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십이장[十二章], 황혼지영[黃昏之影] 3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성도의 대로. 상인들이 좌판을 열고 민중들이 큰 소리를 내며 돌아다녀야 할 곳은, 어째서인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왁자함이 가시고 흉흉함이 얹힌 대로에, 소녀 한 명이 멈춰 섰다. 그녀가 등장하자, 드문드문 보이던 사람들조차 사라진다. 그 자리를, 흑의를 입은 무인들이 대신했다. 무인들은 그 소녀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처음엔 완강히 거부하다, 독무후님이 준 것을 내미니 관가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하루 동안 통금령을 내려준다고 합니다.”
무인 중 한 명이 금룡이 장식된 패를 내밀었다. 독무후는 그 금룡패를 받아 품안에 집어넣고 말했다.
“수고했다. 흑풍대는 한 발 물러서서 통제에 신경 쓰도록.”
“여기 외투를.”
흑풍대원이 독무후의 어깨에 외투를 얹어주었다. 당가의 표식이 새겨진 두터운 외투였다. 독무후는 외투의 안쪽을 슬쩍 들어 확인한다. 각종 암기들이 정갈하게 꽂혀있었고, 허리춤엔 잘 벼린 단도가 수납되어 있었다. 독무후는 외투를 입고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이걸 걸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통금령이 떨어진 곳은 총 여섯 곳입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제독전주님.”
독무후는 주름이 완연한 얼굴을 푹 숙이는 무인을 바라봤다.
“염려 많은 성격은 여전하군. 지금은 흑풍대 이번조장을 맡고 있다고 했나?”
“…전주님께선 꽤 변하셨지요.”
독무후는 그의 말에 피식거리며 풍성한 소매에 덮인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갔다. 큰 외투가 질질 끌리며 바닥을 긁었다. 흑풍대원은 독무후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길거리를 통제하기 위해 모습을 감췄다.
“제자를 물어재낀 뱀새끼가 어디에 숨어있을꼬.”
독무후는 그렇게 말하며 양 팔의 소매를 걷어붙였다. 드러나는 조그마한 손. 독무후는 땅바닥에 양 손을 대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기를 느끼는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뇌기가 단전을 범람하며 혈맥과 기맥을 적셔갔다. 소매가 크게 부풀어 오르며 그녀의 몸에선 방전이 일었다.
파직!
뇌기는 감각을 확장시킨다. 확장된 감각은, 뇌기를 타고 흐르며 전류가 된다. 전류는 대로의 바닥을 섬광같이 내달린다. 독무후는 눈을 감는다.
뇌람심공, 뇌감[雷感]. 전류에 감각을 동화시켜 주변의 정보를 쓸어 담는 무공이 전개되었다.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 숨어서 당가의 행사를 구경하는 자들. 당가의 표식을 보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자들. 통금령 때문에 장사에 관한 걱정을 하는 상인들. 낯선 기운에 털을 세우고 그르렁거리는 들개. 상상조차 하지 못할 상승무공에 경악하고 있는 흑풍대의 무인들.
노도같이 밀려오는 수많은 정보에 독무후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지끈거리는 두통을 참으며 독무후는 정보를 정리해갔다.
‘이곳은 아닌가? 곧바로 성도의 성문을 걸어 잠갔고, 흑풍대도 그럭저럭 빨리 움직여 인구의 유동은 별로 없었을 터. 빠져나가진 않았을 건데….’
독무후는 눈을 뜨며 바닥에서 손을 떼고 일어섰다. 수상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당가를 경계하는 기척들만이 느껴졌을 뿐. 독무후는 손바닥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성도에 아무런 마찰 없이 기어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마교도. 마공을 익힌 자들 특유의 기척을 숨길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일류이상은 되는 자겠군. 기왕이면 뇌감이 전개될 때 약간이라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건만.’
독무후는 그렇게 생각하곤 발끝으로 신발을 정리하며 고개를 돌렸다.
“당각.”
“예, 전주님.”
“성도 안의 무림문파들 위치는 모두 확보해놓았겠지?”
“가주님이 직접 협조공문을 보내셨습니다.”
흑풍대원, 당각이 독무후의 물음에 답했다. 독무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기지개를 켜곤 당각에게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성도 안의 무림인들은 모두 파악 중이고, 번화가 여섯 곳은 통제되고 있다. 그럼 지금 성도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자들은 어떤 자들이겠나?”
“평범한 성도의 백성이거나….”
“성도 안에서 당가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무림인들이겠지.”
“하지만 전주님의 감각에도 잡히지 않는 노련한 자를 어찌 잡으시려는 건지, 이 부족한 노구의 시선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대대적인 수색이 필요한 듯싶습니다만….”
독무후는 고개를 저었다.
“수색이 시작되면 늦다. 놈은 당가의 눈을 속이고 성도에 잠입한 고수야. 몸을 숨길 시간을 충분히 줄 뿐 더러, 바깥이 요란스러워 더욱 땅속으로 깊게 숨을게다.”
“그럼 어떻게…?”
당각이 묻자, 독무후는 웃으며 몸을 날렸다.
“숨지 않을 정도로 요란하게.”
우르릉!
우레소리가 들려오며 독무후의 몸이 수직으로 솟구친다. 그 어떤 준비동작도 없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움직임. 절정의 경공인, 어기충소[御氣衝溯]였다.
시야가 확장되고, 성도의 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통금령의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무척이나 한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시야가 주시하는 것은 총 여섯 곳. 번화가인 세 거리와, 상점가, 관청, 유흥가.
‘관청과 상점가는 통금령 때문에 유동인구가 없다. 이곳을 지나간다는 건, 스스로 목을 옭죄는 행위일 게야. 지금은 낮. 유흥가는 영업시간이 아니지. 방금 뇌감으로 훑은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번화가인 두 곳.’
최고점에 이른 독무후의 가녀린 몸이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확장되었던 시야는 점점 줄어들며 두 곳을 확대해나갔다. 미미한 움직임들이 독무후에게 포착된다. 독무후는 손을 앞으로 뻗는다.
한 차례의 방전. 분노가 어린 번개소리가 들려오며 성도의 하늘을 찢었다. 미미하게 보이던 움직임들은 이내 불안한 걸음걸이로 뒤바뀐다.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걸음걸이들 속, 일정한 보폭의 걸음걸이가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천연덕스럽게 불안을 연기하는 얼굴. 허둥거리는 손짓, 그러나 숨기지 못하는 훈련된 보폭. 독무후는 미소를 지었다.
“네놈이구나.”
독무후의 말이 떨어지자, 분노는 뇌기와 동화한다.
연기화신.
내기는 사상이 되고, 사상은 전류가 되어 그녀의 몸을 휘돈다. 펄럭이던 장포가 뇌기를 머금고 잔뜩 부풀어 오른다. 그녀의 몸을 제멋대로 희롱하던 바람도, 그 열기에 복종하여 길을 내준다.
뇌람심공의 양뢰[陽雷]였다. 오행의 생. 법칙을 이끌며 천리를 인리의 것으로 끌어내린다. 열기를 따라 움직이는 바람이 그녀의 낙하를 가속시킨다. 그녀의 몸은 한줄기 벼락이 되어, 목표로 한 곳에 작렬했다.
콰아아앙!
샛노란 벼락이 대지를 찢었다. 열풍이 뛰쳐나와 온갖 잡동사니를 쓸어버렸으며, 채 가시지 못한 전류가 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앞에서 얼굴을 가리고 바닥에 몸을 바짝 붙이는 허름한 모시옷의 사내.
“으으윽, 대체…?”
사내는 팔을 내리며 자욱하게 일어난 흙먼지를 바라본다. 흙색의 안개 속에서, 긴 장포를 바닥에 끌며 독무후가 등장한다. 사내는 눈을 의심하며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어린 당소소?”
“괜찮은 연기로고.”
소매에 가려진 조그마한 손이 드러난다. 사내는 기겁을 하며 몸을 뒤로 한 바퀴 돌린다. 그가 있던 자리엔 자그마한 철침 하나가 박혀있었다. 그 철침은 땅을 주저앉히며, 새파란 뇌기를 흘려대고 있었다. 사내는 뇌기가 담긴 암기를 바라보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설마, 독무후?”
독무후는 그 의문에 답해주지 않고, 다만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탁한 소금기가 그녀의 예리해진 후각에 붙잡혔다. 독무후는 헤벌쭉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독각혈가의 아해구나.”
“……!”
사내는 독무후의 말에 허리춤에 찬 가죽주머니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단검을 꺼내 주머니의 아랫부분을 북 찢어 바닥에 투척했다.
꾸륵, 꾸륵!
강한 산성이 땅을 녹인다. 사내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산성이 실린 공기를 들이킨다. 독기가 그의 몸을 침노하고, 사내는 받아들인다. 눈가의 핏발이 모조리 일어서고, 전신의 혈관이 드러나며 손이 검붉은 색으로 변해간다.
‘독무후가 당가에 있다는 정보는 전달받지 못했다. 환유요가, 그 빌어먹을 놈들이…!’
사내는 숨을 뱉었다. 게걸스럽게 주변의 공기를 삼킨 독기는, 탁기로 화하며 거리로 퍼져나갔다.
아니, 퍼져나가려고 했었다.
바닥에 꽂힌 철침에 잔류하는 뇌기가 탁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뇌람심공, 음뢰[陰雷]. 오행의 극을 이용해, 탁기의 전파와 증식을 통제한다. 독무후는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가 턱을 들어 가볍게 탁기를 들이킨다.
“석구망[石龜蟒]의 독액이구나. 고도가 높은 산의 정상에서 자생하는 뱀들. 자신을 노리는 날짐승들을 퇴치하기 위해 공기 중으로 독액을 흩뿌리지. 독액은 공기와 쉬이 반응해 금세 탁기를 자아내고 퍼져나간다. 직접 보니까 확실하군.”
“…본 교의 독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제 입으로 말해놓고도, 본녀가 누군지 알지 못하는구나.”
질문을 던진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가 진정 독무후라면, 이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이었으니까.
만독의 주인이자 암기술의 정점.
모두가 업신여기는 것으로 모두의 위에 선 무의 여제.
“내가 독무후니라.”
수식어는 필요치 않았다. 단 세 글자의 단어를 듣기만 했는데도, 사내의 숨결이 거칠어진다. 이성은 마비되고 불같았던 감정은 사그라진다.
오직, 공포라는 비수만이 심중에 꽂혀있을 뿐이었다. 독술사로서 그녀를 상대한다는 것은, 천신과 자웅을 겨룬다는 것과 같았으니까.
사내의 얼굴은 점차 사색이 되어간다. 뇌람심공의 음뢰는 격렬하게 방전하며 석구망의 독액이 만든 탁기를 짓눌렀다. 탁기의 증식은 한 점으로 농축되고, 독무후의 사상이 실린 음뢰가 그것을 움켜쥐었다.
“더 꺼낼 독이 있느냐?”
독무후는 사내를 동요시키며 뇌감을 운용해 주변의 정보를 간단히 훑었다. 그는 혼자였다. 제아무리 마교의 고수라고해도, 당가의 영역에 단체로 몸을 숨길 순 없었던 것이었다. 사내는 괴성을 지르며 독무후에게 내달려왔다.
“우와아악!”
고함과 함께 내질러진 주먹. 끈적끈적한 독기가 묻어나오며 독무후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독각혈가의 독혈수[毒血手]. 놈은 꼬리구나.’
독무후는 고개를 살짝 틀어 그 주먹을 피하고, 자그마한 발로 발등을 짓밟아 으깨버렸다.
“크으으윽! 푸우웃!”
사내는 고통스러워하며 입으로 독혈을 뿌렸다. 검은색의 안개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사내는 손가락을 굽혀 독무후의 얼굴에 쭉 그었다.
‘독혈수, 흉수조혈[凶獸爪血]!’
검붉은 기운이 사내의 손가락에 맺힌다. 검기상인의 경지였다. 손톱은 칼날보다 더 날카롭게 다듬어져, 독기를 얽고 그어졌다.
그의 손에 묵직한 촉감이 어린다. 사내의 눈엔 득의의 감정이 스친다. 그러나 그건 잠시일 뿐. 독무후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손톱에 걸린 것은, 독무후의 자그마한 손이었다.
‘사망탐천[蛇蟒貪天]!’
사내의 손에 독기가 어리고, 독무후의 가냘픈 손목을 붙잡기 위해 움직였다. 금나술[擒拿術]이었다. 상대의 근골을 붙잡고, 비틀고, 꺾는 관절기. 사내의 이런 선택은 일견 현명해보였다. 체급차에서 나오는 육중한 악력은 가냘픈 몸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으니까.
상대가 독무후가 아니었다면, 독각혈가의 우수한 무인인 그가 제압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
“날 잘 모르는 모양이야.”
우득!
독무후의 손이 사내의 두터운 손가락을 쥐고 꺾었다. 그녀가 덜렁거리는 손가락을 놓자, 사내는 고통에 떨리는 나머지 손가락으로 독무후의 팔뚝을 잡아채려고 했다.
촉감이 있었다.
사내는 독혈수의 독기를 있는 힘껏 뿜어내며 독무후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악, 아아악!”
“난 독무후라 불리기 이전에, 수절[手絶]이라 불리던 사람이란다.”
독무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사내의 손목에 있는 근육에 박혀 손까지 도달하는 힘을 붕괴시키고 있었다. 독무후의 손목을 움켜쥐려던 사내의 손가락은 힘없이 부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독무후는 손톱을 아래로 그어 내리며 근육을 한 올 한 올 찢어발겼다.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독무후에게서 멀어졌다. 근육이 찢어지는 짜릿한 고통은 절로 숨을 가쁘게 했다.
“아아악! 허억, 허억!”
“넌 당가의 분노를 격발시킬 용도로 소비된 화살일 테지. 심문을 하려 시도하면, 곧장 고통스럽지 않게 해주는 독의 힘을 빌려 자결을 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푸흐흐. 알고 있다면 이런 푸닥거리가 의미 없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겠군…!”
“그래, 알고 있다.”
독무후는 손을 털어 검붉은 피를 털어냈다. 허공으로 흩어진 핏방울들은 그녀의 몸이 일으키는 벼락에 의해 핏빛 증기가 되어 증발했다.
“그러니 경고를 하는 거란다.”
그녀의 몸을 흐르던 양뢰와 음뢰가 한 곳으로 흐른다. 한 아름의 파도인 뇌람심공은 오독문의 내공심법인 오뢰전리공의 형태를 취했다. 뇌기는 다섯 줄기의 강물로 역류하며, 오장으로 흩어진다.
황기[黃氣], 토뢰[土雷].
상중하, 모든 단전의 내공이 증폭한다. 내공은 내기로 화하고, 내기는 곧 검은 하늘의 거대한 벼락처럼 하늘에 세우는 기둥이 된다. 독무후의 명에 의해, 내기는 거대한 뇌기의 강이 된다.
목기[木氣], 청뢰[靑雷].
증폭된 뇌기는 신경을 타고 흐른다. 억조창생의 목행을 따라, 근골을 강건하게 만들고 신경과 동화한다. 움직임은 질풍처럼, 판단은 번개가 이는 것처럼 만들게 한다.
백기[白氣], 금뢰[金雷].
강건해진 육체는 곧 강건한 외공이요, 강건한 외공은 곧 강건한 내공을 부른다. 뇌기는 독무후의 몸에 계속 부딪치며 제 몸을 연련해나간다. 백련정강[百鍊精鋼]. 수백 수천 번을 두드리며 뇌기는 더욱 순결하고 강건해진다.
수기[水氣], 흑뢰[黑雷].
굳건해진 뇌기에 독무후의 사상이 녹아든다. 뇌기엔 방향성이 심어지고, 곧 전류가 된다. 연기화신. 기운은 사상이 되어 독무후의 심중에 번져간다.
화기[火氣], 적뢰[赤雷].
심중에 번진 전류는 독무후의 감정을 담는다.
제자를 해한 자에 대한 분노. 망가진 당가에 대한 애처로움. 자신의 손으로 당씨의 친인척을 처단해야하는 울분. 그 감정들과 이성, 그리고 다섯 갈래로 퍼져나갔던 뇌기들이 한 점으로 녹아든다.
독무후의 몸에선 오색의 벼락이 몰아치고 있었다. 독무후의 손에 들려있던 비수가 그 벼락을 담지 못하고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독무후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신병이기가 아니라 벼락은 담아지지 않는구나.”
“흐윽, 흐윽!”
작은 몸에서 터져 나오는 인지하는 것조차 두려운 거력. 주변에 깔린 거대한 기운이 사내의 몸을 옭죄어갔다. 사내는 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한 채, 공포에 젖어 주저앉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보기 싫다면, 빛을 뿜어 보게 하마. 듣기 싫다면, 크게 울어 듣게 하마.”
독무후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색의 뇌기가 거대한 기둥이 되어 사내의 몸에 내리꽂혔다.
“그것이, 오뢰전리공의 극의인 뇌심용융[雷心鎔融]이라는 초식이란다.”
콰아아아!
성도의 모든 거리에 뇌심용융의 빛과 굉음이 울려 퍼졌다.
*
우르르릉!
먼 곳에서 들려오는 뇌명에, 수납장이 흔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침상에서도 미약한 움직임이 보인다.
“으윽, 시끄러….”
얕은 신음소리. 침상에서 산발인 소녀가 몸을 일으킨다. 찌푸린 눈을 뜨며 정신을 차린다.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자신의 몸을 더듬다, 안도의 한숨을 쉰다.
“…나, 살아있네.”
당소소가 눈을 떴다.