨어졌다. 어김없이 기억이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시고, 먹어! 산해진미라니 얼마나 좋아! 고기야,  위로해주는  너뿐이로구나! 이 빌어먹을 년, 비파를 제대로 뜯지 못해?’

애월루에서 비파를 뜯고 있는 기녀에게 욕설을 내뱉는 당소소. 그녀는 탐욕스런 손길로 오향장육을 집어 입에 집어넣는다. 우적거리는 소리와, 목울대를 넘기는 소리. 그리고, 다시 바깥을 향하는 소리.




‘우웨에엑!’




당소소는 그것을 그대로 토해내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쓴 위액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양념이 묻어있는 손과 엉망이 된 바닥을 보며 서럽게 울음을 토했다.

외로움이었다. 당소소는 이젠 여유롭게 웃으며 몸을 휘돌고 있는 독무후의 뇌기를 느꼈다. 그리고  기억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거, 느껴져?’


기억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은이 흐르기 시작했다. 주사는 또 다시 기억의 그늘에 불길을 비추며 간으로 나아갔다. 잔뜩 웅크려있는 기억이 그녀를 맞이했다.




‘난 저능아야.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도 알지 못해. 난 쓰레기야. 무공에도 재능이 없어. 그래서 다른 이들이 질투 났어. 백서희, 모든걸 가진  년이 부러웠어. 남매간의 우애가 좋던 묵가장의 놈년들도 부러웠어.’



당소소는 그 기억에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 기억과 눈을 마주쳤다. 음울한 눈빛의 당소소였다.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해 자신을 갈고닦는 대신, 타인을 헐뜯고 끌어내렸던 기억들이었다.

‘나도 흑풍대처럼 무공을 뽐내고 싶었어. 나도…!’




당소소는 울부짖는 기억의 손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재능이 없어.’


그리고 몸을 일으키며 웅크리고 있던 기억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이젠 쫓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어. 느껴져?’




주사의 불길이 울상인 기억을 비췄다. 기억은 바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흉송균이 주사의 기운을 북돋았다. 이제 불길은 몸이라는 거대한 들을 태우는 들불이 되어, 폐를 훑고 단전으로 쏘아졌다.




‘네가 정말 할 수 있어? 넌 사회에서 낙오된 패배자였고,  누구도 좋아하지 않던 미숙아였어. 그런데, 정말 네가  마음을 굳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


기억이 아니었다. 당소소의 감정이었다. 김수환의 이성이었다. 이야기의 그늘에 신음하는 이들을 구하겠다는 그녀의 발에 채워진 족쇄였다. 당소소는 느릿한 발걸음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아니.’



다시 한걸음 내딛었다.

‘그래서 항상 다짐하는 거야. 고통엔 익숙하니, 나는 나를 소모해 각오를 해.’



주사의 들불은 단전으로 흘러내렸다. 금리철은 주사의 불길에 격렬히 저항하며 녹아내렸다. 그렇지만 주사는 그런 금리철을 끌어안았다.

‘느껴져?’

관조하던 당소소가 자문했다. 당소소는 웃었다.



‘그래. 내 각오가 느껴져.’


당소소는 그렇게 대답하며 숨을 들이킨다. 폐부가 부풀어 오르고, 금리철이 움직인다. 오행의 생. 모든 독이 길항을 이루고 서로의 기운을 북돋으며 그 덩치를 키워간다.


‘오행은 상생한다. 그 역이어도, 상생한다. 그것이 음양이고 태극이다.’

당소소가 기억하는 주인공의 무공, 양의쌍절태극혜. 그 소설 속에 서술되어있는 묘리의 편린을, 독무후의 가르침에 비춰 따라간다.



“말도 안 돼.”



독무후는 백금사를 모두 밀어 넣으며 백혈금선맥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전류로 당소소의 내부를 관조하며 경악했다. 그녀가 흩어버렸던 독기가, 제각기 상생하고 몸집을 불려가고 있었다.  흐름은 독무후가 일러준 오뢰전리공의 기초라기엔 너무나 도도한 흐름이었다.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를 깨닫는 재능이라 이건가?’



독무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또 하나의 재능이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될 리가 없지.’

독무후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당소소의 팔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손을 당소소의 거궐혈에 얹었다.




“정말, 흥미로운 아이라니까.”

뇌람심공이 발현된다. 독무후의 흥미와 소망이 담긴 전류가 당소소의 몸을 타고 흘러갔다. 그리고 이젠 마치 장강처럼 흐르는 거대한 독기의 흐름에 파고들어 당소소의 몸에서 괴리시킨다.



‘오뢰전리공의 씨앗으로 삼기는 너무 크다. 그리고 너무 아깝다. 그렇다면, 더 거대한 씨앗을 심어 주는 것이 맞겠지.’



내장을 파고들던 독기의 흐름에서 방전이 일었다. 피에 섞여있던 독기들은 전류의 꾸짖음에 피를 털어내고 전류를 따랐다. 전류는 백금의 혈맥을 타고, 단전으로 내달렸다. 당소소의 기감도  전류에 순응해 그 등을 떠밀어준다.

파직!

폐허가 된 단전에 당도한 전류는, 제 몸을 휘돌리며 독기를 그러모으고 다듬고 응축시킨다. 간간히 일어나는 방전은  도도한 흐름이 당소소의 몸을 침노하지 않게 세심한 인도를 했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은, 다시 다섯의 지류로 나뉜다. 그리고  몸을 추스른  다시 결합한다.

폐허에 세워진 화수토목 네 가닥의 기둥 위로, 거대한 금리철의 지붕이 얹힌다. 당소소의 깨달음과 독무후의 인도로 거대해진 뇌린은루가, 당소소의 단전에서 다시 구축되었다. 당소소의 호흡으로 몸 안을 떠돌던 내공들이 백금의 혈맥을 타고 뇌린은루에 머물렀다.

“후우.”




독무후는 기진맥진해진 몸으로 당소소의 거궐혈에서 손을 뗐다. 힘이 빠져 떨리는 손. 그녀는 당소소의 얼굴을 바라봤다. 불규칙한 호흡이었다. 뇌린은루가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겨우 버티고 있던 이성을 놓고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그리 좋으냐?”



독무후가 당소소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물었다. 정신을 잃은 당소소는, 옅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웃음은 마치, 눈보라 속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한줄기 향기처럼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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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독심[一片毒心] - 십장[十章], 불굴일향[不屈一香]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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